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들 : 좋은 날엔 좋아서, 외로운 날엔 외로워서 먹던 밥 - 들시리즈 6

끼니들 : 좋은 날엔 좋아서, 외로운 날엔 외로워서 먹던 밥 - 들시리즈 6

$13.00
Description
들시리즈 여섯 번째 책
맛과 향으로, 어떤 감정으로 남아 있는 끼니의 장면들
‘들시리즈’는 한 사람이 책 한 권 분량을 꽉 채워 말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에세이이다. 즐거운 것이나 괴로운 것, 재미있는 법칙, 배워야 할 삶의 태도 등 그 어떤 것도 주제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듣고 싶어서 기획한 시리즈이다.

〈끼니들〉은 들시리즈 여섯 번째 책으로, 저자의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한 다양한 양식 이야기이다. 먹는 일의 중요성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분명하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먹는다는 건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의 근본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먹는 이야기이자 사는 이야기이다. 혼자이기도 함께이기도 한 날들의 기억이며, 행복해서 간직되고 쓸쓸해서 잊히지 않는 시간의 기록이다.

저자

김수경

국어국문학을전공하고국어를가르쳤습니다.가장친한친구들(남편과두아이)과함께삽니다.집안팎의다정한생활의모습을관찰하고기록하는일을좋아합니다.『집,사람』,『소박하고근사하게』,『우리집으로만들어갑니다』를지었습니다.

목차

004프롤로그

010밥을짓는다
017두부와콩나물
022몇가지집밥
036누구나자기엄마밥이최고지
044꽃다발보다더예쁜열무
052나라고별수있겠나
058모카포트와라면의과학
064참을수없이가벼운끼니의소중한무게
070캠핑의맛
079오늘저녁은뭐예요?
085찬밥
091밤을치던밤
099할아버지의음식들
105우리집개를먹일카스텔라
112여섯개의도시락
119나의롯데리아
128도시락싸주는언니,도시락싸주는동생
136끝내모르고말서로가좋아하는음식들
144삼식이와돌밥돌밥,그놈의밥
151끼니의관상
159햇반과밀키트는정말요리가아니야?
168하나도친하지않은사람들과
177차한잔이라는시간
182신림동순대타운과광장시장

190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내안에깊이박혀수시로꺼내보는
어느날의밥한그릇,빵한쪽,차한잔이있다

어려서감기로병원에다녀온날이면엄마는입맛을잃은나를위해통조림속깐포도몇알과작은술떡을내오셨다.너무달다는이유로정작당신은드시지않는깐포도를어떻게생각해내셨는지알수없지만,나에게저두개조합이최고였던것은확실하다.입에달고몸에좋은약이었다.재미있는건마흔이넘은지금도몸이아플때면그옛날깐포도와술떡을종종떠올린다는거다.작은쟁반에올려진음식과엄마의다정한목소리는생각하는것만으로도위로가된다.

전혀다른느낌의음식도있다.삼각김밥을먹고죽을만큼아프고난후로꽤오랫동안삼각김밥을먹지못했다.음식의문제가아니라그날내컨디션의문제였음을알면서도삼각김밥은내게조금무서운음식이되었다.가까운누군가가삼각김밥으로요기를한다고하면나도모르게한마디하고만다.“조심해.”

살며먹는음식은때로음식자체로의미를가지기도하지만,대체로다른요소들이더해져특별한의미가된다.함께먹는사람,장소,그날의일정과내기분등은입에들어가는음식만큼이나식사를이루는중요한재료다.세상에서가장맛있는라면은‘사랑하는이와먹는라면’이라는,다소간지러운표현에동의하게되는것이나저자가‘끼니’를주제로한글을소개하며몸과생각,감정을이야기한것을봐도알수있다.

“내키와생각을자라게한양식의이야기이자끼니를함께나눈좋거나싫은사람들에대한기억이며,가장즐거운어느식탁의저장혹은서럽고아팠던마음에대한푸념이기도하다.”(프롤로그)

저자의끼니이야기는다채롭다.마치사계절풍경이담긴그림책을본듯한기분이다.가스레인지에올려진압력솥에처음으로불을켜본어린시절의경험부터가족의끼니를책임지는지금에이르기까지소개되는음식이여럿이어서도그렇지만,그보단음식을두른각각의사연때문이다.계절마다입은색이다르듯글을읽는동안내마음은한번도같은자리에머물지않았다.할아버지를추억하는커피와구운가래떡에선눈물이핑돌았고,도시락속꼬마돈가스두알에는가슴이아리고도따뜻해졌다.멋쟁이대학선배의‘어푸루푸푸’를마주하고는비명을지르며웃었고,남편의반찬투정에는저자의속도모른채싱글거렸다.

24개의에피소드는음식이야기인동시에설렘,쓸쓸함,즐거움,아픔,뿌듯함이서린순간들의기록이다.만들고먹어온음식이다르고음식을대하는태도도아주같을리없지만그안에는낯설지않은마음들이있다.그래서글을읽다보면군침이도는것은물론,자꾸내지난날을추억하게된다.까마득히잊고있던행복한장면이불쑥떠올라어색한채로관계가멀어진이에게하마터면연락할뻔했다.주의할점이다.

이책이누군가의잃어버린식욕을찾아주는행복한상상을해본다.소개된요리중하나를직접해보는것도즐거운일이겠다.그러나무엇보다바라는것은,사는게즐거우면즐거운대로조금지쳐있다면또그런채로마음의허기를채우는데이책이작은도움이되는것이다.저자의이야기속에서각자의깐포도와술떡을떠올리며위로를받고,삼각김밥의두려움에서는한발짝멀어질수있다면더욱좋겠다.

책속에서

일이바빠시간에쫓긴날이나마음이고달픈날에는밥을짓기전에잠깐침대에누워고요히쉰다.나쁜마음을묻힌채로식구들먹일밥을짓고싶지않아서다.
---p.15

세상에는혀에서구르는듯맛좋은음식들이정말많다.그렇지만어느진미를가져와도내가어릴적부터먹어온집밥이가지고있는힘을이길수는없다.맛으로새겨진기억그대로가바로집밥이라는장르다.몸이많이고되고아픈날,마음을심하게다친날의허기를달랠수있는끼니는엄마가일일이손으로다듬어만든콩나물과두부반찬.그안에담긴다정한위로를떠올리는것이었다.
---pp.20~21

한집에서한가지음식을지어나누다보면절로마음과생각의박자가비슷해진다.식탁을차리며음식을담을때마다식구의얼굴들을떠올린다.남편의밥공기에는밥을한번더.큰아이의국그릇에는국물을더많이.작은아이는뜨거운것을잘못먹어한김식힐수있도록작은앞접시를꺼내밥공기곁에둔다.다같은그릇이지만담기고놓인모양새를보고그게누구의것인지누구의자리인지우리집식구라면다알아차릴수있다.
---p.43

엄마가된나는스스로를아끼는방법으로사랑을실천하고싶다.엄마이기에앞서나역시우리엄마의귀한사랑을받고자라온존재이기때문이다.내가먼저나를존중하지않으면그누가존중해줄것인가.부디엄마라는이름속에희생이라는단어를사랑을표현하는단하나의방식처럼짐지우지않았으면좋겠다.
---p.68

매일새벽에일어나새밥을짓고여섯개의도시락에고심해서나누어담은것은찬이아니라엄마가최선을다해공평히나누었던깊은애정이었다는것을나는안다.
---pp.117~118

신기한것은그작은도시락이가진힘이었다.목이다쉬도록연이어수업을하는와중에도동생이싸준도시락먹을것을생각하면기운이났다.오늘은무엇이들었을까하고뚜껑을열기전부터아이처럼설레기도했다.
---p.133

생선한마리를먹어도접시가지저분해지지않게가시를한쪽에발라가며깔끔히먹는사람이있는가하면같이먹을사람은배려하지않고제일두툼한가운데살점을움푹파내가는사람도있다.밥을먹는모양에는자기가살아온삶의방식이제법담겨있다.
---p.156

차한잔의시간은제법공평하다.우선차는뜨겁기때문에단번에꿀꺽마셔버릴수없다.누구에게나마시기좋은온도가되기를기다리는어느정도의여유를요한다.그래서다른사람과차를한잔마실수있다면이야기를하거나들을수있는가장기본적인시간을얻게되는것과같다.그시간안에할수있는것들을나열하다보면생각보다꽤많은것들이가능하다는것을알게된다.고백과사과를,조언과질책을,통보와거절을,맞장구와위로를.의지만있다면침묵도가능하다.
---pp.179~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