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중심의사회는전혀자연적이지도과학적이지도않다.모름지기번식을하기위해태어난것이생물이라면그번식의주체인암컷이삶의중심이어야할것은너무나당연하다.”
2003년첫출간과함께찰스다윈의성선택론을무기로호주제의생물학적모순과남녀평등의당위성을논하며가부장적권위주의로똘똘뭉친우리사회의남성이데올로기에강력한폭탄을던진문제적책『여성시대에는남자도화장을한다』가20주년을맞아『여성시대에는남자가화장을한다』로돌아왔다.
저명한과학자이자지식인으로서그동안한국사회에다양한화두를던져온저자최재천교수는1999년『개미제국의발견』과2001년『생명이있는것은다아름답다』를출간하며당시우리사회에는낯설기만했던진화론과동물행물학이라는과학의새로운학문을경쾌하고유려한에세이로풀어내어과학대중화의포문을열었다.뒤이어새로운밀레니엄을맞아각계각층에서21세기를일컬어‘문화의세기’내지는‘생명과학의세기’,‘환경의세기’가될것이라는전망을내놓고있던그때,생물학적필연성으로21세기는‘여성의세기’가될수밖에없다는도발적선언과함께한국사회에만연한,여성들에게덧씌워진불평들의굴레를유전학에서생리학,생태학등다양한과학적증거와분석을통해낱낱이파헤친『여성시대에는남자도화장을한다』를출간한다.
“나는이책에서여성의세기가왜반드시올수밖에없는가,온다면언제어떤모습으로올것인가,그렇다면그새시대를어떻게맞이해야할것인가에대한생물학적분석을시도할것이다.”
찰스다윈의성선택론이라는매력적인과학이론에서시작해여성성과남성성의완벽한이분법적분리는무지와편견에서비롯된허상이라는사실을,번식의주도권을쥔여성이아닌남성중심적으로설정된가부장체제는과학적으로불합리한형태임을설득력있게제시한이책은우리사회에다양한담론을불러왔다.책이출간된그해겨울에는헌법재판소요청으로호주제도의전제인부계혈통주의의과학적근거유무및호주제의존폐에관한생물학적의견서를제출하고이듬해직접헌법재판소법정에출두해호주제폐지에반대하는진영변호인단의신문에답하기도했다.최재천교수의변론을마지막으로2005년헌법재판소는호주제헌법불합치결정을내렸고2008년호주제가폐지되며최재천교수는호주제폐지에기여한노력을인정받아남성최초로올해의여성운동상을수상했다.
“호주제는전혀생물학적이지못한제도이다.어쩌다보니인간세계는아들이필수적인존재가될수밖에없는지극히인위적인제도를만들어냈지만자연계어디에도아들만고집할수있는동물은없다.만일있었더라면일찌감치멸종하고말았을테니말이다.”
출간20주년을맞아새롭게출간한개정판에서는지난20년간의사회변화를반영해“여성시대에는‘남자가’화장을한다”로제목을바꾸고지금시대에는맞지않는표현이나문구들은일부수정을거쳤다.또한여성학자정희진,인류학자박한선,경제학자이철희와함께한특별좌담을수록,진화론이라는렌즈를통해한국사회를속속들이들여다본첫시도이자호주제폐지라는역사의격동속에서탄생한이책의역사성을되짚어보고책이출간된이후로우리사회안팎에서일어난변화들,그동안달라진시대상황과갈등양상등오늘날의담론을깊이있게조명했다.
“20년이지난오늘아직남성화장품시장이여성화장품시장을압도하고있는것은아니지만그에준하는사회변화는충분히일어났다고생각한다.지난20년간의발전이토씨하나의차이는뒷받침하리라믿는다.”
그옛날암수가처음으로분리된그순간부터갈등은피할수없는운명이었다.그러나서로견제하며끊임없이갈등하는가운데화해하고타협하는것또한지구상에서살아가는생명체에게어쩔수없는운명이다.“나는오래전부터‘알면사랑한다’는말을이마에써붙인채돌아다닌다.서로제대로모르기때문에미워하는것이라고생각한다.남녀관계도마찬가지다.우선서로의본성에대해충분히알필요가있다.대표적인‘앎’의학문인과학이좋은길라잡이가되어주리라믿는다.”는최재천교수의말처럼이책을통해여성과남성모두다른성의존재를분명하게인정하고,보다깊이이해하려는노력을실천하며권위주의에입각한수직사회가아닌민주적인수평사회로이루어진여성의세기를함께맞이하기를기대해본다.
“여성시대의문은이미열렸다.어떻게맞이할것인가를논의하고준비하는일만남았다.그런의미에서이책은여성들보다는오히려동료남성들을위한것이다.우리사회에진정한여성성이회복되는날정작해방의희열을맛볼이들은바로우리남성들이기때문이다.천근만근무겁기만한책임의굴레를벗고정말자유로운삶을살게될이들은바로우리남정네들이다.”
“우리가200년전에쓴책도그대로읽으면서여전히많은걸배우고있잖아요.이책도그렇게될수있을거라생각하고요.이책을못읽었던사람들,다시읽을사람들이많이배울책이될수있을거라생각합니다.”
이철희,서울대학교경제학부
“저는안목있는독자가되고싶어요.안목있는독자가많아야사회가잘된다고생각하거든요.그런의미에서저한테생물학에대한공부가많이됐어요.이책의객관적인정보가남성과여성모두에게도움이될거라고생각해요.”
정희진,여성학자
“지금의시대에는사랑이더필요한것같습니다.오랜예전부터남성과여성의장기간결속을만들어낸가장강력한힘.즉서로의애착이라는그강력한정서가지금혐오로넘치는사회를다시결속시켜줄수있지않을까합니다.그래서그결속의힘이다시,교수님말씀대로,앎으로이어지고,그렇게세상이조금씩바뀔것으로생각합니다.”
박한선,서울대학교인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