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머리 없는 인간 (이강원 소설집)

중정머리 없는 인간 (이강원 소설집)

$15.53
Description
이강원 작가는 두 편의 장편소설 『아버지의 첫 노래』(2020)와 『소년의 강』(2021)을 연달아 출간하고, 이번에 여섯 편의 중·단편이 실린 『중정머리 없는 인간』을 《도서출판 바람꽃》에서 펴냈다.
표제작인 「중정머리 없는 인간」은 참된 본성(心)을 잃어버리고 욕망(㲴)만을 좇아가는 현대인의 디스토피아적 삶을 그린 작품이다. ‘욕망’이 극대화된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를 알레고리의 기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당신의 태평성대」는 백제가 망하던 날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궁녀인 항아가 금동대향로를 숨기고, 배소 악사인 여울과의 사랑으로 생긴 아이를 낳고 죽어가는 과정이 중심 줄거리다. 아울러 우리가 소망하는 태평성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초등학교 동창인 정창민과 조은일의 만남을 그린 「멀구슬나무꽃」은 이 세상 누구도 홀로 존재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인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그린 「뻐꾹나리」 또한 미지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동경이 허상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언 땅 싸라기별들」은 사춘기 소년 도연이 6·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어른 세계의 부조리함과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에 눈 뜨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여섯 번째 작품 「구경심」은 주인공 ‘구경심’이 고립을 자처하면서까지 자아 찾기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녀 나름대로 어떤 통찰과 깨우침에 이르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발랄한 문장으로 재현하고 있다.
이처럼 『중정머리 없는 인간』은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인간의 유장한 역사와 문화, 정신세계의 연원을 추적하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특히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악기 소리에 대한 묘사는 작가만의 고유한 색깔과 격조 있는 문장으로 형상화해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실제로 독자들은 작가가 그려내는 배소와 생황의 신비한 소리에 매료되면서 세계의 지평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

이강원

전북고창에서태어나지금은부여에살고있다.
《21세기부여신문》에『아버지의첫노래』를연재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고,작품으로장편소설『아버지의첫노래』와『소년의강』이있다.

목차

당신의태평성대7
멀구슬나무꽃67
뻐꾹나리97
중정머리없는인간125
언땅싸라기별들187
구경심267
해설|역사의강물이빚은봉황의춤사위|구수경371
작가의말398

출판사 서평

역사의강물이빚은봉황의춤사위!
숭고주의,인간의연원淵源에대한그리움

작가이강원은주인물의입을통해“나는그냥나일뿐이야.”「당신의태평성대」,“자기만의삶을사는곳”「뻐꾹나리」,“나는누구인가”「구경심」등‘나’를강조한다.이는자신의삶을억압하거나훼손하는외적상황,참된소통이불가능한현실에서자신을지키기위한최소한의안간힘,내면의외침으로다가온다.
무엇보다도이강원소설의미덕은‘나’의근원에대한궁금증이나자아찾기가궁극적으로조상의지혜와예술적신비등정신적가치가존중되는세상,자연과더불어살아가는에코토피아의세계를모색하기위한출발점이되고있다는점이다.이를위해작가는전통예술·신화·유물등과거의집적물을통해문명이전의세계와연결된존재로서의‘나’를찾아나선다.
작가가외딴섬이나깊은숲속을이상적공간으로설정하거나,배소와생황,가야금등악기소리에대한각별한애착을보이는것이그렇다.문명화된현대사회에서벗어나우주와교신이가능한자연공간,신과인간을연결하는소리의힘을회복하고싶기때문이다.
즉과학이천상과지상,자연과인간,영혼과물질을인위적으로갈라놓았다면,이강원은신화적상상력을동원하여연결고리를찾아내고,그세계의아름다움을격조있는문장으로형상화한다.
작가는소설세계를통해도시·문명·자본으로요약되는현실너머의세계에눈을돌려보라고독자를집요하게설득한다.우리가잊고있었던자연의신비,조상의숨결을느껴보라고간절하게호소한다.그의소설은우리가당연한듯살아가는삶의방식을문제적으로바라보게만든다.대부분의소설이낙관적인전망으로끝나고있는것도우주와교감하고예술적감성을잃지않으며,인간의역사에서삶의지혜를배운다면,인간은신과자연이축복하는미래를만들어갈수있다는작가의믿음에서비롯된다.
그런점에서작가이강원은누구보다도절박하게‘어떻게살아갈것인가’를고민하는실존적인간이다.고독한창작공간에서자신의세계관과신념을구체화할인물과사건을만들어내고,소설이라는그릇을빚는작업은오래전부터그의일상이되어버렸을것같다.
이강원은이제막독자에게자신의이야기를들려주기시작했다.아직들려줄이야기가많이남아있는작가다.-구수경(문학평론가·건양대학교명예교수)

꽃잎하나가나풀나풀흩날렸다.하염없이허공을부유했다.
저꽃잎은떨어지는가,날아오르는가.
불시에찾아든생각에온몸이전율했다.
나는한번이라도,무엇에든나를온전히던져본적있었나.목숨을걸어봤나.지금내가선곳은대체어디지.
아,현애살수懸崖撒手……
벼랑에서손을놔라.그래야비상하든추락하든할것아니겠냐.

어른이되어서야마음속에우주가산다는사실을받아들일수있었다.
천라지망天羅地網은갈곳없어옴짝달싹하지못하는상황이거나피하기어려운재앙이아니라,말그대로하늘과땅에처진그물이다.인연이라는그물.어느누가빠져나갈수있을까.너와내가서로만나지지고볶으면서만들어내는관계를,인연을끊을수있을까.하루에도오만가지생각이라는그물로자기자신마저옭아매는데.
사춘기때내좌우명은一切唯心造였다.어디서들었을까.어떻게삶의지침으로삼게되었을까.귀때기새파랗던놈의심경이가끔궁금해진다.-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