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면 길이 된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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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상헌

스위스제네바에위치한국제노동기구(ILO)의고용정책국장이다.삼천포에서태어나부산에서학창시절을보낸뒤서울대학부와대학원에서경제학을공부했다.일찍결혼하여가족을이루고영국케임브리지로가서경제학박사학위를마쳤다.그후줄곧ILO에서여러직책을거치면서일하고있다.노동시간,임금,고용에중점을두면서포괄적인연구와정책을개발하고있고,이를기반으로여러나라에정책조언을한다.노동경제학이전공분야이지만,노동에대한단편적인경제학적접근에대해비판적이다.수년전에《우리는조금불편해져야한다》를출간했고,최근에는초등학교동창인아내옥혜숙과의기투합하여《우린열한살에만났다》를썼다.지금은스위스국경으로부터멀지않은프랑스의한적한산마을에서아내와보스니아에서입양한강아지한마리를돌보며살고있다.

목차

들어가며
시작하는글:희망,같이가면길이된다

1부우리시대식인의풍습:일터의죽음
이모집의냄새
광인일기,식인의풍습을보았다
“죽을각오”를권하는사회
죽음이또다른죽음으로잊히는사회
거대한공동의묵인
30년의다짐,넌무얼했느냐

2부100년의거친꿈:당당한노동
노동권,그100년의거친꿈
8시간노동의험난한여정
게으름탓이라는강고한신화
나는되고너는아니된다?
화장실의불평등
임금체불사건
빵과장미:이대로살순없지않나
노동조합,이로우나허하지말라
노동의미래와어제의노동자
인공지능:인간을인간적으로

3부울타리치기와불평등:사람,경제그리고권력
키작은능력주의
우리시대의울타리치기
또다른울타리치기:하청과중간착취
굳세어라,소비자여!
네코앞의일을제대로본다는것
일자리의진정한가치
일자리와정치
세계주의를경계한다
세계화시대의일그러진경쟁
브렉시트의또다른탈출
트럼프시대의반지성주의
불평등이라는부메랑

4부불평등의상처:코비드시대의풍경
또다른바이러스
인간의체온을지키려면
코로나시대의어떤하루
카뮈,역병시대의종교와의사
불평등바이러스
갈림길
인간의역병

5부사방의이웃을두려워할때:경제학의그늘
왜경제학자를믿지못하느냐고?
경제예측이라는점쟁이
“경제방면”의책을읽다
사방의이웃을두려워할때
낮은소리에자유를준경제학자
등대로함께찾아가려면
희망의뱃고동

6부이제너에게묻는다
투표하러가며묻는다
광화문광장에서묻는다
바람부는영도다리에서묻는다
눈물을믿지않는곳,요르단에서묻는다
차별하지않는다는네게묻는다
유럽에서소심하게묻는다
추억의성곽에서묻는다
어버이날에묻는다
매미가뜨겁게울던여름날에묻는다
샤워하며은밀히묻는다
떨리는것들을보며묻는다

마무리하는글:회복하는인간,회복하는사회
나가며

출처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거친발톱끼리손잡는기적을기다리며적어내린
‘일’과‘일터’와‘일하는삶’을향한문장들

국제노동기구(ILO)에서고용정책국장으로일하는이상헌이사람,노동,경제학의풍경을전한《우리는조금불편해져야한다》에이어두번째편지를부쳐왔다.수신인은한국사회에서‘일하는삶’을살아가는모든이다.조지버나드쇼는말했다.“인간이사자를죽이면그걸스포츠라고부른다.하지만사자가인간을죽이면그걸포악함이라한다.범죄와정의의차이라는것도이와별반다르지않다.”이상헌은말한다.“가끔,나는‘노동자’는‘인간’이아니라‘사자’라는생각을한다.”

“원형경기장에서가망없는싸움을벌이면서도삶의희망을결코포기하지않는사자,생산이라는거대한경기에서피흘리며죽어나가는슬픈운명에처한사자,살인같은죽음에‘범죄’를따질수없는사자,죽음판을벌인인간에대항하여온몸으로맞서싸우면포악하다고불리는사자,인간이싸우라고만든경기장에서그에따라치열하게싸우면형벌을받는사자.죽음,박봉,과로,해고는경제성장이라는거대한게임에필연적으로따르는법칙이고,거친바닥에무뎌진발톱을내보이면당장포악함의죄를물어갇히거나칼을받게된다.더러있지않았나.기업이노동을죽이는것은불가피함이고,노동이기업에죽을듯달려드는것은곧범죄다.”(14쪽)

여기,일과일터와일하는삶을끈덕지게보듬는책이출간되었다.여럿이같이가면길이된다는꿋꿋한믿음아래,함께모색하고타개하여연대와회복의길로나아가는데값진화두가될문장들을엮은《같이가면길이된다》다.이상헌은여전히원형경기장을벗어나지못한우리에게다시한번얼얼하게아프면서도살뜰한통찰을건넨다.그는‘사자’가무리를지어경기장을무너뜨리고나오길꿈꾼다.거친발톱끼리손잡는기적을기다린다.공감과연대의힘도믿는다.‘인간’과의연대도기대한다.이모든꿈을머리맞대고꾸길소망한다.

속도는더디고방향은제각각인세상에서
“우리정말이대로살순없지않나”

이상헌이25년째몸담고있는ILO는유엔산하전문기구로서노동문제를전담한다.그는고용정책국장으로일하며세계곳곳을대상으로영어와불어로일하지만,떠나온‘내나라’에관한관심은줄어들기는커녕나날이더커지고있다고고백한다.타국생활에따르는일반적‘갈증’이라고할수도있겠지만,이상헌에게는조금다른연유가있다.내나라의일터현실이너무나더디게변하는것에대한조급함이큰탓이다.특히그는우리사회가일터의죽음을막지못하는현실에분노와책임을느끼고,그이면에는불평등그리고나아가‘나쁜경제학’이있다고말한다.이상헌에게는수많은제약이있다.‘외교적중립성’이라는단어는감시카메라처럼그의눈과손을내려다본다.따지거나비판해야할대상에선뜻칼날을세울수없는경우도부지기수다.그렇기에그는치열한숙고와엄격한응시를대동한채이런저런지면에꾸준하고도찬찬하게글을써왔다.부끄러운우리가따지고물어야한다고목소리높였다.“우리정말이대로살순없지않나.”

일하다가죽지않기를,
어떻게든같이온몸으로저어가기를

총6부로구성된책은‘이나라’의일하는삶을구석구석돌아본다.1부‘우리시대식인의풍습:일터의죽음’에서는풍족한살림,부유한경제,만개하는민주주의를구가하는가운데서도좀체지워지지않는이시대의붉은그림자를말한다.이상헌은일터의죽음을두고,사회의집단적‘음모’이자집단적‘테러’라고힘주어정의한다.짧게는지금이순간,길게는수십년거슬러올라가일터에서죽고다치는이들과그들을둘러싼때로는묵인과때로는소란과때로는변화의움직임을추적한다.2부‘100년의거친꿈:당당한노동’에서는살아남은노동이끊임없이고개숙이는현장을끄집어낸다.100년전8시간노동,최저임금,차별없는노동을내세우면서ILO가만들어졌다.‘당당한노동’은누군가에게는현실로,그러나수많은사람에게는여전히꿈으로남아있다.정부가아예장시간노동을장려하는법까지만들겠다고나선상황에서,여기적힌오랜역사의문장들은한결서글프면서도절박하게다가온다.3부‘울타리치기와불평등:사람,경제그리고권력’은온천지가‘울타리’인오늘날을돌아보며,바야흐로불평등은확대되고일자리는불안정한시대에서‘성공’과‘능력’과‘효율성’으로세상을분절화하고계층화하는장면을포착한다.4부‘불평등의상처:코비드시대의풍경’에서는바이러스가한층가혹하게경제와삶을지배한곳곳으로우리를안내한다.코로나이전의세상에서도위험과차별을짊어졌던사람들은바이러스가덮치자더욱극심한역할을떠안아야했다.요몇년사이더욱살벌해진‘어떤하루’를좇는다.5부‘사방의이웃을두려워할때:경제학의그늘’은경제학자로서느끼는책임과비애그리고‘뱃고동’에비유한희망을담담히적어내렸다.2007년말세계금융위기를회상하며지금의위기에서헤어나올길을찾는다.마지막6부‘이제너에게묻는다’에서는이모든고찰과비판에서자유로울수없는스스로에게로물음표를건넨다.앞선장들보다자비없는,그러나섬세하게떨리는물음들이끝내는책장을넘기는독자에게로향할때제목여덟글자가다시금선명해지는순간을맞는다.

다시,우리의‘일하는삶’과
‘회복하는사회’에관해말하다

책은‘회복의희망’을말하며끝맺는다.얼마전타계한일본소설가오에겐자부로의“인간은회복하는존재”에서뻗어나온이야기다.

“물건만들다죽고,만든물건배달하다가죽고,심지어자다가추워서얼어죽기도합니다.그뜻마저모호해진‘진보’를바라지는않습니다.어려움과고통을잔디자르듯싹둑잘라낸세상은당분간화려한꿈으로남겨둡니다.상처하나넘으면다음상처가오겠지요.하지만한상처가오면세상이기민하게회복의힘을모아주길바랄뿐입니다.”(303쪽)

소설가김훈은“이상헌은학문과현실사이의간극에찡겨있다.이부자유한자리에서그가인간의현실쪽으로시야를열어갈때그의글은가장좋은페이지를이룬다”고했다.경제학자이지만이론과숫자로무장한학문으로인간의현실을끌고들어가지도않고,힘세고가지런한논리를들이대며설명할수없는세계를설명하지도않는다는것이다.이는“인간의얼굴을한경제학자”라는시인송경동의표현으로이어진다.《같이가면길이된다》는“뻔한처지에있는사람들끼리온기모아서회복”하며,“어떻게든살아내는”여정을정겨이반기고뜨겁게북돋는다.희망,같이가면길이된다.

추천사

이상헌의글을읽고나니,경제학은그의생애의괴로움이라는것을알겠다.그의경제학은이약육강식하는난세의현실과불화하고있다.그는이론과숫자로무장한학문속으로인간의현실을끌고들어가지도않고,힘세고가지런한논리를들이대며설명할수없는세계를설명하지도않는다.그는학문과현실사이의간극에찡겨있다.이부자유한자리에서그가인간의현실쪽으로시야를열어갈때그의글은가장좋은페이지를이룬다.
이좋은페이지들중의하나는“인간의역병”(197쪽)이다.기근이나역병같은이세상의모든재앙은결국‘인간의역병’으로귀결된다고그는말한다.인간이이미만들어놓은역병위에사물과자연의역병이겹치고,이역병을다시인간이증폭시켜나가는사태를그는역사와현실속에서드러내보인다.모든것은인간의탓이다.인간만이‘인간의역병’을구제하고치유할수있다고그는말하고있지만,이단순명료한길로나아가기는어찌이리어려운가.
_김훈(소설가)

안타깝다.그는혹독한혁명가가되지못할것같다.너무따뜻하기때문이다.그는세속적으로따지자면이세상에서오를수있는계층사다리의맨위쯤에오른듯하다.하지만그는자신을키운산동네가난의냄새와비정규직선원노동자가되어떠났다가수장된옛친구를잊지못한다.그는‘생경한관념’과‘살벌한이익’을앞세워고통은나누고이익은독차지하게하는‘경제학업무’에서탈출해온갖‘인간의날선욕망과시퍼런편견’에맞서는이상한나라의앨리스가되어있다.세계의정밀한실상을얘기할때조차도모든폭력과차별에반대하는인간애적통찰의유려함을잊지않는다.
어떻게이렇게나침판의바늘처럼늘여리게떨리면서도폭포수처럼곧은삶이가능하지.전세계노동자와피압박민의벗으로‘말하려고애쓰지않으면아예말해지지않을위험이있는것들’을위한오랜파수병으로살아준소박함과용기가존경스럽고고맙다.우리는그를통해비로소수사로서만존재하는‘인간의얼굴을한경제학자’의진면목을보게될것이다.여전히기적을기다리며연대와공감의힘을믿는소년을따라가면금세새로운세상에다다를것같은희망을갖게된다.
_송경동(시인,前‘희망버스’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