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주어로작업하는이들에게고함
여기‘자기이론’이라는말이있다
실화의허구화,실화를바탕으로창작된이야기,삶을소재로쓰인소설등창작의근거이자동력,소재로활약하는‘자기’는낯설지않다.그렇다면,이론화된자기는어떨까?가능할까?이론은‘더큰쟁점’을다루는것이라는반론과개별자가이론의근거일수없다는이의제기가귓전에이미당도해있는듯하다.『자기이론:자기의삶으로작업하기』는이런논의를시작한다.
“이론으로여겨지는것이무엇이고,이론가로여겨지는자가누구인지누가정의하게되는가?어떤이론이특정기관이나담론공간에서가치를확보하고중요한것이되는가?”(70쪽)
저자는이론또는철학의주류가유럽-미국-백인-시스젠더-남성으로이루어져있다는사실을「서문」에서부터명확히한다.이를비판하며새로운이론을등장시킨페미니스트실천에서‘자기이론’의맹아를발견한다.자기이론이기존의이론(주인담론/지배담론)안에서오독되거나이론에애당초진입하지못한주체들,즉여성,선주민,유색인,성소수자,장애인,만성질환자등이이론과실천,예술과삶을연결한글쓰기와예술작업으로나타나는이유다.
과거에이러한작업이아예없었던것은아니나,저자는1960년대이후의2물결페미니즘과교차성페미니즘,젠더와섹슈얼리티,신체와연관된쟁점을전면화하는동시대적흐름속에서‘자기이론’을위치짓고역사화한다.
몸으로‘살아낸것’에근거하다
2015년동시대미술과문학담론에서자기이론이란용어가쇄도했다.쇄도의시작은매기넬선의『아르고호의선원들』이었다.이책은사랑,트랜지션,파트너십과재생산을주제로생애-쓰기를실천하며,기존의이성애중심적가부장제가지속시켜온관계규범과전제에트러블을일으켰고,그내용과형식면에서전대미문의반향을불러왔다.매기넬슨은한인터뷰에서이렇게말한다.
“나는나자신에대해쓰는것과더큰쟁점에대해쓰는것사이에큰차이를만들지않아요.”(22쪽)
하지만‘자기이론’이란용어의부상은최근의현상이나,저자는1960년대‘개인적인것이정치적인것이다’라는페미니스트들의외침과글쓰기실천,1970년대여성의신체와주관성을능동적으로표현한미국과프랑스의페미니스트예술운동,1980년대의여성학창설,2000년대이후더욱급진적이고능동적으로작가와예술가들이‘살아낸것’(lived)을작업에통합하는실험을연결하며‘자기이론’의역사적맥락을더듬는다.
이론을먹을수있을까?
나의이론안에서타인을어떻게다뤄야할까?
이책이분석의대상으로삼는것은유색인,퀴어,장애페미니스트들의텍스트와예술작업이다.1장에서는1세대페미니스트개념미술가이자칸트철학전문가인에이드리언파이퍼의퍼포먼스「영혼을위한음식」(1971)을중심으로,신진대사화되는철학,페미니스트의‘물질적읽기’실천에대해논한다.2장에서는예술의이론화가당연시되는오늘날의풍토에서데리다,푸코,라캉등‘주인담론’(지배적담론)을뽐내는것에저항하며“신체화된경험과이론적담론을자기반영적으로통합한”여러작업을비평함으로써다양한배경의여성들이자기삶에근거해이론을창조할것을촉구한다.‘자기이론’의주요텍스트인『아르고호의선원들』을중점적으로분석하는3장에서는동시대퀴어페미니스트작가들의작업에서두드러지게나타나는‘인용’에주목한다.저자는인용실천을자신의삶을타인들의삶과이론,철학과의관계속에서이해하고변형시키는움직임으로본다.또한자신의삶속에들어와있는친밀한관계의타자들을작품안에서어떻게재현하고구성할것인가에관한미학적,윤리적질문을던진다.4장에서는레즈비언커플이자협업자인앨리슨미첼과디어드러로그의작품등시각예술분야에서인용을사용한자기이론적작품을다룬다.“인용은페미니스트적기억이다”라는퀴어페미니스트이론가사라아메드의말을되짚어보게되는장이다.5장은1997년출간당시설전을불러일으켰던크리스크라우스의『아이러브딕』을중심으로자기이론이필연적으로연루되는‘폭로의정치’를살핀다.이는#미투의정치학과연결되며,자기이론이가지는힘과윤리의문제를나란히고민하게한다.
자기이론의힘과가능성
단수는복수로이어지는관문이다
자기이론에대한가장단순한비판은‘나르시시즘적’이라는것이다.그러나자기이론은“자기에게서출현할수는있어도자기에대한이론”(51쪽)은아니다.삶의새로운영역과새로운정치적주체를전면화하고발견하는자기이론적실천은타인들과의관계속에서자신의삶을이해하려는적극적인시도이며,그렇기에결코‘유아론적’이지않다.자기는언제나‘복수형’으로존재하며,그런자기들을이론화함으써독자들은‘우리’의목소리를들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