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걸음마 :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SF소설 네 편 -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15

인어의 걸음마 :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SF소설 네 편 -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15

$11.90
Description
“‘걸음마’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는 부분은 옳지만,
그 세계는 ‘수면’ 위에 존재하진 않아. 이곳에 있지.”

이종산 × 이유리 × 전삼혜 × 이서영
장애의 경계를 유영하는 SF소설 네 편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시리즈가 열다섯 번째로 《인어의 걸음마》를 내놓는다. 네 편의 SF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은 한 가지 의문에서부터 출발했다. 학교에서나 전통적인 청소년문학에서나 금기시됐던 내용들이 차츰 책 속으로 들어오는 가운데서도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이들은 왜 보이지 않거나 볼 수 없는 걸까? 혹여 볼 수 있다 해도 그들은 많은 경우 장애로 인한 고통을 짊어진 채 읽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존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장애를 넓은 의미에서 개인의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고통과, 그 고통을 둘러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문제로 정의할 때 “우리는 무엇을 ‘장애’라고 부르는가. 어떤 것이 ‘장애’가 되고 어떤 것이 ‘정상’이 되는가. 그 희미한 경계선은 어디에 위치하는가”(이서영, 작가의 말)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소설들은 (우리가 SF 하면 흔히 떠올리곤 하는) 우주로 향하지 않는다. 다만 가깝거나 먼 미래로 옮겨 가서도 2020년대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세계에 머문다. SF적인 세계관은 시공간적인 배경이 아닌, 질문을 통해 구현된다. 미래에 장애는 무엇이 될까? 우리가 아는 장애의 기준이 바뀐다면 그건 어떤 부분에서일까? 《인어의 걸음마》는 이 질문에 대한 네 작가의 대답이다.

저자

이종산,이유리,전삼혜,이서영

소설가.1988년서울에서태어났다.관만드는여자와드라큘라가동물원에서연애하는이야기『코끼리는안녕』으로제1회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수상했다.2014년에두번째장편소설『게으른삶』,2019년에세번째장편소설『커스터머』,2021년『머드』를출간했다.에세이로는식물과교감하며우울을통과한시간을담은『식물을기르기엔난너무게을러』가있고,현재연애소설과장르문학을주제로한...

목차

이종산·생일축하해!
이유리·인어의걸음마
전삼혜·고래고래통신
이서영·데자뷔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이글은어쩌면책소개이기보다는편집후기에가까울것같다.
이책을처음기획할때,정확히는‘장애’를주제로하는건어떨까하는생각을떠올렸을때,나는동시에어린시절을떠올리고있었다.내가다녔던초등학교는한학년에두학급뿐이었고,한학급에속한학생수는40명을넘지않았다.가나다순이었던출석부에서ㅊ으로시작하는내가늘35번언저리였으니까.당시학급당평균학생수를따져보면놀랄만큼적은수였다(수도권에있는꽤큰도시였는데도그랬다).학교가그렇게작다보니한학년에속한모두가서로를알았다.모두가친했다고는할수없지만적어도1반이지현과2반이지현중누가더키가큰지는알았다.특수학급에속한아이들이누구인지도.
지금으로부터20여년전에내가‘특수학급’이라는단어를알았는지는분명히기억나지않는다.그들에게어떤장애가있었는지,당시‘장애’라는말이멸칭이나비속어로쓰였는지도분명히기억나지않지만,아마도(지금과마찬가지로)그렇게쓰였을것이다.그들에대해서는별로기억나는것이없다.아침출석을부른뒤였는지아니면1교시가끝난뒤였는지일정한시각이되면그들은교실을떠나다른교실로향했기때문에.거기서어떤수업을받는지나는알지못했고,여전히알지못한다.내게그들은‘그들’이었다.다시말하자면나와는다른아이들,하나의경계선을사이에두고이쪽이아닌저쪽에서있는아이들.같은교실안에앉아있기는하지만다른수업을받는아이들.어딘가이상해보였던아이들.
나는아주나중에서야알았다.그들이장애를갖고있었음을.특수학교설립에반대하는사람들앞에서무릎을꿇었던이들,그들이왜무릎을꿇었는지,특수학교를세운다는것이어떤의미인지,특수학교가없어그들이,장애를가진그들아이가어떤일을겪어야했는지,기본적인인권을요구하는데에도얼마나많은혐오를받아야했는지,어린시절부터지금에이르기까지오랜세월동안내가얼마나무심했는지,내가장애로부터얼마나먼세계에속해있다고느껴왔는지도.
이책을만들던지난몇달동안그런생각들속에있었다.내게쥐어졌던책들속에장애를가진인물이등장했다면,그가어떤기쁨과슬픔을느끼는지,누구를좋아하는지,무엇을싫어하는지알수있었다면어땠을까?학교도서관에꽂힐수많은청소년문학책들속에그런생각이함께꽂히기를.


책속에서

잃어버린기분인데무얼어디다잃어버렸는지몰라주머니를더듬으며길을걷는기분.리라는그기분을잘알았다.듣는것.아빠.그런것들.처음부터가지고태어나지않았으니잃어버린것은아니다.하지만뭔가를잃어버린기분이었다.
그런데이광장에서이해할수있을것같은사람들속에서있으니양쪽주머니에만져지는것이하나씩든것같다.그것들은태어날때부터리라의주머니에들어있었다.리라는자랑스러운기분이들었다.자신이그런것들을가지고태어났다는것에대해서._이종산,〈생일축하해!〉

그곳은온통새파란색이었어.지금까지그런파란색은한번도본적이없었어.그걸대체무엇에비교할수있을까,아무리값비싼보석도그곳의색보다아름다울수는없을거야.한번보면절대잊을수없는그런색이드넓은공간에가득있었어.그리고빛이,눈이따가울정도로강하고뜨거운빛이아주먼곳에서부터내리쬐며그곳을꽉채우고있었어.투명하고부드러운것이멀리서부터다가와내얼굴을쓸고지나갔고,가슴밑으로는‘수면’이찰랑거리며나를간질이고있었지.아무리설명해도넌완전히이해하지못할거야,그멋진감각을._이유리,〈인어의걸음마〉

반향정위라는건초음파를일종의손처럼사용하는거라고했다.대략적인크기와위치부터섬세하게는재질과굴곡까지측정할수있다고.눈이아니라손이었다.결국그반향정위조차이원에게눈이될수없었다.하지만내가이런생각을한다고해서,이원이처음만났을때의건방진애와다른애가되는것도아닌데.왜자꾸불쌍하다는생각이들지.허언증이라는말을들어서.가족을잃었다는말을들어서.이원이나랑다를바없는그저그런애라는말을들어서.그럴수있지.불쌍한이야기를들으면사람은불쌍하다는감정을느끼는거지.
그런데왜나는이불쌍하다는감정이,역겹게느껴질까._전삼혜,〈고래고래통신〉

아니,아닐수도있다.괜한피해의식에없는기억을만들어냈을지도모른다.어쨌든내기억은믿을수없으니까.하지만그런일이있었느냐고,그때기뻤느냐고엄마한테물어볼용기는차마나지않았다.만약엄마가기뻤다고말한다면,속이상하겠지.하지만엄마는내게는거짓말을할수도있다.엄마가내게거짓말을한다면,그역시기분이나쁠것이다.기쁘지않았다고한다면,나는엄마를믿을수있을까.엄마를의심하게된다면,마찬가지로속이상하겠지.그때문에나는단한번도엄마에게묻지못했다.그저그환희를기억하고의심하고또기억하며살아왔다._이서영,〈데자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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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차소영편집자에게서메일이왔다.내전작인《커스터머》에서장애성에대한관심이읽혔다며소설하나를써달라고했다.《망명과자긍심》을추천하면서.《망명과자긍심》은1년째장바구니에넣어놓고만있는책이었다.결국《망명과자긍심》은읽지못했지만,청탁을받은후에자긍심에대해많이생각했다.퀴어와장애를나의고유한정체성으로받아들이는순간그것은나를일으켜세우는자긍심이된다.한사람이그것을깨닫는순간을만나는이야기를하고싶었다._이종산,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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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야기의마지막문장에마침표를찍은날저녁,온라인게임을하고있을때였다.잠깐집중이흐트러져실수를한내게우리편팀원이ㅈㅇ?라는채팅을보냈다.그게무슨뜻인지게임이끝난뒤에야이해했고속수무책으로참담해졌다.내가만들어낸이세계와모니터저편의세계는같을까,다를까.같다면어떻게같고다르다면어떻게다를까._이유리,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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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다닐때까지는뭔가남을돕는사람이되고싶었다.점역사도속기사도꿈꿔봤지만어째서인지결국이야기만드는사람이되었다.이제남을돕기보다는함께살아가는사람이되고싶으니,이이야기가다른사람들과함께살아가기를바란다._전삼혜,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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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여름에성인ADHD진단을받았다.대체로정상성안에포함되어있다고생각한삶에균열이생겼다.우리는무엇을‘장애’라고부르는가.어떤것이‘장애’가되고어떤것이‘정상’이되는가.그희미한경계선은어디에위치하는가.경계를뛰어넘는세계와인간의변화를생각하면서썼다.소설을읽는이들이그경계에서서혼란스러워하길바란다._이서영,작가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