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지니 윤선 (양공주, 민족의 딸, 국가 폭력 피해자를 넘어서)

영미 지니 윤선 (양공주, 민족의 딸, 국가 폭력 피해자를 넘어서)

$18.00
Description
양공주·민족의 딸·국가 폭력 피해자 등 그간 어떤 대명사로만 불리던 ‘기지촌 여성’의 생애와 희로애락, 현재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는 책. 《영미 지니 윤선》은 기지촌 여성이라는 역사적 존재를 과거에만 사로잡혀 있는 모습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그들의 목소리를 피해자의 절절한 호소로만 조명하지 않는다. 대화·침묵·몸짓·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극본 형식의 본문과 QR 코드로 연결된 영상을 통해, 피해 중심으로 다듬어진 기록들이 놓친 기지촌 여성의 경험과 감정과 생각을 비춘다. 그리하여 이들이 피해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평가할 수 있고 옳은 말도 그른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꾸려 나가고 있음을 역설한다. 많은 윤문을 거쳐 정돈되기 마련인 일반 구술집과 달리 무수히 중단되고 굴절되는 영미·지니·윤선의 입말을 따라가며, 독자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기지촌 여성을 우리와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엄한 개인이자 시민으로 재인식하게 된다.
저자

이경빈

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인류학을전공하며실향민공동체에관한석사학위논문을쓰고있다.2015년가을부터기지촌여성들을만났다.기지촌여성에대한법적재현의의미를주제로논문을썼고,기지촌여성과해외혼혈입양인의관계를냉전과친족이론을통해보는연구를했다.계속해서정치인류학,역사인류학을공부하고재현과민족지이론에관해고민하고자한다.

목차

머리말
이모들의의견을듣기전에

영미의의견
2017년4월2일
2017년4월16일
2017년5월7일
2017년5월14일
2017년6월4일
〈울긴왜울어〉

지니의의견
〈데뷔〉

윤선의의견
자꾸만말하는것
말하기싫은것
도움받기
문이세개
〈마누라없이는살아도장화없이는못사는데〉

해제이모들의방_이나라(이미지문화연구자)

출판사 서평

이책은우리가알던기지촌여성이란것이얼마나고정되고허구적인것인지를깨닫게하는죽비소리다.양공주,성매매여성,국가폭력의피해자,노인여성,그리고개성을가진존엄한인간이라는다면성(多面性)의어느하나도구석에밀쳐놓지않는다._양현아(서울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교수)

역사에박제된자의호소가아니라사랑과이별,고통과자유가스민살아있는개인의육성이생생하게되살아난다._임민욱(설치미술가,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

양공주,민족의딸,국가폭력피해자를넘어서

2020년5월,일본군‘위안부’피해자이자여성인권운동가이용수씨는30년간참석해왔던수요집회불참을선언한다.일본군‘위안부’운동의방식에대한문제제기,무엇보다운동을함께해온단체가피해자들을이용했다는판단에따른공적고발이었다.한국사회는발칵뒤집어졌다.운동의존폐가거론될정도였다.일각에서는이용수씨의폭로가지금까지쌓아온운동의성과를퇴색시킬수있다는우려가팽배했다.요컨대피해당사자이자시민이다른방식의일본군‘위안부’운동이필요하다는의견을냈으나,그내용을자세히들여다보기보다이러한목소리가외부에어떻게보일지부터의식하는정파적사고에기인한반응을보인것이다.피해자는주로피해자로서의경험과요구에대해서만발언하는프레임에익숙한한국사회의민낯이었다.
비슷한현상은‘미군위안부’로불리는‘기지촌여성’에게도반복되고있다.해방이후주한미군을대상으로조성된기지촌에서성매매를했던이여성들은국가가주도한성매매산업의일원이자피해자였다.미군과의우호를위해,외화벌이를위해기지촌여성들이필요했던정부는이들을조직적으로통제-관리하며‘산업역군’으로치켜세웠다.그러나대부분의한국인들은기지촌여성들을‘양공주’‘민족의수치’라부르며차별하고멸시했다.이런사회분위기속에서반미운동진영이미군병사에게살해된기지촌여성윤금이씨에게선사한‘민족의딸’이라는이름은‘듣기좋은왜곡’일뿐이었다.
사회의입맛대로재단되던기지촌여성은이후정부의조직적인‘관리’과정에서인권을침해당한국가폭력의‘피해자’로인정받게된다.2014년전직기지촌여성122명이국가를상대로제기한손해배상소송에서,법원이국가의폭력적성병관리와강제격리수용치료로인해입은손해를일부원고들에게배상하고국가가기지촌내성매매를정당화하고조장했다는사실을인정하는판결을내린것이다.다만그과정에서이루어진당사자의증언은강제성을강조하고‘피해자다운’모습을명확히드러내는데편중되었다.이는물론피해자의말을의심하거나비난하고그가입은피해를부정하려는시도에맞서려는노력의일환이었으나,거꾸로피해자가자신의목소리를마음껏내지못하는결과로이어지곤했다.진실성이나정치적올바름에대한의혹이제기될수록비난여론이형성되다보니,이른바‘위험한’말들의공개를꺼리게된것이다.

그들을전부이해할수없다는걸인정하자,
다른것들이들렸다

‘피해자다움’이라는환상을부수는
날것의목소리를듣는법에관하여

그러한상황에대한문제의식에서시작된이책은기지촌여성인영미,지니,윤선을피해경험에만사로잡혀있는존재로재현하지않는다.그들의목소리를피해자의절절한호소로만조명하지않는다.‘피해자다움’에부합하지않는기억도,심지어이를부정하는말도숨기지않는다.기지촌경험에대한증언을곧바로듣기란어렵다.영미의관심사는사이가좋지않은이웃집여자,자신이키우는개두마리,동네길고양이,종편채널의‘북한것들’소식뿐이다.지니의기지촌경험을들으려면그의어린시절,가족,지금의동거인이야기를빙둘러거쳐가야만한다.윤선은어린시절계모에게학대당한경험을반복적으로이야기하면서도,기지촌생활에대한회고는끊임없이회피한다.
하지만이들의일상생활,주변이웃과의에피소드,가족에대한회상,정치관,욕설,혐오발언은미군,포주,임신중절,감시,폭행등기지촌에서의경험과관계맺고있다.따라서파편적인이야기들,그속의무수한중단과굴절의순간을건너는과정은“‘평택기지촌여성’이라는역사적이고사회적인존재들을구체적으로감각”(이나라,해제〈이모들의방〉중)하는일과같다.독자는그저관찰자에머무는것이아니라,이야기를따라가며함께같은것을경험함으로써‘기지촌여성’을피해자만이아닌개성을가진존엄한인간으로재인식하게된다.
세기지촌여성은독자에게사회가기대하고요구해온‘피해자다움’이얼마나공허한것인지를생생한표현으로알린다.예컨대한국남자가무섭다고,여자패면“미국식으로”잡아넣어버려야한다는영미의말은‘미군폭력의피해자’라는말을들었을때우리의머릿속에떠오르는평면적상상과얼마나먼가.‘진정한’피해자를가려내기위해피해를호소한당사자를취조하듯다루며사소한오류만으로도2차가해를하는지금,‘피해자다움’이라는환상을부수는이책은피해자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동시에그를의견을가진한명의시민으로마주하는법을고민해보는계기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