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등산가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서재의 등산가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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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드디어 산에서 멀어졌다.
마음과 달리 몸이 따르지 않는다.
한때 뛰놀던 산을 보며 인생을 생각한다.
등산가가 나이 들어 산을 오르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살아갈까? 산에 갈 수 없으니 더는 등산가가 아닐까? 이제 오를 수 없어도 산을 떠나고 싶지 않은 등산가들에게 한국 등산의 역사를 써내려간 노(老)등산가는 산서(山書)와 함께 걷는 삶을 추천한다. 산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산서(山書)는 산과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인생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등산은 산이 높을수록 오르기 힘들수록 매력이 있다고 한다. 산에 가기 힘든 때에는 평소 미뤄두었던 산악 명저를 탐독해봄을 권한다. 한국 최초의 에베레스트 원정을 이끈 노등산가가 회상하는 한국 등산계의 지난 역사, 그리고 지금 등산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까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뜻깊은 산악 에세이가 발간되었다.

등산이 곧 인생이라는 근거는 필경 선구자들의 생의 궤적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산악계에는 산에서 위험과 싸우다 사그라져 간 산악인은 많다. 여기 등산가의 숙명적인 인생이 있으며, 그들에게 등산은 바로 인생이었다. 등산가는 산과 만나면서 그 인생을 시작한다. 알피니즘 250년의 역사는 이렇게 산과 사람이 만난 역사다. 등산이 곧 인생임을 이 이상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따로 있을까. (176p)
저자

김영도

1977년한국에베레스트원정대대장,1978년한국북극탐험대대장,한국등산연구소소장등을지냈다.《우리는산에오르고있는가》,《나는이렇게살아왔다》,《산에서들려오는소리》등을집필했으며《검은고독흰고독》,《제7급》,《8000미터위와아래》,《죽음의지대》,《내생애의산들》,《세로토레》,《무상의정복자》,《나의인생나의철학》,《산의비밀》등다수의산악명저를우리말로옮겼다.현재는한국산서회고문을맡고있다.

목차

여는글산은우리에게무엇인가//7

1부산은멋지다

새해가밝았다//17
4월이오면//21
산의팡세//23
여름을이렇게지냈다//28
조심슨의책을다시읽다//33
보이테크쿠르티카의아름다운세계//37
나는山書를이렇게읽는다//42
설악산을다시생각한다//47
산의비밀//52
산악인에는조건이있다//58
우리는그들과어떻게다른가//64
산은위험한가//69
세상에산이없다면//74
풍설의비박//78
한계도전에서얻는것//82

2부자유그리고자연

명동의봄날밤//91
신록의계절에//96
산을혼자가다//101
아웃도어란무엇인가//106
타이가에천막을치고싶다//111
덕유산이그립다//115
나뭇잎이떨어지면//120
산의자유를찾아서//124
잊을수없는두산악인목동//128
눈꽃을찾아서//133
이처럼자유로운여성은처음//136

3부언제나산과연결되는삶

사색과체험그리고표현//143
저녁마다길을걸으며//148
칼텐브루너의열정//152
나의등산노트북//157
메스너가다녀갔다//162
산사나이들이울었다//167
등산이곧인생//172
산악인의귀소본능//178
누구에게나내일이있다//184

4부우리는산과어떻게만나는가

글을쓴다는것//191
山書를읽고싶다//195
어느젊은이가산과만나며//200
나는에베레스트에서
새롭게출발했다//205
에베레스트는우리에게무엇이었나//210
등산문화란무엇인가//215
알피니즘에미래는있는가//220
몽블랑이죽음의지대가되었다//225
산을너무가볍게여긴다//231
내가본山書의세계//236

닫는글나는알피니스트로살아왔다//240
이책에나온산서//244

출판사 서평

산에서멀어진뒤서재에서새롭게오르기시작한산

우리는왜산에오를까?산은우리에게무엇일까?노등산가는스마트폰에얼굴을묻은젊은이들을보며우리가산이라는마음의고향을잃어버리는것은아닐까하며안타까워했다.산에미친인생을살면서먼저이고민에빠진사람들은산에대해저마다다른생각을내놓았다.

발터보나티는알프스를오랫동안떠났다가마음의고향을잊지못해몽블랑으로돌아오는데,그때산록을덮은야생화군락을보고넋을잃는다.《내생애의산들》끝에나오는장면으로,그때그는등반하려고몽블랑에온것이아니고옛고향이그리워다시찾아왔다며이렇게써나간다.“나는수년래여름,가을,겨울을혼자생각나는대로아무런뉘우침도없이,언제나새로운즐거움으로알프스를돌아다니고있다.”(45p)

근대화와때를같이해알피니즘이생기고오늘에이르렀다.그러나등산가는알피니즘을고향으로여기고언제나거기로돌아가려고한다.그것이250년에걸친등산역사가아닐까.이렇게인류역사에나타난등산세계는오늘날그독특한지평선을넓히고있다.이엄청난동기는무엇이며어디서왔는가?“등산가는누구나산속에자기의고향을가지고있다.”라고말한선구자가있다.사람이산에가는것은가지않을수없어간다는이야기다.거기가자기고향이기때문이다.이를테면인간의귀소본능인셈이며,등산가가사서고생하는까닭이다.(179p)

전문등산가가남긴도전의과정과소회에대한기록은더이상개인적인체험기에머물지않는다.그래서등반기를쓰는등산가가많고그중에세계적으로이름난산악명저도있으며국내에서도거듭읽히는것이다.그런산서들의의미에대해노등산가는이렇게말한다.

산악인으로사는동안내게등산세계는바로사색의장이었다.집에서는산에대한책을읽고글을썼으며,밖에서는언제나간편한등산차림으로산친구들과만나산에대한이야기를했다.등산이생활의연장인셈이었다.…물론고산등산만등산으로본것은아니다.표고가낮은설악산같은데서도등산다운체험을맛볼수있다.산에서의사색과체험은산을가는사람의자세에달려있으며,엄동의설악산은그좋은무대다.(144p)

노등산가가바라본등산계의새로운변화

알피니즘세계에는‘8,000미터고소의윤리’라는불문율이있다.죽음의지대에서는남을돕거나도움을받지않는다는이야기다.비인간적이고비도덕적인듯하지만히말라야에도전하는자의자세는그래야한다는당위론이다.히말라야자이언트완등을눈앞에두고안나푸르나에서눈사태로사망한아나톨리부크레예프는“남의도움을기대하는자는에베레스트에오를자격이없다.”라고잘라말했다.(29p)

그러한히말라야와알프스등세계에이름난등산명소에상업주의원정이유행한지이미오래되었다.노등산가는“지난날존헌트가에베레스트초등을노리고항공사진을보다힐러리스텝부근의모습을판독하지못해애를먹었다는데,오늘날에는거기에사람이몰려교통정리가필요하다.에베레스트정상에수백명이운집해장터를방불케하며,로체사면에깔린고정자일에사람들이개미떼처럼매달리고있다.”고한탄한다.“릭리지웨이의‘터무니없는몽상’이사어(死語)가된지도오래다.”(213p)그러나산은아직거기에있다.한국의산에서도도전과극복이라는멋진체험을얻을수있다.

한여름덕유산에는사람이없었다.모두바다로갔는지아무도없었다.무주구천동을거쳐백련사에서시작하는오름길은끝이없는듯했다.가도가도전망은열리지않았고,가파른돌길이이어져걷기가매우힘들었다.준비한물은동난지오래였으며,확확달아오르는지열에숨이꽉막혔다.덕유산의여름은원추리꽃으로유명한데,그많던야생화가한송이도눈에띄지않았다.모두타죽은모양이었다.나는덕유산을오를때마다히말라야를연상한다.에베레스트의아이스폴을지나6,000미터고소부터로체사면밑까지펼쳐지는대설원을걸었을때흰눈의복사열이어찌나심했던지잊히지않는다.한여름덕유산을오르며그생각이떠올랐다.(115p)

노등산가는서재에앉아산악명저와함께산을오르면서등산이곧인생과같다는깨달음을다시금얻었노라거듭말하고있다.등반기에는사람이담겨있어야마음에스며드는글이되고아직도그런글이나오고있음에기뻐한다.

우리주변에는멋지고빛나는산행을하고도그에대한기록이눈에띄지않는다.그런데이젊은여성은평범한한라산에오르고산행기를썼다.사람과산의만남이계속이어지고있다는이야기다.나는산악인을특별한인간으로보지않는다.등산세계는일반생활세계와는다른조건과가치관을가지고있지만필경인간의사회다.거기무슨특권이있으며배타성이있겠는가.그런데이런평범함속에결코평범치않은것이있다.(203p)

그렇다면서재에앉아등산가와함께걸으며새로운산을경험해보자.

노등산가가소개하는국내외산악명저

나는에베레스트에서돌아와바로등산연구소를열고각국의등산잡지를입수해주요내용을우리말로옮기기시작했다.우리가몰랐던등산선진국의문화에눈이뜨여,그들이남긴유산을연구하게되었다.이렇게해서뒤늦게출발한나는등산세계에서많은것을배워알피니즘의미래를내다볼수있게되었다.그런데그것은한마디로갈길이끊어진암담한미래였다.(206p)

노등산가는상업주의등반이유행하고난뒤산에가는사람은늘었지만정작산과등산가는멀어지고있음을안타까워한다.그와동시에등반로옆에서만날수있는자연을기록하는소박한등반기하나남기지않는세태역시아쉬워한다.산서(山書)는단순히사실기록에그치는것이아닌자연과교감하는인간의사유를담고있다.

등산은직업이아니다.생계유지수단이아니며,취미나여가선용이나심지어건강관리수단도아니다.산악인들은조심슨이라는알피니스트를잘안다.지난날남미고산에서엄청난시련을겪고도살아돌아와《허공으로떨어지다》라는불후의등반기를남겼지만,그뒤그는《고요가부른다》를썼다.그저산이그립다는이야기다.산에가는행위에는동기가있으며,그동기는주어지는것이아니고스스로찾아오는것이라고나는본다.생활에지치고마음에공허를느낄때사람은무엇을할것인가.리카르도캐신은《등반50년》에산과처음만난순간을털어놓았다.에드워드윔퍼는잡지사의청탁으로산의목판화를그리러갔다가그속으로끌려들어갔다.헤르만불은고향인스부르크에서카르벤델(2,749m)이라는멋진산을보며자랐다.이런이야기는끝도없다.우리마음에는문명보다는자연을그리워하는잠재의식이있다.(18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