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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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365일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다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작년 봄에는 호래기(반원니꼴뚜기)가 보였다. 본래 호래기는 겨울이 제철인데, 윤달이 끼다 보니 추위가 봄에 바싹 닿아 호래기가 잡혔다. 시장은 달력보다 자연의 때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중략)
내가 가덕 대구나 송이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나고, 호래기를 보면 어머니를 기억하며 맛있게 먹는 것처럼 그 역시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대구는 담백하고 심심한 무(無) 맛이 매력이다. 맛이 없는 것을 맛있어 하는 것이다. 입맛을 닮은 것일까? 어쩌면 맛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음식은 함께 먹은 이들, 그날 그때의 분위기를 몸으로 기억하게 한다. 누구에게나 어느 음식을 먹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어느 장면이 있을 것이다. 그 음식을 좋아하는 건 그런 추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저자

신경균

시장에서어머니가좋아하는호래기를보면그득담는다.그의두아들은눈볼대를할아버지생선이라부르고,아내는크리스마스에돌가자미를장만한다.이낯선이름은특별한것이아니라그저집근처에서흔한,자연이내주는수수한재료다.신경균은고려다완을재현한아버지고(故)신정희선생의가업을이어받아전통방식으로그릇을만든다.그는여전히나무물레를차고,몇날며칠눈이시리도록장작가마를땐다.신작가의달항아리는2018평창동계올림픽때독일대통령에게선물로전달됐다.옛도공이하던대로자연에기대작업하며,먹고사는일도주어진흐름에따른다.마당에서죽순을기르고,여름빗소리들으려고파초를심고,가을햇살아래능이버섯을다듬으며사는부부의잔잔한일상이우리를한숨돌리게한다.

목차

프롤로그

장안요의하루는시장에서시작된다
나물은할매에게,해초는해녀에게
음식도그릇도재료가기본이다
마땅한흙을찾아서
전기가없으니말린생선을먹고
병풍초는못먹어봤다고해라
그릇따라가마를옮기고
스님들에게음식을배우다
머위는5백원동전만할때맛있다
가죽나무새순의진한향
응개,곤달비,두릅??풍요로운봄날
나물도키우고,버섯도키우고,닭도키우고
빗소리들으려고파초를심었지
참꽃이피면바지락이맛있고,
4월이면맹종죽이쑥올라온다
벚꽃잎이흩날릴때면햇녹차가맛있다
새들은겨울에만나봄에짝을짓는다

여름
풀이무성하니잎을먹고,땀흘리면청각냉국마시고
비내리면정구지전굽고,장마지면철모으러나가고
냉면육수는달라도면은매번뽑는다
물김치는머리를맑게해준다지
호박이늙으면스테이크
겨울에담근청어김치가곰삭는다
재료는다양해지고조리법은단순해지고
장안요여름보양식은갯장어
계화씨,계화씨!
전갱이는삼시세끼먹어도좋아
아버지는다완이안나오면칠성식당곱창을사주셨다
아침상에회올리고,고기굽고

가을
봄날의올챙이가개구리될즈음
둘레둘레나무와어우러진집
툇마루햇빛한조각도행복하지
솔잎따다가득깔고돼지목살을찐다
비자열매떨어지기를기다려줍고또줍고
고라니가먹는것이최고맛있다
송이버섯에는애호박
양지바른툇마루에앉아능이버섯을다듬는다
베이징에는베이징덕,우리집에는참나무장안덕
홍시대장덕에탄생한신맛
손은많이가도참좋은참게완자탕
참생선이없네,그래서전어가고마워

겨울
젓국달이고김장하고메주띄우면한겨울
꼬들꼬들말랑말랑45일곶감
겨울에나무를해야벌레먹지않는다
도끼질도리드미컬하게
난생처음참복을손질한아내
돌가자미는크리스마스생선
김장양념남겨두었다가해물김치버무리고
여름을위해청어김치를담근다
이많은멍게를다사서모하노
겨울부터이른봄까지갯벌의맛
쫀득쫀득군소한접시
신선생은생선도사
흙사러가서생선사오다
보름달이밝으면물고기가안잡힌다
어머니와호래기
동치미익었는데국수말아드실랍니까?
가덕대구는매달아놓고한점씩베어서
눈볼대는할아버지생선
음식맛은불이좌우한다
황토방에서재를모으다
대보름에는봄동김치

출판사 서평

능이죽,비자강정,해물김치,참나무장안덕
스님들에게익힌레시피부터장안요특식까지
사하촌에서자란신작가는절밥에익숙하다.아내임계화씨도스님들과인연이깊다.통도사극락암의감넣은김장김치,윤필암은우스님에게배운깻잎조림,고흥금탑사서림스님의비자강정,밀양표충사한계암스님들이감기걸렸을때드시던능이죽등재료본연의맛을알게하는단순한음식들을담는한편,가마터를옮겨다니며오지에서먹었던음식이며,참나무깔고가마솥에불떼서만든장안덕,참게살일일이발라빚은참게완자탕등제철재료로정성을담은특식이야기도실었다.

아버지가드시던생선,어머니의장아찌
대를이어전해지는가족의밥상
장마철에자석을들고철을모으고,흙을찾아가마터를바꾸고,나무를패서장작가마를뗀다.고려다완을재현했던그의아버지도자연에기대작업하고먹고살았다.여름이면링거같다며들이키던청각냉국한사발,겨울이면처마밑에메달아놓고한점씩베어먹던가덕대구.어머니가좋아하시는고추장에박은가죽장아찌,전어내장으로담근밤젓,꼴뚜기비슷한호래기.저자의식구들도그것들에입맛을다신다.누구라도할머니,어머니의음식에그러듯이,함께먹던음식은정(情)이깃든세월,아련하고소중한추억이다.맛있는것일수록혼자먹으면재미가없다는것을아는그는전화를걸어“오늘시간어때요?”라고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