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아픈 밤 (정인 소설집)

누군가 아픈 밤 (정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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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6권. 정인 소설집. 〈누군가 아픈 밤〉의 첫 소설 「화마(火魔)」는 집에 불이 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이 한낮에 울려대는 화재경보가 자신의 집일 거라고 상상도 못 하는 사이에 불은 번져 나간다. 불타는 집은 가족 간의 갈등과 불화를 암시한다는 데서 상징적이다.

삐거덕대는 가족의 모습은 소설집 여기저기에 존재한다. 아픈 가족들을 보살펴야 하는 데서 인물들은 부담을 느끼고(「누군가 아픈 밤」, 「소리의 함정」, 「아무 곳에도 없는」), 살을 부대끼며 살지만 남보다 못하거나 서먹한 가족들(「이식(移植)의 시간」, 「꽃 중에 꽃」)이 즐비하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삶이 깃들었던 집은 활활 불타오르고 끝내 사라져버린다.
저자

정인

경남산청에서태어나부산에서자랐고,부산에살고있다.2000년계간『21세기문학』신인상,제7회『한국소설』신인상을받으며등단했다.소설집『당신의저녁』.『그여자가사는곳』,『만남의방식』이있으며,제9회부산작가상,제18회부산소설문학상,제2회노근리평화상(문학부문),제8회백신애문학상을받았다.

목차

화마(火魔)
누군가아픈밤
소리의함정
아무곳에도없는
이식(移植)의시간
꽃중에꽃
해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ㆍ해체되는가족:반목하는집,불타는집,사라지는집

『누군가아픈밤』의첫소설「화마(火魔)」는집에불이나는장면으로시작된다.주인공이한낮에울려대는화재경보가자신의집일거라고상상도못하는사이에불은번져나간다.불타는집은가족간의갈등과불화를암시한다는데서상징적이다.
삐거덕대는가족의모습은소설집여기저기에존재한다.아픈가족들을보살펴야하는데서인물들은부담을느끼고(「누군가아픈밤」,「소리의함정」,「아무곳에도없는」),살을부대끼며살지만남보다못하거나서먹한가족들(「이식(移植)의시간」,「꽃중에꽃」)이즐비하다.이과정에서가족의삶이깃들었던집은활활불타오르고끝내사라져버린다.

“그런데설레는마음으로뛰다시피집앞에이르렀을때,그녀는자신도모르게아,낮게비명을질렀다.집이,사라지고,없었다!”
(-「아무곳에도없는」중에서)

ㆍ아픔의공동체:아픈사람들,그리고앓는소리가들리는사람들

소설에서혈연가족의해체는아픈가족구성원을돌보는일의지난함과자주연결된다.『누군가아픈밤』은가족간의끈끈한유대가사라졌기에그구성원을보살피는것또한불가능해졌다고말하지않는다.오히려병간호를비롯하여가족에게의무처럼강요되었던과업들이가족관계를흔들고위태롭게만들었음을보여준다.
앓는가족을끝내포용하지못했던경험은인물들에게부채감과상처를남긴다.그리하여역설적으로그들은또다른아픈누군가가내는소리를외면하지못하고응답하게된다.작가는이렇듯가족‘안’에서만해결될수없었던돌봄의문제를가족‘바깥’으로확장하고거기에서(완전히는아닐지라도)어떤가능성이열릴수있음을시사한다.

“나는남자가울음을그칠때까지기다리기로했다.바람을맞은창이연신쿨럭거렸다.나는현관문손잡이를놓지못한채남자의들썩이는어깨를우두커니지켜보았다.”
(-「소리의함정」중에서)

ㆍ기억의사원이작동되는방식:연결되는몸들속에켜켜이쌓이는기억

아픔은인간이살면서허다하게겪는일이다.그것은질병과노화처럼개개인의몸이겪는것이나,때로어떤아픔은사회에서기인하기도한다.「이식(移植)의시간」에서겐고와선을“벽에걸린옷”처럼언제떨어질지모르는불안한존재로만든것에는일제강점기,베트남전쟁과같은동아시아의근대역사가자리한다.마찬가지로「꽃중에꽃」할머니의몸에는조선인‘위안부’라는잔인한역사를증명하는몹쓸문신들이새겨져있다.
이폭력의시간들이만들어낸통증은결코하나의몸이견딜수없고견뎌서도안되는것일테다.쉽게사라질수없는통증들에우리가할수있는일은무엇일까.소설속인물들의모습에서근본적인하나의방법을찾을수있다.무감하지않고눈과귀를열기.이렇게열린몸들은함께연결되고,연결되는몸들속에통증의기억은잊히지않고분유(分有)된다.
누군가아프고,그아픈사람들곁에무수한사람들이살아가고있다.이들의사이에서‘이야기’(기억)는이어진다.정인작가의이번소설집도바로이러한‘사이’에서발생하였다.소설집속작품들을통해“때로는멍에고,때로는환희”인삶과삶의‘환부’를,그리고주변어딘가에서낮은목소리로앓는소리들을들여다보자.

“『누군가아픈밤』은우리가잊어버린소중한기억들을현재화하고있다.그것은과거로부터의반성을촉구하고,현재를재구성할수있게하며,또다른미래를상상하게한다.그것은이시대를살아가는글쓰는이의사명이기도하다.”
(-해제「이면의시간들」중에서)

ㆍ‘소설의바다’를항해하는호밀밭소설선,각기다른‘사연의고고학’을꿈꾸며

정인작가의?누군가아픈밤?은소설의바다로향하는호밀밭소설선의여섯번째작품이다.호밀밭소설선‘소설의바다’는한국소설의사회적상상력을탐구한다.또한문학과예술의미적형식을타고넘으며,우리가잃어버린삶의흔적을새롭게탐사하는서사적항해를꿈꾼다.때로는넘어지고,때로는아파하고,때로는분노하고,또때로는서로를보듬으며,난파한세상속으로함께나아가는문학적모험을지향하는것이다.
그러나호밀밭의소설은미지의세계를발명하는낯선이야기의조타수가되기보다는,우리가상실한생의가치와존재방식을집요하게되물으며,동시에우리삶에필요한따뜻한자원을발굴하는‘사연의고고학자’가되고자한다.소설이라는사회적의사소통방식은분명오래된것이지만,그속에는우리삶과공동체의가치를새롭게정초할수있는‘여전한힘’이존재한다고믿는다.이것이바로지금,우리가‘소설의바다’로나아가려는이유이다.
-호밀밭문학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