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가는 길 1

친정 가는 길 1

$14.50
Description
2020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양성만화제작지원 선정작!
조선의 변방 ‘서북’과 역사의 변방 ‘여성’
긴 소외의 역사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단단한 감동
조선 시대, 시집간 여성이 시댁의 허락을 받아 시집과 친정 중간 지점에서 어머니와 만나는 것을 ‘반보기’라 부른다. 딸이 반을, 어머니가 반을 걸어 가운데에서 만난다. 허락된 시간은 해가 지기 전까지다.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당연하던 시대, 결혼한 여성이 원 가족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흔치 않은 기회로 친정 방문을 허락받은 주인공 ‘송심’은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다가 연신 종종거리며 일하는 올케를 보고 위화감을 느낀다. 이야기는 그 순간 송심의 내면에서 일어난,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감각. 그 후에도 여전히 ‘시집에선 아무 소리 못 하는’ 송심의 앞에 한자를 막힘없이 읽고 쓰는, 선명한 눈매에 총기가 가득한 동서 ‘숙영’이 나타나면서 송심의 인생은 조금씩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각자 흘러가는 듯하던 소외의 역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꺾이게 되는 시점은 1권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다. 두 여성의 우정을 잔잔하게 쌓아나가며 감정이입을 끌어내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 방향을 틀어 “홍경래의 난이라는 시대의 격랑” 가운데로 망설임 없이 달려간다. 조선의 변방, 서북에서 차별을 참다못한 홍경래가 난을 일으키고, 역사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그 틈을 가로지르며 교차점을 만들 때, 결과를 아는 이들은 탄식하는 한편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기대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낡은 역사에 렌즈를 낯선 각도로 놓고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찾아내는 일은 작가가 전작들을 통해 계속 해왔던 시도다. 서사를 따라 겹겹이 놓인 차별의 면면을 살피는 동안 투박한 듯 섬세한 그림체가 어김없이 묵직한 빛을 발한다.
저자

정용연

멀리모악산이바라다보이는김제들녘에서유년기를보냈다.만화가가되겠다고딱히결심한적은없다.가랑비에옷젖듯어느날보니만화가가되어있었다.데뷔작은스물네살되던해에발표한단편〈하데스의밤〉이다.이후오랜공백을거쳐출간한첫책《정가네소사》(전3권)는집안이야기를통해한국근현대사를그린자전적작품이다.이작품으로2013부천만화대상우수상을수상했다.고려말제주도에서일어난목호의난을소재로그린《목호의난:1374제주》는오랫동안꿈꾸어왔던첫장편역사만화였다.글작가와협업으로완성한《의병장희순》에서는조선최초의여성의병장인윤희순의사의삶을그렸다.《친정가는길》은조선후기,황해도와평안도를배경으로펼쳐지는두여성의연대기다.주인공송심과숙영은남성중심의가부장사회에맞서는한편서북에서일어난홍경래군과함께새로운세상을꿈꾼다.

목차

머리말
1화근친覲親
2화은송심殷松心
3화함숙영咸淑英
4화역疫
5화신공身貢
6화정염情炎
7화추노推奴
8화서북西北
9화봉기蜂起

출판사 서평

불리지않았던이름을
지금다시꺼내닦는일

조선시대의성차별에관한이야기가나오면흔히돌아오는답이있다.지금과그때는다르다는얘기다.그런데정말지금과그때는다를까?작가는머리말에서작품의실마리를가족을통해얻었다고밝힌다.

“맞벌이를하면서도퇴근후가사노동은온전히여자의몫이었다.단지남자란이유로가사노동에서해방된아버지와삼촌들을바라보며마음이편치않았다.(…)큰형수가한살적고작은형수가한살많지만나이에상관없이서로를존중했다.기쁘고슬픈일을함께나누었다.두분을보면서여자들의우정에대해생각했다.서로가서로를위하고아끼는마음.세상을변화시키는힘은그마음에서나오는것이라믿었다.”
-머리말중

작중송심과숙영이마주치는무신경한말들과불합리한요구,날선비난은지금읽어도그리낯선내용이아니다.송심은나무랄데없이살림을이끌어나가는맏며느리지만아들을낳지못해눈총을받는다.누가가르쳐주지도않았는데오빠의어깨너머로한자를깨칠정도로총명한숙영은무뢰배같은남편의행동에도말한마디얹지못한채속앓이만한다.이런두사람의모습은지금의우리와도크게다르지않다.여전히끊어지지않은차별의고리속에서지금과그때가다르다는항변은뜬구름처럼공허하게들릴뿐이다.작가가조선시대를살았던두여성의이야기를지금다시꺼내든이유이기도하다.‘그럴법한’시대에서도《친정가는길》의주인공들은순응하는대신불합리함을느끼고,각자의방법으로길을모색한다.서로의상처를돌보며조금씩나아가는두여성의이야기는현대의독자들에게도선명한의미를가지고다가올것이다.

차별과시대의고랑을넘어
오늘우리앞에도착한이야기

조선시대는분명여성이살기에좋은시대가아니었다.그런시대적한계에도불구하고우리는질기게살아남아흔적을남긴여성들을안다.숨겨지지않는재능과기지를발휘해이름을남긴소수의여성외에도,우리는‘작가미상’의그늘아래숨은수많은여성의목소리와눈빛과손끝을본다.함께불렀을노래들,홀로써내려갔을글과그림들을통해이들이분명존재했음을안다.《친정가는길》은이름없던이들을밖으로끌어내어송심과숙영이라는이름을붙여주고만나게한다음가만히따라간다.‘그시대에그랬을리없다’라는내면의목소리를기꺼이뒤로보내고,작가는두여성이나누는연대와애정이어떤변화를불러일으킬수있을지탐구한다.숙영은송심이한자를읽을수있게도와주고송심은숨죽여우는숙영의어깨를안는다.서로를위하고아끼는마음,그마음으로두사람은어디까지갈수있을까.두사람의위태로우면서도거침없는행보에자꾸시선이가는이유는이들의이야기가지금의우리에게서그렇게멀리떨어져있는이야기가아니기때문일것이다.아직도여성의희생이당연한사회를살아가는우리에게이책은사랑과연대가가진잠재력을잊지말라는메시지를전한다.비범한주인공이아닌,평범한인물들이손을맞잡을때어떤변화가일어날수있는지를말한다.작은돌몇개는정말운명을틀수있을까.그답을2권에서이어확인할수있으리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