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2: 일본

미로 2: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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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연 3회 발간되는 건축잡지 『미로』는 한국 현대 건축의 담론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매호 선정한 주제에 집중하는 글로만 구성되는 텍스트 중심의 잡지로 2호의 주제는 “일본”이다.
저자

정림건축문화재단

엮음:정림건축문화재단

목차


『미로2:일본』을엮으며
조현정·도쿄대출신의두건축가,김수근vs박춘명
이연경·울산도시계획과마쓰이다쓰오
박해천·한국산업디자인,일본을경유해동시대와조우하다:1980년대중후반두개의장면
브루노타우트/박정현(번역)·일본건축의근본들
전태규·뉴브루탈리즘과일본건축의이미지
김기원·발견된전통
이강민·건축과일본이라는번역자
김현섭·고유섭,박동진,홍윤식,그리고박길룡:일제강점기서양근대건축의번역과수용
고재협·그대들은어떻게살것인가
박창현·매우개인적인업역의변화:일본이라는거울
이해든,최재필·두개의세계를겹쳐놓고보면
임태병·현재일본건축의흐름
이양재·산업으로서의일본건축
민성휘·불확실한시대에서건축을묻다:마츠무라준의『건축하지않는건축가』서평
임태희·일본건축가들의글쓰기

출판사 서평


일본을다시묻는이유
일년에세번발행하는작은잡지에서어느한국가의건축을,시기나인물,최신흐름등으로범위를한정하지않고특집주제로삼는것은무리한일이다.그러나지금이책을든독자가한국건축계에몸담고있다면“일본”건축은미국건축이나베트남건축,멕시코건축,프랑스건축보다훨씬잡지의주제로적합하다고느낄것이다.지금한국건축계가묻기에일본은다른국가보다초점이훨씬더분명하게잡히는대상이다.일본은한국현대건축의가장큰,동시에가장감추어진,또는감추고싶었던타자였다.『미로』2호는이타자를소환한다.극히일부를무척산만하게다룰수밖에없다하더라도말이다.

일본이라는필터
‘건축’이라는단어자체가일본의번역어이니건축의시작을이야기하기위해일본을대면해야한다.건축이란단어와더불어현대나근대도사정이비슷하다.이강민은일본이architecture의번역어로‘건축’을택하게된사정과이여파를치밀하게추적한다.여기서우리는한국건축의가장뿌리깊은갈등인건축가와건축사의분리가예정되어있었음을확인할수있다.이글은건축이그리스까지거슬러올라가는단어architecture에얼마나충실한지를묻는글(보통한국에그런건축이없다는결론이도출되는)에대한훌륭한해독제가될것이다.김현섭은일제강점기한국건축가들의근대건축이해가일본의번역을통해이루어졌음을재확인한다.고유섭,박동진,홍윤식,박길룡등서양근대건축에대한글을쓴최초의한국인필자들은일본이라는안경을쓰고있었다.

서구인의눈에비친일본건축
일본건축이국제적으로명성을얻게된데에는20세기초에서구건축가들이쓴글이큰영향을미쳤다.서구이외에유일하게제국주의국가의길을걸었던일본은유럽건축가들에게매혹의대상이었다.그들은일본의전통에서현대성을발견할수있다고되풀이해이야기했다.김기원은브루노타우트가읽은이세진구와가쓰라리큐를비판적으로독해하고,전태규는전후영국에서촉발된브루탈리즘에가닿은일본건축의파편을추적한다.그리고이런시각의원점중하나인브루노타우트의「일본건축의근본들」을번역해실었다.독일공작연맹,예술노동자평의회,유리사슬등여러단체와활발하게활동한브루노타우트는1910-20년대독일에서가장중요한건축가중한명이다.타우트가1935년일본에서행한연설을바탕으로한이글은일본건축의신화를만들어내는데기여했다.그가당대유럽인의시선으로일본의전통건축을어떻게읽어나가는지,일본건축에서무엇을길어올리려했는지목격할수있다.

일본과한국의평행우주
일본에서배운건축을극복하고한국적인것을찾아나가는여정은한국현대건축다들이공유하는서사다.1967년부여박물관의왜색시비를겪고한국적인것에천착해70년대공간시대를연다는김수근의신화도여기에속한다.반면1961년김수근과함께남산국회의사당설계경기에당선한뒤국내에서꾸준히활동한박춘명은건축담론의시야에좀처럼잡히지않는다.조현정은같은출발점에서시작해전혀다른행보를걸어온이두건축가를비교한다.대부분의작업이대기업의고층빌딩이나대형프로젝트였던박춘명에게일본은,조현정의단어를빌리면,“정답지”였다.
건축에서만일본이정답역할을하지는않았다.도시에더크게남아있던일본의흔적은1960년대전국에서전개된도시계획의흐릿하지만쉽게지울수없는밑그림이되었다.이연경은초기도시계획의대표적사례인울산도시계획과정과여기에작용한일본도시계획가의숨은손을이야기한다.가전제품과산업디자인에서도일본은기출문제의모범답안이었다.모방과창조,미래와과거를오가며동시대에속해있다는감각을획득하고자한노력을금성사의디자인종합연구소를중심으로그려보이는박해천의글은다양한분야에서비슷한일이벌어졌음을말해준다.건축과산업디자인밟아온궤적은자동차,영화,대중음악등으로확장될수있다.

요즘한국건축가들이바라보는일본
고재협은도쿄와서울을비교하면서건축실천의조건이완전히다르다고말한다.도쿄가랩으로멸균,밀봉된곳이라면서울은반타블랙페인트로뒤덮여있다.당위를위해현실을외면해온서울에서건축은이미죽었다고진단한다.우리가알고있던,또는그래야한다고상정했던건축은(예전에도없었지만)도무지가능하지않다는생각은자연스럽게업역에대한고민으로이어진다.박창현은도면을그려시공자에게전달하는일(르네상스이래건축가의표준적인정의에가까운)에전적으로집중하는건축가에서벗어나기위한가능성을모색한다.비슷한관점을공유하는건축가들에게일본은여전히가까운참조대상이지만,눈길이닿는곳은건물의형태나새로운기술이아니라,먼저축소되고있는사회에서벌어지고있는삶의양태다.일상에주목하고여기에서기존건축과다른가능성을발견하려는태도는이해든과최재필의글에서도쉽게확인할수있다.

텍스트로서의일본건축
이번특집을통해분명하게드러나는것은일본건축의힘이텍스트에서생산된다는점이다.임태희가지적한대로건축가들이가장활발하게텍스트중심의책을펴내는곳이일본이다.수십년간축적된언어는그들의실천을읽어내는길을제공하고,역으로작업에권위를부여한다.30여년간지속적으로일본당대건축의추이를좇아온임태병은일본건축가들의계보를종횡으로소개하는데,다른한편으로이글은풍성한추천도서목록이기도하다.마츠무라준의『건축하지않는건축가』는2024년번역되어큰반향을일으켰다.이책을번역한민성휘의서평은이책에대한소개에그치지않고불확실한미래에불안해하는건축가들을향한제언으로확장해나간다.건축이아우르는무척넓은영역중에서『미로』는문화로서의건축,이론과역사및비평을주로다루는잡지다.그럼에도일본건축의법과제도,산업적측면을완전히외면할수는없었다.탁월한일본건축물의성취는수준높은보통건축물들을생산해내는산업시스템을딛고서있기때문이다.이일단을이양재의글이보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