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

$15.00
Description
열한 살에 만나서 40년이 지나기까지,
같은 길 위에서 빚어낸 너와 나의 기억

돌이켜보면 아련하고,
또 아득한 기억들에 관하여
열한 살에 만나서 결혼 30주년을 맞기까지, 옥혜숙과 이상헌의 지난 세월을 따라가는 에세이다. 제네바에서 톡탁톡탁 적어 내려간, 선하고 정다운 이야기가 독자를 맞는다. 열심히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실천하고, 또 치열하게 투쟁한, 그저 모든 것이 다 좋았고, 때로는 그래서 어쩔 줄 몰랐던 열뜬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한 걸음 한 걸음 펼쳐진다.
저자

옥혜숙

옥혜숙은나의엄마다.집안에늘기쁨을가져다준다.언제나재미있고,밝은웃음과미소로방을환하게비춘다.다양한사람들을한데모으며그들에게무조건적인사랑을베푸시는모습이감탄스럽다.나는매일매일엄마의사랑을느낄수있었고그런사랑에감사하며살아가고있다.어머니를아는다른사람들도같은마음일것이다.엄마는한인회행사에서무대를장악하며노래를부르고춤도추고1등상도타온다.외향적인성격과열린마음덕분에엄마는만나는사람마다쉽게친해지고가까워진다.그래서엄마는지금도전세계사람들이모인온라인카페를운영하고,친구들을집에자주초대한다.어머니가다이어트에실패하거나불어를배우는데어려워할때마다장난으로놀리곤하지만,사실나는아빠보다엄마에게배운것이많다.(두저자의아들,이재원이쓰다)

목차

들어가며

1장×그때는어렸지만
2장×다시만나다
3장×만남의나날들
4장×헤어지지않기
5장×같이살아가기
6장×바람불던날
7장×바깥으로나가다
8장×바깥에서머물다
9장×같이여물다

나가며
글을마치며

출판사 서평

사람이온다는것을
그때알았다

여기,열한살에만난두사람이있습니다.처음만났던순간을,그남자아이는이렇게회상합니다.

“부산항구뒤편으로몰래숨바꼭질하듯자리잡은봉래초등학교.우린거기서만났다.만났다기보다는,거기있었는데우연히마주쳤다.나의아버지는외항선원,그아이의아버지는동네경찰이었다.이렇게생계로이어진동네에초등학교는그곳뿐이었다.아이들도얼마나많았는지,학교로가는좁고휘어진골목,먼지풀풀날리는운동장,마루바닥이쉼없이삐걱대는교실은늘인산인해였다.그많고많은아이들중에우리는하필그나이에,같은반에배정되었다.5학년8반.
먼지탓인지소음탓인지모르겠다.첫기억이분명치않다.그아이는분명거기에있었는데,내눈에쏙들어온것은언제인지모르겠다.불치병같은망각때문일수도있겠으나,나는이런일생일대의기억을망각의노예로만들고싶지않다.그래서내기억은이렇다.그아이는작은걸음으로매일조금씩내게온것이다.낮게밀려오는바닷물처럼,팔짝거리며고무줄을뛰어넘듯이,어느순간그아이가내앞에서있었던것이다.”(11쪽)

그여자아이는어땠을까요?
“그아이가내맘속에들어온것은그의눈빛때문이다.열한살나이에걸맞지않게날카로운데믿음직스럽고어딘가벌써철든애어른같았던눈빛.아무튼장난기가득한또래의여느남자아이들과는달랐다.(…)그렇게애만태우다가결정적으로내마음을보여줄기회가생겼다.담임선생님이원하는사람의이름을쪽지에적어내면짝을시켜준다고했다.그러나담임은우리의뒤통수를치고말았다.나는분명히그의이름을또박또박적어냈는데왜내짝은우리반일등코흘리개가된것인지알수가없다.”(13쪽)

두사람은가까이있었지만,그저멀리서바라만보다가초등학교를졸업합니다.그러나서로를발견한것,이찬란하고도눈물겨운여정의시작점에섰다는것,그오래고숱한발자국이모여이렇듯한권의책《우린열한살에만났다》가만들어졌다는사실이파도처럼굼실굼실다가옵니다.이제두사람을소개합니다.그여자아이는옥혜숙,그남자아이는이상헌입니다.이상헌은‘옥혜숙의남편’으로소개되는것에서그쳐야하지만,이지면에서는끝내소개글두어줄을더하려합니다.이상헌은국제노동기구(ILO)고용정책국장으로일하고있습니다.노동정책을연구해서국제사회에알리고있으며,디아스포라이코노미스트로서바라본풍경을한국사회에부치는편지《우리는조금불편해져야한다》에담기도했습니다.

흔들리는세상에도
흔들리지않는것이있다

책은열한살에만나서결혼30주년을맞기까지,두사람의지난세월을따라가는회고록입니다.기억은제각각입니다.같은날,같은장소에있었다고해서같은기억을공유하리라는법은없지요.함께걸은길,같이만든발자국에대한나와너의기억이있을뿐입니다.허우적대던걸음,씩씩했던걸음,주춤했던걸음그리고들뜬걸음.돌이켜보면아련하고,또아득합니다.그래서일까요?“돌아가보아야,온길을안다”고옥혜숙과이상헌은힘주어말합니다.두사람이만들었던발자국에다시새로운발자국을보탠작업이바로이책입니다.《우린열한살에만났다》는따로적으면서,같이적었습니다.제네바에서톡탁톡탁적어내려간,선하고정다운이야기가독자를맞습니다.

모든반짝이는것은간절하다
그때알았다

한편책은우리를오래붙잡고놓아주지않는‘사랑이야기’이기도합니다.베토벤의〈합창〉심포니를신호탄으로,두사람이고등학생이되어재회하면서책은주저없이사랑을말합니다.열심히사랑하고,그리워하고,실천하고,또치열하게투쟁한,그저모든것이다좋았고,때로는그래서어쩔줄몰랐던열뜬두사람의이야기는책장을넘길때마다한걸음한걸음정면으로독자에게다가옵니다.아니,전속력으로달려옵니다.그때의그감정은정확히기억나는데,감정을가꾸었던텃밭에대한기억은아득한당신에게달려옵니다.반짝이는무언가를간절하게붙잡았던그시절로,각별했던그시절로우리를이끄는손짓에응답해주시기를요.

**
[책속으로]이어서

얼마후제네바를떠났다.짧은여정을계획하고와서삶의큰둥치를남긴곳이었다.옛아파트를찬찬히둘러보았다.벽에아이들이남긴흔적,키를재어기록했던나무기둥,좁고어두웠던부엌,전등갓에서캐처럼앉은먼지,그림하나는있어야한다면서벽에어지럽게박은못들그리고발코니에살뜰하게모여들던햇살.우린잠시흔들렸다.
그래,좋은시절이었다.
_254쪽,9장∥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