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 어렴풋이 (양장본 Hardcover)

창문 너머 어렴풋이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멀어진 것들이 남기고 간 굴곡진 풍경
기억과 빛이 서성거리는 창가에서 쓰다
신유진 신작 에세이 『창문 너머 어렴풋이』 출간

여기 두 개의 창이 있다. 하나는 빛이 들지 않는 서향 창이다. 새벽녘 그 창가에 앉아 내다보는 어둠 속에는 익숙하고 그리운 것들이 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 눈앞에 머물렀다 희미해진다. 다른 하나는 빛이 가득 들어오는 남향 창이다. 빛은 공간을 점유하고 허락 없이 존재를 만지고 흔적을 남긴다. 빛이 닿은 것은 무엇이든 달라지게 마련이고, 빛이 지나간 자리에는 얼룩 또는 무늬가 남는다. 쏟아지는 빛에 몸을 맡기는 것. 그것은 내게 오고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순전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소설가이자 번역가, 탁월한 에세이스트로서『열다섯 번의 낮』『몽 카페』등을 펴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신유진이 신작 에세이 『창문 너머 어렴풋이』로 돌아왔다. 이전 책에서 이삼십 대를 보낸 파리를 중심으로 경계인의 에스프리를 선보인 그가, 이번에는 기억과 빛을 주제로 작고 고요한 마음의 방에서 내면의 창을 응시하며 마주한 열여덟 개의 장면들을 스냅사진처럼 그러모았다.

모든 기억은 창가에서 시작된다. 그때와 지금의 거리감, 시차의 떨림이 감정을 깨우고 의미의 파도를 만들어낸다. 내가 아직 지금의 ‘나’에게 당도하지 못했을 때 반딧불이처럼 곁을 덥혔던 온기들, 슬픔과 기쁨만으론 정의할 수 없는 애잔한 감정들을 쓰다듬는 위로의 시간이 창문 너머 어렴풋이 아른거린다.

기억을 볼 수 있는 창과 내게 흔적을 남기는 빛이 들어오는 창. 고백하자면, 그것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이기도 합니다.
내 글이 방이라면…, 글자 가득한 방에 기억이 보이는 창 하나와 빛이 들어오는 창 하나를 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거기, 창가에는 당신을 위한 편안한 의자를 가져다 놓을 겁니다. _「들어가는 말」, 13쪽
저자

신유진

작가,번역가
산문집『몽카페』『열다섯번의낮』『열다섯번의밤』,소설집『그렇게우리의이름이되는것이라고』를지었다.아니에르노의『세월』『남자의자리』『진정한장소』『사진의용도』와에르베기베르의『연민의기록』을우리말로옮겼으며,프랑스산문선『가만히걷는다』를엮고옮겼다.

목차

들어가는말

창문하나,기억

빨간벽돌이층집17
미자28?
안녕37
그여름의끝50
엄마의창문59
목격자(Let?moin)73
창문처럼나를열면81

창문둘,빛

첫문장이없는글93
눈이너무뜨거워서100
숨107?
한낮의색채속으로112
나무가되는꿈121
창문메이트127
은유도비유도없는시130
창으로만나기135
뒤라스의바다146
인섬니아154
소극적인간의적극적관찰일기162

출판사 서평

유리창에입김을불어쓴글씨의냄새
창너머에서나를기다리는말들의무늬

사람을만나고헤어질때마다찾아오는'안녕'이란말은꼭유리창에입김을불어쓴글씨같아서어떤온기에나타났다가식은공기에사라지곤했다._「안녕」,48쪽

『창문너머어렴풋이』를음미하기위해선약간의상상력이필요하다.이책은단지책이아니다.빛의냄새,어둠의온도를재료로지은자기고백의공간이다.기억을현상하기위한암실이자들이친빛에훤히드러난지금을마주해야하는밝은방이다.차례에따라독자는창가의방향을바꾸어앉게된다.저자가본다는것의의미를성찰하고질문하는동안독자역시동일한상황을경험하게되는것이다.

이제나는해가질무렵이면자연스레집을나선다.다만그때그여자들과다른점이있다면그녀들은앉아서,나는걸으면서지금내앞에생생히살아있는것들을목격한다는것이다.내게걷는일은보는일이다._「목격자(Let?moin)」,80쪽

아마도그노력중하나가글을쓰는일이었을것이다.마음을들여다보고그것을진솔하게표현할수있는단어와문장을생각하고다듬는일은나의빈마음을채우는일이자나의감정을있는그대로바라보는일이되었다.나는그렇게불행과행복의균형을맞춰가고있다._「창문처럼나를열면」,88쪽

저자는김서린창문을닦아내듯명징함과어렴풋함사이를떠돌며잘알아채지못했던마음의윤곽을상상하고묘사해낸다.어떤이야기는따뜻한울림을주고,어떤이야기는묵직한슬픔으로다가온다.여기서눈여겨볼것은이모든정서가서로불규칙하게순환함으로써그사람의존재를증명한다는것이다.저자는그것을“표백되지않은,무늬가득한삶”으로일컫는다.

기억과빛을매개로사유한다는것은시간이빚어낸삶의얼룩,즉상실감과무력감을경험하며성장하고변화한자신을그대로인정한다는의미이다.이책은한사람의생에서발생한시차와밝기의차이를자기만의방에서받아들이고극복해가는과정을단단하고도섬세한사유를통해보여준다.기억과빛이투과한창너머에어렴풋이떠오르는말들의무늬.저자의말마따나펜데믹이후삶의균형을맞추기위해‘지금여기’에서우리가우선적으로해야할것은멀어진것들이남긴풍경바라보기,시간의주름매만지기일지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