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쓰기 (우리는 텍스트로 우리의 삶을 살아간다)

여성 쓰기 (우리는 텍스트로 우리의 삶을 살아간다)

$18.00
Description
미국에서 1988년 첫 출간 이후로 페미니즘 운동과 여성 문학, 비평계에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켰던 고전이자 결코 바래지 못하는 문제작. 하일브런은 컬럼비아 대학교 영문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 교수로 1960년부터 30년 이상 재직하며 여성 작가들의 전통을 체계화하는 동시에 페미니즘 비평의 이론적 바탕을 넓혔다고 추앙받는다. 이 책에서 그는, 여성이 어떻게 기록되(어왔)는지 여성의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어왔)는지 또는 소거되(어왔)는지를 자서전과 회고록, 평전을 통해 분석하는데, 이를 통해 결국 ‘여성의 서사’가 지금껏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음이 드러낸다. “언어는 권력이고 쓰인 삶만이 역사가 된다. 우리는 텍스트를 통해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저자

캐롤린하일브런

저자:캐롤린하일브런CarolynG.Heilbrun
페미니스트로서여성운동의지도자였고,컬럼비아대학교영문학과의최초여성종신교수로1960년부터30년이상재직하며페미니스트문학비평을개척하는많은연구서를냈다.『여성성의재발명』(ReinventingWomanhood),『여자들의삶:문지방에서보는풍경』(Women’sLives:TheViewfromtheThreshold),『양성성인식을향해』(TowardaRecognitionofAndrogyny),『햄릿의어머니와다른여성들』(Hamlet’sMotherandOtherWomen),『한여성의교육:글로리아스타이넘의생애』(TheEducationofaWoman:TheLifeofGloriaSteinem)등을썼고,통속적이라는비판을피하기위해필명‘어맨다크로스’(AmandaCross)로출간한열두권의미스터리탐정시리즈는전세계에번역되어100만부이상팔렸다.그러나베스트셀러로명성을떨친직후어맨다크로스가자신임을밝히고,이후로여성의글쓰기와여성적글쓰기,여성의삶을쓰고여성의삶이쓰이는것에대한날카롭고신랄한연구에더욱매진한다.이책은여성의자서전과회고록,평전을집중적으로다루면서‘여성의서사’가지금껏존재하지않았음을짚어내며,그것을어떻게발견하고만들어갈지수많은여성문학가의작품과삶,그들을다룬비평을통해강력한비전을제시한다.
1985년문학가낸시K.밀러(NancyK.Miller)와함께컬럼비아대학교출판부에‘젠더와문화시리즈’를공동기획해출범시키고편집자로활동했으며,다양한칼럼을기고해쉬지않고성별고정관념과차별에항의했다.1992년에하일브런은『뉴욕타임스』를통해컬럼비아대학교를비롯한대학들에서여성에대한차별이빈번하게일어나고있음을고발했다.“내가여성문제에대해말할때우리과에서나는환영받지못했다.중요한회의에참석하지못했고,조롱당했고,무시당했다”라는그녀의고발은남성학장과의격전으로이어졌고,“아이러니하게도,교수진목록에들어가있는내이름으로컬럼비아대학교는페미니즘연구를장려한다는명성을얻었다.사실과는너무나다르다”라고비판하며교수직을내려놓았다.
자신의삶을통제할수있길원했던그녀는『생의마지막선물:60이후의삶』(TheLastGiftofTime:LifeBeyondSixty)을저술하고,2003년스스로생을마감했다.

역자:오수원
서강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동료번역가들과“번역인”이라는공동체를꾸려전문번역가로활동하면서문학,역사,철학,과학등다양한분야의책을우리말로옮기고있다.『우울:공적감정』(공역),『문장의맛』,『조의아이들』,『데이비드흄』,『처음읽는바다세계사』,『현대과학·종교논쟁』,『세상을바꾼위대한과학실험100』등을번역했다.

목차


감사의말
서론:여성은어떻게쓰이는가

1.결혼과자살외에여성의서사를발굴하기
2.모델도모험도없던그녀는오직지성에의지했다
3.아버지를죽이는딸
4.결혼을다시정의할수있을까?아니,그럴필요가있을까?
5.친밀함의역사,우정의연대기
6.여성의공적자아가지닌힘
7.인기없는진취적인늙은여성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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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여성은무엇으로쓸까?

경험또는상상,예측,성찰과교정은우리가무엇을쓰든본질적도구가될것이다.그렇다면이재료들은어디에서시작될까.컬럼비아대학교영문학과의최초여성종신교수로1960년부터30년이상재직한캐럴린G.하일브런은자신과세상을받아들이고이해하기위해필요한것은모두언어,담론,서사라고말한다.즉,누구나이미쓰여진것으로,전해져내려오는서사로,회자되는담론으로자신을형성해나간다는뜻이다.프랑스를비롯한유럽에서시작해1970-80년대미국과세계로퍼져지금까지도우리사고체계의거대한부분을차지하는후기구조주의의영향으로보이는이사유를통해보면,여성은한번도씌어진적이없다.여성이서사의주인공이었던적이없기때문이다.이것이하일브런이‘여성쓰기’에관한역사를분석하고비전을제시하기위해자서전과평전,그리고문학가운데서특히‘시’비평에주목하는이유다(16~17쪽).

여성의삶은어떻게씌어졌나?

여성의탄생,여성의일상,여성의성장,여성의모험,여성의죽음…이모든여성의이야기는세계에어떻게각인되어있을까?저자는단호하게말한다.“없다”고.여성의이상적인운명이란어떤모습이었을까?예컨대,남성의경우탄생의우연또는필연과좌절,모험과도전,성취에이르는무수한서사들이존재한다.신화와건국,전쟁까지,고뇌와사랑과배신과우정까지.여성의경우엔무엇이허용되었나?여성에게는안전과종결만이주어졌다고저자는단언한다.욕망도,분노도,모험도,모델도여성에게는주어진적이없었다.작품을비롯한문헌들,인터뷰,대화록,서간등온갖자료들을동원해기록되는평전,아니스스로써내려가는자서전까지도‘여성의경우’실제삶과는달랐다.
메이사튼처럼위대한여성작가조차고통속에서도아름다움을발견하고분노를정신적포용으로탈바꿈시키는회고록을썼다.이런식의미려한회고록을1968년출간하고메이사튼은스스로에게완전히낙담한채5년후인1973년에『혼자산다는것』을발표한다.『혼자산다는것』은이전까지숨겨왔던인생의고통을진솔하게꺼내놓아여성자서전의분수령으로꼽힌다.이후,버지니아울프『3기니』가“분노의어조”때문에폄훼당했듯수많은여성작가가스스로진솔하게자신의삶을쓸때마다여성적이지못한태도,땍땍거리거(shrillness)나거슬리는(strident)말투등여성답지못하다고비난받았다.저자가보기에이모든비난은“페미니즘이데올로기”를향한금지이자여성에게가능한어떠한권리도부정하는또하나의방식이었다.

어떻게살고글을써야,
다른여성들이이글을통해살아갈수있도록만들수있을까?

그럼에도저자는1970년대중반이후로세상으로자신을드러낸훌륭한여성작가들의분투와변화를찾아내분석하고,그렇다면여성의이야기는어떤모습이어야하는지,그런관점은어떻게정립될수있고발전시킬수있는지,여성의텍스트가어떻게다음세대의여성에게쓰일수있는지,남성을중심에두지않은여성의삶과지위가무엇으로가능할지를탐색해나간다.일곱개의장은여성삶의정체성과역사를정립하기위해새롭게정의내려야하거나제거해야하거나확장해야할실제삶의주제들로연결된다.
1장에서저자는오직백인,중산층,남성의어조만있는세계에서여성의서사를어떻게써내려갈수있는지질문하고고민한다.새로운여성의삶을형성할때중요한두가지문제는서사의부족과언어의부족이다.이둘은결국‘권력의문제’라는점에서긴밀하게연결되어있다.“권력은무슨이야기를할지정하는힘”(57쪽)이며,권력의반대편에있는여성의말이라고해서자동으로전복적인힘을내포하는것은아니다.서사를찾는여성이라면,여성을향해,서로를향해야한다고저자는주장한다.그럴때에야남성의언어를재각인하는것을멈출수있다.그렇다면새로운여성의서사는어디에있는가?“여성들이...야심과가능성과성취에대해집단적으로읽고이야기하는곳”(59쪽)에있다.“여성생애서사가존재할조건은딱한가지다.여성들이집안에서,남성들의이야기속에서더이상고립된삶을살지않는것,그조건이충족될때비로소여성서사가존재하게된다.”(60쪽)

아버지를죽이고여성들은어디로가야하나?

여성삶의예시로가장통속적인장르인추리소설을꼽고,유명세를떨쳤던도러시L.세이어즈의전기를분석하는2장은성장과모험서사의예를여성이어떻게제시했는지,그리고그여성작가가남성전기작가에의해어떻게기록되었는지,그모순을가감없이드러낸다.(68쪽)“원하는일을찾을수없어,돈과옷과휴일이필요해”라며고통스러워했던세이어즈의경력초반기가,“결혼을하지못해힘들었다”로씌어진전기의대목이한예다.
70년대후반에이르러저자는탁월한여성작가들의‘과거해체작업’들을발견한다.데니스레버토프,제인쿠퍼,캐럴린카이저,맥신쿠민,앤섹스턴,에이드리언리치,그리고실비아플라스가그들이다.한국에서최근10여년간활기차게번역,소개되고있는이작가들은미국의70년대페미니즘운동과확산의열매이자여성서사가열리는최초의문이다.특히,관념화된가부장제,남성성이나부성이아니라현실적이며실제적인‘아버지와의관계’에이작가들이얼마나막대한어려움에직면했는지를분석한다.“어머니는여성작가가각성한이후애정으로수용하는관계가되기도하지만,아버지로부터해방될수있도록돕는역할을하지는않는다.어머니는각성하지못한딸들을그저방치한다.”(87쪽)이를딛고나아가기위해필요한것은여성간의우정이다.이로써여성들은에이드리언리치가말하는“도약”,“짧고놀라운순간들의연속”에가닿을수있다.

자꾸만다른색으로덧입혀지는결혼이야기

이어,결혼에혁명이가능하겠냐고회의하는저자는여성서사의막다른골목에언제나결혼이놓이는것과정반대로결혼생활자체를중심에놓는소설은거의없다는점에주목한다.버지니아울프와레너드울프,거트루드스타인과앨리스토클라스등의결혼텍스트를살피면서가부장제와로맨스의언어로덧칠된텍스트가해방적인관계를상상하는데걸림돌이된다는점을암시한다.저자는남편은연인이아니며,연인과남편을동일한사람에게서찾으라는사회적강요가많은여성을불행의나락으로떨어뜨렸다고진단한다.결국연인이남편이될수있다는환상을세심하게조장하며덕을보는것은가부장제일뿐이다(119쪽).

인기없는진취적인늙은여성이되기위하여

우정또한역사이래남자의전유물이었다.세계의위험에맞서도록서로를지원하고격려하며공적생활의고통과복잡성까지포괄하는,힘과역량을부여하는유대를의미하는남성의우정은,베라브리튼와위니프리드홀트비의수십년간의우정과같은증거,맥신쿠민과앤섹스턴의작업들이있음에도가시화된적이없다.마지막7장에이르러저자는여성의말년을논한다.하일브런은모든여성이여성에게부여된제한된서사를강력히거부하고삶을스스로통제하며신념에따라살아가기를강력히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