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커터 :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는 자들

프로보커터 :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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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치적 관종들의 반(反)정치주의
“나도 다 때려치우고 유튜버나 할까?” 평범한 학생도 잘나가는 연예인도 곧잘 중얼거리는 이 국민 유행어는 관심과 주목이 돈이 되는 세상을 대변한다. 이제 상품 시장의 성패는 ‘품질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큰 관심을 끄는지를 다투는 ‘주목 경쟁’에 달려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는 소박한 성공보다 ‘거대한 폭망’이 이목을 끈다. 관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도발과 막말로 ‘선을 넘는’ 행위도 얼마든지 용인되며 심지어 권장된다. 나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전통적 ‘인정 투쟁’ 대신, 서로에 대한 관심도를 키재기 하는 ‘주목 투쟁’이 벌어진다. 이른바 주목경제의 시대, 그리고 그곳에서 사즉생의 주목 경쟁에 임하는 관종들의 시대다.

지식 산업과 공론장의 풍경도 비슷하다. 논리정연하고 차근차근한 설명보다는 과장된 몸짓과 날것의 언어로 모든 사안을 엔터테인먼트화하는 ‘관종’ 콘텐츠가 뜬다. 이슈를 사회구조적으로 꼼꼼하게 살피는 대신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특정 개인이나 조직에게 돌리고 그들에게 분노와 막말을 퍼붓는 ‘사이다’가 대세다. 요컨대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고, ‘지적 자극’보다 ‘정서적 자극’으로 선동하는 시사교양 콘텐츠 생산자가 ‘공론장의 아이돌’로 군림한다. 이렇듯 도발적 퍼포먼스로 주목을 획득하고, 그런 주목 자본을 밑천 삼아 여론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관종’이 바로 ‘프로보커터다.

이 책은 주목경제 시대의 문화·정치·경제적 변동 양상에 대한 짤막한 보고서다. 동시에 온갖 선동과 음모론으로 공론장을 오염시키는 한국의 프로보커터들에 대한 실명비판이다. 프로보커터가 일반적 관종보다 더 고약한 것은, 이들이 받는 주목이 돈뿐만 아니라 담론장의 권력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프로보커터의 피아 식별은 그들의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거나, 심지어 어긋난다. 사이다의 탄산을 걷어낸 그들의 해법이란 대개 근거가 앙상한 음모론이거나 진영 논리식 ‘내로남불’이다. 이렇듯 대의와 관계없이 오로지 대중의 주목을 척도로 한 도발과 결집은 공동체의 정치 혐오와 정치의 가능성에 대한 냉소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이 책은 주목경제 시대 프로보커터의 멘털리티, 다시 말해 ‘정치적 관종들의 반(反)정치주의’에 대한 탄핵이기도 하다.
저자

김내훈

1992년생.작곡을공부하다가재능이없음을깨닫고그만뒀다.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에입학해영화이론을전공했다.다큐멘터리와영화를통해세상사에관심을두기시작했다.영상·문화·사회·정치·철학을두루배우고익힐방법을궁리하다가연세대학교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입학,박사과정에재학중이다.좌파포퓰리즘에대한관심을바탕으로정치유튜브,밈과커뮤니케이션,인터넷에서의위악과트롤링문화등을흥미롭게관찰하고있다.『프로보커터:그들을도발해우리를결집하는자들』(2021)을썼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아모스이의삶과죽음
-자유와저항의아이콘에서페도파일의대변인으로

1.관심이돈이될때
-경쟁의정치경제학


2.선을넘는녀석들
-위반의문화정치


3.대신생각해드립니다
-사유의외주화


4.슬픈개구리페페가가른그들과우리
-밈과정치적인것

5.도발과음모론과어그로의이름으로
-프로보커터의탄생

6.진중권
-프로보커터들의프로보커터

7.서민
-게으른,혹은무능한프로보커터


8.김어준
-‘공정한편파’가감춘정치종족주의

9.우파번들
-태극기코인과반페미코인의혼종

10.원조를찾아서
-트럼프시대를수놓은오피니언셀럽들


에필로그:진중권이후의진중권저널리즘
-진영논리와도덕적헤게모니

·주

출판사 서평

주목이가치를규정하는‘관종의시대’
프로보커터는어떻게세상을어지럽히는가


-provoke:1.(특정한)반응을유발하다
2.화나게[짜증나게]하다,도발하다

“어려운이야기보다단순한이야기가눈에더잘띈다.점잖은표현보다욕설섞인막말이더큰주목을받는다.주목자체가돈이되고,소셜미디어를통해사유와감정을외주화하는사람이늘어간다.언론매체들은소셜미디어에형성된에코체임버에서기삿감을찾다못해스스로소셜미디어를모방하려든다.이러한시대에기민하게반응해경제적이득뿐만아니라사회적영향력까지얻으려하는사람들이출현하고있다.바로이들이이책에서비판적으로다루고자하는‘프로보커터(Provocateur)’다.프로보커터는도발(provoke)하는사람이라는뜻으로,인터넷등지에서글이나영상으로특정인이나집단을도발하여조회수를끌어올리고,그렇게확보한세간의주목을밑천삼아사회에영향력을행사하는사람을가리킨다.”(본문79쪽)


정치적관종들의
반(反)정치주의

“나도다때려치우고유튜버나할까?”평범한학생도잘나가는연예인도곧잘중얼거리는이국민유행어는관심과주목이돈이되는세상을대변한다.이제상품시장의성패는‘품질경쟁’이아니라누가더큰관심을끄는지를다투는‘주목경쟁’에달려있다.콘텐츠시장에서는소박한성공보다‘거대한폭망’이이목을끈다.관심을사기위해서라면도발과막말로‘선을넘는’행위도얼마든지용인되며심지어권장된다.나의가치를인정받으려는전통적‘인정투쟁’대신,서로에대한관심도를키재기하는‘주목투쟁’이벌어진다.이른바주목경제의시대,그리고그곳에서사즉생의주목경쟁에임하는관종들의시대다.

지식산업과공론장의풍경도비슷하다.논리정연하고차근차근한설명보다는과장된몸짓과날것의언어로모든사안을엔터테인먼트화하는‘관종’콘텐츠가뜬다.이슈를사회구조적으로꼼꼼하게살피는대신사태의원인과책임을특정개인이나조직에게돌리고그들에게분노와막말을퍼붓는‘사이다’가대세다.요컨대그들을도발해우리를결집하고,‘지적자극’보다‘정서적자극’으로선동하는시사교양콘텐츠생산자가‘공론장의아이돌’로군림한다.이렇듯도발적퍼포먼스로주목을획득하고,그런주목자본을밑천삼아여론시장에서영향력을행사하는‘정치적관종’이바로‘프로보커터다.

이책은주목경제시대의문화·정치·경제적변동양상에대한짤막한보고서다.동시에온갖선동과음모론으로공론장을오염시키는한국의프로보커터들에대한실명비판이다.프로보커터가일반적관종보다더고약한것은,이들이받는주목이돈뿐만아니라담론장의권력으로환원되기때문이다.프로보커터의피아식별은그들의정치적신념과무관하거나,심지어어긋난다.사이다의탄산을걷어낸그들의해법이란대개근거가앙상한음모론이거나진영논리식‘내로남불’이다.이렇듯대의와관계없이오로지대중의주목을척도로한도발과결집은공동체의정치혐오와정치의가능성에대한냉소로이어진다.그리하여이책은주목경제시대프로보커터의멘털리티,다시말해‘정치적관종들의반(反)정치주의’에대한탄핵이기도하다.

정치불신사회와
주목경제시대의화학반응

《프로보커터》의전반부는주목이가치를규정하는주목경제시대를관찰하고분석한다.‘일단눈에띄는것’이지선인오늘날에는소비자와관련된모든데이터가환금성을띤다.기업이확보에사활을거는데이터의상당수는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등소셜미디어가제공한다.얼핏공짜로보이는소셜미디어에서이용자들은사실끊임없이데이터를생산하는무임금·자유노동자(FreeLabor)로기능하고있는셈이다.한편소셜미디어에서‘좋아요’와‘팔로우’를얻기위한주목경쟁은공들여콘텐츠의완성도를높이는대신표현의금도와공동체의상규를손쉽게위반하는‘선넘기’의유행으로이어진다.저자는20세기내내‘통념과금기에저항하는좌파’의문화전략이었던‘선넘기’가오늘날대중의오락거리가되면서마케팅수단으로,나아가정치적반대편에자리한극우진영의선전도구로전락하고있음을지적한다.

본인의입장과일치하는콘텐츠에는‘좋아요’를,조금이라도거슬리는콘텐츠에는‘싫어요’를누른다.이에따라소셜미디어는점차이용자의성향에부합하는게시물만노출한다.비슷한성향끼리반복되는상호작용은자신들만의사회를만들어내고(필터버블),이를강화한다(에코체임버).자연스럽게그들과우리가분리된다.때마침모든걸외주화하는바쁜세상에서시사교양이슈를선별하고해석하며,심지어대신분노까지해주는‘생각과감정의대행업자’가출현한다.사람들은입맛에맞는업자가대행하는사유에개인의자아와세계관을의탁하기시작한다.

이렇듯데이터가환금성을갖고,‘선넘기’가주목의수단이되며,사유의외주화가유행하는시대가‘정치불신’과의화학반응을일으키며출현하는존재가바로프로보커터다.전통적으로정치에대한신뢰가깨진사회에서는명쾌한입장,또렷한전선,절대악을상정한선동과도발이호소력을얻는다.그곳에서‘그들’에대항하는‘우리’를결집하고,결집된‘우리’에게현란한화술과역동적몸짓으로영향력을행사하는이들을‘포퓰리스트’라고일컫는다.반면프로보커터는신념이나대의는간데없이포퓰리스트의화려한퍼포먼스만차용한존재다.이들은도발과음모론과어그로의이름으로,대중의주목과정치적영향력을위해서라면어떤막말과추태도불사한다.저자는후반부다섯개장을할애해한국의대표적프로보커터들(진중권·김어준등)을집중분석하고,흔히‘우파유튜버’로통칭되는극우프로보커터들과미국의사례를묶어소개한다.

프로보커터는
어떻게세상을어지럽히는가

“진중권은대체왜저러는걸까?”“우리편이갑자기왜?”2019년이후진중권의어지러운행보,특히문재인정부를향한막말공세를이해할길없는사람들이많다.이에저자는20년전안티조선운동에서부터최근까지논객진중권의여정을복기하며,그가원래그런(‘모두까는’)사람이었다는결론과함께,그보다는“왜저렇게까지악에받쳤을까?”를탐구해볼것을제안한다.저자에따르면진중권은‘상대를도발하는퍼포먼스’로‘네임드’가된인물이다.그의전략은이렇다.①‘싸가지없는’발언으로상대를도발한다.②이에격동한상대를‘적’으로설정한다.③적의적은나의친구,자연스럽게‘우리편’추종자를확보한다.요컨대진중권은프로보커터의성장단계를그대로밟아서한국에서가장유명한논객이된셈이다.이책에서그를‘프로보커터들의프로보커터’로명명한까닭이기도하다.

저자는현정부에대한진중권의도발과막말을앞다투어인용보도하는보수언론의행태,즉‘진중권저널리즘’에도새로운진단을내린다.정치적영향력을누리고픈프로보커터와그를차도(借刀)삼아상대진영을공격하려는정파적언론의공생관계라는것이다.나아가진중권이윤서인·성제준등함량미달의극우유튜버들을‘봐줄만한우파’로추천하고함께어울리는데이어,현정부를향해근거없는음모론까지동원하는가하면,근래각종토론에서여유와기개를잃고악에받친듯한태도를보이는것을모두‘프로보커터의말기적증상’으로규정한다.진보적지식인으로서의상징자산이고갈되면서날로떨어져가는주목을되살리기위한몸부림인셈이다.저자는이를감지한보수언론에서도포스트진중권저널리즘,즉진중권이후의진중권을찾기위한움직임이시작되었다고전망한다.

‘기생충박사’서민역시2019년이후전형적프로보커터의행보를걷고있는인물이다.그는특히문재인정부의지지층에대한도발과공격을일삼는,이른바‘문빠저격수’로활약하고있다.저자는그러나유쾌한비틀기와패러디로주목받은풍자형논객이었던서민이‘게으르거나무능한프로보커터’로전락했다고비판한다.무능과게으름의요지는‘문빠’라는타깃설정에있다.‘문빠’와‘대깨문’은문재인지지자들스스로만들어낸표현이기에서민의줄기찬문빠타령은상대에게아무런타격을입히지못한다는것이다.나아가저자는‘문빠’‘친문’이라는용어의사회적기원을소개하며서민이뚜렷한실체가없는적을만들어‘섀도복싱’을하고있다고꼬집는다.

김어준은저잣거리의언어와말투,‘무학의통찰’과‘공정한편파’로포장된음모론자-예언가형프로보커터다.동시에한국사회에서가장영향력있는‘언론인’가운데하나이자민주당진영의최대스피커로행세하는,‘가장성공한프로보커터’이기도하다.이책에서김어준을분석하는키워드는‘정치종족주의(tribalism)’다.그에따르면《딴지일보》에서시작해〈나꼼수〉와〈김어준의뉴스공장〉을거쳐〈다스뵈이다〉에이르는20년간,김어준은민주당진영의최대결집만을유인하는‘정치종족주의’를견지해왔다.저자는공공의적을설정하고그에맞선단일전선(정권교체,이명박구속등)아래우리편을결집해내는능력이오늘의김어준을만들었지만,한편으로상대진영과중도층을극도로배제하는김어준-정치종족주의식선거운동이2012년총선과대선에서의패배를초래했다고분석한다.따라서이러한학습효과가민주당과김어준의거리를계속벌릴것이라고전망한다.

1개장에서묶어소개되는우파프로보커터로는가로세로연구소(강용석)·차명진·윤서인·여명숙·유승준등이있다.각각제도권에서퇴출된정치낭인들,주목과관심을위해무슨짓이든벌이는사이버렉카,한줌의내편을위해태극기부대로전향한연예인등이다.저자는이들을‘조잡한프로보커터’라고평가절하하면서도근래우파프로보커터의급증세를단단히경계한다.그러면서정치적올바름(PC)을신줏단지로모실뿐,경제불황과취업·주거·의료등주요사회문제에서지리멸렬했던미국민주당이트럼프로대표되는극우프로보커터에패배한2016년대선을소개한다.그에따르면2020년조바이든의대선승리역시민주당이잘해서이긴선거가아니다.오히려바이든의성추문에‘그래도트럼프보다는낫다’는진영논리로일관하는등리버럴진영이그들의신념을배반해가면서얻어낸불길한승리였다.저자는이런흐름을미국정치의복선이자,한국정치의반면교사로간주한다.때마침한국의진보·리버럴진영정치인들의성추문이터져나오고있다.더욱더드세질극우프로보커터의공세에,저자는진영논리가아니라진보·리버럴이지켜온도덕적헤게모니를사수하자고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