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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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하나하나 다른 마음과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나는 누구와 연결되어 있을까
아름답고 날카롭게 산란하는 사랑의 빛깔들『프리즘』.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공감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내는 작가 손원평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네 남녀의 사랑에 대해, 만남과 이별의 과정에서 여러 갈래로 흩어지는 ‘마음’을 다양한 빛깔로 비추어가는 이야기이다. 타인과의 관계맺음이 불러오는 다양한 성장통에 천착했던 작가는 《프리즘》을 통해 사랑과 연애라는 어른들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 얼마나 반추할 수 있는지, 더불어 얼마나 자기 자신을 좋아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사랑이 퇴색되어버린 남자 도원, 상처와 후회를 억지로 견뎌내는 재인, 아프고 후회해도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예진, 단 한 사람도 마음 안으로 들이지 못하는 호계. 이 네 주인공의 사랑에 대해, 사랑으로 움직여지는 그 마음의 각각의 지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작가 손원평의 잔잔한 톤과 함께 밀도 높은 문장으로 그려진다.

소설은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두 사람 예진과 도원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둘은 점심시간이 되면 일터를 벗어나 누군가와 마주칠 염려 없는, 걸터앉기 좋은 자리가 있는 빈 건물 1층에서 나란히 커피를 마신다.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기로 결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예진’. 영화 후시녹음 업체에서 일하는 ‘도원’. 두 사람은 딱 적당한 거리만큼의 간격으로 나란히 앉아 싱거운 대화를 나누며 거리의 소음과 따사로운 햇살을 맞는다. 짤막한 대화가 전부지만 두어 번은 거리를 같이 산책한 적도 있다. 어느 순간 두 사람 중 누군가 한 발짝 다가오면 연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원은 지금의 이 간격이 좋다. 지금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는 평행선. 그게 도원이 생각하는 예진과의 마음의 거리다.
인연과 우연이 반복되는 사랑은 언제고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다. 불타오르고 희미해져 꺼진다는 것. 그리고 또다시 다른 얼굴로 시작된다는 것. 그 끊임없는 사이클을 살아 있는 내내 오가는 사랑. 어른들은 그 사랑이 자기 내면을 반추하게끔 하며 성장의 발판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아름답게 혹은 날카롭게 산란하는 사랑의 빛깔들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는 사랑 그 후의 성장.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무늬를 남기는지를, 되풀이되는 사랑의 또 다른 성장에 대해 깨달아갈 때쯤 우리는 각자의 기억 속에서 머무는,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그 ‘사랑’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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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원평

서울에서태어났다.서강대학교에서사회학과철학을공부했고한국영화아카데미영화과에서영화연출을전공했다.2001년제6회[씨네21]영화평론상을받았고,2006년제3회과학기술창작문예공모에서「순간을믿어요」로시나리오시놉시스부문을수상했다.「인간적으로정이안가는인간」,「너의의미」등다수의단편영화각본을쓰고연출했다.첫장편소설『아몬드』로제10회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하여...

목차

여름―딱적당한거리007
한여름―잠못드는밤의왈라비와유령049
초가을―피를위한빠른단조091
겨울―습한추위131
이른봄―봄의속성177
다시여름―한철의영원,영원한한철223

작가의말262

출판사 서평

누군가다가온다면나는이렇게반짝일수있을까

소설은같은건물에서일하는두사람예진과도원의만남에서시작한다.둘은점심시간이되면일터를벗어나누군가와마주칠염려없는,걸터앉기좋은자리가있는빈건물1층에서나란히커피를마신다.누군가를좋아하지않기로결심한지얼마되지않은‘예진’.영화후시녹음업체에서일하는‘도원’.두사람은딱적당한거리만큼의간격으로나란히앉아싱거운대화를나누며거리의소음과따사로운햇살을맞는다.짤막한대화가전부지만두어번은거리를같이산책한적도있다.어느순간두사람중누군가한발짝다가오면연인이될수있을지도모른다.하지만도원은지금의이간격이좋다.지금만큼의거리를유지하는평행선.그게도원이생각하는예진과의마음의거리다.

도원의커피에선늘김이난다.모락모락.
“안뜨거워요?”
“뜨겁죠.”
“안더워요?”
“아.조금?”
정말싱겁기짝이없는대화다.대화만놓고보면재미도,매력도,아무런얘깃거리도없다.하지만도원이싱긋웃자예진의`마음은흔들리고만다.
―본문15쪽

호계는재인의베이커리에서아르바이트중이다.빵을굽는재인을보조하며진열과청소,계산을돕는다.많은대화없이도둘의호흡은잘맞는다.하지만호계는베이커리의따듯한안온함과는달리전혀다른생각을마음에품고산지오래다.달콤한빵냄새를맡을때마다이건가짜다,세상의진짜는아름다운유혹속에비밀을간직하고있다고생각한다.재인또한가끔속을알수없는표정을짓고있을때가많다.그녀는얼마전남편과이혼한상태.그런데이상하게도남편과같은지붕아래살지않게되자그들은더자주만난다.미련때문이아니다.재인에게는무언가를끊어내는게어렵다.자기스스로누군가와의관계를끊어내기가어렵다.

과거로돌아간다면어느시점이좋을까.모든비극과불행의전단계로가려면.재인은습관처럼가정해보지만,그러다보면태어나기전까지거슬러올라가야할지도모른다는생각에머릿속이아득해지고만다.오늘은다른가능성을생각했다.조금전보았던낯익은듯한옆모습.아까본사람이그였다면.
―본문48쪽

예진이도원에게향하는마음은점점짙어진다.예진은이상태가싫지않다.무언가시작되기직전,설레는마음의크기가가장클때,지금이마음의상태가싫지않다.그것이연애의감정이라면더더욱.하지만분명히현재에만머무르고싶지도않다.도원에대한마음은점점짙어지지만그와의간격은더이상좁혀지지가않는다.한편,예진은우연히‘잠을이루지못하는사람들’이라는오픈채팅방에들어가게되고,그곳정모에서호계를만나게된다.호계는차가운냉기를가진사람이라고생각한예진.외로움의온도가느껴지는호계에게호기심을갖고말을걸어보지만그는차갑기만하다.소란한정모를뒤로하고두사람은집으로향하는데우연히같은지하철안.예진은실수로노트를떨어뜨린채떠나고호계는그녀의노트를줍는다.무언가복잡하고귀찮은일에얽힐거라는예감이밀려왔으나,이상하게도호계의마음한쪽에서는예진의노트를,그녀를외면하지말라고부추긴다.

사람과사람이,누군가와누군가가만났을때생기는공기의진동이궁금했을뿐이다.호계는그런감정을읽는데엔능숙했지만경험한적은많지않았다.그러나어느때인가부터귀찮은고민이호계를맴돌고있다.예진을알게되고부터(…)

나만빼고다사랑인가.
―본문124쪽

도원은연극티켓이남는다며예진에게친구를데리고와도좋다고말한다.찜찜한말이었지만그때에는별생각없이남은티켓을호계에게전하는예진.예진은지금그일이후회스럽다.그때그냥둘이봐도좋다고말할것을.그날을기점으로모든게달라졌으니말이다.호계는재인에게남은티켓으로연극공연을보자말했고한공간에서만나게된네사람.예진은그날이후로달라진도원을실감하는중이다.도원과재인의미묘한기류의변화.연극공연이끝나고팔을뻗어아무렇지않게재인의어깨를툭툭쳐인사를나누는도원.도원을돌아보며부드럽게미소로화답하는재인.예진은끼어들틈없이두사람만이진공하는그짧은찰나에서느껴지는오래된인연의시간을알아챘다.말하지않아도자연스레느껴지는두사람간의공기.떨어져있던긴시간을통째로압축한듯슬픈환희와같은분위기를예진은감지한것이었다.대체그두사람은무슨관계인거지?예진은머릿속에는그질문의답을알고있으나일부러모른척하고있는자기가싫을뿐이다.

사랑이라는계절에우리는가장아름답다

이소설은네사람이사랑으로얽힌관계를따라가지않는다.대신에사랑이불러온낯선이와의연결되지않은관계,뜻밖에다시재회한그만남과이별에서세심한감정의변화를따라가고실타래를풀어갈뿐이다.사랑이라는특별한감정을통과하며자신을확장해가고세상을향해손을내미는작은움직임을관찰하며그로인해자기확장을스스로느껴가는것.그것이사랑의본질과효과라고손원평은네사람의마음의움직임을통해말하고있다.
인연과우연이반복되는사랑은언제고시작과끝이있기마련이다.불타오르고희미해져꺼진다는것.그리고또다시다른얼굴로시작된다는것.그끊임없는사이클을살아있는내내오가는사랑.어른들은그사랑이자기내면을반추하게끔하며성장의발판이되어준다는사실을잠시잊고사는건아닐까.아름답게혹은날카롭게산란하는사랑의빛깔들을통해다시금깨닫게되는사랑그후의성장.그것이우리삶에어떤무늬를남기는지를,되풀이되는사랑의또다른성장에대해깨달아갈때쯤우리는각자의기억속에서머무는,찬란한빛을뿜어내고있는그‘사랑’에대해다시되돌아보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