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사냥 : 차인표 장편소설

인어 사냥 : 차인표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K-문학의 새로운 발견,
낯선 이야기꾼 차인표 작가의 한국형 뉴 판타지 시리즈 첫 작품!
신묘한 힘을 가진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흥미진진하고 치열한 대결

『인어 사냥』은 먹으면 천 년을 산다는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근원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오랜 시간 인간과 역사, 구전 설화에 깊이 천착해 온 작가는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은 우리의 지명과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아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수년간 자료를 수집해 오다가 강원도 통천 지역의 지금은 사라진 독도 강치에서 인어에 대한 영감을 얻어 그간의 아이디어와 기록을 발전시켜 그만의 신비롭고 독특한 이야기로 완성했다.

1902년, 강원도 통천 인근의 외딴섬. 어부 박덕무가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가난하고 힘겹지만 따스한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알 수 없는 병으로 급사하고 딸 영실마저 치료할 수 없는 폐병에 걸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을 맞는다. 이때 덕무를 찾아온 공 영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런 기름 한 방울을 먹이자 영실의 고통이 사라진다. 이것은 공 영감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인어 기름. 이에 덕무는 인어를 찾아 목숨을 내걸고 위험한 흑암도로 향한다.
한편, 서기 700년, 강원도 통천의 바닷가 마을. 지독한 추위와 배고픔으로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소년 공랑은 무작정 해안가로 나선다. 갑자기 몰아치는 칼바람을 피해 어느 바위 절벽으로 숨어들었다가 비밀의 통로를 발견한다. 그곳에서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생명체와 조우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공랑은 인어를 찾고자 혈안이 된 마을 사람들과 갈등하며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무려 천이백 년을 넘나드는 두 개의 이야기는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면서 점차 빨라지는 리듬을 타며 고조되다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대망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그려 낸 섬과 바다, 바람과 해일, 인어와 강치, 여러 인간과 인간을 닮은 생명들과의 관계, 그 사이에서 불거지는 추악한 욕심과 죄책감 그리고 나와 다른 것을 끌어안는 용기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인어’라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존재를 단지 미스터리 한 흥밋거리에 국한시키지 않고, 이를 매개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우리 고유의 한의 정서를 섬세하게 녹여 내 결국 우리네 처절하고 아픈 삶의 이야기로 치환시켰다.
독자는 책을 펼침과 동시에 작가의 머릿속 가득한 판타지를 확장한 거대하고 매혹적인 상상의 세계로 안내될 것이다. 또한, 신라와 조선 말기를 오가는 거대한 스케일, 철저한 시대 고증과 섬세한 심리 묘사,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경종과 욕망이라는 주제 의식을 하나의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탄탄한 구성력 등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는 작가가 그의 작품 세계에서 일관되게 표방하는 ‘글로 쓴 영화’를 구현한 것으로, 텍스트 속 활자를 뛰어넘는 창발성을 보여 준다.

저자

차인표

소설가이자독서광그리고29년차배우.1994년<사랑을그대품안에>로일약스타덤에오른차인표.극중상대배우였던신애라와의결혼으로더욱큰플래쉬를받았던그도이제는중견연기자라는말이어색하지않을정도로드라마,CF,최근인터넷방송국의PD까지왕성한활동을보여왔다.

또한그는다양한기부활동을비롯세계의어려운아이들을돕는NGO단체‘컴패션’의자원봉사자로사회구호에도열정...

목차

1장간절히바라다
2장믿기어려운이야기를듣다
3장그물에걸리다
4장갈피를못잡고헤매다
5장탐하다
6장그물이찢어지다
7장칼끝을피해달아나다
8장살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1902년,강원도통천인근의외딴섬.어부박덕무가아내와두아이와함께가난하고힘겹지만따스한정을나누며살아간다.그러던어느날아내가알수없는병으로급사하고딸영실마저치료할수없는폐병에걸려절체절명위기의순간을맞는다.이때덕무를찾아온공영감이정체를알수없는누런기름한방울을먹이자영실의고통이사라진다.이것은공영감의조상대대로내려온인어기름.이에덕무는인어를찾아목숨을내걸고위험한흑암도로향한다.
한편,서기700년,강원도통천의바닷가마을.지독한추위와배고픔으로굶어죽을위기에처한소년공랑은무작정해안가로나선다.갑자기몰아치는칼바람을피해어느바위절벽으로숨어들었다가비밀의통로를발견한다.그곳에서생전처음보는낯선생명체와조우한다.이사실이알려지자공랑은인어를찾고자혈안이된마을사람들과갈등하며위기에직면하게되는데...

무려천이백년을넘나드는두개의이야기는씨실과날실처럼교차하면서점차빨라지는리듬을타며고조되다가하나로이어지면서대망의피날레를장식한다.이과정에서작가가그려낸섬과바다,바람과해일,인어와강치,여러인간과인간을닮은생명들과의관계,그사이에서불거지는추악한욕심과죄책감그리고나와다른것을끌어안는용기를만나게된다.작가는‘인어’라는익숙한듯하면서도낯선존재를단지미스터리한흥밋거리에국한시키지않고,이를매개로다양한인간군상의모습과우리고유의한의정서를섬세하게녹여내결국우리네처절하고아픈삶의이야기로치환시켰다.
독자는책을펼침과동시에작가의머릿속가득한판타지를확장한거대하고매혹적인상상의세계로안내될것이다.또한,신라와조선말기를오가는거대한스케일,철저한시대고증과섬세한심리묘사,인간중심주의에대한경종과욕망이라는주제의식을하나의속도감있는이야기로풀어낸탄탄한구성력등은마치한편의영화를보는듯한놀라운몰입감을선사한다.이는작가가그의작품세계에서일관되게표방하는‘글로쓴영화’를구현한것으로,텍스트속활자를뛰어넘는창발성을보여준다.

인간중심주의에대한경종과인간의근원적욕망에관한이야기

『인어사냥』은2009년『잘가요언덕』(개정판『언젠가우리가같은별을바라본다면』)으로데뷔한후,한국문학의의외의발견이라는호평을들으며그만의독자적노선을걸어온차인표작가의세번째장편소설이자한국형판타지시리즈의첫작품이다.먹으면천년을산다는인어기름을둘러싼,인간의탐욕과근원적욕망에관한이야기로,신묘한인어기름을차지하기위한인간들의흥미진진하고치열한대결을그렸다.판타지의문법을충실히차용하면서도서양식판타지의알레고리에갇히지않고우리나라고유의한의정서를입혀한국형뉴판타지시리즈의첫걸음을내디뎠다는점에서의미있는문학적성취를보여준다.

1.왜인어이야기인가?_인어로투영되는,결국은인간의이야기

우리나라뿐아니라전세계많은나라에각기다른이름과사연의인어이야기가있다.스코틀랜드의인어는바다에서사는데필요한가죽을잃어버리는바람에육지에서살아야했다.뱀과사람을섞어닮은아프리카의인어는물의영혼을지배했다.브라질에는아마존을지나는남자들을유혹해수장시키는‘이아라’라는인어가있었고,뉴질랜드에는사람머리에용처럼긴몸통을하고카누를부수는‘마라키하우’라는인어가살았다.일본의인어는거대한물고기였는데사람을닮은얼굴에송곳니와뿔이난괴물이었다.이외에도아일랜드,러시아,프랑스,노르웨이등전세계의바다가있는곳에는어김없이그들만의인어이야기가존재한다.

이처럼인어이야기가국경과인종을넘어서끊임없이관심을받고인간의이야기에자주등장하게된이유는무엇일까?그것은아마도인간이인어를필요로했기때문일것이다.압도적인대자연속에서살아남기위해인간은이야기를만들어야했을것이다.바다에대한공포심과경외심을투사할대상을만들어두려움을경계해야했을것이다.그렇게인어는각시대,각지역에신분과정체를달리하며존재하게되었다.세이렌처럼선원을유혹하는요물이었다가,무시무시한바다속괴물이되기도하고,폭풍우속배를지키는물의요정이되었다가,정어리나다랑어같은미물로여겨지기도했다.

“수많은인어중내마음을사로잡은인어는조선시대의문신유몽인이쓴『어우야담』에나오는우는인어였다.조선의한어부에게잡힌인어는흰눈물을비처럼쏟으며울었다고한다.왜울었을까?혹시누군가보고싶었던건아닐까?행위보다내면을강조한이한문장을읽고인어에대한연민이생겼다.나의경우,연민이생겼다는것은글을쓸가치가생겼음을의미한다.수개월이걸릴지,혹은수년이걸릴지모를장편소설쓰기라는긴여행을떠날이유가생긴것이다.그리고이긴여정의끝에인어는나를거울앞에데려다놓고나의욕망을찬찬히들여다보게만들었다.”(작가의말중에서)

2.인어와강치로대변되는생명과파괴의도돌이표

『인어사냥』에서는작가의이전작과궤를같이하는생명존중사상과인간본성에의성찰이담겨있다.그보다더나아가자연과더불어살아야함에도무엇이든인간의뜻대로만하려고하는인간중심주의에대한경종과인간의근원적인욕망에관해더욱치밀하게접근한다.대표적인것이극의초반에나오는독도강치의멸종과정에관한서사로,강렬한여운을남긴다.인간이강치에게그러했듯이순전히자신들의필요에의해인어를사냥할때에도인간의이기심과잔혹함이고스란히드러난다.

독도는약5만여마리의동해안강치들이길을멈추고쉬어가는강치의천국이었다.불과몇년전까지만해도어부들은배를타고다가가도도망가지않는독도의강치들을손을뻗어쓰다듬을수있었다....그러나인간은단한순간도기다리려하지않았다.미래의생장보다현재의약탈이중요했다.자신의대에모든것을가져야만했다.그결과인간은자연이얼마나많은것을품고있는지미처알기도전에닥치는대로파괴했다.강치도예외가아니었다.몇년지나지않아독도의강치는멸종되었다.(22쪽)

날카로운창의촉이그림자의허리를꿰뚫었다.붉은피가왈칵솟구치더니물위로동심원을그리며퍼져나갔다.배씨가쇠갈고리가달린작대기로그림자의등짝을찍었다.바다에서다랑어를찍어올릴때쓰던연장이었다.혼자서는끌고나오기역부족이었기에조씨와심씨까지달려들어셋이서함께작대기를당겼다....잔뜩화가난전씨가절구방망이만큼두꺼운몽둥이를쥐고절룩대며다가와아비인어의뒤통수를내리쳤다.뻐걱.머리통이깨진아비인어는버둥거림을멈추고죽은문어처럼쭉뻗었다.(115~116쪽)

이런패악질은때로는후회를불러와인물들은속으로눈물을흘리며참회하거나서로멋쩍어하는모습을보일때도있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수많은시간이흘러도비슷한일에처하면또다시만행을서슴지않는다.시대가바뀌면서인물과상황과방법만바뀌었을뿐인간은,우리는똑같은선택을하고똑같은죄악을향해전진한다.

한편,덕무의아내임씨는서사의중요한한축을담당한다.극중에서일찍급사한것으로나오지만영실과덕무의기억속에서존재하는아내임씨는단지죽은사람이아니다.어쩌면작가는임씨를통해본인이전하고자하는메시지를날것그대로생생히전달한다고볼수있다.임씨의뜻을가장적극적으로수용하는이는딸영실이다.어린나이임에도자연과생명을존중하며살육을,인어기름을거부하는옹골찬그의성품은어린시절엄마와함께한삶과대화를통한가르침때문이리라.본인도보살핌이필요한데아버지와어린남동생을보필하거나잡힌인어남매에게온정을베풀고이름을지어주는모습등에서영실이가진인류의보편적동의를얻은진리,선한용기의힘을느낄수있다.판타지소설의특징중하나가선과악의명징한대결이라면이작품에서는영실이선의편에서서인간의정의로운마음과믿음을보여준다.

“영실아,나무는살기위해다른생명을해치지않아.태어난땅에서일생을살고다시땅으로돌아가지.바람이불면지나갈때까지바람을맞고,눈이내리면녹을때까지가지위에소복하게담아둔단다.나무는태어난자리에서묵묵히세월을견디며자기에게주어진몫을살아내는거야.”(14쪽)

“영실아,인어는먹는게아니란다.”
“왜먹으면안돼요?”
“자연이허락한게아니니까.”
“자연이허락한건어떤것들인데요?”
“자연스러운것들이지.순리에맞는당연한것들말이야.”
“자연스럽고당연한것들?이를테면요?”
“이를테면바람이불면구름이움직이고,해가뜨면아침이되는것.씨앗한톨이아름드리나무로자라서가지에서새들이쉬어가는것.꽃이피면지고,철따라다시피는것.누군가일부러꺾지만않는다면백년이고다시피는것.이제네가말해보렴.”(135쪽)

“아부지,몇번을말해야깨닫겠어요?헉헉,얼마나후회해야돌이키겠어요?찔레랑짱아는나나영득이랑같아요.어미없는남매란말이요.들어줄어미가없으니안우는거라구요.헉헉,그러니이제그만보내줘요.얘들이라도살게요.나살겠다고못살게굴지말고제발내버려둡시다.”...“영감님,이보다더험한꼴이어디있습니까?영감님도내아부지도,참딱합니다.사람처럼생겨서,사람처럼먹고사람처럼말하는걸보고도저아이를잡아먹겠다는거요?살기위해그렇게까지해야합니까?사람은나살자고아무거나해도되는거예요?”(192~193쪽)

3.인어기름,구원의다른이름_극속으로
여기,인어기름이필요한이들이있다.

어부박덕무.그에게는화려한과거도보장된미래도없다.그저하루하루를성실히꾸역꾸역채워나가는한낱가난한어부에불과하다.그에게삶은그저아내임씨와영실,영득남매와아랫목에누워한이불덮고있으면만사가평온하고아늑한것일뿐.그런그에게불행이닥쳤으니아내임씨가갑자기죽고,어린영득에게엄마역할을대신해온영실마저죽을병에걸려살아갈희망을잃게된것이다.그러던그에게공영감이찾아와영실의입에넣어준인어기름은그가다시삶을다잡고가야할이유이자유일한방법이다.

공영감.흑암도근처에서상어의공격을받고구사일생으로살아남았다.하지만상처가너무나커곧죽을것이라는의원의말과다르게시간이지날수록놀라운회복력을보이며사라졌다.그런그가덕무앞에나타나영실에게마지막남은인어기름한방울을먹인후덕무에게위험한제안을한다.상어의공격으로손과다리하나씩을잃고몸이성치않은그에게도인어기름이절실히필요하다.

영실.어린나이에어머니를여의고홀로남은아버지와남동생영득을보살피며힘겨운삶을이어간다.비록가난하고초라한삶이지만어머니가알려주신생명과자연의소중함,자연스럽게살아가는삶에대한가르침을잊지않았다.그런그가죽을병에걸려,아버지가인어기름을얻기위해변해가며공영감의꼭두각시역할을하는것을보는게몹시괴롭다.

공랑.큰추위가닥쳐모든것을얼려버려흉년과기근으로늘굶주려있다.우연히들어선해안가바위절벽속동굴에서인생의모든것을송두리째바꿔버릴어린인어를만난다.마을사람들이저마다의사정으로모두인어기름을원해,인어사냥의안내자가될것을강요당하자큰고민에빠진다.어떻게하면인어의위치를알려주지않고인어를독차지할수있을까.

조씨.외아들조석이인어를찾겠다고함께나섰다가절벽에서떨어져전신이마비되는사고를당하자더욱인어기름이절실해졌다.공랑이쉽게인어의위치를알려주지않자폭력을행사하며인어에집착한다.수족처럼부리는마을사람들을선동해인어사냥을주동하고공랑을협박해드디어인어사냥에나서게되는데...

이렇듯모두가다인어기름이필요하다.모두저간의사정이있고,절박하다.인어기름은단지영생불사의의미자체보다는비루한내인생을구원해줄‘구원자와같은그무언가’일것이다.이것만먹으면,이것만있다면,이것만해결된다면...인간은태생적으로누구나저마다해결하지못하는근본적문제와한계,여러어려움을갖고있다.어쩌면인어기름은옛날의그들에게만필요한게아닐터.현대사회에서인어기름은돈,명예,건강,혹은또다른이름으로나에게강력한필요를요구한다.자꾸만먹고싶고,갖고싶고,또찾게된다.그러다보면필경내가원하는건지내생각이원하는지의경계또한모호하리라.

이제작가는묻는다.
“여기,먹으면영생하는인어기름이있습니다.당신은먹겠습니까?”

여러분이답을찾아갈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