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세항언 2 (흐리멍덩한 세상을 깨우는 이야기)

성세항언 2 (흐리멍덩한 세상을 깨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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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대 중국 소설의 원형이 된 풍몽룡의 ‘삼언(三言)’ 완역 출간
명나라 때의 출판인이자 문학가인 풍몽룡은 세상 사람들 사이에 전하는 이야기, 옛 역사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아 기록·윤색하고 자신이 지은 이야기도 더하여 ‘삼언(三言)’을 완성했다. 각각 40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유세명언, 경세통언, 성세항언의 ‘삼언’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빼어난 솜씨로 생생하게 엮어낸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저자

풍몽룡

저자:풍몽룡(馮夢龍,1574~1646)
명나라때의문인이자관리로자는유룡猶龍,호는용자유龍子猶,고곡산인顧曲散人등이다.형인몽계夢桂,아우인몽웅夢熊과더불어뛰어난문학적재주로이름을날렸다.스물한살에생원이되었으나과거를볼경제적여력이없어다른과거지망생을가르치거나수험서를쓰면서생활을이어갔다.교사이자출판인,문학가로살면서각각40편의단편소설을수록한대표작‘삼언’,즉『유세명언』(1621),『경세통언』(1624),『성세항언』(1627)을출간했다.소설의문학적가치를인정하지않던명나라시대에설화와민요,역사기록등을소재로쓴백화소설모음집인삼언과장편소설인『평요전』,『열국지』등을펴냄으로써중국소설의토대를마련했다는평가를받는다.58세의늦은나이에관직을얻어명왕조의쇠락을지켜보았고,명나라가멸망한1644년에명나라의몰락을기록한『중흥실록』을편찬하고2년후그자신도생을마감했다.

역자:김진곤
1996년서울대학교중문과대학원에서『송원평화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중국역사서사의유형과특질에관심이많으며,중국고전서사를우리말로옮겨우리삶에재미와자양분을공급하는작업을하고있다.『중국고전문학의전통』,『이야기,小說,Novel』,『강물에버린사랑』,『중국백화소설』,『도교사』,『그림과공연-중국의그림구연과그인도기원』,『유세명언』,『경세통언』등의저서와역서를펴냈다.한밭대학교중국어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장숙아가양생을구하다
張淑兒巧智脫楊生

여동빈이황룡선사에게한수배우다
呂洞賓飛劍斬黃龍

해릉왕이황음으로신세를망치다
金海陵縱欲亡身

수양제가방탕에빠져나라를잃다
隋煬帝逸遊召譴

독고진사의기이한꿈
獨孤生歸途鬧夢

설위가물고기꿈을꾸다
薛錄事魚服證仙

이옥영이억울함을상소하다
李玉英獄中訟寃

선창에서맺은사랑
吳衙內舟赴約

태학생노남이괘씸죄에걸려들다
盧太學詩酒傲公侯

침상밑에서나온의로운협객
李公窮邸遇俠客

정절도사가신궁으로공을세우다
鄭節使立功神臂弓

백옥말장식덕분에
黃秀才靈玉馬墜

얄궂은농담이큰화를부르다
十五貫言成巧禍

그놈의동전한닢때문에
一文錢小隙造奇寃

늙은하인이집안을일으키다
徐老僕義憤成家

채서홍이모욕을견뎌원수를갚다
蔡瑞虹忍辱報仇

두자춘이장안에세번들어가다
杜子春三入長安

이도사가홀로운문에들어가다
李道人獨步雲門

왕대윤이보련사를불태우다
汪大尹火焚寶蓮寺

마당신령이왕발을등왕각에보내주다
馬當神風送王閣

성세항언을옮기고나서

출판사 서평

중국명나라시대의이야기꾼풍몽룡이들려주는120편의‘인생이야기’

중국역사서사의유형과특질을연구하며중국고전문학작품을꾸준히번역·소개해온김진곤교수(한밭대학교중국어과)가중국명나라시대출판인이자문인인풍몽룡의『성세항언』(전2권)을국내최초로완역하여펴냈다.2019년펴낸『유세명언』과2024년펴낸『경세통언』에이은이번『성세항언』의출간은소설의문학적가치를인정하지않던명나라시대에설화와민요,역사기록등을소재로쓴풍몽룡의백화소설모음집인‘삼언(三言)’번역작업의마지막결실이다.송대이래중국사회와인간상을깊이있고풍부하게묘사한풍몽룡의‘삼언’(『유세명언』1620,『경세통언』1624),『성세항언』1627)은현대중국소설의형성에커다란영향을준작품으로평가받으며지금도많은독자들의사랑을받고있다.

조선의지식인들이읽고영향을받다

풍몽룡의삼언은중국을오갔던사신,역관,수행원등이들여와조선의사대부들에게도광범위하게읽히고깊은영향을남겼다.17세기중엽출현한한문소설들에비치는유사한주제와소재,『동야휘집』이나『청구야담』같은문집에실린개작된작품들,언문으로번역된작품등에서그흔적을찾아볼수있으며,이러한영향은20세기초엽신소설시기에까지이어졌음이최근여러국문학연구로확인되었다.
“친구와의의리를지키기위하여사랑하는아내를버리는남정네,구두쇠를곯려주는도둑,기녀와의애틋한사랑을이루는기름장수,장사떠난남편을그리워하다결국외간남자와정을통하고마는비련의여인,도술을부려사악한귀신을물리치는도사,돈한푼때문에일어난살인사건을해결하는판관,귀신과사랑에빠져육신을망가뜨린청년….이들이바로삼언에등장하는다종다양한인간군상이다.이들이만들어내는얽히고설킨이야기는이웃나라조선사람들의감수성을자극하기도하였다.이이야기들은그들의이야기이면서동시에사람사는이야기였기에조선인들역시이이야기를통하여자기모습을어렵지않게발견할수있었다.”(‘책을펴내며’중에서)

책속에서

양연화와장숙아사이에태어난아들이나중에신미년(1571)과거에장원급제했다.양연화가문은자자손손번성했다.양연화가그날밤도망치지못했다면어찌장숙아같은여자를만날수있었으리!‘부부의인연은하늘이정하는것’이라는말이정말맞는말이렷다.이를증명하는시가한수있구나.
북경으로회시를보러가다가강도를만났네,
환난에서빠져나올수있었던것은오롯이여장부덕이라.
포기하지말지라,최후의한수가꼭있을지니,
쉬포기하고나중에후회하지말지라.(「장숙아가양생을구하다」)29~30쪽

조완이고소장을손에들고서외쳤다.
“이노인네목숨좀살려주십시오.”
이정이아전을시켜고소장을가져와보게하니바로살인사건이었다.지현이조완옆에서있는자에게물었다.
“그래넌누구냐?”
“전조완의이웃에살고있는데주상일행이조완의집에몰려들어와행패를부리는것을두눈으로똑똑히봤습니다요.”
지현은검시관을대동하고사건현장으로가보았다.검시관이먼저조정문과전우아어머니를검시하고는아뢰었다.
“이두구는머리통을맞고죽은것이분명합니다.”
검시관은다음주상이메고온여인네시체를검시하고는아뢰었다.
“이시체는맞은자국은없고목에혈흔이있는걸로보아맞아죽은것은아니고목매달아죽은것같습니다.”
“그말이사실이렷다.”
“소인이어찌감히허투루아뢰겠습니까?”
지현은납득이가지않았다.
“서로싸우다죽었다는데어찌하여저여인네에게서는맞은자국이발견되지않는단말인가?”(「그놈의동전한닢때문에」)585쪽

밤일경정도되었을까,침대뒤쪽에서쓰윽쓰윽소리가나더니누군가가휘장을젖히고침대로올라와이불속으로파고들어이완아를껴안고입을맞추려들었다.이완아가손을뻗어머리를만져보니바가지처럼반질반질했다.이완아는일단먹물을그자의머리에발랐다.
“어느방의스님이신지요?”
그중은대답도하지않고일을치르려들었다.중의물건은크기도하고딱딱하기도하여마치창이나몽둥이같았다.이완아는장미저보다어리고팔팔한지라중의물건을보고는놀랍기도하고기쁘기도했다.
‘중들이원래정력이세다는말을듣기는했지만내가그말을믿지않았더니과연틀린말이아니네.’
이완아는자기도모르게몸이달아올랐다.(「왕대윤이보련사를불태우다」)797쪽

『유세명언』,『경세통언』에충성심,카리스마,공공선을강조하는작품이다수수록되어있다면,『성세항언』에는개인적욕망을정당화하거나,개인적취향의대상으로서자연을찬미하거나,도교적세계관을옹호하거나,속세를떠나은거하는것을추구하는작품이다수수록되어있다.사건자체의기이함이나교훈성보다는그사건을서술하는작가의기교와관점이강조되고,소위당시사회의규범적질서의식보다는보편적질서의식에서크게벗어나지않는한개인의욕망과그실현에더주목하는작품이다수수록되어있는특성에착안하여『성세항언』이풍몽룡한사람의창작과편찬이아니라또다른작가와의공동작업일수도있다는주장이제기되기도한다.(「성세항언을옮기고나서」)8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