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1만 5천년 동안 바람이 해안의 모래를 쌓아 올려 형성된 신두리 '사구' 연작에서, 작가의 이중 시학적 표현이 한층 깊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세월 바람이 조각해 낸 모래 입자들의 미세한 움직임이 만든 거대한 언덕과 신비로운 생태환경 앞에서 작가는 생태학자의 관찰하는 시선과 시인의 감응하는 눈길로 다가갔다. 〈사구〉 연작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바람과 빛,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관의 한순간을 단순히 정지시킨 것이 아니라, 다중노출을 통한 연결과 중첩으로 현재의 모습은 물론 변화해 갈 미래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신두리 해안 사구는 메마른 황토빛 모래로 뒤덮인 일반적인 사막의 사구와 달리, 멸종위기의 동식물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국가유산(천연기념물431호)으로 지정된 생태 서식지이다. 작가의 사진들에는 좀보리사초, 갯그령 같은 사구식물들이 사구 모래를 고정시키며 초록빛으로 물들이기도 하고, 하얀 모래언덕이 순비기나무, 해당화, 갯메꽃들이 꽃밭을 이루기도 하며, 겨울에는 새하얀 눈 언덕으로 변모하기도 하는 모습들이 담겨 있다. 햇빛에 녹아 사라지며 남긴 모래 고드름의 흔적은 사구 표면을 미지의 행성처럼 신비롭게 보이게 만든다. 또한 사구의 퇴적면은 독특한 기암괴석이 깎여나간 단면을 연상시킨다. 바람이 빚은 모래언덕 위의 물결무늬에 이중 또는 다중초점으로 작가의 감각을 겹쳐놓은 풍광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최경자만의 고유한 '사구'가 된다.
신두리 해안사구 (최경자 사진집 | 양장본 Hardcover)
$4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