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그 남자네 집

$13.00
Description
박완서 문학의 가장 아름다운 결정체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나목』 『엄마의 말뚝』 등 수많은 걸작들을 탄생시킨 소설가 박완서.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 고도성장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삶의 크고 작은 질곡들과 이를 견디게 해준 문학에의 열정을 바탕으로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을 써낸 그는 명실상부한 ‘한국문학의 어머니’이다. 1970년 마흔 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하여, 2011년 1월 타계하기까지 40여 년간 15편의 장편과 80여 편의 단편, 동화와 산문집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그중에서도 《현대문학》 창간 50주년을 기념하는 소설이자 마지막 장편소설이 된 2004년 작 『그 남자네 집』은 일흔을 훌쩍 넘기고 생의 끝자락에 선 박완서 작가가 수십 년간 가슴에 소중히 품어온 ‘첫사랑’의 기억을 풀어놓은 특별한 작품이다. 현대문학은 작가 스스로가 “힘들고 지난했던 시절을 견디게 해준 ‘문학’에 바치는 헌사”라고 의미를 부여한 이 소설을 10주기를 맞이해 새롭게 단장하여 선보인다. 타계 직후인 2011년 3월 《현대문학》 ‘박완서 추모특집’에 실었던, 유종호, 김화영, 구효서, 구본창, 이해인 등 한국 문단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추모 메시지와 함께, 작가의 딸인 호원숙 씨가 어머니를 추억하며 어머니의 10주기에 바치는 헌사로 쓴 에세이 「그 남자네 집을 찾아서」를 특별 수록하였다.
저자

박완서

경기도개풍(현황해북도개풍군)출생으로,세살때아버지를여의고서울로이주했다.1944년숙명여자고등학교에입학한뒤교사였던소설가박노갑에게영향을받았으며,작가한말숙과동창이다.1950년서울대학국문과에입학했으나전쟁으로중퇴하게되었다.개성에서어린시절을보내고서울에서학창시절을보낸박완서에게한국전쟁은평생잊을수없을없는기억이다.의용군으로나갔다가부상을입고거의폐인...

출판사 서평

가까이있었으나끝내손에닿지않았던‘그남자’
박완서의‘첫사랑’에관한자전적소설

“이소설을쓰는동안은연애편지를쓰는것처럼애틋하고행복했다.”

1950년대전후서울의피폐한풍경이눈에보일듯그려지는『그남자네집』은,노년에접어든주인공이첫사랑‘그남자’가살았던돈암동안감천변을찾아가옛기억을떠올리면서시작된다.먼친척뻘인그남자네가족이내가사는동네로이사를오면서고등학생이던나와그남자는처음만난다.그리고몇년후,전쟁통에미군부대에서일하던나는퇴근길전차안에서그남자와우연히다시만나서로의안부를물으며인연을맺는다.전쟁으로눈에보이는모든것이황폐하고남루해진그겨울,나와그남자는폐허가된서울거리구석구석을누비며‘구슬’처럼빛나는행복한시간을보낸다.‘생존’만이가치있던시절에음악과문학을즐기는낭만적인그남자의존재는나에게잠시현실에서눈을돌릴수있는탈출구가되어준다.그러나그는‘한푼도못버는백수’에다세상물정모르고노쇠한어머니를괴롭히는‘철부지막내아들’이었고나는‘다섯식구의밥줄’이었기에,나는작지만번듯한집과안정적인직장을가진은행원과결혼하기로결심하고그남자에게이별을통보한다.첫사랑의단꿈에서깨어나시집살이를시작한나는남편이가져다주는그리많지않은월급으로근근이살림을꾸리고,집안의온갖대소사를박수무당에게의존하는시어머니와갈등을겪으면서결혼이라는현실에조금씩무뎌져간다.신혼의재미도모르는채일상은급격히권태로워졌고,그즈음시장통에서‘그남자’의누나를우연히만나그의소식을전해들은나는그남자와재회하며또한번현실로부터의일탈을꿈꾼다.남편과시어머니의눈을피해은밀한만남을이어가던어느날,그는하룻밤의밀월여행을제안한다.나는짜릿한기쁨을느끼며그날을손꼽아기다리지만,약속당일그는기차역에나타나지않았고,‘어딘가로붕떠올랐다가’다시세상으로내팽개쳐진나는크게앓고서평범한일상으로돌아오지만,그남자가뇌수술을했고시력을잃었다는사실을알게된나는얼마간의세월이흐른후그와재회하게된다.이미모든것이달라진뒤였다.여전히청년시절의낭만과철없음을간직한그와달리,나는네아이를둔엄마이자억척스러운아줌마가되어버렸으므로.나는그에게첫사랑의설렘이아닌육친애적분노를느끼며,이제그만장님임을인정하고새롭게살아가라고욕설을섞어충고하는것으로그와의관계를끊어버린다.그리고그의어머니가돌아가셨을때그남자를마지막으로다시만난다.그무렵그는중학교교사인아내를만나아이를낳고단란한가정을꾸리고있었다.돌아가신어머니를회상하며점점더굵은눈물을흘리는그남자를나는무너지듯포옹하며마침내담담하고완전한그와의결별을이루게된다.

이소설은박완서만의세밀한묘사와기지넘치는문장으로이루어진한편의애틋한연애소설이자,한여성의삶,나아가한시대의모습을속속들이엿볼수있는완벽한기록물이기도하다.전쟁통에도광주리장사를하고하숙을쳐서자식을먹여살린어머니들,가족을위해손가락질도무릅쓰고양공주노릇을했던젊은여성들,전쟁과이데올로기의희생양이된남자들.중심인물인나와그남자뿐아니라주변인들도제각각개성이두드러져이야기를탄탄하고풍성하게받쳐준다.전후의피폐한일상과그생활전선을직접몸으로겪어야했던이들의실상이첫사랑이라는더없이순수한감정과대비를이루며가슴찡한울림을선사한다.“온몸에겨울과같은독한상처를품었으되당당한나목처럼봄의언어로따뜻하게우리곁에서있던”(구효서)박완서작가.그가남긴마지막장편이자,그의삶자체이기도한이소설이어느때보다도힘들고지난했던한해를보내고2021년을맞이한오늘날의독자들에게도변함없이따뜻한온기와위로를안겨줄것이다.

■추모의글(《현대문학》2011년3월호‘박완서추모특집’에서발췌)

6.25의파괴적인충격과그여파의꼼꼼한관찰과묘사가박완서선생이추구하신줏대되는주제였습니다.당대현실에더없이충실하면서도재미있게읽히는소설은생동하는인물,설득력있는세목,감칠맛나는지문,실감나는대화로차있습니다.문학으로서뛰어날뿐아니라20세기후반의사회사로서도압권이지요.우수한문학작품이사회증언적가치도풍요하다는문학사회학의명제를시퍼렇게구현하고있습니다._유종호(영문학자,문학평론가)

박완서선생님이말이나글에서남을비판하는일은거의없다.남보다는자신에대한비판,비판보다는우리모두가지닌속물근성을꿰뚫어보는해학적시선,그리고거기에대한연민과이해를거쳐궁극적인사랑에이르려는노력,그것이선생의삶이요문학이었다._김화영(불문학자,고려대명예교수)

박선생님의글에등장하는가족이야기나소소한일상의기쁨과서글픔은내기억속의1960년대와1970년대를되돌아보게하기에더욱귀하게생각된다.박선생님께서는항상다소곳하시지만당당한모습으로내게그런삶을실천하시는분으로느껴졌다.눈에뜨이지않는사소한것에눈길을돌리고사랑을베푸셨던박완서선생님은그시대를살아왔던우리모두의어머니가아니셨나생각한다.
_구본창(사진작가)

전후의가난한아낙들곁에말없이서있던박수근의겨울나목을보며늠름하고도숨쉬는듯한정겨움을느꼈다던선생님.온몸에겨울과같은독한상처를품었으되당당한나목처럼봄의언어로따뜻하게언제나우리곁에서계시던선생님.당신의마지막이조용하고완벽한‘붕괴’이기를희망하셨던선생님이셨으나,선생님의천성적인겸손을받아들일수없어나는한글자를빼고그것을‘붕(崩)’이라부른다._구효서(소설가)

글에서도삶에서도늘부족하고미흡하기그지없는저를그토록알뜰히챙겨주셨던선생님,당신의신간을제게증정하실적엔서명과함께‘사랑합니다’라는글귀를꼭넣어주셨던선생님,(……)병석의저를대신하여초대된성당에서특강사례비로받아오신봉투를저에게내밀며‘수녀님대신내가간것이니당연히나누어야한다’며유쾌한웃음속에건네주신기억도새롭습니다.
_이해인(수녀,시인)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