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른베 (신유진 소설 | 양장본 Hardcover)

페른베 (신유진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9.00
Description
극단까지 가보면 다른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가 아닌 ‘너’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 혹은 되어본 적 없는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런 마음을 알아요?
나는 조금 놀라서 물었다.
페른베, 그걸 독일어로 페른베라고 해요.

_본문 중에서

먼 곳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 아직 도달하지 못한 자신을 향한 동경은 어떤 색일까. 소설과 산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쓰고, 아니 에르노,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작품 등 다양한 책을 우리말로 옮겨온 번역가 신유진의 소설『페른베』가 출간되었다. 소설가로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경장편소설이다.


“가만히 뒀는데 죽지 않고 혼자 자라는 마음처럼 당혹스럽다.
나는 종종 나 자신이 당혹스럽고, 그런 내 기분에 당황한다.”

『페른베』의 주인공 ‘희수’는 ‘마음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한다. 타인의 고민과 비밀을 들어주고 기록하는 그의 하루는 타인의 말을 기록하는 일로 시작해 자신의 텅 빈 원룸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7개월 전 낯선 도시로 이주한 희수는 모든 관계로부터 거리를 둔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아하고 완벽한 곡선’이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발견한다. 호기심에 이끌려 전화를 걸고, 마침내 도시 외곽 장미여관 3층의 글방을 찾아가게 된다. 장미여관은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1층에는 ‘시월’이라는 카페가 있는데, 승호라는 인물이 20년 넘게 운영해온 이곳은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삼각주’와 같은 곳이다. 희수는 이곳에서 번역가 ‘니나’를 만난다.
니나를 중심으로 모인 로컬 청년들은 두 명씩 짝을 이뤄 릴레이 소설을 쓰고 있었다. “한 사람이 소설의 반을 쓰면 다른 한 사람이 그 뒤를 이어서 쓰는 것. 이어 쓰기. 그런 게 가능한 것일까?” “이야기가 얼마나 내밀한 것인지 잘 아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의 반을 꺼내놓았다고 치자. 나머지 반을 누군가가 채운다니…… 그게 가능할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희수는 자꾸만 그 마음들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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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유진

소설과산문희곡,한장르에국한되지않고다양한글을쓴다.아니에르노,클라리시리스펙토르등의책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모르는사이
우아하고완벽한곡선
이어쓰기
다시쓰기
너의삶을쓴다면
빛이내는소리
페른베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어쓰는마음
‘릴레이소설’은『페른베』의중심모티프다.단순한글쓰기가아니라타인과의깊은연결을모색하는방식이다.희수는릴레이소설을통해자신이닫아두었던과거의상처와마주하게된다.특히6년간사귀었던애인과의관계,두사람이계획했으나끝내가지못했던‘뮌헨여행’과대신해서떠났던‘해남여행’의기억을자기안에서밖으로끄집어올린다.
“너무멀다.”애인을떠올릴때마다반복되는이말은단순한지리적거리를넘어,과거와희수사이의단절을상징한다.희수는니나와자신이쓴소설에대해이야기하며비로소해남여행중자신의감정을기억하지못한다는사실을깨닫는다.“애인의표정과애인의말,애인이야기뿐이에요.여자는어떤마음이었을까요?”니나의질문에희수는당황한다.“생각해보니애인의모습은선명하게떠오르지만내가어땠는지는기억이잘나지않았다.”이순간,희수는처음으로자신이얼마나자신의감정으로부터단절되어있는지인식한다.
소설의또다른중심축에는‘동이씨’가있다.희수의어머니인‘동이씨’는희수를‘실수로태어난아이’라고불렀다가,나중에는‘지켜낸아이’라고부른다.희수가떠난후물고기를키우다계속실패하는동이씨의모습은,자신이사랑하는이에게무언가를주고싶지만방법을알지못하는이의안타까운사랑을상징한다.희수는어린시절의기억,화장품가게안채에서의삶,커튼으로만간신히구분되던모습등을통해현재의자신을이해해간다.“사람은언젠가다다를곳을향해이를악물고달리다가여기,지금을다놓치는것같다.”이깨달음은희수가자신의과거로부터벗어나현재를직면할수있는용기를준다.


전혜린으로부터,다시쓰기


“나는누군가를하나의세계처럼그리워할수있다는것을전혜린을통해알았다.페른베.먼곳에가닿고싶어하는마음.전혜린의이야기를다시쓰고싶었지만,단한줄도쓸수없었다.누군가의삶을다시쓰는것은재현의일이아니니까.그것은한생의경험을오롯이통과한후에되돌아가려는마음일것이다.내게글은생生의또다른이름이고,내가다시쓸수있는것은오직나의삶,나의글뿐이라는것을알게됐다.”_작가의말중에서

『페른베』‘희수’의이야기이기도하지만,‘전혜린’이라는실존인물에대한오마주이기도하다.32세의짧은생을살다간전혜린은한국문학계에독일문학을소개한중요한번역가였다.이소설은그녀의작품과번역서들,그리고타인의언어와삶을이해한다는것의의미와한계를탐구한다.글쓰기는이소설에서구원의가능성으로제시되는것같다.“쓸수록선명해지는세계”는단순한문구가아니라,타인과자신을이해하는방법이다.희수와니나는릴레이소설을함께쓰며서로의내면을들여다보고이해해간다.그과정에서희수는자신의과거와현재를엮어내고,분절된기억의조각들을하나로꿰어낸다.


고독과위로와구원에대한이야기
『페른베』는우리에게특별한위안을건네는소설이다.완전한삶을강요받는이시대에,소설은우리의불완전함과단절된감정을있는그대로인정하라고등두드린다.희수가글쓰기를통해자신의과거와어머니‘동이씨’와의관계를마주하듯,우리도삶의불편한진실들과마주할때비로소선명해지는세계가있다고말한다.
작품의말미에등장하는“11월에눈이오면,시월에갈거다”라는문장은이소설전체를관통하는시간과공간의중첩을담은상징적표현이다.‘시월’은단순한달이아닌,여기서두가지의미를지닌다.하나는앞서언급한카페‘시월’이라는물리적공간이며,다른하나는시간적의미에서‘시월’(10월)즉,‘11월’이전의시간을의미한다는것이다.이문장은역설적으로시간을거슬러올라가고싶은욕망,지나간것을다시찾아가고싶은마음을담고있다.또한“11월에눈이오면”이라는조건은,니나의이야기에서눈보라가내리던날의비극적경험을암시하면서도,그눈이멈추고새로운시간이찾아올것이라는마음을함께품고있다.이는소설이보여주는‘페른베’의본질,도달할수없는곳을향한그리움,되찾을수없는것을향한갈망을함축하며,희수의여정이아직끝나지않았음을암시한다.전혜린이마지막으로쓴편지를몇번이고읽으며,희수는‘원소로환원되지않게도와달라는말’을‘눈속을헤매고싶다는말’을떠올린다.니나를생각한다.눈보라속에서자신이놓친게무엇인지도.

때론자신의삶에서한걸음물러나바라보는시선이필요하다.타인의이야기를듣는희수처럼,우리도서로의이야기를듣고,함께쓰고,이어쓰면서서로의삶을보듬어갈수있을까.『페른베』는모든번역이불완전하듯,타인에대한이해역시항상불완전할수밖에없음을,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계속해서타인을향해,그리고먼곳을향해나아갈수밖에없음을,우리내면에모르는사람의옅은숨소리처럼존재하는먼곳을향한그리움에귀기울인다.고독과위로와구원에관한이야기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