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 (나의 작은 날들에게)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 (나의 작은 날들에게)

$13.00
Description
큰 행복, 큰 기쁨의 날에 가려진
작은 날들의 기록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다. 즐겁지 않은 기억이기에 애써 흘려보내려 한 날, 있었는 줄도 모르고 살았을 만큼 별 의미를 두지 않은 날. 이 책은 그 ‘작은 날’들의 기록이다.
서운함, 쓸쓸함, 슬픔, 설렘, 놀라움, 서글픔, 그리움 등이 깊고 차분하게 묻어 있는 저자의 지난날을 읽다 보면, 한 사람을 설명하는 건 그의 작은 날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건 그 사람의 작은 날들인지 모른다고. 그러니 큰 행복, 큰 기쁨의 날들에 가려진 작은 날들은 소중하다고.
저자의 작은 날들이 ‘나의 작은 날들’과 이어져 나의 지난날과 마주하게 되고, 그 작은 날들을 지나온 스스로에게 격려와 위로를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을 앞두고 이 책을 묶는 지금, 분명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닫는다. 근사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소리 소문 없이 흘러가 버렸어도, 그리하여 모든 걸 다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날들은 없었음을. “뭘 이룬 것도 없이 여기까지 왔네”라는 말을 지나온 날들에 대한 후회로 남기기보다는, ‘비록 작은 불빛에 불과하지만, 잘 살아 여기까지 왔다’는 안도감으로 기록하고자 한다.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

류예지

문화원,출판사,기획사를거쳐현재프리랜서출판기획자로일하고있다.한때시인을,여전히소설가를꿈꾸지만이제는(장르불문)쓰고싶은것을충실히쓰고충분히나누는작가로오래오래기억되고싶다.
내안에서작게반짝이는이야기를‘충실히’따라가다보니에세이집『어떤,소라』,인터뷰집『내가딛고선자리』로닿게되었다.‘충분히’나누며살고있는지는잘모르겠지만,어딘가를향해‘충만히’흘러가보겠다는다짐을매일매일하는사람.‘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해시태그를좋아한다.

인스타그램@davidsmile_books
브런치@anding-credit

목차

프롤로그ㆍ지나온날들이보낸작은신호-4

동네잔칫날-15
유치원졸업사진찍던날-18
친척어른에게혼난날-22
크리스마스트리를만들던날-26
풍금으로아라베스크를들은날-30
열한살의여름방학1-35
열한살의여름방학2-36
열한살의여름방학3-40
타임캡슐을묻은날-45
둘째고모의죽음을마주한날-50
큰언니의갈색부츠를신어본날-54
19금영화를본날-58
코끼리를처음으로본날-63
친구아버지가돌아가신날-68
2002년의끝,종로에서프랑스영화를본날-72
일본에서1-78
일본에서2-83
엄마를배웅하던날1-87
사무실에서화재경보기가울린날-91
울산,1박2일-94
그날이후100일째되던날-99
엄마와함께요플레를먹은날-101
노르웨이에서온‘생명의물’을마신날-105
휴가가끝난큰언니의출국일-109
고향집에서보낸황금휴가-114
딱하루출근했던그곳에서의하루-119
너의말이서운하게들렸던날-124
무주,1박2일-128
타인의그림자를훔쳐본날-133
할매의장롱을정리하던날-136
엄마를배웅하던날2-141
보리암에올라간날-146
살구밭에딱새가날아든날-150
단골안경점을떠나보낸날-154
장맛비가쏟아지던날-159
내가쓴편지를돌려받은날-164
차도한복판을걷고있는노인을목격한날-168
멧돼지에대해들은날-171
옛시절소환의날-175
신혼집을보러다닌날-180
뒷산꿀밤나무이야기를들은날-185

출판사 서평

한사람을이해하기위해필요한건
그의작은날들인지모른다

유치원을다닐때의일이다.체험학습같은것으로고구마캐기를했고,동네친구에게내가캔고구마를주고싶었다.친구가사는지하방으로향하면서무척들떴었다.
고구마가든봉지를건넸을때,친구의어머니는코웃음을치며말했다.“그래,이거몇개캐온거야?”그녀는던지듯봉지를내려놓고는나에게눈길을주지않은채현관과연결된주방이자욕실에서친구의얼굴을씻겼다.나는인사할타이밍을찾지못해컴컴한현관에우두커니서서두사람의움직임을바라보았다.슬프고무안했다.고구마를많이캐지못한탓에집에는한개도남겨놓지않고전부를가져간거였다.
친구어머니의마음을짐작해보게된건,시간이아주많이지나서다.그녀에게나는반가운손님이아니었을수있다는생각이들었다.유치원에가지않는딸의마음이혹다치지는않을까염려되고,딸을유치원에보내지못하는자신의처지가서글펐을지모른다고.분명나는봉지를흔들며“유치원에서캐왔다”고경쾌하게말했을테니.그날의고구마는나와친구네가족에게서로다른의미였을것이다.
어린나의마음을떠올려도,뒤늦게헤아려본친구네마음을생각해도그날은아프다.나의작은날이다.

누구나그런‘작은날’을가지고있다.즐겁지않은기억이기에애써흘려보내려한날,있었는줄도모르고살았을만큼별의미를두지않은날.이책은그‘작은날’들의기록이다.
저자는아주어린시절부터최근까지,기억속에고요히머물러있는작은날들을하나씩꺼낸다.늘동생에게양보한엄마의등을오롯이차지할수있었던유치원다과회,이름도기억안나는전학생과의짧은추억,‘탤런트’라는장래희망을친구들에게들킨순간,대학생이된언니의신발에몰래발을넣어보던밤,이름없는섬처럼고독했던사무실에서의하루,이제는안부를묻지않게된친구와의즐거웠던한때,부모의나이듦을마주하는시간등.저자의작은날들엔쓸쓸함,슬픔,설렘,놀라움,그리움등이깊고차분하게묻어있다.

작은날은근사함과는거리가멀다.남에게들키고싶지않은모습이있기도하고,이야기를꺼내기민망할만큼별것없기도하다.때로는나조차도온전히설명할수없는감정에휘둘리느라여전히정의내리지못한채로덮어둔날이기도하다.말그대로‘작은’날이다.그런데저자의글을읽다가문득그런생각이들었다.한사람을설명하는건그런날들이아닐까하는.누군가를보다잘이해하기위해필요한건그사람의작은날들인지모른다고,내진짜모습은나의작은날들에있는지모른다고말이다.
저자는스스로에게또독자들에게,큰행복큰기쁨의날에가려지기일쑤인작은날의가치와소중함을말하고싶었던게아닐까.‘나의작은날들에게이름을지어주고싶다’는표현에그마음을담아서.만약그런거라면적어도내게는통했다.

저자가글에서제안한대로당신의작은날들이당신에게보내는신호에귀기울여보기를권한다.분명그날들의소중함을발견하고,여기까지오게된것에감사하게될것이다.당신에게아무것도아닌날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