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을 딛고 걸어갑니다 (내가 만난 경력단절 여성 이야기)

단절을 딛고 걸어갑니다 (내가 만난 경력단절 여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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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랫동안 세상과 연이 끊어진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완성되지 못한 이력서는 어떻게 채워야 할까요?”
경단녀(경력단절 여성)가 만난 경단녀 이야기
A는 미대생 시절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출산 후 전업주부로 지낸 지 9년이 되었다. 아이의 스케줄을 고려해 시간 조절이 가능한 강사 일을 알아보았지만, 일에 적응하고 배우는 동안은 무급이다, 우리 입장에 맞춰 즉시 출근해달라, 연구와 회의는 의무이며 무급이다 등의 얘기를 들으며 결혼과 출산, 육아로 멈춘 자신의 시계를 힘없이 바라본다. B는 대학교 졸업 이후 곧바로 취업해 일에만 매진해왔다. B는 주말에도 회사 산악회에서 시간을 보내던 사람, 상사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던 사람,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내던 사람이었지만, 출산 후 매일 이유식, 기저귀, 쓰레기봉투를 붙잡고 씨름해야만 했다. 13년 차 가구디자이너 C는 8살과 6살, 두 아이의 엄마다. 친정 부모님이 육아를 도와주는 덕분에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지만, 회사에서도 안간힘을 쓰고 버티고 있으며 아이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업주부 D 역시 두 아이의 엄마다. 직접 아이를 키우는 것 외에는 어떤 방법도 찾을 수 없어 퇴사했고, 어느새 8년이 흘렀다. 아이를 가까이서 챙겨줄 수 있지만, 그뿐이었다. 아이들이 클수록 돈은 더 필요하다는데, D는 자신의 구직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 불안해하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에 관한 담론은 사회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통계 혹은 데이터로 존재할 뿐이며, 경력단절 여성이 다시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으로 논의가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사연과 이야기들은 조명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후 여성의 형태는 다양하다. 회사와 육아 사이에서 간신히 균형을 맞추며 경력을 계속 쌓아나가는 여성, 육아 문제로 전업주부가 된 여성, 아이를 키우며 구직활동을 하는 여성. 간신히 재취업에 성공하며 경력을 이어나가는 여성도 있지만, 문제는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회사에 발을 디디는 순간 임신과 출산, 육아가 민폐로 치부되는 조직 내 분위기 속에 움츠러든다. 일과 직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언제 경력단절 여성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생각지도 못한 높고 두꺼운 벽 앞에서 무기력하게 주저앉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기에는 벗어날 수 없는 돌봄의 무게에 짓눌리기도 한다.

본인이 경력단절 여성이기도 한 저자는 우연한 기회로 책을 쓰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주위에는 홀로 아픔을 삭이는 이들이 여전히 많았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넘어, 비슷한 지점을 함께 지나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으기로 다짐한다.
저자

김정

돌봄노동자.
글쓰는사람.
에세이『딸,엄마도자라고있어』,
소설『프롬윤영옥』을썼다.

목차

들어가는말

1.전업주부가되었습니다
나의가치는어디까지일까요
홈스쿨링의세계
소설가지망생
잼을끓이다가
알바구하시나요?
결혼,가족계획,자아실현
여성인력개발센터
그많던직장대디는어디갔을까

2.완성되지못한이력서
선택적경력단절
완성되지못한이력서
브리저튼보시나요?
가만히선언한다
여섯번째육아
아빠됨의시간
나는워킹맘이다

3.엄마와노동자사이
N과S
경력아닌경력들
돌봄노동자
유튜브편집자입니다
이론740시간,실습780시간의자격
이론과실전의간극
이단절의장막을뚫을수있을지
나는자진퇴사자입니다

4.커리어우먼은없다
성대한잔치는끝났다
코로나와난임치료
응원이필요한시간9to12
딩펫족입니다
아프리카다방으로오세요
아프다고말하기를누가금기하는가
노준석작가로부터

출판사 서평

“오랫동안세상과연이끊어진제가무엇을할수있을까요?”
“완성되지못한이력서는어떻게채워야할까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만난경단녀이야기

A는미대생시절열정적으로그림을그렸지만,출산후전업주부로지낸지9년이되었다.아이의스케줄을고려해시간조절이가능한강사일을알아보았지만,일에적응하고배우는동안은무급이다,우리입장에맞춰즉시출근해달라,연구와회의는의무이며무급이다등의얘기를들으며결혼과출산,육아로멈춘자신의시계를힘없이바라본다.B는대학교졸업이후곧바로취업해일에만매진해왔다.B는주말에도회사산악회에서시간을보내던사람,상사를실망시키는일이없던사람,언제나최선을다하고성과를내던사람이었지만,출산후매일이유식,기저귀,쓰레기봉투를붙잡고씨름해야만했다.13년차가구디자이너C는8살과6살,두아이의엄마다.친정부모님이육아를도와주는덕분에일과육아를병행하고있지만,회사에서도안간힘을쓰고버티고있으며아이를제대로챙겨주지못한다는죄책감에서좀처럼벗어나지못하고있다.전업주부D역시두아이의엄마다.직접아이를키우는것외에는어떤방법도찾을수없어퇴사했고,어느새8년이흘렀다.아이를가까이서챙겨줄수있지만,그뿐이었다.아이들이클수록돈은더필요하다는데,D는자신의구직가능성은갈수록줄어드는현실에불안해하고있다.

경력단절여성에관한담론은사회에서자주등장하지만,통계혹은데이터로존재할뿐이며,경력단절여성이다시취업할수있는시스템을만드는방향으로논의가끝나는게대부분이다.이과정에서개개인의사연과이야기들은조명받지못하는경우가많다.결혼후여성의형태는다양하다.회사와육아사이에서간신히균형을맞추며경력을계속쌓아나가는여성,육아문제로전업주부가된여성,아이를키우며구직활동을하는여성.간신히재취업에성공하며경력을이어나가는여성도있지만,문제는단번에해결되지않는다.회사에발을디디는순간임신과출산,육아가민폐로치부되는조직내분위기속에움츠러든다.일과직장사이에서균형을잡으려애쓰며언제경력단절여성이될지모른다는불안감에시달리기도한다.다시일어서기위해발버둥치지만,생각지도못한높고두꺼운벽앞에서무기력하게주저앉기도한다.새로운시작을도모하기에는벗어날수없는돌봄의무게에짓눌리기도한다.

본인이경력단절여성이기도한저자는우연한기회로책을쓰며자신의목소리를낼수있었지만,주위에는홀로아픔을삭이는이들이여전히많았다.저자는자신의이야기를넘어,비슷한지점을함께지나는이들의목소리를모으기로다짐한다.

“어쩌면같은이야기가반복된다고느낄수있을거같았어요.글을쓰는저도그런걱정을했습니다.인터뷰이들도자신들의평범한이야기가얼마나도움이될지걱정했습니다.하지만저는‘평범한이야기’라는것에집중했습니다.평범함속에묻혀야했던이야기,다들그렇다고해서등한시되었던이야기,각자의다른아픔,다른상황을조명하고자했습니다.”-저자인터뷰中

소설속‘82년생김지영’의모습을
현실에서섬세하고내밀하게그려나가다

『82년생김지영』(조남주)을시작으로여성의절절한목소리가하나둘세상밖으로나오기시작했다.이책은출간2년만에100만부가넘는판매량을기록하였고영화화,해외수출등여전히커다란관심을받고있다.『단절을딛고걸어갑니다』의저자역시83년생이다.자신의경험과문제의식에서출발해주위이야기를하나씩모으는작업은,가상의인물이었던‘82년생김지영’의모습을현실에서조금씩그려나가는과정이기도하다.

“결혼생활11년을돌이켜보니임신과출산이후돌봄에대한책무로온통분주했다.이가정에서의돌봄은내가전담하게되었다.그냥자연스럽게그렇게되었다.그렇게사회적인나로부터등을돌려돌봄의세계로걸어들어갔다.그동안글을쓰고책을내기도했지만나의주된역할은여전히전업주부이자돌봄노동자였다.그런나날중에출판사로부터경력단절여성에대한인터뷰집을내자는제안을받았다.주변에서어렵지않게만날수있는사람들이소위말하는‘경단녀’들이었기에부담스럽지않았다.학창시절을함께보내고,머리를맞대며취업을고민하고,서로의결혼을축하하고,출산과육아를지켜봐왔던최측근들.말하자면그의모든서사를꿰뚫고있다고자신하는친구들이첫번째대상자였다.”-들어가는말中

저자는자신의예상이시작부터산산이흩어져버렸다고고백한다.작정하고귀기울이니모든이야기가새롭게들렸고,저자는그생경함에아파한다.그시절함께고민하고아파했다고생각했는데,그의역사를다이해하고있다고생각했는데,작업을진행하며그런자부와오만이보기좋게걷어차인다.촘촘하게타래지어진문제들은온전히개인이감내해야하는걸까,좀처럼답을내리기어려운의문속에서저자는평범함에묻힌수많은이야기에귀기울인다.

“이이야기는단순히임신과출산돌봄으로인한여성의사회참여에관한이야기가아니다.원하지않았는데전업주부가된사례로시작해서정규직에서비정규직이된사연,인사이동,권고사직이야기등으로이어진다.일과육아사이에서고군분투하는이야기는결혼하지않기로결심한비혼주의자와아이를낳지않기로한딩크족의사례로확장된다.또자식을일터로보내고손자를돌보는황혼육아,직장맘의빈자리를대신하기위해구직에나선여성들,또는취약계층여성이나이주여성들의일자리이야기로도이어진다.”-들어가는말中

나의이야기이자엄마,아내,딸,친구의이야기
경력단절여성의아픔을담은서른여개의조각을모으다

경력단절여성문제는임신과출산,육아를대하는우리의민낯,엄마의역할과모성에대한환상,돌봄의책임등이복잡하게얽혀있다.그저경력단절여성재취업을지원한다고간단히해결할수없는문제다.이책에는‘경력단절여성’이라는집단에속하지만각자다른아픔으로점철된서른여개의삶이담겨있다.이것은다른사람의이야기가아닌나의이야기,나의친구,나의엄마,나의이모와고모이야기,더나아가내딸,내아내의이야기일것이다.

“경력단절은돌봄과긴밀하게연결돼있습니다.우리가태어나서누군가에게돌봄을받고성인이되어돌봄을행합니다.그리고다시노년이되어돌봄을필요로합니다.이처럼돌봄은우리사회에서피해갈수없는부분입니다.그런점에서나이와성별에상관없이이이야기들을함께읽고생각해봤으면좋겠습니다.”-저자인터뷰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