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라이프

엔드 오브 라이프

$16.00
Description
“이분법 너머의 너른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이 숨을 거둘 때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 나오는 장면을 그려보게 될 것이다.”
_은유

‘2020년 서점대상 논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엔드 오브 라이프》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재택의료 현장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의료진 들을 취재하고 그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논픽션이다.
2018년, 저자의 친구이자 200명 넘는 환자의 임종을 지켜봐온 방문간호사 모리야마가 췌장암에 걸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프로페셔널한 간호사였던 모리야마는 다른 환자들과 달리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그가 자신의 죽음과 마주하는 방법은 의외의 모습이었는데…. 모리야마가 마지막 순간까지 온몸으로 알려주려 한 ‘이상적인 죽음의 방식’은 무엇이었을까?

일본에서 권위 있는 논픽션 상을 다수 수상한 저자 사사 료코는 이 모리야마의 이야기를 7년간 재택의료를 취재하며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락트인 증후군에 걸려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 없게 된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집에서 헌신적으로 돌봐온 아버지의 이야기와 교차해 보여주며 다채로운 삶과 죽음의 모습을 담담히 펼쳐놓는다.

서점대상은 한 해 동안 일본에서 출간된 수없이 많은 책 중에서 대중성과 깊이를 겸비한 작품을 서점 직원들이 직접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2019년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가 선정된 데 이어 2020년에는 서점 직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엔드 오브 라이프》가 선정되었다.
“올해 읽고 가장 많이 운 책”, “‘남의 투병기 따위는 읽고 싶지 않다’는 선입견은 곧 남김없이 사라지고 책 속으로 빨려들고 말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서점 직원들의 추천평처럼 책은 죽음 또한 삶의 일부이며, 병을 얻어 죽음과 가까워진 환자는 단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인생의 선배임을 가슴 먹먹히 일깨워 준다.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이렇게 하셔야 해요”가 아닌, “어떻게 하시든 괜찮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요”라고 말해주는 의료진이 있는 곳, 환자를 중심에 둔 의료 체계가 존재하는 곳, 환자가 어차피 죽을 사람이 아닌, 여전히 살아 있는 한 인간으로 평범한 나날을 보낼 수 있는 곳. 《엔드 오브 라이프》는 그런 세상으로 독자들을 다정하게 초대한다.
저자

사사료코

(佐々涼子)
논픽션작가.1968년생.와세다대학법학부를졸업하고일본어교사를거쳐프리랜서작가로데뷔했다.
2012년《엔젤플라이트,국제영구송환사》로제10회가이코다케시논픽션상을수상했고,2014년에출판한《종이를이어라!그들이책의종이를만들고있다,재생ㆍ일본제지이시노마키공장》은기노쿠니야서점기노베스1위,다빈치BOOKOFTHEYEAR1위,신풍상특별상등수많은상을수상했다.
2013년부터2019년까지재택의료현장에서만났던사람들을취재하고그모습을기록한책《엔드오브라이프》로2020년서점대상논픽션부문대상을수상했으며,2021년오야소이치논픽션대상최종후보에올랐다.

목차

프롤로그

2013년
2018년
2013년
2018년
2013년
2013년
2013년
2019년
2013년
2019년
2013년
2014년
2019년

에필로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결국에는살아온모습그대로마지막을맞이하니까요”
하루를살아도인간답게,나답게삶을마무리하는법에관하여

말기식도암환자,기타니시게미는임종전가족들과마지막추억을만들기위해조개캐기여행을계획한다.여행당일,시게미의컨디션은최악이었다.의사에게‘이대로여행을떠난다면오늘저녁돌아가실지도모른다’는말을들을정도로.하지만시게미와그녀의가족은여행을포기하지않는다.오늘이마지막이라는걸,지금이아니면다시는조개캐기여행을갈수없다는걸모두알고있었다.그렇게시게미가족의당일치기여행이시작된다.(25~53쪽)

61세췌장암환자시노자키도시히코.의사의예상에따르면그에게남은시간은2주에서4주.벚꽃이흩날리는아름다운정원이있는자신의집을몹시사랑한시노자키.평화롭고따스한그집에사람들이모여하프콘서트를연다.(89~100쪽)

위암환자인모리시타게이코는가족들과디즈니랜드행을계획한다.나날이컨디션이안좋아지는상황속에서이런몸으로디즈니랜드에가는게가족들을불편하게만들거나주위사람들에게폐만끼치는일이아닐까걱정하는게이코.디즈니랜드의매직이라불리는그날의여행을따라간다.(223~238쪽)

죽음을코앞에두고도‘죽음’이아닌‘삶’에더집중했던사람들.그리고그들이삶에집중할수있도록물심양면으로도운의료진의이야기가《엔드오브라이프》에는담겨있다.2013년부터저자사사료코는방문의료서비스를제공하는와타나베니시가모진료소를방문해의료진과함께현장곳곳을누비며재택의료의실상을다각도로취재한다.
함께왕진차에몸을싣고환자의집을찾아가고,조개캐기여행에동행하고,디즈니랜드에따라가아픈엄마를둔아이의속마음을들어보고,의사ㆍ간호사ㆍ요양보호사와인터뷰하며왜재택의료의길로들어섰는지묻는다.
때로는인터뷰어로,때로는동료로,친구로오랜시간을함께한저자는재택의료의장점만을늘어놓지않는다.병원에서도포기한사람이받는게재택의료라는편견,비싼비용및부족한인력,의료진을향한폭언과폭행같은현실적인어려움,‘충분한의료지식없이도의사라면부업삼아가벼운마음으로시작할수있다’같은재택의료에관한잘못된인식도가감없이드러낸다.
‘좋은이야기는경계를지운다’는은유작가의추천사처럼책은‘재택의료가좋다,나쁘다’,‘치료는성공,죽음은실패’,‘환자는이래야하고저래선안된다’같은이분법으로세상을바라보지않는다.삶을꾸려가는방식에유일하고절대적인정답이없듯이‘죽음을맞이하는방법’에도유일하고절대적인정답은없다는것을,환자다운환자,죽음다운죽음또한없다는것을다양한사람의각기다른사연을통해증명한다.
종말기환자라하더라도가고싶은곳에가고,먹고싶은것을먹고,사랑하는사람과마지막추억을쌓을수있다.재택의료또한맞는사람과맞지않는사람이있을뿐이다.스스로내린결정이라면자신에겐그것이정답이라고책은말하고있다.

“작가님,‘가마이이’라는말아세요?이쪽말로‘오지랖’이라는의미죠.하긴,우리가하는일은오지랖일거예요.세상사람들은자기가하는일에경계를만들고싶어해요.‘내일’,‘네일’,‘누군가의일’이런식으로요.자기가해야만하는일말고는다들‘내일아니야’라며보고도못본척하죠.하지만그러면사회는돌아가지않아요.”_32쪽

어떻게살고싶은가?
‘엔드오브라이프’에서‘퀄리티오브라이프’에관해묻다

나카야마사토루,척수경색으로24시간내내극심한통증에시달리는환자.통증을없앨방법을찾을수없어병원에서자택으로퇴원했다.아내,한살배기딸과살고있는그는뜻대로움직여지지않는몸,잠시도사라지지않는통증,딸을사랑하지못하는자신에게분노하고있었다.결국자신의가슴에식칼을꽂아넣고자살을시도한나카야마.그는물었다.“가르쳐주세요.나한테산다는의미가뭘까요?”(123~133쪽)

저자에게는락트인증후군(의식은있지만전신마비로인해외부자극에반응하지못하는상태)에걸려재택요양중인어머니가있다.어느날어머니가원인을알수없는고열로병원에입원한다.
어머니의병이발병한이후7년동안아버지는하루세번꼬박꼬박구강케어를해주고,머리를빗겨주고,삶은수건으로얼굴을정성껏닦아주었다.그런데병원에누워있는엄마는눈곱투성이에코는말라버린콧물로막혀있고,입에는노란가래가넘쳤다.
흡인기를들고아버지가직접가래를빼주려고하면‘세균에감염된다’며제지하고,경직된어머니의손을마사지해주면‘탈구가된다’며말리던간호사는정작어머니의앞니를부러뜨리고콧속을찔러코피를낸다.7년동안어머니의손발이되어간병해온아버지,돌봐야할환자수가많고매뉴얼에따라환자를돌보는간호사.누군가에게는전문가가아닌가족의도움이더자연스러운지모른다.(185~201쪽)

‘어떻게죽는가’가‘어떻게사는가’와연결되듯이《엔드오브라이프》는‘삶의질’에관해서도끊임없이질문을던진다.
사랑스러운가족이있음에도살아야할의미를찾지못해스스로가슴을찌른나카야마사토루.반면고열로입원한저자의어머니는간호사의처우에처음으로화를낸아버지가간호사에게고개숙여사과한그날,알수없는이유로열이내린다.‘이런몸이돼서도여전히엄마는아빠를위해살생각이었던걸까’라고저자는생각한다.
사람은각자견딜수있는고통의종류도,크기도다르다.나카야마가견딜수없었던고통은무엇이었을까.저자의어머니는어떤고통을어떻게참으며살아야겠다고생각했던것일까.우리가저마다갖고있는살아야하는이유는무엇일까.
저자가췌장암이발병한모리야마와나눈대화도의미심장하다.모리야마는서양의학의발달로선택지가늘어남으로써선택에따르는가혹함도늘어났다고말한다.‘이식을해야내아이가살수있다면이식을시키겠는가?이식이꼭성공한다는보장은없다.재이식,재재이식을해야하는경우도있고,끝내아이가목숨을잃을수도있다.이럴때가족은,부모와아이는어디까지버텨야할까?그아이의인생은,삶의질은어떻게되는것일까?’
돌봄문제역시마찬가지다.책은치매에걸린어머니,혼자서몸을움직일수없는아버지를둔50대회사원이끊임없이묽은변을흘리는아버지를돌보는장면(169~173쪽)을보여주며‘가족애’라는명목으로무언가를떠안거나강제로얽매이는사람이끊임없이늘어날것이라는사실을환기한다.
가족구성원의수는점점줄어들고,집에돌봄이필요한사람이생기면그가정은곧균형을잃고흔들린다.혼자내버려둘수없는가족,그렇다고가족을돌보기위해직장을그만두면사회적고립과경제적어려움에처한다.이럴때과연우리는어떤선택을내려야할까?저자의아버지처럼완벽한간병인이될수있는사람이과연얼마나될까?
우리앞에놓인이런끊임없는선택지앞에서우리가진정으로중요하게생각해야할가치가무엇인지,생명의무게와삶의질중당신은어떤것을우선할것인지,도덕적인가치ㆍ사회적의무ㆍ개인의욕망앞에서무엇을선택할것인지묻는다.‘100세시대’라는말이현실이된요즘이것은나와그리먼이야기가아닌,바로지금우리의이야기이자종말기의료에관한힌트를가득얻을수있는기회이다.

한국보다앞서초고령사회연일본의재택의료취재기에서
우리의현실을돌아보다
투명한유리벽너머에할머니가앉아있다.한손에전화기를들고,또다른손으론유리벽을더듬는다.유리벽너머엔중년의자식내외,어린손주들이서있다.유리벽을사이에두고전화로안부를묻는풍경.코로나이후요양원에서흔히볼수있는모습이다.이렇게요양원에머물던어르신이돌아가시면바로장례식장으로옮겨간다.우리가생각할수있는일반적인죽음의모습이다.
지난10년간통계청의사망통계자료분석결과를보면2010년대비2019년에의료기관임종이67.6%에서77.1%로늘어난반면주택임종의경우20.3%에서13.8%로줄어들었다.이수치는고령층으로갈수록의료기관임종의증가폭,주택임종의감소폭이크게나타난다.(※더불어민주당신현영의원보도자료)그만큼우리나라에선병원에서임종을맞는사람이늘고있다는뜻이다.
우리보다한발앞서초고령사회를맞이한일본역시2005년까지만해도병원에서사망하는비율이82.4%까지치솟았다.하지만일본정부에서자택에서임종하길원하는환자들에게재택의료를권장하고의료보험비용을적극지원하자이비율은2016년76.2%로떨어졌다.(〈조선일보〉‘日,방문진료지원하자'살던집에서임종'43%까지늘었다’기사참조)
이수치들이말하는바는무엇일까.집에서임종을맞이하고싶어도그럴만한여건이안되기때문에병원으로향하는사람이그만큼많았다는것이다.환자에게가장익숙하고편안한장소가아니라의료진과보호자가가장편하고관리하기가수월한곳에환자를데려다놓는효율주의를앞장세워서.
《엔드오브라이프》를펼쳐보면이런현실과는매우다른양상의의료가펼쳐진다.환자중심의의료를실천하려는의료진이있고,죽음앞에서도끝까지포기하지않고능동적으로자신의삶을계획하고행동에옮기는사람들이있다.너무나정의롭고따뜻해서이상적인드라마로만여겨졌던〈슬기로운의사생활〉이아닌,실제현실에서일어난일들이라그사연들이주는무게감과울림이놀랄만큼무겁고크게다가온다.
코로나팬데믹이후의료체계는혼란에빠지고,아픈환자들은기존의질서안에서보호받지못한채방역체계변화에따라이리저리방황하고있다.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같은거대조직의반대가있음에도한시적비대면의료가허용되기도하는등보건의료체계가시시각각빠르게변화하는상황속에서이책은우리사회가놓치지않고가져가야할부분을날카롭게지적한다.혼란스러운상황일수록자본,성과,효율을우선하기보다는‘인간’을중심에두어야한다는것.그기본을다시금생각하게하는것만으로도우리는이책을읽을이유가충분할것이다.

종말기환자들이온몸으로가르쳐주는,
행복하게살아가기위한생의힌트

“아빠는,너희가아빠모습을지켜봐줬으면좋겠어.기저귀를차고똥도혼자서는못누게됐지만,사람은말이야,태어났을때혼자서는아무것도못하는것처럼마지막에도누군가의손을빌려야할때가와.아빠도,엄마도,물론할아버지도할머니도,사람은누구나다른사람신세를져야하는때가온단다.”(335쪽)

사람은경험해보지못한것,익숙하지않은것은경계하고혐오하기쉽다.환자가병원에모이는시스템에서는의료진이환자를찾아가는시스템에서보다우리주변에서아픈사람을보이지않게감추는효과가있다.그렇게일상에서사라진죽음은나쁜것,싫은것,기분나쁜것,슬픈것,피해야하는것,생각하고싶지않은것등으로받아들여진다.
와타나베니시가모진료소에서누구보다열성적으로일했던간호사모리야마.그는간호사도아닌,환자도아닌,모리야마후미노리그자체로살다가떠났다.의료도간호도없고요양이라는이름마저배제한,이름이붙지않는흔하디흔한나날을보내기.이것이그가죽음을받아들이지않으면서받아들이는방식이었다.그리고그는이를통해남은사람들에게‘지금을살라’는가르침을주었다.
이렇게우리는작가가정교하게안배한‘죽음’의이야기를하나하나밟고나아가며‘행동하는용기’를‘즐겁게산다는것이얼마나중요한지’를‘정말즐거운일을하고있을때발휘되는기적같은힘’을배워나간다.
먼저저세상으로건너간선배들이열어준‘인생수업’을통해독자들은어디서도쉽게배울수없었던이상적인‘삶의방식’을깨닫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