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억압과인간존엄을탐구하는권영임소설집,『벌거벗은공주님』
권영임의소설집『벌거벗은공주님』은여성서사를중심으로사회적억압과부조리를날카롭게분석하며,독자들에게깊은울림을선사한다.총9편의단편중8편이여성주인공을내세우고있으며,이는여성의삶을둘러싼다양한문제를본격적으로탐구하고있음을보여준다.성폭력,가부장제,성상품화,직장내권력관계,여성의생존전략등다양한주제를통해현실을비판적으로바라보는시선을견지한다.
작품들은단순한사회고발을넘어인간의본성과사회적억압의본질을탐구한다.특히「벌거벗은공주님」에서가짜가진짜처럼행세하는현실을비판하는방식은오늘날의사회구조와정치적현실을떠올리게한다.이같은문제의식은작품전반에걸쳐강하게드러나며,권영임의소설집이단순한문학적탐색을넘어사회적변화를촉구하는메시지를담고있음을시사한다.
권영임은인간을비인간화하는구조적억압을탐구하며,페미니즘적시각에서사회적구조가성별에따라인간을어떻게형성하는지를분석한다.이는시몬드보부아르의“여성은태어나는것이아니라만들어지는것”이라는주장과맥락을같이한다.성별에따른억압적가치체계를날카롭게파헤친다.작품속여성들은주어진현실에순응하는것이아니라,부당함을인식하고이에맞서싸우거나생존전략을모색한다.
뿐만아니라,인간내면의갈등과모순을탐색하며,갈등의치료와병합이라는중요한주제를제시한다.「목탁」에서는남편의폭력을통해부당한현실을드러내면서도,사랑과희생이갈등을치유하는가능성을보여준다.「절받으시옵고」에서는바람을피우던시아버지가시어머니의영정앞에서절하는장면을통해인간의이중성을고발하면서도,결국사랑과이해가인간의본성을보완할수있음을암시한다.이러한점에서권영임의작품들은단순한폭로와비판을넘어,인간다운삶을모색하는과정으로읽힐수있다.
권영임소설집은현실에대한강한문제의식을바탕으로하면서도,독자들에게깊은공감과치유의메시지를전달한다.부조리한사회구조를폭로하는동시에,그안에서인간성을유지하려는노력과희망을그려내는것이이소설집의가장큰미덕이다.이는단순히여성서사를넘어,인간존엄을탐구하는문학으로서도높은가치를지닌다.
저자의말
숨길수없는두려움을가득안은채또한권의소설집을세상으로떠나보냅니다.
우리사회에서약자로살아가는이들에게보내는위로의글이되기를희망하면서쓴작품들입니다.굽이굽이인생의길목에서만난작품속인물들은모두제체험과떼어놓을수없는연장선상에있습니다.
출구없는비정규직의차별,대기업골드미스라는허울속에서구조조정에시달리는초라한신분의여성,생계로발목잡혀남의인생을살아야하는빈곤한가정의자식,돈이면안되는것이없는자들의추악한행태,쓸모없어질때까지회사를위해몸바쳐일하다소모품처럼버려지는직장인의애환을담았습니다.
오래전에쓴작품들이긴해도당대의상황들을고스란히전하고싶은마음이앞서서크게손보지않았습니다.그때나지금이나약자들의삶은별로달라진게없다는것을확인했습니다.작품을다시보면서여성들은차별이아닌생존을말해야할만큼오히려더열악해졌다는것도알았습니다.
개인의문제가아닌잘못된사회시스템의톱니바퀴속에서짓밟히고부서지는약자에게조금이라도위로가된다면더없이좋겠다는기대를합니다.
사회적참사를겪으면서우리는어떤노력을통해함께울고,웃을수있는인간다운공동체를만들어낼수있을지에대한고민을담았습니다.
이십여년의직장생활을하는동안죽을만큼힘들었을때,마흔살넘어대학에입학한뒤,지쳐포기하고싶을때마다책속의문장들을읽으며다시일어설수있는용기를얻었습니다.그게하루를살아가는데버팀목이되어주기도했지요.세상의문장이나를일으켜주었던것처럼,내문장하나가우리사회약자들에게따뜻한위로를주는공명이되기를소망합니다.하여내작품속등장인물들에게언제나따스한마음을잃지말라고주문하곤했습니다.
‘부조리한세상을노려보는쌍심지-내가본작가권영임’발문을써주신김양호교수님,부족한작품하나하나에온갖철학적의미를부여해그럴싸한가치를지닌소설로포장해주신김성옥교수님께감사인사를드립니다.두분덕분에두려움뿐이던마음안에용기와기대가깃들기시작했으니얼마나든든한지모르겠습니다.다시신들메를조이고나서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