진정성이라는 거짓말 : 진정한 나를 찾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 진정한 나를 찾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

$18.00
Description
통렬한 사회비평으로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바를 사정없이 흔드는, 캐나다의 젊은 철학자 앤드류 포터. 전작 『혁명을 팝니다』에서 저항의 상징 ‘반문화’의 이면을 들춰낸 데 이어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에서 이 시대 최후의 보루 ‘진정성’의 민낯을 드러내다.
저자

앤드류포터

저자:앤드류포터

1972년캐나다에서태어났다.토론토대학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고몬트리올대학윤리연구센터에서박사후연구원을지냈다.2001년부터3년간캐나다피터버러소재트렌트대학에서철학을가르친뒤학계를떠나일간지『오타와시티즌』에서활동했다.관심분야는형이상학,정치철학,교육정책,상품브랜딩,소비주의,대중문화이며과학기술과뉴스미디어의미래에도깊은관심을갖고있다.『자본주의를의심하는이들을위한경제학』의저자조지프히스와함께『혁명을팝니다』를공동집필했다.엑스@jandrewpotter



역자:노시내

연세대학교에서법학을공부하고조지워싱턴대학에서정책학박사학위를받았다.미국,일본,오스트리아등지를떠돌며20년넘게타국생활중이다.지금은파키스탄이슬라마바드에머물며글을짓거나옮기고있다.『자본주의를의심하는이들을위한경제학』『일본의재구성』등의책을옮겼고,『빈을소개합니다』『스위스방명록』『작가피정』을썼다.

목차


들어가며진정성이라는용어

1장근대성이라는질병
2장순진한원시주의로의회귀
3장예술적아우라를소비하는사람들
4장과시용진정성
5장투명성의위험
6장진정성있는제게한표를
7장문화는관광객용
8장역사의종언

맺으며다시,진보

감사의말
옮긴이의말허구깨기3부작제3편,이번엔진정성이까일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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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통렬한사회비평으로우리가‘옳다’고여기는바를사정없이흔드는
캐나다의젊은철학자앤드류포터
전작「혁명을팝니다」에서저항의상징‘반문화’의이면을들춰낸데이어
「진정성이라는거짓말」에서이시대최후의보루‘진정성’의민낯을드러내다!

구글에‘진정성’치면뉴스검색만3,150,000개검색
“진정성없는선거용”
“80년대의진정성”
“10대도놀래킨음악적진정성”
“위안부문제일본의진정성있는사과에달려있다”

진정성이란무엇인가?
진정성이아닌것부터이해해야하는미묘한용어
도대체진정성이란무엇인가?이책에서인용되는미국여론조사결과에따르면,진정성이어떤의미인지묻는질문에응답자3분의1이상이‘인격’이라고답했고,진정성을가장잘정의하는단어로는61퍼센트가‘진실한것’(genuine)을꼽았다.(13쪽)그렇다면‘인격’이란무엇이고‘진실함’이란무엇인가?답하기어렵다.진정성이무엇인지말하는것보다는진정성없는것의이미지가더빨리떠오른다.
앤드류포터는이조사로부터두가지사실을도출해낸다.

“첫째,진정성은그게아닌것이무어냐를짚어내그반대로이해하는것이최적인용어다.둘째,진정성이뭐든간에사람들은그것을확실하게원한다.즉,어떤것을‘진정성있다’고묘사하면그것은언제나좋은것을뜻한다.진정성은-공동체,가정,자연,유기농처럼-모성과관련된용어,찬동의용어로항상긍정적인의미로만사용되며수사적으로비장의카드역할을하는경향이있다.”(16쪽)

저자는진정성이무엇인지답하지않는다.다만“진정성을논할때그의미를제대로파악하려면문제의용어가사용되는맥락을이해해야하며그것과대조되는것이무엇인지알아야한다.진정한것?물론좋다.그러나무엇과대조해서진정하다는것인가?”(14쪽)라고되묻는다.

일자리,이웃,자기자신으로부터소외당하고있다는생각이
진정성을불러내다
소외,불안,환멸의반대편에진정성이있다.“주변을잘보면소외현상이넘쳐난다.남편은아내로부터,학생은스승으로부터,유권자는정치가로부터,환자는의사로부터소외된다.누구나대중매체,특히광고가소외현상을일으킨다고생각한다.신앙심깊은사람은모든것이허용되는현재사회가소외를일으킨다고여기고,소외가테러리즘을유발한다고믿는사람도있다.도심거주자에게는교외가소외적이고,교외거주자는대도시속익명의삶이소외적이라고느낀다.노동의세계도소외의주요원천이다.”(56쪽)

사정이이러하니소외는진정한삶을방해하는질병으로각인된다.‘갑질’에시달리고‘호갱’으로살아가는데지친사람들은근대의성취를부정하며옛날이나았다고자평하기바쁘다.어차피구시대의신분적위계는경제적지위로대체됐을뿐이고,인간적인선물을주고받던자리에는시장교환이라는공허한관계만이남았다는것이다.저자는“우리근대인들이느끼는소외감이정말로일종의질병이라면,불화에종지부를찍고잃어버린일치와조화를되찾는것이무얼의미하는지에대한설명이필요”(60쪽)해졌고,그렇게진정성은소외를치료해줄최후의보루로여겨지고있다.

진정성은돈있는사람들의지위재화
시장이주목하는잘나가는상품일뿐
그런데과연‘진정성’을추구하는선택들은소외를벗어나게해주었을까?유기농을예로들어보자.오래전부터대규모농업의폐해를피해유기농식재료를사온사람들은요즘약간배신감을느낄것이다.유기농은완전히주류비즈니스가되었다!“유기농식품은맛있고,건강하고,분별있고,심지어윤리성까지갖춘신비한만병통치약이다.이렇게유기농의인기가높아지자유기농운동내부에서불만의소리가커졌다.한때틈새시장이었던것이주류화대중화됨에따라대량생산의필요성이대두되면서,유기농법이공장식농법을대체하기는커녕오히려여러측면에서닮아갔기때문이다.”(151쪽)이제유기농에서도‘진짜유기농’과‘가짜유기농’이차별되고등급은더욱세분화된다.진정성의기준은더엄격해지고진정성추구를통한지위획득행위는더욱치열해진다.

앤드류포터는몸값높은예술가의작품만‘진짜’작품으로여기는사람들의태도역시경계한다.“예술작품의진정성은상품화현상에의해위협받는것으로여겨지지만,알고보면진정성이란큰돈을쓸의사가있는사람들이나획득할수있다.원래성스러운제례나고대의공동체전통에서기원했던아우라는이제모든마케터와브랜드매니저가주시하는훌륭한판매전략으로탈바꿈했다”는그의지적은설득력있게들린다.(121쪽)

“결국진정성은누구나누릴수없기때문에가치있는지위재화다.실제로최근들어진정성은지위경쟁의가장세련된형태로확립되면서가장안목있고돈많고경쟁력있는참가자들을경쟁속으로끌어들이고있다.”(311쪽)

진짜자기를보여주기바쁜사람들
얼마전,태국사진작가촘푸바리톤이인스타그램사진을풍자하는작품을소개해화제가되었다.SNS허세를경멸하는흐름은이미있었다.‘행복경쟁’,‘과시소비’를꼬집는제법논리적인사회비평도심심치않게나왔다.그런데이런비판에는한가지맹점이있다.유독명품신상,외제차,최신IT기기를찍어올리는행위를문제삼는다.공정무역커피,에코백,유기농화장품은괜찮은걸까?자기‘흑역사’를만천하에고백하는것은어떤가?아니,이런종류의과시나고백을깔보는사람들역시SNS에비난혹은성찰의한마디를올리지않나.그렇다,문제는무엇을노출시키느냐에있지않다.어떤욕구가우리를자기노출로이끄느냐에있다.

저자앤드류포터는이같은현상을대규모진정성실험이라고규정한다.“일상에서겪는지극히친밀한순간이나평범한일,또는민망했던경험들을아무렇지도않게노출하는사람이수천만이다.…우리는현재열렬히진행중인이철저한온라인자기노출을대규모진정성실험이라고생각해볼수있다.감추는것없이결점까지모두내보인다.‘나는그냥이런사람이니,진짜나를있는그대로인정해달라’고말하는듯하다.”(188쪽)

유권자가진정성있는정치인을바랄수록
정치인은이미지연출에만신경쓴다!
보통사람들이SNS에서조용히진정성을욕망할때,공공연하게‘진정성’을내세우는부류가있다.정치인들이다.유권자는‘당연히’그들의진정성을믿지않는다.그러면서도진정성을요구한다.“우리는내신념과가치관에맞는정당과정책을선택할수있길바란다고말하지만,유권자가쉽게고를수있을만한정치‘상표’들이선택지로제시되면전부가짜라고거부해버린다.간단히말해진정성에대한욕구야말로오늘날정치의주요문제점들을초래한원인”이라고저자는지적한다.(204쪽)

“정치판에혜성처럼나타난스타정치가들은하나같이‘나는조금다른정치를하겠다’고약속한다.그말은‘나는거짓말을하거나,위선을떨거나,모호한소리를하거나,눈가림을하거나,변덕을부리거나,당신을오도하지않겠다’는뜻을함축한다.…이렇게다른정치를보여주겠다는공약은언론이솔직한언사를비난할때쯤잠잠해진다.이때쯤되면그정치인은연막전술을익혀생존하는법을배우거나,대중에게실수투성이어릿광대나위험한극렬분자로찍혀벼랑으로추락하는신세가된다.”(221쪽)

그럼에도유권자들은정치인의‘진심’,‘솔직함’을느끼길원하고,정치인들은이를갖추기위해다른정치인을비방하며제로섬게임에몰두한다.안타깝게도유권자역시‘더진정성있는사람’을물색하며흑색선전에귀를기울인다.저자는이렇게결론내린다.“그러므로유일한대안은뻣뻣하고너무나따분한,즉함께맥주마지고싶지않은후보에게표를주는것이다.”(232쪽)

복고적감수성경계하고
순진한낭만주의보다는균형잡힌사고로현실을직시할것
정치,경제,사회가문제가아니라지구멸망을걱정하며좀더‘진짜’자연으로되돌아가야한다고주장하는부류도있다.바로쇠퇴론자들이다.“쇠퇴론자가볼때권리를근간으로하는자유주의적개인주의정치와자유시장경제의조합은얄팍한소비주의와무뇌적오락에몰입하게만들어우리를망치고지역에대한애착과공동체감성을약화시킨다.”(80쪽)그래서일까.쇠퇴론은의외로잘먹히는소재다.지구의재앙을다루는「투모로우」「2012」,잘못된식습관이나기업의존성에대한경고메시지를담고있는애니메이션「월-E」가대표적이다.저자는이같은쇠퇴론은생산적인해결책을내놓지도못하면서복고적인낭만주의에호소할뿐이라고지적한다.

한국의복고유행도이와맞닿아있다.가족보다나았던이웃사촌,라디오한대앞에옹기종기모여지새우던밤,학교에서책상붙여나눠먹던도시락…‘진짜’이웃이었고‘진심을나누는’친구였고‘진정한’엄마의손맛이있었던과거를기쁘게받아들이며소환하는것,한국은요즘‘진정한것’은모두과거에두고온듯하다.포터는이렇게조언한다.

“얻은것도있고잃은것도있지만,적어도총체적으로봤을때근대를끝장내고후진해향수젖은과거로되돌아가는일은잘못임을인정해야한다”고말이다.(3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