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클래식

씨네 클래식

$19.00
Description
음악 전문기자 김성현이 들려주는
클래식과 영화의 밀도 있는 이야기
『바이블 클래식』『오늘의 클래식』『모차르트』등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친숙한 조선일보 문화부 김성현 기자가 신간 『씨네 클래식』으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이번 책『씨네 클래식』은 32편의 영화와 그 안에서 흐르는 클래식 선율을 소개하면서 왜 그 음악이 그 장면에 쓰일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가 영화관에서는 알 수 없었던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성현 기자는 기존에 영화와 클래식을 다룬 책을 한 권 펴낸 적이 있는데, 먼저 썼던 책이 20~30대에 주로 봤던 영화를 바탕으로 한 “청춘의 기록”이라면, 이번 책은 그 열정의 날들이 한층 더 깊어진 “중년의 일기”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영화와 클래식의 만남을 주제로 택했지만, 각 글에서 그 배합 비율은 글마다 조금씩 다르다. 영화적 인상이 강렬했던 경우에는 작품에 대한 비중이 높지만, 반대로 특정한 장면에서 흘렀던 음악이 중요하다고 여긴 경우에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더 깊다. 이번 책 역시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결과물이다.
저자

김성현

성악을전공하고평생교사생활을했던조부덕분에어려서부터음악을벗했다.조부가타계했을때손자에게물려준마지막선물도손때묻은클래식음반들이었다.그영향으로지금도마음속최고의오페라는푸치니의〈토스카〉,최고의소프라노는레나타테발디,최고의바이올리니스트는정경화다.
『조선일보』문화부기자로일하고있다.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전상임지휘자인사이먼래틀과피아니스트겸명지휘자다니엘바렌보임의전기를번역했다.성경을바탕으로클래식종교음악을소개하는『바이블클래식』,일간지에연재한‘클래식ABC’코너를바탕으로『클래식수첩』을썼고,유럽8개국21개도시42개공연장에서176편의공연을지켜보고『365일유럽클래식기행』으로묶어냈다.32편의영화에흐르는클래식선율을주제로한『시네마클래식』과프랑스문학을뼈대로한오페라를소개한『봉주르오페라』를썼다.또현대음악입문서『오늘의클래식』과모차르트의삶과음악을조명한클래식클라우드시리즈『모차르트』를썼다.대중에게클래식을친숙하게소개하는유튜브채널‘클래식톡’을운영하며직접관객과만나는강연활동도펼치고있다.

목차

서문…6

1.〈에이리언:커버넌트〉와바그너의〈니벨룽의반지〉…11
2.〈얼라이드〉와하이든현악4중주〈황제〉…20
3.〈컨택트〉와막스리히터의“온더네이처오브데이라이트”…28
4.〈밀정〉과드보르자크의〈슬라브무곡〉…36
5.〈덩케르크〉와엘가의“님로드”…45
6.〈프라하의봄〉과야나체크의현악4중주…53
7.〈맨체스터바이더씨〉와알비노니의“아다지오”…61
8.〈버드맨〉과라흐마니노프의교향곡2번…70
9.〈클라우즈오브실스마리아〉와파헬벨의“카논”…80
10.〈피아니스트〉와쇼팽의발라드1번…90
11.〈매드맥스:분노의도로〉와베르디의〈레퀴엠〉…100
12.〈시〉와슈베르트의〈보리수〉…110
13.〈아가씨〉와라모의〈하프시코드모음곡〉…120
14.〈킹스맨:시크릿에이전트〉과엘가의〈위풍당당행진곡〉…130
15.〈기생충〉과헨델의〈로델린다〉…141
16.〈조용한열정〉과아이브스의〈대답없는질문>…151
17.〈작은아씨들〉과슈만의〈어린이정경〉…161
18.〈미션임파서블:로그네이션〉과푸치니의〈투란도트〉…172
19.〈007퀀텀오브솔러스〉와푸치니의〈토스카〉…182
20.〈양들의침묵〉과바흐의〈골드베르크변주곡〉…192
21.〈스탈린이죽었다!〉와모차르트의피아노협주곡23번…202
22.〈스파이브릿지〉와쇼스타코비치의피아노협주곡2번…213
23.〈엑스마키나〉와바흐의〈무반주첼로모음곡〉1번…223
24.〈바이스〉와번스타인의〈웨스트사이드스토리〉…233
25.〈킬링디어〉와구바이둘리나의“기뻐하라!”…244
26.〈데어윌비블러드〉와브람스의바이올린협주곡…255
27.〈언터처블:1%의우정〉과베버의〈마탄의사수〉…265
28.〈타오르는여인의초상〉과비발디의〈사계〉…275
29.〈소셜네트워크〉와그리그의〈페르귄트〉모음곡…285
30.〈원더우먼1984〉와모차르트의〈피가로의결혼〉…296
31.〈암살〉과드보르자크의〈신세계〉교향곡…307
32.〈씬레드라인〉과포레의〈레퀴엠〉…317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고백하자면언제나영화는‘2지망’이었다.대학에다녔던1990년대초반,이념의시대가썰물처럼퇴조하기시작했다.그자리에거센밀물처럼밀려들어온것이대중문화였다.깃발과과녁은사라지고,방황하는청춘을지극히감상적이거나회고적인시선에서묘사하는후일담문학이넘쳤다.과거의한페이지를차분히정리할시간도없이숨가쁘게다음페이지로넘어가는것같았다.그첨병에섰던장르가영화였다.사회과학서적을손에서슬그머니내려놓은학생들은영화이론과대중문화론을입에올리기바빴다.추세에감히맞설생각은없었지만,때로는그아찔한속도가불편했다.과속보다는속도조절이필요하다는생각에의식적으로영화와거리를두려고했던것도사실이다.
_서문,6쪽

영화감독인리들리스콧과작곡가바그너사이에는공통점이적지않다.스콧이〈에이리언〉시리즈를통해서SF영화를문명론의반열에올려놓고자했다면,바그너는오페라를종합예술로격상시키고자했던야심가였다.사랑과배반의통속적드라마로만간주됐던오페라에독일신화와전설을결합해서대사와음악,무대와연출이한데어우러진음악극으로재정립하고자했던것이다.스콧과바그너는영화와오페라의개혁가라는격찬과허장성세의예술가라는비판을모두받는다.
_〈에이리언:커버넌트〉와바그너의〈니벨룽의반지〉,16쪽

〈컨택트〉는〈매트릭스〉나〈클라우드아틀라스〉처럼동양적세계관이두드러진최근SF영화들의특징을고스란히보여준다.영화첫장면에서루이스는불치병을앓던딸을잃은뒤무의미한일상을보내는것으로묘사된다.“추억은이상한거야.생각과는다르게기억이돼.우리는시간에너무매여있어.그순서에.”이장면에서루이스의독백을따라처연한단조의현악합주가서서히흐른다.주인공의상실감을대변하는이선율은영국현대음악작곡가막스리히터의“온더네이처오브데이라이트(OntheNatureofDaylight)”라는곡이다.리히터는영국왕립음악원에서작곡을공부한뒤오페라와발레,영화음악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면서작품을발표하고있다.
_〈컨택트〉와막스리히터의“온더네이처오브데이라이트”,30쪽

영화든음악이든소리높여구호를외쳐야만민족주의가구현되는건아니다.서늘한냉기속에따스한온기를감춘경우도있고,냉정한이성에애절한감상을포개놓을수도있다.영화〈밀정〉과〈슬라브무곡〉처럼말이다.그런의미에서도〈슬라브무곡〉은영화와절묘하게어울리는선곡이었다.
_〈밀정〉과드보르자크의〈슬라브무곡〉,41쪽

체코출신소설가밀란쿤데라가‘첫사랑’의대상이라고고백한작곡가가있다.고국체코의레오시야나체크(1854~1928)다.쿤데라는체코의민주화열기가소련군의탱크에짓밟혔던1968년‘프라하의봄’사태이후프랑스로이주했다.이때문에평소쿤데라는국경이나이념의장벽이없는범유럽주의자이자세계주의자에가깝다.하지만야나체크를이야기할때만은여지없이뜨거운민족주의자로변한다.“무엇을통해서내고국이내미학적유전자에영속적으로각인되었는지를내게묻는다면,나는주저하지않고대답할것이다.야나체크의음악을통해서라고.”쿤데라는체코출신의작가프란츠카프카와작곡가야나체크를“내가태어난조국에서살았던역사상가장위대한두예술가”로꼽았다.
_〈프라하의봄〉과야나체크의현악4중주,53쪽

크레이그가〈카지노로얄〉에이어2008년두번째로제임스본드역으로출연한영화가〈007퀀텀오브솔러스〉다.남미에서군사쿠데타를획책하고그대가로식수공급권을거머쥐려는비밀조직‘퀀텀’의음모를막기위해제임스본드는예의동분서주한다.그무대가운데하나가오스트리아의호반도시브레겐츠다.매년여름밤이도시의호숫가에서열리는오페라를배경으로촬영한것이다.
_〈007퀀텀오브솔러스〉와푸치니의〈토스카〉,185쪽

쇼팽의녹턴을연상시킬만큼아름답고서정적인2악장을듣던아벨은나지막한목소리로이렇게말한다.“음악이그리웠소.쇼스타코비치는아주위대한작곡가요.”이처럼음악은영화에서긴장감을잠시나마누그러뜨리는역할을한다.하지만냉전의시대적상황에서는여러모로의미심장한대사이기도하다.쇼스타코비치는냉전당시미국에서소련체제를옹호하는작곡가라는낙인이찍혔지만,거꾸로소련내부에서는형식주의자라는비판에시달렸다.적국뿐아니라고국에서도제대로이해받지못했던작곡가의처지는스파이아벨이나변호사도너번과크게다르지않다.이장면을통해서영화는체제와이념으로갈라진진영논리하에서과연상대의진심을온전하게이해하는것이가능한지되묻는다.
_〈007퀀텀오브솔러스〉와푸치니의〈토스카〉,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