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바느질 클럽 : 모쪼록 살려내도록 - 온(on) 시리즈 7

죽음의 바느질 클럽 : 모쪼록 살려내도록 - 온(on) 시리즈 7

$19.00
Description
서울 마포구 망원동·성산동 일대를 들썩이게 만든 워크숍이 있다. 목표한 작업을 완수할 때까지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워크숍 공지가 올라오면 순식간에 마감되는 ‘죽음의 바느질 클럽’이다. 구멍 난 양말, 뜯어진 옷소매, 찢어진 비닐봉지, 이 나간 벽돌 등 온갖 물건을 바느질로 독특하고 아름답게 살려내는 것으로 유명한 죽음의 바느질 클럽의 운영자 복태와 한군의 이야기를 모았다.
저자

복태와한군

저자:복태와한군
지음,이음,보음,강아지열음을함께키우는가족이자,바느질과수선기술을나누는‘죽음의바느질클럽’을운영하고있다.음악을짓고연주하며뮤지션으로활동할때는‘선과영’이라는이름을쓴다.2022년발매한선과영정규1집《밤과낮》은낮에떠오르는마음과다짐,밤에떠오르는감정에관한이야기다.이앨범으로제20회한국대중음악상최우수포크음반상을,타이틀곡〈밤과낮〉으로최우수포크노래상을수상했다.서울성산동일대가터전이지만노래를하러,바느질을하러전국방방곡곡을다닌다.사람들은365일,하루종일붙어다니는우리를보고‘실과바늘’이라고한다.덕담이쌓여복을지었나보다.진짜실과바늘로살게되었다.실과바늘로고치고,만들고,엮는다.옷도양말도가방도비닐봉지도사람도세상도.나답게살고있고,‘너답게살아도괜찮아’가가훈이다.

목차


1.우리가쓰는도구:바늘과실……그리고버섯
바늘
바늘겨레

가위
실끼우개
스케치용필기구
다닝머시룸
골무
헤드랜턴
알전구를대신할버섯탄생기
광란(光瀾)의바느질파티

2.바느질기법:이래도괜찮고저래도괜찮은
한줄매듭짓기/두줄매듭짓기
홈질(=어묵꿰기)
박음질
감침질
블랭킷스티치
직조자수

3.수선하는삶:웬만하면살려낸다
엄지가뚫고나온양말(voice.한군)
12년지기반스구멍살리기
구멍송송나고체력쑥쑥올린운동화
마을어린이의무릎이찢어진청바지
좀슨무스탕을빈티지무스탕으로
‘불멍’하다타버린잠바
굳은살을못견딘장갑
고양이가물어뜯은뮤지션의카디건(voice.한군)
어느날뚝떨어진기타케이스손잡이
한의사가처방한천소파
장모님의검은가방(voice.한군)
엄청나게튼튼하고믿을수없게질긴백팩
작은방주,우산
스승님의재킷처럼
수선하는마음
죽음의바느질클럽
치앙마이정신

4.엮어가는삶:치앙마이에서
쪽빛손을가진란텐족사람들
치앙마이크래프트위크진출기
다꿰맨다
사토미의카렌마을입주기
페이퍼스푼패밀리
야시장의프언들

나오며

부록죽음의바느질클럽플레이리스트

출판사 서평

마티온(on)시리즈7권
『죽음의바느질클럽』출간

비닐봉지에바느질을하는사람들
2018년부터서울마포구망원동·성산동일대를들썩이게만든워크숍이있다.목표한작업을완수할때까지누구도자리에서일어나지않고,워크숍공지가올라오면순식간에마감되며,안와본사람은있어도한번만온사람은없다는‘죽음의바느질클럽’(이하‘죽바클’)이다.
죽바클을함께운영하고,인스타그램(@da_jojin_da)에서구멍난양말,뜯어진옷소매,찢어진비닐봉지,이나간벽돌등온갖물건을바느질로독특하고아름답게살려내는것으로유명한복태와한군의에세이『죽음의바느질클럽』이출간되었다.

실과바늘처럼살다가
실과바늘로살게되다
나풀거리는가벼운옷을입을수있는여름을좋아하고,한번시작한일은멈추지않고완벽하게해내려애쓰는복태.웬만하면허둥지둥서두르는법이없고,오래신어뒤축이닳은운동화에청테이프를덕지덕지붙이고다니는한군.언뜻상극처럼보이는두사람은세아이와강아지를함께키우는동반자이자‘선과영’이라는이름으로음악을하는뮤지션이다.2010년부터매일매순간을실과바늘처럼붙어지내며육아하랴노래만들랴부산스럽고바쁘게살아왔다.뮤지션부부에게겨울은특히어려웠다.작은공연들과대안학교에서음악을가르치던일로생활하던이들에게겨울은농한기나다름없었다.
2016년겨울,때마침누군가‘복태와치앙마이가잘어울린다’며여행을권했고,그들은따뜻한나라에서생활비를절약하며지낼수있을지모른다는기대를품고비행기에몸을실었다.그리고치앙마이의어느카페에서우연히바느질하는액과마주친다.(10~19쪽)예사롭지않은손놀림과아름다운스티치에반해복태는용기를내어서툰영어로말을걸었다.곧그들은친구가되었고태국인액은한국인친구복태와한군에게바느질을알려준다.이우연한만남은운명이었을지모른다.실과바늘처럼붙어살던두사람이실과바늘로살게되었다.

치앙마이정신
노하드앤드테이크릴랙스(nohardandtakerelax)
치앙마이에서사사한액의바느질에는세가지가없다.완벽,열심,속도.대신멈춤,느긋함,아름다움이있다.대단히특별한도구도필요없다.치수를정확하게재지않아도된다.몸통에천을갖다대고원하는길이에서적당히싹둑자른뒤실과바늘로꿰맨다.이것이치앙마이식바느질이다.그러나그들이배운건손기술만이아니었다.
“바느질은‘멈춤’에특화된장르다.힘들면멈춘다.나중에이어서하면되니까.적당히하고멈추는것.더하고싶을때그만두는것.우리는이것을‘치앙마이정신’이라고부른다.우리의바느질스승액은치앙마이정신그자체다.바늘땀이엇나가면다시한다.힘들면쉰다.너무쉬었다싶으면움직이면그만이다.”(167~168쪽)
복태와한군은자신들이배운몸과마음의기술을널리널리전파하기로마음먹는다.

웬만하면,눈에띄게살려낸다
죽을때까지바느질을하라는건가,죽을만큼힘들다는건가,죽기살기로밀어붙이라는뜻인가.‘죽음의바느질클럽’의이름에대한설왕설래가많은데‘다시태어나라’는뜻이다.바느질을하면여태살아온삶에서벗어나다른세상을맛볼수있고,다른시공간에접속할수있다.(161쪽)오롯이자신의손과마음에집중할수있다는것.복태와한군이바느질을하고,사람들이‘죽음의바느질클럽’에참여하는이유다.
다시태어나는건자신뿐이아니다.그들의바느질은옷을짓고가방을만들다가이내낡고해진옷을되살리는수선으로이어졌다.차마버리지못하고따로모아둔구멍난양말을꿰매고,끈이떨어진기타케이스를감침질로감고,뜯어진옷소매에직조자수를놓는다.감쪽같이예전의상태로‘복원’하는것이아니다.오히려눈에띄게수선하는‘비저블멘딩’(visiblemending)이그들이택한방식이다.
비저블멘딩이뉴욕,베를린,파리등트렌드를주도하는도시와예술인들사이에서새로운예술장르로부각된지는오래다.복태와한군은자신들만의경험과노하우가담긴수선법에일반명사비저블멘딩이아닌‘치앙마이식바느질’이라고이름을붙여전국방방곡곡으로성황리에전파중이다.그들이바느질을처음배우고익힌곳이치앙마이이고,그들이활용하는바느질기법중에는치앙마이의소수민족이오랜세월전수해온것들이있기때문이다.

그렇게까지아껴서무얼하냐고요?
‘죽음의바느질클럽’이화제를일으키자여기저기서워크숍제안이쏟아졌다.두사람은발길이닫는곳이라면어디든출동했다.바느질전도사라도된것처럼성심성의껏움직였다.제주로,광주로,대구로,부산으로.바느질을배우러멀리서오는사람들도있었다.경기도에서,강원도에서,심지어뉴욕에서도.
간혹사람들이물었다.2만원짜리바지를두시간들여고치는건시간낭비아니냐고,그렇게까지아껴서무얼하려는거냐고.두사람은말한다.수선하는마음,아끼는마음이소중하다고.그렇게까지아껴서꼭무얼하려고하지않아도된다고.수선은그저그림을그리거나노래를부르는것처럼즐겁고행복한움직임이다.구석구석터지고찢어지고구멍이날그날이기다려질정도로.

바느질은시간을한땀한땀엮는일
『죽음의바느질클럽』에는복태와한군이바느질할때애용하는도구,바느질기법과그활용법,작업노트가담겨있다.그러나반드시모든도구를갖추거나기법을완벽하게마스터하지않아도괜찮다고저자들을말한다.실과바늘만있으면누구나바느질을시작할수있고,이래저래요리조리마음가는대로바느질을하면그만이다.치앙마이정신으로.
그들은디제이친구의백팩을고쳐주고(64쪽),마을아이의바지구멍을메워준다(106쪽).좀슨무스탕에새무늬를입히고(110쪽),길가에버려진우산도살려낸다(140쪽).때로는뜯어진가방주머니를수선해달라는첫째아이에게직접수선해보라고넌지시바늘을건넨다(58쪽).그들의바느질은해진옷소매를깁고떨어진단추를다시다는일에그치지않는다.수선은시간을한땀한땀엮는일.수선물에담긴지난시간의흔적을되짚는일이다.책에실린수선이야기는곧두사람의삶의궤적이자,지난시간들에새로운의미를덧입힌이야기이다.따뜻하고치열하고재미있고수선스럽다.

서로엮(이)지않고는도무지살수없다
2016년첫치앙마이여행에서바느질스승액을만난이후로복태와한군은바느질을배우러,친구들을만나러,겨울을지내러치앙마이에간다.실과바늘로엮인인연들은해를거듭할수록다채로워지고깊고넓어졌다.
어쩌다치앙마이크래프트위크에참여하고(196쪽),새로운패밀리를만들고(244쪽),국경을넘어라오스소수민족란텐족을만나고(178쪽),고산지대에사는카렌족을만나천연염색을배우고(230쪽),일본인친구가이주해사는카렌족마을에서는직조를배웠다(234쪽).이제는단골집도생겼고해마다아는단어가늘었다(263쪽).
애정이커질수록알게되는것들이있다.태국의정치경제적상황은불안하고,소수민족에대한차별은여전히공고하다.소수민족이시간과정성을들여만들어낸실과천연염색원단은그들에게절대적인생계방편이지만,여권하나로태국과라오스국경을쉬이넘나드는저자들의식구와달리소수민족에게는여권이없다(195쪽).
태국을비롯한동남아시아는미국이나유럽보다훨씬가까운이웃.복태와한군은이웃의이야기를잘아는것이잘사는법이라믿으며,더욱가까이에서엮어나가며살리라마음먹는다.

모쪼록살려내도록
복태와한군은분명바느질로옷을짓고,운동화에송송뚫린구멍을메우고,찢어진천소파를꿰맨이야기를하고있는데,책장을넘기다보면그들이고치고살려낸것이물건만은아니었다는사실을알게된다.여기로저기로뻗어나가는바늘땀을따라가다보면마음이수선되고영혼이가지런해진다.저자들은말한다.꿰어야살고,엮어야살려낼수있다.
필요한건실과바늘그리고음악.이책의말미에는복태와한군이엄선한플레이리스트를실었다.바느질하며듣는음악이다.손맛이참맛임을강조하던저자들은“한땀한땀바느질하듯,한글자한글자타이핑하며음악을찾아들어보”라고권한다.
이제『죽음의바느질클럽』과실과바늘,음악이준비되었으니치앙마이정신을품고바느질을시작해보자.무엇을꿰매든모쪼록살려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