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이진의 상상력과 어법은 독특하다. 특히 꽃과 풀 등 자연물이나 노인을 묘사할 때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를테면 그는 눈雪 한 송이가 이마에 닿자 문득 지금은 사라진 여러 가지 현상들, “찬 이슬 먹고 살다간 풀꽃의 후생, 순이네 집 처마 끝에 등불을 달아주는 달빛. 어린 것들에게 햇살 밥을 먹이느라 뻘뻘 흘리는 사내의 땀방울”(「실종」) 등을 상상해낸다. 이런 기발한 상상력은 “방금 나무에서 떨어진 버찌 한 알”을 두고도 “별똥별을 처음 본 아이의 까만 눈동자, 지구를 지키러 온 외계 생명체”(「미래파」)로 치환하는 동심으로 표출된다.
「밥 짓는 나무들」은 ‘이팝나무’의 개화를 “누가, 누가 쌀밥을 잘 짓나, 내기”가 열렸는데, 계곡 물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우승상품 찔레꽃 향기와 다슬기 물풀 갉아먹는 소리는 봄 햇살과 빗방울이 협찬을 하며, 고라니가 심사를 하는 등 산속 동식물과 해와 비 등 자연이 모두 참여하는 산속의 축제로 화려하게 치장된다. 뿐만 아니라 이이진은 산벚나무의 낙화를 “산벚나무 꽃잎들이 이삿짐을 싸는 날”(「4월」)로 비유하고, 들판의 풀꽃이 꺾여져 누군가의 집 창가에 놓여있는 장면을 ‘보쌈’ 당한 여자 신세로 인격화한다.
어느 날 풀꽃은 깜짝 놀랐어요 느닷없이 비닐봉지에 보쌈을 당해 어디론가 끌려갔거든요 다음 날 아침 자신이 어느 집 창가에 있다는 걸 깨달았죠 햇살은 따스했지만 바람 한 점 일지 않았죠 숨이 막힐 것 같았어요 그날 밤 풀꽃은 아무도 몰래 꽃잎 하나를 창문 너머로 날렸어요 꽃잎은 솔바람 부는 쪽으로 조금씩 날려가겠죠 혼자 가는 길 눈물이 나겠지만 괜찮아, 괜찮아 달빛이 쏟아지면 어, 달님 별님 풀여치 베짱이 돌멩이 구름에게도 안녕, 아는 체하며 끝내 풀숲에 도착하구요 솔 냄새 풀냄새가 훅 끼쳐오네요 아기별도 달려 왔어요
아, 살 것 같애
창가 풀꽃은 아무래도 갈려나 봐요 머리를 땅에 닿게 숙이고 있네요 꽃잎을 또 하나 날리고 있네요
-「꽃잎을 또 하나 날리고 있네요」, 전문
「밥 짓는 나무들」은 ‘이팝나무’의 개화를 “누가, 누가 쌀밥을 잘 짓나, 내기”가 열렸는데, 계곡 물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우승상품 찔레꽃 향기와 다슬기 물풀 갉아먹는 소리는 봄 햇살과 빗방울이 협찬을 하며, 고라니가 심사를 하는 등 산속 동식물과 해와 비 등 자연이 모두 참여하는 산속의 축제로 화려하게 치장된다. 뿐만 아니라 이이진은 산벚나무의 낙화를 “산벚나무 꽃잎들이 이삿짐을 싸는 날”(「4월」)로 비유하고, 들판의 풀꽃이 꺾여져 누군가의 집 창가에 놓여있는 장면을 ‘보쌈’ 당한 여자 신세로 인격화한다.
어느 날 풀꽃은 깜짝 놀랐어요 느닷없이 비닐봉지에 보쌈을 당해 어디론가 끌려갔거든요 다음 날 아침 자신이 어느 집 창가에 있다는 걸 깨달았죠 햇살은 따스했지만 바람 한 점 일지 않았죠 숨이 막힐 것 같았어요 그날 밤 풀꽃은 아무도 몰래 꽃잎 하나를 창문 너머로 날렸어요 꽃잎은 솔바람 부는 쪽으로 조금씩 날려가겠죠 혼자 가는 길 눈물이 나겠지만 괜찮아, 괜찮아 달빛이 쏟아지면 어, 달님 별님 풀여치 베짱이 돌멩이 구름에게도 안녕, 아는 체하며 끝내 풀숲에 도착하구요 솔 냄새 풀냄새가 훅 끼쳐오네요 아기별도 달려 왔어요
아, 살 것 같애
창가 풀꽃은 아무래도 갈려나 봐요 머리를 땅에 닿게 숙이고 있네요 꽃잎을 또 하나 날리고 있네요
-「꽃잎을 또 하나 날리고 있네요」, 전문
산당귀와 호박잎 (이이진 시집)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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