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마리 섬나비

나는 한 마리 섬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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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한 마리 섬나비
나비야! 날아라. 바람 속을 사뿐사뿐 날아라.”
지극히 비현실적인 문학과 현실적인 임상 진료실에서
역사와 현실, 양심과 사상을 고뇌하며 쌓아올린 언어의 탑
의사이자 수필가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조영남은 1945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40세에 진도로 귀향하여 외과의로 일하는 한편, 1991년 《월간 수필문학》에 수필을, 《현대문예》에 평론을 발표하며 문필활동을 시작하였다. 전남문학상 및 불교문학상을 받았고, 영호남수필 회장, 전남 수필문학회 회장, 전남 문협 부회장, 불교문인협회 중앙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2017년 8월 25일 조영남 수필가가 세상을 떠났고, 2020년 그의 유작 원고가 진도문화원으로 옮겨졌다. 자그마치 25박스였다.

당초 오대양을 유랑하는 마도로스가 꿈이었던 저자가 의사의 길에 들어서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의사란 평생 동안 자신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한 곳 한 자리에 붙들리고 박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같은 일만 반복할 뿐 아니라 오직 생명을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고 헌신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질과 성격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러나 저자가 6세이던 1950년 한국전쟁의 참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겨레피아골 총성 앞에 스러지고 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처참하게 무너진 빈터에서 그동안 헐벗고 주린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길은 오직 사상, 정치, 다른 무엇이나 타인으로부터 간섭을 일체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양심과 자유의지로써 살아갈 수 있는 의사의 길밖에 없었다. 더불어 그 길이 어려운 만큼 고귀하고 사회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기에도 충분했다.

그렇게 의대에 들어선 첫봄, 당시 우리 사회 모든 젊은 꿈들이 꿈꾸는 저 서유럽 화려한 현대문명 사회의 한 시인이 저자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현대문명 사회와 그 현대인들의 모든 병리는 저마다 자신의 마음의 고향을 상실한 데 있다.”라고. 이미 남쪽 고향 섬을 탈출하고 아메리칸 드림의 돛폭을 올렸던 저자는 비로소 병든 자신의 허상을 보았다. 보통 의사들보다 보다 근본적이고 큰 병리를 통찰하는 시인들이야말로 정작 큰 의사들이었다. 그토록 그동안 굳게 믿고 꿈꾸며 사랑한 모든 실상과 허상이 일시에 뒤바뀌는 앞에서 비로소 저자는 그 자신이 스스로 버린 섬과 자신이 다시 보였다고 전한다.

어느 시인의 진단 앞에 다시 태어난 직후 또 큰 의사가 저자에게 다가와 의사의 길을 조용히 귀띔해준다. “보통의사는 몸의 병을 고치고 좀더 나은 의사는 마음의 병을 치유한다. 그러나 정작 그보다 나은 의사는 병든 사회 속으로 뛰어든다.”라고. 당초 의사였던 손문이 왜 삼민주의 혁명의 길에 몸을 바쳤던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본문 ‘소록도 탐방’에서 발췌)

저자는 이제 수술칼날과 언어칼날을 양손에 쥐고 평생 바다하늘을 넘나들었다. 스스로 ‘시골 섬 돌팔이’라 부르며 병원 진료실에서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밤이면 바람소리 파도소리 사이로 위태롭게 언어의 탑을 쌓았다. 낮시간은 남의 생명을 살리는 시간이고, 밤시간은 오로지 ‘내’ 생명을 살리는 시간이다. 그 만 번의 밤을 나며 수십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글더미. 육신의 생이 다해 날아오른 섬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일지, 비극적인 운명에 몸부림치며 외쳐댄 울음일지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이다.
저자

조영남

의사이자수필가이면서문학평론가인조영남은1945년전남진도에서태어나2017년세상을떠났다.전남대학교의대를졸업하고40세에진도로귀향하여외과의로일하는한편,1991년《월간수필문학》에수필을,《현대문예》에평론을발표하며문필활동을시작하였다.전남문학상및불교문학상을받았고,영호남수필회장,전남수필문학회회장,전남문협부회장,불교문인협회중앙위원등을역임하였다.수필집으로《적도바다에들려오는영혼의모음》(1991),《계절풍의열국들》(1994)이있다.
저자는수술칼날과언어칼날을양손에쥐고평생바다하늘을넘나들었다.스스로‘시골섬돌팔이’라부르며병원진료실에서고향사람들을만나고,밤이면바람소리파도소리사이로위태롭게언어의탑을쌓았다.낮시간은남의생명을살리는시간이고,밤시간은오로지‘내’생명을살리는시간이다.그만번의밤을나며수십상자에차곡차곡쌓아올린글더미.육신의생이다해날아오른섬나비의가벼운날갯짓일지,비극적인운명에몸부림치며외쳐댄울음일지는읽는사람마음대로이다.

목차

책을펴내며
1장틈새를슬퍼하고미워할이유
새,날개그리고꿈
기젓
틈새
나리의향수
그루터기
전후생여인
어머니의등
여름비
섬에살리라
비가새는지붕
용마람
길과집그리고문

2장눈을잃어야비로소보이는세상
어중금침
피의울음


별들의고향
소록도탐방
두마리토끼
눈을잃은외과의사
무덤터진찰실


몽유
존재와질병

3장사그라들지않는유월의총성
아버지초상화
3대비가조와나
석장길
별이빛나는밤
분노의세월
탄피껍질유월
보배섬동백꽃침묵
영원한아프리카강물

4장천년같은하룻밤
가시풀꽃여인
열무김치
설녀와설하
꽃에게자유의날개를달아준다면
첫사랑,끝사랑
개여울갈대밭
데카르트에게
가장큰인생기적

5장바다비원을떠도는유랑자
밤바람파도소리
자연의마법
난심
떠나는마음
하찮은행복
물리지않는것들
매듭고예술
시골장터굿판광대
너무행복해서시(詩)가?
나는한마리섬나비
삶과꿈의끝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