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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보도와깊은공감이더해진가장권위있는설명”_〈퍼블리셔스위클리〉선정‘2021년10월의책’
베일에가려있던
신장재교육수용소를들여다보다
사람들이사라졌다.중국당국은2017년부터광활한서북지역신장에보안이고도로강화된‘재교육수용소’를세워,150만명에달하는위구르족,카자흐족,후이족사람들을수감했다.이는제2차세계대전이후최대규모수준이다.현재까지총385곳으로추정되는구금시설은위성사진과정부의입찰계약,연구진방문,과거수용되었던사람들및전직수용소노동자들의증언을통해그존재가입증되었다.한편수용소밖에있는사람들의삶또한안전하지않다.중국당국은첨단기술로구축된네트워크를통해그들의데이터와노동력을통제하고,추적하고,감시하며,추출해왔다.이모든이야기는서방언론의보도를통해우리귀에전해졌다.그러나그뿐이었다.유엔에제출한문서에서,중국당국은이를“직업훈련프로그램”이라서술했다.세상어떤직업훈련프로그램이이토록무자비하게폭력을행사하고,기본권보장에인색하며,‘개’만도못한취급을받았다는증언을동반할까.
여기,21세기최악의인권유린을파헤친책이출간되었다.중국이첨단기술의감시네트워크를구축해수많은사람을억류하고착취해온참혹한현장을기록한《신장위구르디스토피아》이다.위구르사회와중국감시체계를오랫동안연구한인류학자대런바일러의저작이드디어한국사회에도착했다.끔찍하고고통스러우며비참하기까지한,강렬한읽기의체험이지만우리가알아야만하는현장고발이가득하다.바일러는풍부한조사와사려깊은연구와중대한책임감을뒷받침으로,재교육수용소에갇힌이들이매일어떻게투쟁하며버텨왔는지고스란히전달한다.이중요한작업물을우리말로옮기는일은《사라진나의중국친구에게》의저자이자플랫폼c활동가인홍명교가맡았다.
“이책은인류학자인저자의또다른응답이다.신장지역현장연구에서다양한사람들을만난저자는생생한증언과자료들을바탕으로,인종주의적이고도반인도적인통제시스템의민낯을폭로한다.잔혹한현실앞에서감정이앞서기마련이지만,사실과논리를바탕으로한논의를포기하지않는덕분에독자들이냉정하게현실을이해하고뜨겁게사유할수있도록돕는다.”_‘옮긴이의말’중에서
“새로운강역”을의미하는신장이
재교육수용소가되기까지
2022년10월31일유엔총회에서신장위구르자치구내소수민족인권탄압을규탄하는성명이채택됐다.미국·영국·일본·프랑스·호주·이스라엘등50개국이참여했고,한국은참여하지않았다.한국은앞서10월6일중국정부의위구르족인권침해의혹과관련해토론회를여는결정안표결에는찬성표를던졌는데,이를두고중국은“실망감을느낀다”고반발한바있다.신장재교육수용소의존재가세상에널리알려지게된것은지난2018년11월익명의중국인이언론을통해이닝시에새로지어진수용소사진과영상을공개하면서부터다.2019년말에는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입수한극비문건이공개됐다.신장위구르자치구공안당국이수용소운영매뉴얼에대해지시하는내용이담겨있었다.수용자탈출방지,세뇌교육,전염병발생통제,면회나화장실사용허락기준등꽤구체적인기록이었다.그런데도중국당국이내놓은답변은간단했다.그들은처음에는수용소의존재를부정했으며,나중에는교육을위한“직업훈련프로그램”이라고답했다.
이직업훈련프로그램―집단억류프로그램―의시작은1990년대로거슬러올라간다.중국이수출주도시장경제로전환하며,자원의보고인중국최서북단신장으로한족정착민이몰려들기시작했다.그들고유의역사와언어,종교적관습을갖고살아오던투르크계무슬림인위구르원주민은가장좋은곳에서부터밀려나고배제됐다.엄격한정착민우대조치는커다란반감또한야기했다.채용차별과토지몰수,종교적관례에대한정부의통제증가는1990년대와2000년대초에걸쳐일련의시위와폭력적인탄압을유발했다.2000년대들어무슬림테러리즘담론이중국에들어오면서이러한사건들은관영매체들에의해“테러”로묘사됐고,2009년유혈사태이후중국당국은고강도진압작전을전개한다.2014년시진핑지도부는“테러에맞선인민전쟁”을선포했는데,소수의범죄자를표적삼기보다는신장내전체무슬림인구1,500만명을대상으로했다.이에따라2017년부터이지역곳곳에‘재교육’이라는미명아래300곳에달하는수용소가세워졌다.그렇게신장은구금시설과동의어가되었다.
나도모르는사이에“예비범죄자”와
“잠재적테러리스트”가된사람들
총5장으로구성된책은신장과카자흐스탄과시애틀에서진행된24개월이상에걸친인류학적연구를바탕으로한다.캐나다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에서국제학조교수로재직중인대런바일러는수용소로끌려갔거나그곳에서일했던사람들과나눈인터뷰를뼈대로,2017년이후베일에가려져있던신장위구르자치구의풍경을세밀하게담아내는작업에착수한다.미국에서학업을이어오다가중국에잠시입국한사이에수용소에수감된후이족대학생베라,경찰보조원으로일하며24시간내내스크린을감시해야했던카자흐족청년바이무라트,수용소에중국어강사로드나들며이곳에서인간성이말살되는과정을눈물로지켜봐야만했던우즈베크인켈비누르,‘극단주의자’가되어수용소에수감된카자흐족농민아딜벡,수용소내공장에서강제노동을통해산업노동자로‘재교육’되었음을증명해야했던카자흐족트럭운전사에르바키트그리고이들이대신하여증언한―여전히그곳에갇혀있는―위구르인들이들려준이야기를통해우리는중국이감시자본주의아래에서어떻게인종주의적이고도반인도적인통제시스템을활용해사람들을탄압하고착취해왔는지알수있다.
“나와는상관없는일이라고생각했어요.”저자와인터뷰를나눈이들의공통된증언이다.“위구르인이아니라카자흐인이기때문에”,“신앙심이깊지않기때문에”,“좋은학교에서교육을받았기때문에”,“중국어를구사할줄알기때문에”그들은자신이상대적으로안전하리라생각했다.그러나예측은보기좋게빗나갔다.그들은“지메일(Gmail)과같은‘불법적인웹사이트’에접속했기때문에”,“모스크에방문했기때문에”,“스마트폰에왓츠앱(WhatsApp)을설치했기때문에”,“담배를끊었기때문에”그리고사실상“아무이유없이”끌려갔다.그때부터그들의삶은살아남기위한투쟁이되었다.
생존자들의증언은책에서가장값진지면이라할수있다.그간드문드문기사속몇줄로는만날수있었지만,이렇듯인류학적방법론과구조적분석이교차한작업물로는첫번째시도이다.그러나이값진문장을읽어내는일은결단코만만하지않다.그들은수용소의불빛과카메라아래에서인간성을말살당했다.플라스틱의자와전기봉,자동화된학대로변형되었다.가만히앉아있고,적절할때몸을웅크리고,잠자코구타를받아들이고,크게애국가요를부르고,언제나미소짓고,모든명령에“네!”라고말하도록훈련받았다.그들은화장실로쓰이는열린양동이의배설물냄새,비좁은공간에서씻지않은몸들이밀집해있을때의땀,간수들에대한공포를표명할수없도록길들여졌다.그들은한밤중에번쩍이는밝은불빛을알아차리지못하게되었다.그들은끊임없는굶주림을느끼지않게되었다.그들은먼미래나과거에대해생각하지않게되었다(26쪽).물리적으로고문과가학행위를당하고,정신적으로는고유한전통과문화와종교를지우는동시에사상재교육을주입받았다.대화는중국어로만나눠야하고,‘재교육’영상프로그램이반복해서재생되었으며,당을향한충성을맹세하는자아비판을끊임없이낭독해야했다.여성을대상으로는“불법출산제로”정책이시행되기도했다.그리고이모든것은스크린을통해24시간감시되었다.
중국의디지털감시네트워크는
사람들의삶을어떻게망그러뜨리는가!
중국의통제시스템이갖는가장중요한특징중하나가,바로이첨단기술을동원한감시망이라고바일러는강조한다.2017년초신장전역에새로운인터넷보안법이시행된다.자치구당국이극단주의적인‘예비범죄자들’을식별해내기위한장치였다.신장의모든거주민은“모두를위한신체검사”라불리는생체인식데이터수집절차를거쳤다.경찰은그들의얼굴과홍채를스캔하고,목소리특징을녹음하고,혈액과지문과DNA를채취했다(40쪽).이들의삶을모니터속사각형안―제자리―에가두는디지털인클로저시스템은동시에그들의스마트폰을추적장치로바꾸었다.GPS를활용해사람들의움직임을추적하는데이터는신장곳곳에세워진검문소에서의얼굴스캔과신분증검사로이어졌다.기술의편리함은재난이되어돌아왔다.아무리노력하더라도신장을에워싼감시시스템으로부터안전한사람은아무도없었다.카메라와스캐너의알고리즘이24시간작동되는재교육수용소안에서그저종속되고시스템속일부가될수밖에없었던참혹한현장고발이이어진다.
바일러의손끝은종내시애틀을향한다.그불편하고불안한진실을외면하지않는다.기술은원인과결과사이의거리를멀게만든다.인간성말소의과정을가속화한다(94쪽).바일러는중국서부의무슬림인구를억제하고변형시키기위한‘스마트’감시시스템이만들어지고작동하던과정에서실리콘밸리―그리고시애틀뒤에버티고선중국기업들―가수행한역할을짚는것을잊지않는다.그들의기술에특별히악한의도가있었던것은아니지만중국서북지역에서이슬람교도들이수시로저지되고,신원확인을받으며,구금되고,심문을받는일을“일상”으로,“친밀한방식의폭력”으로만드는데기여했다.그들은목적의식적으로통제시스템을설계하고인종화의방식을자동화했다(153쪽).책은형벌의식민지에처박힌채로말하지도울지도못하고있는사람들을기억한다.그들의고통을기억한다.나아가유례없는첨단기술의감시속에서도이따금빈틈이생길수있었던,이해할수없는폭력에사유로맞서인간성을포기하지않으려했던작은순간들도기록한다.이런움직임이모여무자비하게돌아가는재교육기계를삐걱거리게했고,끔찍한참상을수용소밖으로알리는용감하고세심한작업으로이어질수있었다.이것은동시대를살아가는폭력과사회정의에관한이야기이다.이사태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어떻게살것인가.어떻게싸울것인가(184쪽).《신장위구르디스토피아》는이물음의증명과정이자,기술과빅데이터의오용에관한강력한경고이기도하다.《1984》의디스토피아가바로여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