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에 아버지가 있다 : 서른즈음에 만난 서른 명의 아버지

내 얼굴에 아버지가 있다 : 서른즈음에 만난 서른 명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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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90년생 청년이 만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
우리 사회는 아버지의 얼굴을 하나로만 표현한다. 찌푸리거나 인상 쓴, 얼핏 보면 화난 것 같이 과묵한 중년 남성의 얼굴이다. ‘아버지’는 자녀를 둔 남자를 부르는 말이지만, 사회는 ‘아버지’라는 단어에 그보다 더 많은 무게감을 부여한다. 같은 아버지라 하더라도 숫자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개개인이 존재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단어는 개인을 지우며 고정된 아버지의 모습을 만든다. 사회가 만든 아버지상을 해제하는 것, 90년생 저자가 세상의 수많은 아버지를 만나게 된 이유였다.

저자는 꽤 오래전 아버지와 멀어졌다. 어린 시절, 저자는 아버지에게 몇 밤 자면 오냐고 물었고, 백 밤이면 충분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당시 저자는 100이란 숫자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헤아릴 수 있던 나이였지만, 홀로 맞이할 백한 번째 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금세 셈을 그만두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흔들리는 아버지 눈빛에, 지키지 못할 약속임을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아버지의 부재에 익숙해졌고, 어느새 아버지라는 존재도 희미해졌다. 저자는 좋든 싫든 ‘가장’이라는 옷을 서둘러 입어야만 했고, 그 역할과 책임을 강하게 느껴야만 했다. 그렇게 어린 날 바라보았던 기억 속 아버지의 뒷모습은 점점 멀어졌다. 더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아버지의 웃음소리도 또렷하지 않게 되었을 때, 저자는 아버지가 사라져가는 서른의 삶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저자는 거울 앞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한다. 익숙한 주름, 익숙한 표정. 거울 속에 아버지가 있었다. 서른이 된 저자의 얼굴에는 이제 아버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저자는 아버지라는 방파제 없이 홀로 어른의 영역에 들어서며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감정은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에 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십 대 초반, 다니던 대학에서 자퇴한 후 여러 일에 뛰어들었다. 모든 곳에 누군가의 아버지가 있었다. 그들은 노동자였고, 경제인이었으며, 한 가족의 구성원이었다. 그들은 번듯한 직장도 없었고 시큼한 땀 냄새와 떡진 머리카락으로 가득했지만,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멋진 존재들이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모습이 자신이 생각한 모습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저자는 다양한 아버지를 만나보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상실을 단순한 상실로 끝내지 않기 위함이었다.

저자는 빈 노트를 펼쳐 아버지를 향한 질문을 한 글자씩 적어보았다. 질문은 상대를 향한 다가감이자 두려움이었다. 두드림은 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두드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열리지 않았다. 저자는 거울 속에서 보았던 아버지와 다시금 마주하고자, 누군가의 아버지를 향해 낯선 문을 두드린다.

“이 인터뷰 작업은 아버지와 닮은 내 모습을 발견하며 시작했고, 무엇보다 내 안에 담긴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내려놓기 위해서 이어왔다. 나는 인터뷰를 하며 근엄한 아버지를 만나고, 근엄하지 않은 아버지도 만났다. 돈을 잘 버는 아버지도 만났고, 돈보다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도 만났다. 누구나 존경할만한 직업의 아버지도 만났고,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채 세상에 섞여 조용히 살아가고자 하는 아버지도 만났다. 모두 누군가에게 미안해했고, 어떤 순간을 자랑스러워했으며, 가족의 인정을 기대하고 또 그리워했다.” - 들어가며 中
저자

우동준

저자:우동준
타인을향한질문을설계하고,대화를통해내면을만나는‘인터뷰’에매력을느낀다.아버지인터뷰를시작으로마을주민,아이들,청년의삶을듣고기록했다.세련된대화의기술보다상대의입장에서고민한질문이인터뷰의본질이라믿고있다.캠페이너,청년활동가,커뮤니티매니저란거창한수식을거쳐왔지만,‘인터뷰어’로오랫동안같은시간을걷는모두를만나고싶다.
큰바람이일어나기전,먼산에끼는뽀얀안개를‘바람꽃’이라말한다.바람꽃을필명이자활동명으로삼고우리의바람이바람이되어불어오기를,작은연결이거대한바람으로되돌아오길바라며글과실천을이어간다.내뱉은말과써내려간글이일치되는삶을꿈꾸고있으며펴낸책으로『오늘도만나는중입니다』(2020)가있다.

목차

들어가며

1.아버지란낯선세계
어느날,거울에서아버지를보았다
아버지가궁금해졌어
어른이란낯선세계
상실을끝낼수있는법
당신은아버지에게무엇을묻고싶나요?

2.똑똑,문을두드리다
삶의기본값은행복이아닙디다
평범한아버지가되는게가장어려운일이죠
아버지의얼굴은하나가아니에요.수많은얼굴이있어요
돌아보니아버지와아무것도하지않은게아쉽더라고요
우린이렇게아버지가된다
아버지의역할은단하나,꾸준히살아가는것
나는아버지와다를거예요
가족은서로에게계기와이유가되니까요
우리의시대와그들의시대는다를거예요

3.누군가를사랑할때,비로소물을수있다
아버지의모습은너무나다양한법이에요
의지가있다면지켜낼수있고달라질수있어요
당신이꿈꾸는변화는아름답다
결핍은없음을확인할때가아닌무엇이필요해질때느껴지는감정이다
아버지가듣고싶은작은말
나를외면하지않을때,책임감은힘을얻는다
언제나역할이사람을만든다
아버지이기에아버지를이해하기어렵다

4.나는좋은아버지가될수있을까?
언제나다름은닮음에서시작하니까
이런고민
우리시대엔가장이아니라,아버지가필요하다
인터뷰,내생애의작업

나가며
아버지에게전하는70가지질문

출판사 서평

인터뷰프로젝트이름은‘돼지국밥’
더넓은세상속다양한아버지를만나다
“당신은아버지에게무엇을묻고싶나요?”

아버지인터뷰프로젝트이름은‘돼지국밥’.돼지국밥은저자가아버지와마주보며먹었던마지막음식이다.닮은맛이지만저마다의개성을가진돼지국밥.저자는서른명의아버지를만나며이들모두에게서‘닮음속다름’을발견하고자했다.온몸으로세상을껴안으며살아왔지만,정작자신과닮은아이들을품는건서툴고어색한못난중년의존재들.아버지란이유로기대받고,아버지란이유로해내기도하면서어떻게든꾸역꾸역하루씩을살아가는‘의지’.이것이저자가발견한‘닮음’이었다.

“어떤아버지는회색빛도시에서도가장어둡고눅눅한그림자속에서살아가고있었고,누구는푸른바다위에서매일그물을걷고풀어헤쳤으며,멋진자동차와달큰한향수냄새가코를찌를정도로가득한아버지도있었다.아버지란같은정체성을가지고있었지만,이들은모두달랐다.나는아버지들이모두같은언어,모두같은책임을느낀다고생각했지만,정형화된아버지의모습따윈세상에없었다.”-본문中

저자는다양한아버지와돼지국밥에소주를나누며수많은이야기를수집했다.국밥에소주한병은적당히얼큰하면서도술기운을낼수있는좋은안주였다.낯설고도어려웠던중년의아버지를만나는과정은새로운세계를탐색하는일이기도했다.저자는인터뷰를처음시작할때만해도작업의끝에도달하면아버지란존재를제대로바라볼수있을거라기대했다.하지만정작인터뷰가끝난후마주한건삶에대한다양한보기였다.이렇게살아도되고저렇게살아도된다는,정답이없는보기.대화몇번을통해‘아버지’란세계를이해하겠다는계획은어설픈욕심이었다.복잡하게얽힌삶의실타래를손쉽게푸는방법은없었다.

“나는아버지의얼굴이다양한사회를,아버지가되고자하는이들이애써달라지려하지않고자신의얼굴로아버지가되는,모두가나다운아버지가되길꿈꾼다.이책의표지에담긴아버지얼굴은콜라주처럼저마다의개성을담고있다.”-들어가며中

저자는서른명의아버지를만난후,좋은아버지보다는좋은어른이되기로다짐한다.누군가를길들이기보다는제대로길러내는어른의모습이되고싶었던것이다.그런점에서이책은아버지에대한공격도,지난아쉬움에대한토로도,지난결핍에대한증명이아닌,좋은어른이되기위한성장기에가깝다.이책의1장은저자가아버지인터뷰를시작하게된이야기가녹아있고,2장과3장에는저자가만났던다양한아버지의모습이담겨있다.4장에는인터뷰프로젝트를마무리한후저자가느꼈던단상이담겨있다.마지막으로부록에는청년들이아버지에게전하고싶었던180여개의질문을추려남겨둔70개의질문이담겨있다.90년생청년이만난우리시대아버지들의이야기속에는우리가잊고지냈을지모를소박하지만중요한깨달음이가득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