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을 향하여 : 자이니치와 함께 걸어온 반세기

공생을 향하여 : 자이니치와 함께 걸어온 반세기

$22.00
Description
일본을 대표하는 실천적 지식인의 눈으로 본
해방 이후 70여 년의 자이니치 투쟁사

★권해효(‘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대표, 배우) 추천
여기, 늦게나마 알아야 할 이름들이 가득 담긴 책이 출간되었다. 지난 반세기에 걸친 자이니치 투쟁사와 각각의 현장을 뜨겁고 날카롭게 증언하는 《공생을 향하여》다. 일본을 대표하는 실천적 지식인 다나카 히로시가 걸어온 궤적 자체가 차별과 편견을 깨부수는 투쟁의 역사였고, 그 중심에 자이니치가 있었다.
총 16장으로 구성된 책은 ‘배제’와의 오랜 투쟁을 구석구석 꼼꼼히 돌아본다. 피폭 치료를 위해 일본에 밀항한 뒤 치료받을 권리를 주장하며 일본 사회를 상대로 법정 투쟁에 나선 손진두의 싸움을 시작으로, 자이니치 권리 신장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박종석의 히타치 취업 차별 재판, 한국 국적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일본인에게만 입소를 허용했던 사법연수소의 문을 열어젖힌 김경득, 1980년대 일본 사회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지문날인 거부운동, 전후 보상 운동, 공무원·교사 임용의 국적 조항 철폐 투쟁, 외국인 참정권 운동, 민족학교에의 탄압에 맞선 움직임 등 굵직굵직한 싸움의 역사가 다나카 히로시 특유의 시원시원한 말씨로 종횡무진 이어진다. 그와 함께 지금보다 엄혹했던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에 우뚝 서 투쟁해왔던 자이니치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또렷이 살아 한국 사회를 찾는다.
여러 투쟁기가 펼쳐지지만, 모두 하나의 거대한 질문 아래 모인다. 책은 “국적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관절 국적이란 무어길래 “일본 국적을 갖지 않은 자”라는 열 글자에 그토록 무시무시한 힘을 부여하는지, 차별을 합리화하는 마법의 장치가 되어 배제와 감시를 정당화하는지 책은 묻는다.
저자

다나카히로시,나카무라일성

저자:다나카히로시
1937년생.아시아학생문화협회근무,아이치현립대학교수,히토츠바시대학교수,류고쿠대학특임교수등을거쳐현재히토츠바시대학명예교수로있다.전문분야는일본-아시아관계사,포스트식민지문제,재일외국인문제,일본의전후보상문제다.저서로는『일본안의아시아:유학생·재일조선인·‘난민’日本のなかのアジア―留?生·在日朝鮮人·「難民」』(1980),『허망의국제국가·일본?妄の?際?家·日本』(1990),『전후60년을생각한다:보상재판·국적차별·역사인식?後60年を考える―補償裁判·?籍差別·?史認識』(2005),『재일외국인:법의벽,마음의골在日外?人―法の壁,心の溝』(1991재판,1995재판,2013)등이있다.

저자:나카무라일성
1969년생.「마이니치신문」기자를거쳐,지금은프리저널리스트로일하고있다.자이니치조선인과이주노동자,난민을둘러싼문제나사형이주요관심사다.저서로는『목소리를새기다:자이니치무연금소송을둘러싼사람들?を刻む―在日無年金訴訟をめぐる人?』(2005),『르포교토조선학교습격사건:‘증오범죄’에맞서ルポ京都朝鮮?校襲?事件―〈ヘイトクライム〉に抗して』(2014),『르포사상으로서의조선적ルポ思想としての朝鮮籍』(2017)등이있다.

역자:길윤형
1977년서울출생.서강대학교에서정치외교학을전공했다.2001년11월「한겨레」에입사해사회부·국제부등을거치고,2013년9월부터3년반동안도쿄특파원으로재직했다.귀국후「한겨레21」편집장과「한겨레」국제뉴스팀장,통일외교팀장을맡았고현재는국제부장으로일하고있다.
아베정권이후본격화된반동의흐름속에서일본군‘위안부’문제,미일동맹강화를비롯한일본의안보정책변화등에관한여러기사를썼다.
지은책으로는『나는조선인가미카제다』『아베는누구인가』『안창남,서른해의불꽃같은삶』『26일동안의광복』『신냉전한일전』이있고,옮긴책으로『나는날조기자가아니다』『아베삼대』가있다.힘닿는데까지계속무언가를써내려한다.

목차

한국독자들에게
머리말

1장‘원점’이된‘아시아문화회관’
2장한국인피폭자,손진두의넋
3장‘국적’이라는차별장치
4장‘히타치’에서‘민투련’으로
5장‘헌법파수꾼’의인권감각을쏘다
6장자이니치한국인변호사제1호,김경득이남긴것들
7장지문날인거부:일본의공민권운동
8장지문날인거부2
9장‘잊혀진황군’들의절규
10장전후보상재판에서조위금법으로
11장‘당연한법리’란무엇인가
12장외국인참정권이라는‘출발점’
13장조선학교의대학수험자격문제
14장‘시작’으로서의에다가와조선학교재판
15장21세기의4·24,고교무상화배제와의싸움
16장무상화재판의새단계:종축을통해본다는것

보론일본인의전쟁관·아시아관에대한사적단상―다나카히로시
서간이번조선고교무상화문제에부쳐―권순화

맺음말
역자후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자이니치권리투쟁의산증인,
다나카히로시가반세기에걸친역사를말하다

일본도쿄도기타구에는조선학교중하나인도쿄조선중고급학교가있다.어느날한학생이통학로아카바네역에서어떤낙서를발견한다.‘조선인을죽이는모임’이라고적혀있었다.2022년9월9일에벌어진일이다.사건이일본언론에보도된것은그로부터3주가지난그달30일이었다.오래전일이아니라는사실도놀랍지만,더멈칫하게되는점은조선학교나자이니치를향한증오범죄가일본사회내에서그다지새삼스러운일이아니라는데있다.한국독자에게도익숙한극우민족주의단체‘재일특권을용납하지않는시민모임’(재특회)의존재와그거리낌없는행보를봐도알수있듯,일본의인권의식은후퇴하고역사수정주의가횡행하고있다.
여기,늦게나마알아야할이름들이가득담긴책이출간되었다.지난반세기에걸친자이니치투쟁사와각각의현장을뜨겁고날카롭게증언하는《공생을향하여》이다.무엇보다먼저붙잡아야할이름은저자다나카히로시다.한국사회에는널리알려지지않았지만,일본에서는진보진영의대표적인지식인이다.경제학자이자현재히토쓰바시대학명예교수로있는그의전문분야는일본-아시아관계사,포스트식민지문제,재일외국인문제,일본의전후보상문제등이다.그가걸어온궤적자체가차별과편견을깨부수는투쟁의역사였고,그중심에는자이니치가있었다.손진두,송두회,박종석,최창화,김경득,강부중,정향균등수많은자이니치가그와함께걸었다.다나카히로시는주로자이니치2세이후세대가짊어진대부분의권리운동에깊이관여했고,함께달려왔다.문자그대로자이니치인권투쟁의살아있는증인이다.그숱한기억을기록으로남기는일에,책의또다른저자인나카무라일성이함께했다.그들은2016년을시작으로오래고긴인터뷰를거듭하며‘투쟁의철칙’을묻고,‘양보할수없는선’을말하며,이다음을살아가는데기준이될반석을지면에적었다.이후잡지연재를거쳐추가인터뷰를더한단행본이2019년일본사회에출간되었고,2023년한국사회에도착했다.진정으로타자와‘공생’하기위해분노하면서도끝내희망을놓지않았던여러목소리를담은이값진작업물을우리말로옮기는일은〈한겨레〉길윤형기자가맡았다.

“내가만나고겪은자이니치들은『파친코』의등장인물들과닮았으면서도크게달랐다.이들은일본사회의차별과편견속에서시름하면서도스스로의정체성을잃지않으려노력했고,필요한경우투쟁을마다하지않았다.그래서이따금앞뒤가꽉막힌것처럼보였던절망속에서값진승리를얻어냈다.(중략)지금도수많은자이니치가일본사회내에서크고작은차별과편견과맞서싸우고있다.이들이택한것은차별과편견에분노와증오로맞서는폭력의길이아니었다.민족적자긍심을지키면서도일본사회속에서부당한대우를받지않고평범하고안온하게살려는‘공생’의길이었다.”_‘옮긴이의말’중에서

천엔지폐,잊혀진황군,대동아전쟁긍정론
1960년대일본은어떤시대였는가

다나카히로시가제도화된인종주의를상대로투쟁의삶을결의하게된것은1960년대유학생들과의만남이계기였다.당시일본사회는안보투쟁이한창이었다.변혁의움직임과여러혼란으로이글대던시기였다.그와동시에경제적으로는고도성장기에접어들면서여러허구와기만의얼굴을하고‘전후사’를써나가기시작하는데,저자들은바로이대목에주목한다.그들은1960년대일본사회를두고“‘역사인식’과‘반차별’이라는타자와공생하기위해꼭필요한기반을확립하는데완전히실패해가는모습이새겨져있다”(15쪽)고평가한다.다나카히로시는특히세가지키워드를통해이시기를바라본다.‘천엔지폐’,‘잊혀진황군’,‘대동아전쟁긍정론’이그것이다(51쪽).
먼저‘천엔지폐’사건은이렇다.1963년11월다나카히로시는‘아시아문화회관’에서근무하며아시아에서온유학생들과관련한일에몸을담고있었다.어느날도쿄에유학을와있던동남아시아화교유학생이그를찾아와다음과같은이야기를꺼냈다.“다나카씨,일본인은역사를어떻게배우고있는거냐.전쟁전의일본이라면모르겠지만,전후에새로태어난일본에서왜굳이이토히로부미를지폐에끄집어내나.이토는조선민족에게원한을사하얼빈에서살해당한사람이아닌가.일본에가장많이사는외국인인조선인도같은천엔짜리지폐로매일물건을사야하는데몹시잔혹한일이아닌가.게다가매일같이정부를비판하는문화인·지식인이그렇게많아도누구하나이토가등장했다는사실을비판하지않는다.1억명이무슨생각을하고있는지,어쩐지섬뜩하다.”(335쪽)당시는천엔지폐의인물이쇼토쿠태자에서이토히로부미로바뀐시점이었다.‘진주만에서시작해원자폭탄으로끝나는’역사적사실안에있던다나카히로시에게이일은커다란충격이었다.
‘잊혀진황군’은마찬가지로1963년에방영된오시마나기사감독의텔레비전다큐멘터리제목이다.식민지시대일본군으로서출정해회복할수없는장애를입었지만,일본에서도한국에서도보상받지못한자이니치상이군인들의모습을추적한작품이다.일본보훈제도부터살펴보자면전상병자전몰자등지원법안이1952년국회에제출된다.전몰자유족단체인일본유족회의정치적영향력에따라전몰자유족에대한원호가강화되던시기가바로1960년대다.그리고이때‘국적조항’이발목을잡으며옛식민지출신자를대상으로철저한배제체계가만들어진다.이문제는20여년이나지난시점에서논의가시작되고,다나카히로시는1988년10월‘자이니치옛식민지출신자에관한전후보상및인권보장법’초안을발표한다.법정에서다큐멘터리〈잊혀진황군〉을상영하는등많은노력을기울였음에도사법투쟁에서는끝내패소하고만다.그러나이후정치와시민이움직이며‘잊혀진황군’들은일본을상대로각지에서전후보상재판을일으키는데,다나카히로시는이싸움에도연대했다.
마지막으로‘대동아전쟁긍정론’은작가이자평론가인하야시후사오가1963년9월부터1965년6월까지〈주오코론〉에연재한원고제목이다.아시아태평양전쟁은서구열강의침략에일본이대항해아시아의독립을지키려던싸움이었지만그이념이왜곡된비극이었다는주장을담고있으며,도쿄재판을전면부정하는글이다.연재의후반부에이르러서는“일본은100년동안아시아를위해싸워왔기때문에조금쉬는게좋다”는주장도적혀있다.자극적인‘긍정론’이라는표현을쓰면서도우익잡지가아니라일본사회의일반독자를대상으로발행하는〈주오코론〉에연재가되었다는점에서,아시아에서온유학생들에게위기감을건네기에충분했다.베트남전쟁이한참진행중이었고히비야공원에서는‘베트남반전운동’(베헤련)이매일같이벌어지던때였다.이렇듯1960년대에다른아시아인들과어긋난감각을경험한일이다나카히로시의원점이되어이후투쟁의길로그를이끌었다.책은그로테스크한‘일본인의,일본인에의한,일본인을위한나라’의성립과현상그리고향후의과제를논하는데에도많은지면을할애한다.

히타치취업차별재판부터
고교무상화재판에이르기까지

총16장으로구성된책은‘배제’와의오랜투쟁을구석구석꼼꼼히돌아본다.피폭치료를위해일본에밀항한뒤치료받을권리를주장하며일본사회를상대로법정투쟁에나선손진두의싸움을시작으로,자이니치권리신장운동의새로운지평을연박종석의히타치취업차별재판,한국국적으로사법고시에합격한뒤일본인에게만입소를허용했던사법연수소의문을열어젖힌김경득,1980년대일본사회에지각변동을일으켰던지문날인거부운동,‘잊혀진황군’이라알려진자이니치들의전후보상운동,제도적인종주의의대표적사례라할수있는공무원·교사임용의국적조항철폐투쟁,외국인참정권운동,나아가식민지지배로인해빼앗긴언어와문화와정체성을되찾으려는공간으로만들어진민족학교에의탄압에맞선움직임등굵직굵직한싸움의역사가다나카히로시특유의시원시원한말씨로종횡무진이어진다.그와함께지금보다엄혹했던시기에자신의정체성에우뚝서투쟁해왔던자이니치한명한명의목소리가또렷이살아한국사회를찾는다.
시대가낳은투쟁,히타치취업차별재판의원고인1951년생박종석의이야기는이렇다.1970년히타치제작소입사이력서에‘통명’(자이니치가본명인조선이름대신사용하는일본식이름)을써서합격하는데,“거짓말을했다”는이유로입사결정이취소된다.박종석은그해12월민사소송을제기한다.그는투쟁을벌이는과정에서“이재판에이기든지든자신은완전히새롭게태어날수있었기때문에오히려히타치에게고맙다고말하고싶을정도다”(77쪽)라는발언을남긴다.차별에맞닥뜨리고대항하는과정에서자신의정체성을확인한것이고,이는이후많은자이니치에게도뒤따르는순간이었다.거대기업히타치와의싸움에서본명을공개하는결단을내리며긴여정을이어간재판은승소를거머쥐는데,이역사적승리로불붙은반차별·권리획득운동의물결은역사상전례를찾아볼수없는거대한인권투쟁으로발전한다.
또하나의획기적인투쟁의주역,1949년생김경득은1976년외국국적을가진채로변호사가되겠다면서일본최고재판소에임용을요구한다.최고재판소는연수소입소자격에국적조항을두고외국국적자를배제해왔다.신청단계에서‘귀화’를약속하면가입소가인정되기에,김경득이전에사법시험에합격했던자이니치열두명은모두귀화를선택한바있었다.김경득은자신의뜻을굽히지않고사실과논리로일관했고,최고재판소는‘맥없이’문호를개방한다.이토록근거없는국적조항이오랜시간사람들을배제해온것이다.자이니치한국인변호사제1호김경득은이일을계기로여러권리투쟁에함께하며힘을싣는다.다나카히로시는그가개척한길을대신하여열거하며그의미를전한다.
책의중반부를지나면,에다가와재판(도쿄조선제2초급학교)이나조선학교고교무상화배제를둘러싼법정투쟁등2000년대의움직임이언급된다.전국에서도손꼽히는자이니치집단거주지역인도쿄도고토구에다가와.이곳에는1945년에설립된에다가와조선학교가있다.2003년12월도쿄도가재판으로‘퇴거’를압박해온다.도쿄도와임대계약이끝난땅에서조선학교를운영하는것은‘불법점거’라고주장하는구민들이주민감사를청구한게계기였다.다나카히로시는“식민지지배로조선인들의언어와문화를빼앗은일본은이를회복하기위한장소,즉조선학교를지킬의무가있다”는주장으로맞선다.여러시민단체와함께투쟁을이어가던중조선학교지원단체인‘몽당연필’의사무총장으로당시홋카이도의조선학교를촬영중이었던김명준감독의다큐멘터리영화〈우리학교〉가2006년한국에서개봉되면서연대의목소리가높아지기도했다.에다가와재판은2009년도쿄간이재판소에서‘즉결화해’가성립되며실질적승소를거둔다.에다가와에서함께했던자이니치변호사들은이후(아베신조전총리시절인2013년일본정부가고교무상화정책대상에서조선학교를배제한)고교무상화재판의대리인이되는데,다나카히로시는이연대의계승을목소리높여강조한다.
한편고교무상화재판은2013년1월아이치와오사카를시작으로도쿄,후쿠오카,히로시마등다섯개지역에서민사소송이시작되는데오랜공방끝에2021년7월에이르러다섯건모두원고패소로종결한다.이에대항하는집회‘금요행동’이여전히도쿄문부과학성앞에서이어지고있다.일본의식민지연구제1인자라할수있는야나이하라다다오는“이제식민지는없어졌다”고말한바있다.그러나식민지가사라졌어도이렇듯문제는남아있다.다나카히로시는‘부정적인역사’를긍정적으로변화시키는방법에관해고민한다.그리고지난역사를제대로인식하고새로운사회를만드는단계에서,조선학교는가장중요한존재이자일본사회에귀중한자산이라고제안한다.“내의견을묻는다면조선학교는솔직히말해자이니치들에게보물이지만,동시에일본사회에도보물이라고생각합니다.”(322쪽)

공생으로가는길을향해
한국사회에도착한메시지

책의가장큰미덕은운동에참여한당사자가자신의목소리로,경험에서빚어낸구체적인언어로지난역사를회고한다는점이다.그에따라각투쟁이진행되던당시의사회분위기,핵심쟁점,운동에함께한이들의생각,일본사회와이후운동에끼친영향등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