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푹한 (윤해서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움푹한 (윤해서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오늘의 움푹함이 필요해.”
서로를 둘러싸고 있는 움푹함의 세계
윤해서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시공간

“움푹한 곳에서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가 돌아오잖아.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고. 마음이 머물 공간이 필요했어. 계속 흩어지니까.”
독창적인 세계관, 시적인 문체로 문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윤해서의 새 장편소설『움푹한』이 출간되었다. 시간의흐름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소설이다. 『움푹한』은 한 존재의 소멸이 상대방의 기억 속에 생성하는 움푹한 시공간의 단면을 살핀 작품이다. 우리 삶에서 소중했던 공통의 존재가 떨어져나갈 때, 당신의 가슴에 생긴 상처의 단면은 깨진 유리 조각처럼 날카로운가, 조약돌처럼 매끄러운가. 대상이 무엇이든 애정하는 어떤 존재를 상실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오감으로 감각되는 그에 관한 기억을 ‘윤해서적인’ 소설의 순간들을 통과하면서 문학적으로 복원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재회하게 될 것이다.
저자

윤해서

소설집『코러스크로노스』,소설『0인칭의자리』『암송』『그』를썼다.

목차

고요의집/빛이바닥에흩어진다/아무들-커서/은쑥/경계지어진것/트랙/아무들-어/되풀이/허구를믿는힘/탁상달력/계속되는/발자국/기다림의몸짓/투명망토/아무들-거북이/되돌아오다/아무것도없다매미가운다/
무엇:모르는사실이나사물을가리키는지시대명사/금사슬나무/함몰/잡음/멸종이라는말/말의뜻/아무들-아름다움/눈구름/고유명사와대명사/Nothing,N?ant,Nada,Nichts,無/사이렌/호흡의사이클/필요와아름다움/我無들/이어지다/아무들-주이영/언덕/사일런스파크/심장모양과다소비슷한/허구를믿지않는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자꾸기다리고있다는생각이들어요.”
사라진사람과남겨진사람들

네사람이있다.운,현우,이영,마태오.소설속시간은분절되어있고한방향으로흐르지않는다.과거와현재가뒤섞이고,네인물의이야기가교차되며전개된다.그러나독자는읽어나가는동안점점알아차리게된다.빈공간,누군가의부재를.
한사람이사라졌다.여름내울던매미가갑자기뚝,울음을그치듯이.사람은그렇게사라지기도한다.“그들은떠날때가되면떠난다.”사라진사람이있고,남겨진사람들이있다.사라진사람은,그러나사라지지않는다.남겨진사람들의기억과시간속에목소리로,모습으로,어떤말로,어떤한순간으로계속존재한다.남겨진세사람은각자의방식으로사라진사람을기억한다.

마태오는이영이되어생각해보려고노력했다.
운은자신이알고있던이영이되어보았다.
주현우는이영이라면,매일가정했다.
아무것도달라지지않았다.
모든것은바닥에가라앉았다.(p.73~74)

한사람은모든말을들여다보는사람.계속해서같은것을들여다보는사람.그의눈은언제나그곳에머문다.한사람은아무것도믿지않는사람.그러면서도무엇이든되기위해매일쓰는사람.남겨지기전에도,남겨진후에도매일쓴다.“아침마다다른마음으로일기를”쓰고,“그마음으로하루를살아”간다.
한사람은느리게숨을쉬는사람.무감하고욕망도없는사람.그래서매일달리는사람.동생이사라지기전에도,사라진후에도매일달린다.그리고,자꾸만기다리는사람.다음해봄에다시올라올수선화를기다리듯이.죽은듯이사라졌다가도봄만되면꽃을피워올릴수선화를기다리듯이.“수선화의구근이땅속깊이뿌리내리고있을것을상상”한다.

“죽음이삶을둘러싸고둘러싸여있다.”
움푹하고따뜻한슬픔의세계

상실은마음에움푹한시공간을만들고,그시공간속에서메아리가돌아오듯이기억이반복된다.마음이머물며맴을돈다.한사람은한사람에게아무말도해줄수가없고,매일뛰던사람은어느날뛰고싶지않아지고,무엇이든되기위해매일쓰던사람은아무것도되고싶지않은날을겪는다.한마디로표현되지않는상실의고통과슬픔을,윤해서는몽환적인사유와시적인문체로그려낸다.
소설속‘사일런스파크’는도시한가운데조성된공원이지만반대로공원이도시를감쌀수있도록설계된다.“건물의천장에서쏟아지는빛이건물내부를감싸듯이.”“음악이영혼을감싸”고“영혼이음악을감싸듯이.”남겨진사람은사라진사람을감싸고,사라진사람은남겨진사람을감싼다.남겨진사람은남겨진사람을감싼다.그렇게서로를둘러싸고있는움푹함의세계는따뜻한슬픔을품고있다.

사람이사람을둘러싸고둘러싸여있다.죽음이삶을둘러싸고둘러싸여있다.삶이죽음을둘러싸고둘러싸여있다.(p.186)

서로가서로를둘러싸고둘러싸여있기에,우리는무언가를,누군가를잃었을때고통을겪을수밖에없다.상실은몸의모든감각으로그의부재를겪어내는일이다.동시에우리가품고있던그가얼마나소중했는지를깨닫는일이며,“사랑은필요도아름다움도아니”라는것을아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