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사는 세계 (책, 책이 잠든 공간들에 대하여)

책이 사는 세계 (책, 책이 잠든 공간들에 대하여)

$18.00
Description
책이 우리 세계에 처음 발 딛는 장소,
책이 거하며,
책이 잠드는 장소에 대한 시론

《연필》 저자이자, 세계적인 공학자이자, 사물들의 철학자, ‘작게 쓰기’의 대가
헨리 페트로스키

“만약 ‘신은 아주 사소한 것에 거한다’면, 신을 찾는 이들은 페트로스키의 책을 읽어야 한다.”
_《라이브러리 저널》

두루마리 텍스트를 담아두던 상자에서부터
책을 사슬로 묶던 시기를 지나 현대의 책장에 이르기까지___________
왜 책꽂이 선반은 수평으로 놓여 있으며, 왜 책들은 그 위에 수직으로 서 있는 걸까?
저자

헨리페트로스키

HenryPetroski
세계적인공학자로,일상속사물들의역사와공학적의미,디자인의유래를치밀하게추적한책을여러권썼다.1942년뉴욕브루클린에서태어나1963년맨해튼칼리지를졸업하고1968년일리노이대에서이론및응용역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텍사스대,아르곤국립연구소를거쳐1980년부터듀크대토목공학과석좌교수및역사학과교수로있다.과학전문지《아메리칸사이언티스트》를비롯해《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등다양한매체에공학에관한글을기고했으며,주요학술지에70편이상의논문을발표했다.이렇듯공학에관한다양한업적을인정받아1991년미국기계학회에서랄프코츠로메달을,2006년웨스턴공학협회에서워싱턴상을받았다.저서로《연필》,《공학을생각한다》,《포크는왜네갈퀴를달게되었나》,《실패한디자인은없다》,《디자인이만든세상》등이있다.

목차

1장보이지않는책꽂이
2장두루마리에서코덱스로
3장궤,회랑,열람실
4장사슬에묶인책
5장더완벽한책장
6장책등을어떻게읽어야할까
7장빛이냐,책을꽂을공간이냐
8장완벽하게장정된책이서점에진열되다
9장서고를지탱하는것들
10장책들의묘지
11장장서의과거와미래
부록:책을배열하는온갖방법

책을옮기고나서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인간은책보다오래사는구조물을짓지못한다.”
19세기시인유진피치웨어의말이다.책을담는그릇이언제나책자체보다작아지고만다는문제에관한한이말은200여년이지난지금까지도여전히유효하다.책은주변공간을빨아들이는블랙홀과도같아서,한번책이쌓이기시작하면돌이킬길이없다.책장은책들로꽉차다못해책등을읽을수도없을만큼빽빽한숲을이룰것이며,책장에서흘러넘친책들이바닥에까지수북이쌓이게될것이다.사태가이쯤에이르면새책장이필요해지지만이새로운빈공간은잠시뿐이다.새책들이꽂히기시작하면순식간에꽉차버린다.책장선반은서서히휘어지기시작한다.견딜수있는하중이크지않은조립식책장은선반지지대가부러지거나선반이무너지는일이벌어지기도한다.서점에서야팔리지않는책을애초에들여놓지않거나반품함으로써공간을유지하지만,책을갖다버릴수도없는도서관에서는서고를확장해야한다는강박에시달리기일쑤다(물론쉽지않은일이다).하여아무리단단한책장이라한들,아무리넓은서고라한들,이들은책보다오래살지못한다.새책장을들여놓는속도보다새책을들여놓는속도가훨씬빠르기때문이다.
이렇게책이빽빽한책장들로둘러싸인공간에들어설때,우리가가장먼저보는것은책이다.아니,정확히말하자면우리가보는것은책뿐이다.심지어책장이비어있더라도그렇다.텅빈책장앞에서우리가보는것은수평을이룬선반들이아니라거기부재하는책이다.책장에서비어있는칸은어서메꾸어야할구멍일뿐,책장자체로서드러나지않는다.책꽂이는그목적상그렇게규정된물건이기때문이다.책이놓이지않은평평한나무판을책꽂이라하지않듯(그릇이놓이면그릇선반이,화병이놓이면장식선반이될것이다)책꽂이이야기는거기에책이어떻게놓이게되었는가하는이야기와더불어오로지맥락안에서만,그용도에의해서만의미를지니게되는사물의이야기다.그렇다.결국평범한선반을책꽂이로만드는것은책이다.책이놓이기전에선반은단지선반일뿐이어서,책꽂이이야기는책이야기로부터시작할수밖에없다.
그렇지만정확히말하자면우리는책꽂이없는책을보지도않는다.물론책은책꽂이없이도존재할수있다.바닥에쌓아둘수도,상자에담아다락한구석에치워놓을수도있다.이쯤되면책이아니라짐에가깝겠지만어쨌든존재할수는있다.하지만바닥에서부터천장까지아무리튼튼한책탑을쌓는다한들,이렇게쌓은탑에는중대한문제가하나있다.맨밑바닥에깔린책을꺼낼때는어떻게해야할까?탑을해체한다음처음부터다시쌓아야할까?낮은탑을여러개쌓는다면어떨까?그런데,그렇다면,책등에적힌책제목을어떻게읽어야할까?일일이허리를굽혀가면서확인해야할까?이런질문을던진후에야우리는책꽂이의존재를인식하게된다.벽에달린수평선반같은아주단순한형태에서부터책이존재하는곳어디서나볼수있는5단책장같은보편적인형태에이르기까지,책에가려보이지않았거나볼생각도않았던부분을그제야비로소인식하게되는것이다.
거의모든경우에책꽂이는눈에띄지않는다.많은사람이모여사진을찍을때뒷줄에선이들이밟고올라선계단처럼,거기있지만없는것이다.책꽂이는책을진열하기위한보조적수단혹은책을전시하기위한액자틀같은것이지서재,서점,도서관등에핵심적인요소로여겨지지도않는다.서재에서든도서관에서든더많은책을더효율적으로보관할방법을찾는분투속에서책꽂이의형태가바뀌고,책꽂이가놓이는방식이바뀌고,그리하여책의형태까지도바뀌게된역사는(책꽂이자신과마찬가지로)분명히존재했지만한번도존재한적없는것처럼희미해졌다.
《책이사는세계》는바로이책꽂이가거쳐온역사를다룬다.우리는오늘날책꽂이에책을꽂는방식,즉책등이책등바깥을향하도록해서수직으로꽂는방식에너무나익숙한나머지책을다른방식으로꽂을수있으리라고상상하는일조차드물지만,책은아주오랫동안두루마리형태로누워잠들었으며,긴세월사슬에묶여지냈다.지금은서점에서나볼수있을법한풍경이지만선반위에표지가보이도록진열되기도했으며,책등이책장안쪽을향해꽂히기도했다.책등이책장바깥을향하도록꽂히게된다음에야책은등에제이름과자신을집필한이의이름을적게됐고,일정한크기와길이로장정하게됐다.우리가지금처럼책을색깔이나길이에맞춰,혹은다른어떤기준에맞춰책장에아름답게꽂아둘수있는것은책자체의변화때문이기도하지만근본적으로책꽂이의변화위에서이루어진일이다.이렇게말할수있겠다.책꽂이는책을보관할필요에따라만들어진것이지만동시에책꽂이는책의형식을,우리가책을바라보는방식을만들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