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스케일

식물스케일

$16.00
Description
“식물은 그림자와 같은 양식으로,
내가 서 있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변모하며 나의 영역을 표시해주었다.”

시집『내가 나일 확률』『오늘 사회 발코니』박세미의 첫 산문집
시인 박세미의 첫 산문집『식물스케일』이 출간되었다. 건축전문지 기자와 시인으로서 두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작가는 이번 산문집을 통해 자신의 시선과 삶에 깊이 침투한 식물이라는 존재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관계 맺는 방식을 담아냈다. 건축에서 인체스케일(휴먼스케일)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몸을 척도로 공간을 설계하듯, 저자는 식물을 척도로 삼아 자신의 삶과 공간, 관계를 새롭게 측정한다. “견디기 힘든 것들을 계속 견뎌야 하는 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식물스케일로 그려진 도면에만큼은 어떤 맑은 공간이 확보된 것 같다”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이 책에는 식물을 통해 발견한 일상 속 여백과 위안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20여 편의 글이 담겨 있다. 시인 박세미가 그려내는 식물 이야기는 우리의 둔탁해진 오감을 한 꺼풀 벗겨내고 삶의 고유한 감각을 이끌어낸다.
저자

박세미

시와건축,두축에매달려산다.시집『내가나일확률』『오늘사회발코니』가있다.제11회김만중문학상신인상과제42회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는말

애지중지하다가
한척의범선,한척의정원
식물의집
설화가식물의이름을알려주는방식
10리터의세계
병기이자동료이자죽음이자
유리유(琉),유리리(璃)
자연이라는잠언
보이는것을보는눈
자연이자연에게돌려주는방식
들과창고사이에서
방밖의방
시선의산책
캣스케일
자세히보기
첫빈티지화병
꽃잎한장
최근10년간가끔꽃
미술관이라는이름의향기
아름다운것을취하려면
우리언젠가꽃밭에함께누워요

부록국립현대미술관과천원형정원/이와바:숲을인식하는새로운방식

출판사 서평

식물이그려내는생명과성장,일상의풍경들
『식물스케일』은작가의삶속에깃들어있는다양한식물이야기를보여준다.첫째는,가족과유년시절의기억을담은식물들이다.‘애지중지하다가’글과‘한척의범선,한척의정원’글에서작가는어린시절아버지가조성한발코니정원에서보낸시간과,IMF로인해잃어버렸다가다시되찾은그곳에서의추억을소환한다.이글들은단순한회상을넘어가족관계의변화와성장을식물의생장과연결시킨다.둘째는,창작과식물의관계다.‘병기이자동료이자죽음이자’글에서작가는시를쓰는과정에서꽃들이어떻게창작의동반자가되는지를보여준다.작가에게꽃은“낭만의반대편”에서필요한존재로,시를쓰는고통스러운시간을함께하며그자체로서시간의흐름과생명의유한함을보여주는존재다.작가는꽃이피고지는과정을통해시의탄생과마감을함께경험하는특별한관계를그려낸다.셋째는,건축적시선으로본식물과공간의관계다.‘식물의집’글에서작가는화분이단순한그릇이아닌“잘설계된집처럼거주하는식물의특성에맞게사방의고유한입면을갖고구조적으로,기능적으로,미학적으로나름의역할을하는”또하나의건축물임을발견한다.건축가가디자인한특별한화분과의만남을통해식물이어떻게공간과조화를이루는지,삶의터전을어떻게변화시키는지를섬세하게포착한다.넷째는,관계와일상의확장으로서의식물이다.‘설화가식물의이름을알려주는방식’글에서작가는반려견설화와의산책을통해알게된식물들의이름과특성이어떻게일상의풍경을변화시키는지보여준다.또한‘보이는것을보는눈’글에서는,전시장에서의경험을통해보는행위자체에대해고민하며성찰한다.

건축과문학이만들어낸특별한글쓰기
작가의글쓰기가특별한이유는건축과문학이라는두영역의언어와시선이교차하는지점에있다.작가는건축용어와개념(‘스케일’‘입면’‘구조’‘공간’)을자연스럽게일상의관찰과사유에적용하며,이를통해식물과인간,공간의관계를새롭게해석한다.예를들어‘10리터의세계’에서는작은수조속수중식물들이만들어내는생태계를마치건축도면을분석하듯세밀하게관찰한다.“겨우10리터의물로이루어진세계는내가사는대기권만큼이나낯설고익숙한것들로우글거리며하나의생태계와풍경을이룬다”라는문장은작은공간속에담긴우주적풍경을포착한다.그리고이러한건축적시선은‘국립현대미술관과천원형정원’에서한발더나아간다.작가는미술관의원형정원을둘러보며정원가황지해와나눈대화를통해공공공간에서의식물의역할,예술과자연의만남,그리고그곳을경험하는방식에대한다층적사유를펼친다.두사람은단순히공간을묘사하는것을넘어우리가공간을어떻게경험하고,그안에서자연을어떻게만나는지에대해심도있게이야기한다.

식물과함께하는무해하고아름다운삶
이책의또다른특징은시인특유의섬세한감각으로표현한일상의작은변화와순간들이다.“빛과바람과물은식물의기본적인생육조건이기만할리없다.식물이빛과바람과물을거느릴때완성하는아름다움은우리의둔탁해진오감을한꺼풀벗겨낸다.”작가는식물을통해우리의감각이일깨워지는순간들을보여준다.‘시선의산책’에서는베를린여행중창문너머로바라본중정의풍경을통해내면의갈등과성찰의순간을그린다.낯선공간에서마주친식물과건축이만들어내는풍경을통해자신의내면을들여다보는핍진한문장들은우리를작가의곁으로데려가옆에세운다.특히‘자세히보기’와‘보이는것을보는눈’에서는관찰의방식자체에대한철학적사유가돋보인다.“자세히보아야예쁘다는말에거의동의하지않는다.대충보았을때보다자세히보았을때우리가인정하고싶지않았던,혹은마주하고싶지않았던고통과슬픔의웅크린등을발견할확률이더크다고여기기때문”이라고말하면서도,동백꽃을자세히관찰하는과정에서그입장이변화하는모습또한보여준다.

『식물스케일』은단순한식물가꾸기책이아니다.이책은식물이라는존재를통해한도시생활인의일상,창작의과정,관계의형성과상실,공간의의미를다층적으로탐구하는사색의기록이다.“식물스케일이라는설정아래포섭되는나의세계는무해하고아름답다”라는작가의말처럼,이책은바쁜일상에서잠시멈추어세계를새로운척도로바라보고싶은모든이들에게맑은위안과깊은울림을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