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를 읽다 (양장본 Hardcover)

프루스트를 읽다 (양장본 Hardcover)

$15.80
Description
냉철한 지성의 인문학자 프루스트를 이렇게 읽다
망각에서 기억으로, 5년에 걸친 비판적 고찰에서 성찰로의 여정
프랑스 문학과 특히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담론의 장을 마련해왔던, 냉철한 지성의 인문학자 정명환의 『프루스트를 읽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불문학자로서 프루스트의 『잃었던 때를 찾아서』를 통독하지 않았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한 ‘프루스트 읽기와 쓰기’라고 필자 스스로가 소개하는 이 저서는 2016년 초부터 5년여의 세월에 걸쳐 프루스트의 대장정의 세계를 탐사한 혼신을 기울인 독서의 기록이자 시간의 기록으로 180개의 단상으로 꾸며졌다.

필자는 무의지적 기억으로 사라진 시간을 복원시켜 소생과 구원에 가 닿게 되는, 프루스트의 섬세한 심리묘사 등 내밀한 언어세계로 구축된 텍스트에서 인간의 삶 속에 내재된 사랑, 욕망, 질투, 우정, 야망, 기억 등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짚어내며 공감대를 갖는다. 특히 문학과 예술의 본질, 그 기능에 대해서 인문학적 박학의 경험과 비판정신으로 프루스트의 사유의 한계까지 날카롭게 분석하고, 에밀 졸라, 도스토옙스키, 앙드레 말로, 보들레르 등의 많은 작가들을 소환시켜 비교 분석의 장을 넓힘과 동시에 프루스트와 자신의 문학적 지향과 사유방식의 차이점에 대한 소회도 명쾌하게 밝힌다. 또한 이 저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예술론을 다룬 마지막 장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테마로서의 예술론을 강조함과 동시에, 작가의 인생관, 세계관으로 펼쳐지는 요소마다 명주해를 붙여 저자의 과업을 다한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이번 저서는 노학자의 프루스트를 관통한 자기발견이며, 필생의 소명으로 삼았던 문학과 예술, 철학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작은 새’가 되어 프루스트를 넘어서서 더 넓은 세계를 내다볼 수 있게 할 명안내서가 될 것이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저자

정명환

서울대학교명예교수.1929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불문과를졸업했다.서울대학교,한국외국어대학교등에서불문과교수를역임했으며,저서로『한국작가와지성』『졸라와자연주의』『문학을찾아서』『현대의위기와인간』『이성의언어를위하여』『문학을생각하다』『젊은이를위한문학이야기』『인상과편견』외프랑스어로쓴『Entrelitteratureetphilosophie』(2012)가있으며,역서로『20세기의지적모험』『문학이란무엇인가』등이있다.

목차

머리말06
프루스트를읽다15

출판사 서평

과거의재생과반성적성찰

프루스트의소설의중요성은단순히과거의재생에있지않다.현재의입장에서과거를해석하고평가한다는점에있다.필자역시프루스트의텍스트와그텍스트로인해재생된자신의과거를교차시키며자기반성을이어나간다.
필자가유독제일먼저손꼽는것은『잃었던때를찾아서』에서가장많이회자되는마르셀의잠자리에들기전,어머니의키스에대한이야기이다.필자는이이야기에덧대자신의조부모님기일을제사대신에저녁식사전의기도형식으로바꿀것을어머니께권했던마흔살자신의과거를되살려내며‘어머니에게최초의패배로각인될것’이었다는자각과반성을어머니에대한통렬한회한으로공감한다.

나아가이소설을과거의추억의재생만으로읽는것은잘못이다.
소년기의과거로설정된허구로쓰인이야기의디테일에서현재의허구로과거를투영한이중의허구일지언정그허구성때문에소설의의의가삭감되지는않는다.
필자는“소설을읽는뜻은프루스트자신의말마따나실인생에서는장시간걸려아주엷어지는행복이나괴로움을,상상력을통해서응집적으로체험하는데있”(1/152참조)으며,“어찌행복이나괴로움뿐이랴!이소설이큰가치를지니는것은섬세하건거대하건간에삶과세계의모든양상의인식에있어서예술이수행하는역할을극대화시키고있기때문이”(20쪽)라고진단한다.

국외자로서누리는시적즐거움,프루스트의장점이자한계

프루스트는소설곳곳에서귀족들의생활과하층민들의생활을심미적차원에서감상함과동시에그들의이중성과비열함을적시한다.필자는프루스트의이러한태도는그의국외자적시각에서비롯되었으며,그에게실존적연대의식이부재했으며,그것이그의한계라고정의내린다,

계급적격차,사회의문제
“커다란사회적문제가있다.그유리벽이언제까지라도이야릇한짐승들의향연을보호해줄것인지,그리고어둠속에서탐욕스럽게그들을주시하고있던무명의무리들이수족관안으로몰려와그들을잡아서먹어치우지않을지모를일이다.”(4/69)라는프루스트의서술에필자는“이장면을통해서엄청난계급적격차를의식한화자는,그가난한자들이부유층의행태를부러워할뿐아니라,언젠가는안으로쳐들어와서그들을잡아먹으려고하지않을까하는불안을느끼고,그것은큰사회적문제라고말하고있는것이다.그러나프루스트의하층계급에대한태도는,그런막연한불안으로그치는것같다.그에게는동시대의레옹블루아L?onBloy나에밀졸라가보여준바와같은사회주의에대한관심이없었고,또가진자로서의미안한감정이나죄책감에시달린것같지도않다.그러나바로이런한계가있었기때문에,그는사회계급의문제를넘어서서인간에대한날카로운관찰과분석과비판을수행할수있었던것이라고볼수도있다.”(38-39쪽)라고말하며프루스트문학을살피고있다.

상대에대한이기적인소유욕에있어서도저자는거부감을드러낸다.프루스트가그리는사랑은이성애건동성애건간에타자소유의욕심과그욕심에서연유하는책략과질투,괴로움으로이루어져있다.저자는이러한사랑을계략적이고타산적이라고전제한뒤,사랑하는이의안녕과순수성을지켜주기위해자신을희생하는괴테,도스토옙스키,토마스만소설의인물들을그대척점에있는사랑으로예를들고있다.

사랑의집착
연애에있어서상대방의존재보다상대방을소유하려는욕심과집착과의갈등때문에생기는자학적고뇌를프루스트는수술이불가능한‘병’이라고말한다.필자는이에대해“나는오늘이대목을읽다가,불교에서말하는고체라는말이생각났다.집착에묶여있는인생이바로고체이고이고통에서해방되는길은오직자력에의해서집착을멸하는것,그럼으로써도체에이르는것인데,스완은과연그런바람의길을택할수있을것인가?혹은반대로상대를소유하겠다는실현불가능한욕망에스스로차여서파멸하고말것인가?불교적견지에서읽어도재미있다.”며프루스트문학의특징을그려내고있다.

공감과거부그리고결별

저자는프루스트의사유에때로는공감하고때로는거부감을드러내며,최종적으로는결별을선언한다.저자가프루스트에게깊이공감하고감탄하는것은예술의향유특히음악에대한이해와태도,그것을서술한뛰어난묘사력이었다.저자가가장즐겨하는취미는서양고전음악듣기이며,프루스트의표현처럼자신도연주자를‘곡을향해서열린창’으로느끼며음악을들을때공감각을경험한다고털어놓는다.그러나프루스트에게공감보다는거부가더많으니,가장대표적인것이그의편협한문학관이라고한다.

거부하는지성
작가베르고트가프루스트에게‘보아하니당신에게는지적즐거움이있는것같다고칭찬한다.그즐거움을아는모든사람들에게처럼당신에게도중요하겠죠.’라고하자프루스트는반발한다.자신에대한그런말이부합되지못함을얼마나느껴왔는지를생각하며자신이일상생활에서열망하는것이순전히물질적이었음을,얼마나쉽사리지성이라는것을무시할수있었는지를느끼고있었기때문이다.
이에대해필자는“여기에서화자가거부하는지성intelligence이란무엇인가?그것은현상과사물에서얻은체험과인상을정리하여,객관적입장에서그의미와본질을밝히려는정신적작용이다.한데,화자는그런작업에는관심이없고,‘순전히물질적인것’만을,즉일상생활에서향유할수있는즐거움만을추구했다고말하고있다.(……)그렇다면프루스트는지성이라는것을끝끝내송두리째무시하고배척한것인가?결코그렇지않다.지성은프루스트에게서가장중요한정신적기능의하나이다.(……)지성은감성적체험의후에작동해야한다는것이그의주장이었고,내생각에도이주장은지당하다.그렇지않고지성을앞세운다면,그것은해골을이리저리만지면서이것이인체의가장중요한부분이라고내뱉는것과같을것이다.”(33-34쪽)라며공감을표한다.
그러나”오직개인적,주관적체험만이중요하다.”(380쪽)는프루스트의문학관에게거부감을드러내며,자신의내면보다바깥을향해열려있는것이문학이며,행동하는인간의현실을포착하여그실존적드라마를제시한도스토옙스키,거칠지만넓은시야로삶과죽음의변증법에주목한에밀졸라의소설들을대비시키며프루스트문학관의편협함을지적한다.
필자는급기야‘우정이라는것은겉치레에지나지않는다’는텍스트에서결별을선언하기에이른다.친구란쓸데없는잡담으로예술창조에바쳐야할아까운시간을낭비하게하는백해무익한자에지나지않는다는프루스트의서술에,필자는앙드레말로의소설『인간조건』을비교분석하며프루스트의사전에는연대의식,공감,너그러움,역지사지,공생과같은단어는존재하지않는다고일침을가한다.

프루스트읽기의재미
“내가프루스트읽기에서재미를느끼는이유의하나는,나자신의과거의체험을상기하게되기때문이다.지금우정에관한이구절을읽으면서도머리에떠오른것은대조적으로생텍쥐페리와앙드레말로의글이다.이들에비하면프루스트는진실한우정을모르는외롭고자기중심적인인간으로보인다.왜냐하면그두행동주의자에게있어서우정이란어떤공통적목표의추구라는매개가있어야성립하는것인데,프루스트에게는그런목표가없기때문이다.(……)폭풍우속에서취약한비행기를몰고간다거나(생텍쥐페리),혁명의대의를위해서투쟁하는경우(앙드레말로)에는,‘나’의존재는동지의존재와혼연일체가되어야하고,진실한우정은이렇듯운명공동체로서자신을넘어서는중에맺어진다.”(41-42쪽)

미덕과단점과사랑
“이세상에서가장널리퍼져있는것은아마도양식이아니라선의이리라.(…)그러나단점들의다양성또한미덕들의유사성못지않게찬탄할만하다.가장완벽한사람도,다른사람들에게충격을주거나그들을격노케하는특유의단점을가지고있다.”는프루스트의견해에필자는“양식은이세상에서가장널리공유되고있는것이라는데카르트의말을비틀어서,선의의보편성을지적한것을보면,프루스트는분명비관주의자는아니다.그러나이글에서결국중요한것은물론그런점에있는것이아니다.그는모든사람이가지고있는가지가지의결점에도불구하고사랑할수있다는뜻의견해를피력하고있다.그점에서도스토옙스키의〈백치〉에나오는무쉬킨과는다르다.무쉬키의인간사랑은결점조차인용하는무조건적인것이지만,프루스트의경우에는그것은상대방의결점을알면서도애써눈감아주려고할때에만성립할수있는것이다.”(43-44쪽)라고정의한다.

이저작의백미,프루스트의예술론

5년여에걸친방대한독서기록의마지막은프루스트의예술론에할애되고있다.대서사시를읽어내려가며프루스트에투영해필자역시자신의예술론을정리하고있다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
“진정한예술의위대성은,(……)진실된현실을찾아내고,그것을포착하고,그것을우리들에게알리는데있다.우리는보통이현실로부터유리된채로살아간다.그대신판에박힌지식이더두텁고더단단해지면그럴수록우리는더욱그현실로부터멀어져간다.그래서우리는판에박힌지식이차츰두께와둔감을더해감에따라서더욱더그현실로부터멀어져가고있기때문에,우리는다름아니라바로우리의인생인그현실을모르는채로죽어갈우려가크다.진실한인생,마침내발견되고밝혀진인생,따라서진정으로살았다고말할수있는유일한인생,그것이문학이다.이인생은어떤의미에서는,매순간예술가의속에서와모든인간의속에서도깃들어있다.모든사람의속에서와마찬가지로깃들어있다.한데사람들에게는이인생이보이지않는다.그것을밝히려고노력하지않기때문이다.그리하여그들의과거에는무수한음화가소용없이가득쌓여있는데,지성이그것을‘현상(現像)’하지않았기때문이다”(384쪽)
프루스트미학에서매우중요한이구절을인용하며필자는“프루스트는그곳에서자기인식에있어서지성(추상적지식)이무력하다는것과아울러습관의상실이생활의기반을뒤집어엎는무서운결과를가져온다는것을지적”하고있으며,“훌륭한예술가들의서로다른세계를대할수있는공중은참으로행복한사람들이라는뜻의발언은지당한것이다.그럼으로써우리는자신의견해나주장이라는얄팍한껍질을뚫고나와가지가지의다른체험을할수있으며,세계와인생에관해서그만큼더풍부한인식과이해를향유할수있기때문이다.이것은예술작품의가장기본적인의의”이며,“문체에관한그의견해역시전폭적으로받아들일만하다.문체가단순한기교가아니라,비전(인생관과세계관)의표현이라는명제를뚜렷하게피력한것이다.이명제는레오슈피처의그유명한『문체의연구』로더욱풍부하고깊은성찰로발전하고오늘날에는상식이되어있을정도이다.그렇다면우리는‘문체는인간이다’라는흔한표현도이와유사한뜻이라고할수있을까?그렇지는않다.우선그말의원조인18세기의뷔퐁Buffon의‘문체는인간자신이다Lestyleestl’hommem?me’라는주장의본뜻에대해서잠깐살펴보자.박물학자인뷔퐁은과학은일진월보하는것이며따라서과학에관한글이당대에는아무리타당했다하더라도,세월이지나면그내용은시효를상실하고그글을쓴과학자의명성도잊힐것이라는온당한인식을피력한다.”(387-388쪽)고정리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