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강 (이강원 장편소설)

소년의 강 (이강원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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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충청남도, 충남문화재단 지원 선정 도서
물은 왜 순환할까. 왜 모든 생명 속을 흐를까. 혹시 물은 생명의 기억을 바다에 내려놓고 하늘로 오르는 것은 아닐까. 바다는 기억들을 모아 소금을 만들고, 물은 소금(기억)을 다시 생명 속으로 운반하면서 또 다른 인연들을 맺게 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기억은 물과 함께 끊임없이 순환하는 게 아닐까. 물의 순환, 생명의 순환이 금강과 바다(새만금)을 배경으로 이어진다.
저자

이강원

1964년전북고창에서태어나지금은백제의고도부여에살고있다.
《21세기부여신문》에『아버지의첫노래』를연재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
장편소설로『아버지의첫노래』가있다.

목차

내드름항아의눈물9
1장신림17
2장항아49
3장인갱이77
4장소년의강136
5장물의문176
6장여와의갈대218
7장항아길261
8장비단강달빛여행311
돌장가장오래된생382
작가의말398

출판사 서평

‘소년의강’이흐른다
『소년의강』은『아버지의첫노래』에이어일년만에출간하는이강원작가의두번째장편소설이다.
인류최초의악기로불리는笙을주소재로삼아조여생과정치성의생소병주笙簫竝奏를통해우정을그린예술소설이자,흐르지못한강의비애와인간이훼손한자연의모습을그린환경소설이다.
인갱이를배경으로야라(조여생)와니어(신하늬)의애틋한사랑을,‘갈대’‘목서’‘난조’‘허당’등의사물을화자로설정하여그려냄으로써인간과자연의조화를꾀하고있다.
자연이파괴되었을때인간이어떻게망가지는지도,강의신‘하백’과바다의신이자소금의신인‘염주’를통해보여준다.

비단강으로달빛여행을!
샘으로떨어진이슬은다른물로부터자기가항아의눈물이란말을듣는다.달로돌아가려던이슬은바다로가는그들에게부딪혀흐르다구구리의입속으로빨려들어간다.

얼결에구멍을통과했다.
아주머니가손을흔들면서바위틈으로들어갔다.계곡물을만난할머니는많은물을거느리고아래로내려갔다.사다새똥이었다는물이노랑할미새앞에서환호성을질렀다.다람쥐꼬리에붙은채간지럽다며웃는아저씨를보고있을때였다.돌멩이틈바구니에서버들치가솟구쳤다.지느러미를휘저으며내게로다가왔다.나는기겁해돌아섰다.하필구구리앞이었다.구구리가아가리를벌렸다.내가수억만배커져도다들어갈만큼커다랬다.나는속절없이그속으로빨려들었다
-(내드름항아의눈물,p15)

조여생은음악선생에게서인갱이에항아의목소리를지닌갈대가있다는말을듣고유리를찾아떠난다.그러다요정세이재로흘러든다.검사장에게강간을당하고방황하다인갱이에와쓰러진다.물뿌랭이노인에게서유리의갈대와박으로笙을만들어온그는수몰지역읍내에서만난신하늬와인갱이로돌아온다.

(조여생은)장인이기다랗고둥근철사솔로갈대줄기속마디를파내고,속을파낸관마다지공을뚫는동안기다렸다.관대아래에얇은놋쇠떨판을대는동안기다렸다.박속을일일이긁어내어매끄럽게다듬고,박의갸름한쪽을잘라내고거기에나무를덧대어취구를만드는동안기다렸다.공명통이된박통에관들을꽂고,바람이새들어가지않도록녹각태운것과밀(꿀벌의집을끓여서짜낸기름)과목서열매를찧어넣은아교풀로통과관의틈을막을때까지기다렸다.깨지지않도록끈으로박을조이고묶을때까지기다렸다.
-(4장소년의강,p148)

니어(신하늬)는야라(조여생)의목을두팔로끌어안았다.세상에태어나처음으로낯선남자의입술에자기의입술을포갰다.서늘하면서도나른한감촉이온몸으로퍼졌다.가슴이콩콩거리고살갗이달아올랐다.그녀는그의입속에자기혀를밀어넣었다.텅비어있었다.넓고깊은공간에서어쩔줄몰라허둥댈때마침내그의혀가헤엄쳐왔다.그녀는깨금발을디뎠다.그의목을두른두팔에힘을주었다.뜨겁고달게감아오는그의혀를마주감았다.
-(4장소년의강,p175)

신하늬는조여생에게‘비단강달빛여행’에서생소병주를함께하자는정치성의메모를본다.짜증섞인정치성의목소리와소리없이웃는야라의표정이금방이라도어우러져한선율로흐르던것을기억한다.

두사람의생소병주는아름다웠다.여리여리하고까칠한듯예민한정치성의단소소리가뼈대고속이라면영롱하고풍성하고넓은야라의笙소리는살이고밖인듯했다.그녀는달밝은밤목서아래앉아서,강가운데뜬난조의양끝에앉은두사람을홀린듯건너다보곤했다.난조는생소笙簫가만들어내는양탄자같았다.양탄자는두소리를타고금방이라도신림으로날아오를것처럼건들거렸다.
-(2장신림,p30)

신동엽시비앞에서신하늬를본이상하는사십오년만에자기의심장소리를듣는다.하늬를만나강에대해토론하다그녀가조여생의아내였다는사실을알고갈등한다.

평평한듯솟은이마와원만하게뻗은콧날,도톰한턱선과길쑴한목덜미까지다시봐도하늬는신림이었다.그러니까빨래가펄럭이던그곳이인갱이임에분명했다.상록수가하나있었는데.두껍고타원형으로된이파리가달려있었지.인갱이에서하늬랑조여생이……아,여생이말이었구나.대청댐물이항아의눈물이냐고물었어.그래,그랬어.
-(8장비단강달빛여행,p367~368)

정치성은신하늬에게서조여생의사망소식과그가쓰던생황을받는다.정치성은다시이상하를만나조여생의생황을건넨다.

“24관짜리에요.17관은있으시니까……새것은아니지만연습하기좋을거예요.”
“이런,등록한지얼마나됐다고…….”
고맙다고말하기는쑥스러운지형이퉁명스럽게대꾸했다.열어보지도않고책상한쪽으로밀어놨다.
“이나이에뭘새로배운다는게쉽지않더라고.그건그렇고,음이왜차례로안돼있는지모르겠어.하모니카처럼도레미파솔라시도이렇게순서대로돼있다면지공누르기가쉬울텐데말이야.모양때문일까.그거외우는게,악기소리내는것보다배는힘들어.”
-(8장비단강달빛여행,p340)

신하늬는남편조여생이사망한후자연환경해설사로활동한다.남편을온전히보낼방법을생각하다천에그를수놓은뒤태우기로마음먹는다.

가버린사람을붙들고있다고돌아오겠느냐며엄마는통화할때마다걱정했다.맞는말이라고인정은하면서도매순간,무엇을하고있든지간에떠오르는사람을어찌할수없었다.수를놓을까.예전에수놓아쓰던침대보를생각하며그녀는궁리하기시작했다.난조에앉아笙을부는야라.난조를타고달로오르는그를수놓아태운다면말끔히,말끔히는아니더라도편안하게쉬도록보낼수있을까.그런걸소지燒紙라고하던가…….그녀는빨랫줄에서팔랑이는흰옥양목침대보를건너다봤다.
-(2장신림,p32)

금강이둑으로막히고부터보湺에막힌강물이썩어가고바닷물을만나지못한갈대가죽어간다.4대강사업으로자전거도로가생기면서갈대밭마저나뉘고,笙도만들수없게된다.홍수가나자관계자들이갈대를모두수장한다.절망한조여생은난조를타고나가강물속으로들어간다.

야라(조여생)가신림을올려다봤다.목서를돌아봤다.집과갈대밭을오래오래건너다보더니말뚝에묶인밧줄을풀고몽깃돌을빼내었다.난조는그가이끄는대로건들건들강가운데로나갔다.
야라가노를놓았다.얼핏그의얼굴로먹구름이지나갔다.절망은아닌듯했다.체념도아니었다.그것은까마득히멀고깊은곳으로가려는결연한몸짓으로보였다.그가이제고물로올라섰다.笙을보듬듯머리위로두손을모았다.활처럼허리를구부리고,하늘의소리를보듬어지상으로길어내릴때처럼자기의모든것을강물속으로던졌다.어찌나미끈하고아름답던지강어른도고스란히,소리도없이그를받아들였다.
야라를받아들인건그러나강어른이아니었다.강물위에서느시렁거리는,사방팔방으로벌어졌다가순식간에오므라든지샌달만이알일이었다.
-(7장항아길,p299~300)

‘비단강달빛여행’연주회날,강의신하백은폭우로불어난강물과쓰레기를대동하고강하구로향한다.둑과갑문을무너뜨린다.삼십년만에만난바다의신염주로부터썩은물속에서는기억을꺼낼수없으며소금도만들수없다는말을듣고경악한다.
강바닥에서자고있던笙과난조가깨어난다.염주와함께笙을태우고달로오르는난조를본다.

목서꽃이흩날렸다.어지러운바닷물로,칙칙한강물로사뿐사뿐내려앉으며윤슬처럼반짝였다.
반짝이는꽃잎들위로무언가흘렀다.
고대……하백은보았다.笙을.세상의가장먼곳에서,가장깊은곳에서,가장오래된곳에서온생을.두개골에제가슴뼈들을박아목뼈로숨을들이마시고내쉬고,지골로늑골구멍을열었다막았다하는생을.소리낳는생을.소리잣는생을.소리삼는생을.난조鸞鳥,그일엽편주에부르돋듯올라앉는생을.
새로삼긴생을태우고,난조가윤슬위를미끄러졌다.둥실떠올랐다.천원지방을도닐었다.고요하게나닐었다.연방굼닐며구름을지쳤다.젖힌구름속에서달이나왔다.어위어길을열자난조는오색길로접어들었다.어린달가운데로표표히날아가앉았다.
-아미월蛾眉月이구먼.
하백이말했다.
-쪽달이오……잘도가는구려.
염주가정정했다.
-(돌장가장오래된생,p396~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