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영주 산문집)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영주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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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암을 경험하였고, 딸이자 아내, 엄마인 동시에 누군가의 친구인 저자가 기록한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가까운 이들의 죽음부터 기사로 접하는 낯선 이들의 죽음까지, 살며 만나는 여러 죽음과 또 암 환자의 시간을 거치며 저자는 살아 있는 것들의 사라짐을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결국 사라지고 만다는 거대한 슬픔 앞에서 그는 한 가지 할 일을 깨닫는다. 그것은 바로 사랑. “사라지는 것들을 사라지지 않도록 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사라지려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사랑하는 것뿐이다.”(p.7)
글을 읽다 보면,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채 지내온 것이 후회스럽고 한편으론 아직 기회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도 된다. 지난날은 바꿀 수 없으니 남은 기회만큼은 놓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오늘’이 내일의 후회가 되지는 않게 하자. 그러기 위해선 오늘 할 수 있는 일, 사랑하는 일을 성실히 해내야 한다. 그것이 결국 잘 살고, 또 잘 사라지는 길이다.
저자

이영주

저자:이영주
1983년에나고오랫동안부산에서자랐다.지금은서울에서가사노동과돌봄노동을하며아이,남편과함께가정을일구는중이다.남의글읽기와나의글쓰기를좋아하고,그와관련된일들은시간을내고들여추구한다.암을경험하였고,여전히경계하며가끔두려워하기도한다.오늘을성실히생활하고여러모로잘생활하는법을궁리한다.제법자주,머지않은미래를상상하는편이다.섬세하게자라는식물의잎들몇장에쉽게환해지는기분을가졌다.
인스타그램@dudwn0200

목차

프롤로그

1부사랑하는것들이
할머니없는할머니집
세가지죽음
명지삼촌
바지춤을잡아올려야하는사람
떠나려는이를떠나보내는방법
시간여행
우리이모
파스텔톤유품
느린걸음
밥그릇1
밥그릇2
오래된여자들의응원
트림
하얗고환한내원기
반짝반짝
머리를잘라야만하는날
양지
태풍
경포의밤
예뻐요,참
제비꽃
0.1mm로돌돌만1mm의배려
나를오해하는나에게
꽃보다미숙이
보행보조기와지팡이
여기포크하나주세요
아무것도모른다
상실을통해배운다는말
엄마들의아이들_이태원참사자들을추모하며
꿈을꾸었습니다
식탁앞기도
최초의맨몸
세탁소사장님의사정
계절은
겨울같은하루를지나가기위하여
내사랑의모습

2부사라지기전에
다시보는매화
남자와유아차
부활의아침
차라리아무말도
명랑과다정
매듭
외롭다외롭다한다
벚꽃귀가
각자의표정
촉簇을갈아끼우듯
스파게티는원플러스원
서울말씨친구
너오늘놀수있어?
세면대와계단과초인종과어린이와
분홍색니트
마음의초기화
프라하의그녀들과경동시장의그녀들
보이지않는얼룩
아이스크림먹기
당당하게잘못하기
두가지상황
이면지
자기만의밤
생의힘
새잎펼치기
운전면허
자전거사장님
당신은그때
말들의공격
가시
바쁘다는것
보이는몸과보이지않는몸
내뒤의풍경
무서운일
다짐
귤이상했다
마음지지하기
솟아오르는일

출판사 서평

살아감에대한깊은사유,
사랑함을향한굳은결심

일상의소중함은대체로일상이흔들리고나서체감된다.‘일상’이라고부르는삶의자리가얼마나많은요소의치밀한상호작용과정교한연쇄작용이이루어낸질서인지,또한그것이매일의나를얼마나단단히받치고있었는지를그것이깨지기전에는잘모른다는뜻이다.심지어그것이깨질수있다는생각같은건하지않는듯이살아간다.삶에선물처럼주어지는좋은것들이자주그런취급을당한다.젊을때는젊음이,건강할때는건강이,사랑받고사랑할때는사랑이가볍게여겨진다.

그것들의가치에대해말하게되는것은결핍과상실을지나면서다.당연한줄알았던삶의풍경이사라지려는것을직감할때,혹은사라졌음을목도할때,그제야누려온것들이하나도당연하지않았음을깨달으며허둥지둥놓친순간과마음을끌어모은다.이미지난것을그리워하고,지난날의무심함을후회하면서.그래서일까,역설적이게도잃어본사람이더욱그것의고마움과아름다움을안다.

이책은저자가어린시절경험한몇죽음과죽은이들이남긴흔적과사랑하는이의질병에관한이야기로시작한다.사람은나이가들게마련이고,질병이나사고같은변수에의해서도생의기운은꺾인다.여기에마음이멀어진관계와땅의거리가멀어져버린관계까지생각하면,살며경험하는헤어짐은얼마나많은가.그런데헤어짐을말하며저자가전하고자하는것은쓸쓸함과허무,그리움만이아니다.뜻밖에도그는매일찾아오는‘오늘아침’의특별함을우리에게일깨운다.스스로암을경험한이의말이기에더욱힘이있다.

“오늘아침에당신이여기있었던것처럼내일아침에도당신이내곁에있을것이라고,나와당신뿐만아니라모든것이그대로일것이라고나도모르게기대하고믿는다.모두오해다.우리는그렇게매일매순간오해하며살아간다.”(프롤로그에서)

‘모든것이그대로’라는오해와착각탓에우리는자주‘지금’에소홀하다.중요한일을미루고소중한사람을홀대하고아름다운순간들을놓친다.‘나중’에대한기대때문이다.
죽음이나또다른형태의이별을통해가족과친구의사라짐을경험하고또스스로암을겪어내면서,저자는나중이나다음에기대는건위험하고도어리석인일이라는것을배운듯하다.그래서지금할수있는일을열심히하기로결심한다.그것은다름아닌사랑이다.“사라지는것들을사라지지않도록할수는없다.할수있는것은사라지려는것들이사라지기전에사랑하는것뿐이다.”

진부한귀결같지만사실인생에서중요한것들은대개새롭지않다.우리는알고있는것을행하지않아서실수를거듭하고,실수를통해깨달은것을또다시잊어서혹은무시해서불행해진다.그러니듣고배운것을반복해서가슴에새기는수밖에없다.사랑도그중하나다.

살아있는것은모두사라진다.그것은곧나를포함해내가사랑하는것들이사라진다는의미다.하지만오늘은아니다.오늘은여기에있다.그러니오늘,사랑을마주할수있을때아낌없이사랑하면좋겠다.사랑하지못했음이언젠가후회와슬픔으로남지않도록말이다.“내사랑은살아있음.내사랑은목숨의모양”(p.111)이라는저자의말을다시한번떠올린다.사랑,살아있어야할수있다.지나간후에야그고마움과아름다움을말하지말고,사랑하는것들이사라지기전에어서더욱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