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집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난다 (이주한 1인가구 여성청년들이 살아가는 세계)

여자들은 집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난다 (이주한 1인가구 여성청년들이 살아가는 세계)

$18.00
Description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해 왔으며,
혼자 살아가는 이들 열두 명에게서 들은 ‘집’에 관한 이야기

누구나 집을 소유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집이 편안한 공간이 아니듯이,
집은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경험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집이 차지하는 위상은 압도적이다. 집은 어떤 사람이 살아가는 물리적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다. 집은 (거기 살든 살지 않든) 어떤 사람이 얼마나 부유하거나 빈곤한지를 보여주며, 집이 위치한 공간은 그가 접할 수 있었던 교육, 문화 등을 설명해준다. 집은 때로 고향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며(우리가 더 이상 살지 않는 고향 집을 으레 ‘본가’라 부르듯이), 때로는 가족 자체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집에 일이 생겼다’고 말하듯이). ‘집밥’이나 ‘단골집’ 같은 단어들이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그러하듯이, 집은 흔히 따뜻하고 친밀한 공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한곳(이를테면 고향)에 붙박여 있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공간, 떠나서도 향수를 느끼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저자

장민지

부산에서태어나20년을살았다.대학진학을위해서울로홀로이주해이화여자대학교정치외교학과를졸업하고연세대학교커뮤니케이션대학원영상커뮤니케이션전공으로석·박사학위를받았다.이후한국콘텐츠진흥원선임연구원으로일하게되면서나주로옮겨갔고,5년간서울과나주를오가며살았다.지금은경남대학교미디어영상학과교수로재직하면서마산에거주하고있다.내이름으로된집은없지만내가살았던모든장소가집이었고,또집이아니었다.벽돌로쌓은집은없었을지라도홈home페이지를통해수많은사람들과연결되고,(눈에보이지는않지만분명히경계지어진)공간에친밀감을쌓아가면서집이꼭물리적건축물이라는형태로만존재하는건아니라는사실을알았다.집이누구에게나같은방식으로경험되는건아니라는사실도.미디어를통해생성되는친밀성과장소감에계속관심을두게되는건그때문일것이다.

목차

들어가면서

1부이주민의탄생
-여성청년은누구인가
왜이주를경험한1인가구여성청년인가│인터뷰과정
-집을떠나며
공간,장소,장소화│남성적장소로서의집│여성주체적‘이동’의상상│주체적장소만들기의가능성
-이주민과도시
1)진입하기│2)회귀하기│3)정착하기

2부집이란무엇인가
-유동적공간
1)경제적요인에의한이동│2)주거환경으로인한이동│3)다른공간과의위치-관계성
-해방된공간
여성-노동에서의해방│섹슈얼리티해방│부분적해방으로서의소비

3부나의집
-새로운억압
혼자사는여성에대한사회적수사와공적가부장제│부정적정서의억압│자기감시와통제
-주체적장소의생산
유사가족만들기│‘집’밖의‘집’만들기│미디어수행을통한‘장소’만들기│미디어적일상과미디어-장소성

나가면서
부록:인터뷰참여자의자기집그리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남성적공간,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배양하는공간으로서‘집’
그렇지만이러한집의의미는가족과함께거주하는중산층,그중에서도남성가장에국한된것이다.노숙자나집시처럼거처가불분명하고정박되지않은삶을살아가는이들에게집이같은의미로받아들여질수있을까?설령함께거주하는가족구성원이라해도집은모두에게같은방식으로경험되지않는다.누군가가집에서편안한휴식을취하려면다른누군가는(대개여성이다)집이쾌적한상태를유지하게끔쓸고닦아야한다.끼니때마다음식을내오고치워야하며,홀로아이를돌보고얼러야한다.‘집밥’이집에서먹는따뜻한끼니만이아니라‘어머니가차려준밥상’을의미하는데서도드러나듯이,‘집’이라는공간에는정상가족이데올로기가,다시말해젠더편향적인성격이내재해있다.전통적으로집은일work이라는공적공간과는대조적인사적공간이자여성에게적합한공간으로여겨져왔고,페미니스트연구자들은이러한사회적인식이여성을억압함을줄곧비판했다.남성에게는바깥에서일을해가족을부양한다는서사를,여성에게는집안일을도맡는서사를부여하는이성애중심적가족제도는젠더역할에대한이데올로기를반영하고가족생활을통해자녀들에게각인되어,전형적인여성성을집에서부터재생산한다.이책이던지려는질문은여기서출발했다.그렇다면여성청년들에게집은어떠한의미를갖는가?

청년세대담론에서여성의자리는어디인가
최근한국청년들의주거문제를지적하는일부대중담론에서공통적으로나타나는견해는오늘날한국사회에서집본연의가치가위기에처했다는것이다.이러한담론속에서청년들은대학진학을위해혹은구직을위해본래주거지를벗어나수도권일대로이동하면서하숙,원룸,고시원등열악한주거공간에내몰린사회적약자로묘사된다.특히고시원같은획일적인공간으로대표되는청년주거공간에대해비판적인목소리를내는이들은그원인으로경제적소득불균등및세대간갈등을지목하고있기때문에,오늘날집이라는공간의의미는물리적영역에서크게벗어나지못하고있다.요컨대청년주거공간에대한논의는주로청년층의빈곤한주거환경을신자유주의논리로읽어내려는방식안에서이루어졌으며,현시대를살아가는청년들이겪는사회구조적문제를집을통해드러내고자하는경향이강했다.하지만집이사랑의공간,휴식의공간이될때가정폭력에노출된여성이나가사노동을떠맡은여성이보이지않듯이,집을세대나계급문제로치환하면이공간에얽힌다양한젠더문제가가려지고만다.가령우리는이렇게물을수있다.열악한청년주거공간을지적하는담론들에서젠더는충분히고려되고있는가?성별임금격차가30%를넘나들며26년째OECD최하위를기록하고있는한국사회에서주거비용은높은반면주거환경이열악하다는것은곧여성이주거에더많은부담을지고있음을의미한다.더욱이남성에비해범죄에노출되기쉬운여성에게는열악한주거환경이비용을넘어실제적인위협으로닥칠수있다.수많은청년세대담론속에서여성의자리는어디인가?

여성청년에게이주는,집은어떠한의미인가:
여성청년들각자의‘자기만의집’
여성청년에게집이어떠한의미인가를묻는질문은또다른질문,왜그중에서도‘이주를경험한1인가구’여성청년인가라는질문으로이어진다.역사적으로이주는여성에게보편적인경험이아니었다.여성에게이주한다는것,즉집을떠난다는것은결혼제도를통해또다른집(가족)에둥지를트는것일뿐,독립적인삶을의미하지않았다.산업화가이루어지면서많은여성들이집을떠나도시로향했지만이들에게부여된서사는두갈래였다.가족을부양하기위해(혹은남자형제들의학비를대기위해)공장노동자가되거나,매춘부가되거나.어느쪽이든간에집을떠난여성들은섹슈얼리티를둘러싼이중잣대에끊임없이휘둘렸다.그들에게는잠재적결혼대상자로서정숙한여성(가부장적질서아래보호받아야할존재로서여성청년)이라는수사와,성적대상으로서접근가능한여성이라는수사가따라붙었다.오늘날에도여전히‘자취하는젊은여성’을문란한성생활과연결짓듯이.
이러한이주에서의성별격차는신자유주의시대에이르러확연히좁아진다.성별대학진학률그래프는점점더많은여성,남성보다더많은여성이대학에진학하고있음을보여준다.대학이수도권에몰려있는상황을떠올려볼때상당히많은여성이이주를경험했으리라고짐작할수있다.이책에서인터뷰한이들,즉지방에서서울로이주해혼자살아가는여성청년들이바로그러했다.이들대부분은대학에진학하기위해서울로이주했다고응답했다.하지만이들은그들자신에게이전세대에는없었던서사를부여했다.그들은“고지식하고”“보수적인”“남아선호가강했던”가족(집)으로부터벗어나기를,‘서울’로이미지화된더넓은세상에나가기를욕망했다.그들은이주를거듭하며기존의집(고향집)과는다른감각과경험으로이루어진자기만의집을쌓아올렸다.이‘집’에서그들은섹슈얼리티를둘러싼사회적시선에분노를,두려움을,불안을느끼기도하지만다른한편으로는해방감을느끼며,기존의가부장적인가족관계로부터멀어져좀더평평하고주체적인형태의유사가족을만들며,사회에서요구되는틀에맞춰자기통제및감시를실천하는가하면그런틀로부터일탈하기도했다.이처럼여성청년들의경험을다른누구도아닌그들자신의목소리로서사화하는작업은그들을기존질서나경계짓기의메커니즘에서벗어나설명할가능성을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