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나 이별 사무실 (손현주 장편소설)

도로나 이별 사무실 (손현주 장편소설)

$17.00
Description
연인, 직장상사, 나쁜 습관, SNS……
지긋지긋한 모든 것들로부터 대신 이별해드립니다
가족과 또래집단 등 삶의 섬세한 관계망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꼭 필요한 문제적 소설’을 쓰는 작가로 평가받아온 손현주의 신작 장편소설 《도로나 이별 사무실》이 출간되었다. 그간 예민하게 격동하는 청소년의 감수성을 깊이 있게 조명해온 손현주가 이번에는 관계를 버거워하는 이 시대 성인들의 이야기를 소설에 담았다. ‘이별 대행 서비스’라는 매력적이고 문제적인 소재를 특유의 유쾌하고 활달한 필치로 그려내는 이번 소설은, 관계 피로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무엇과 어떻게 이별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안전 이별’이라는 말이 화두가 될 정도로, 우리 시대는 이별에 민감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서로와의 거리는 지나치게 가까워진 한편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은 오히려 터부시되는 이런 사회에서 만남과 이별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띤다. 누군가 이별을 대신해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지금의 2,30대를 대변하는 듯 인간관계에 회의적인 ‘이별 매니저 이가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관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라는 보편적 감각을 일깨운다. 하지만 소설은 이별의 필요성에 대해서 긍정하는 한편, 우리가 ‘무엇’과 ‘어떻게’ 이별해야 할지를 고찰해보기를 촉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지와 연관된다. 이 가을, 이별과 만남을 겪고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도로나 이별 사무실》은 위로와 응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저자

손현주

2008년〈국제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되어작가가되었다.2009년〈문학사상〉에서단편소설로신인상을수상했다.2010년평사리문학대상을수상하였으며,제1회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수상했다.지은책으로《싸가지생존기》《불량가족레시피》《소년,황금버스를타다》《헤라클레스를훔치다》등이있다.

목차

도로나이별사무실7
작가의말238

출판사 서평

따지고보면세상의모든일들은관계를끊어내는일들이었다.
그걸누군가대행해줄수는없을까?

변변한직업을갖지못한채서른이된이가을은위무력증증상을보이는엄마를부양하기위해애쓰다가‘도로나이별사무실’에취업하게된다.어딘가수상해보이는이곳은이름그대로이별을대행해주는사무실로,사랑이식은연인에서부터괴팍한습관에이르기까지,그야말로온갖종류의이별을주선하고완성해주는일을하는곳이다.

내직업은이별매니저다.입사한지한달째다.
한달전나는연남동에있는도로나이별사무실에면접을보러갔다.(……)도로나이별사무실은연남동에서도데이트장소로인기가많은골목에있었다.껄끄러운감정의해소를대행해주는사무실이이렇게연인들이걷기좋은곳에있다는것이이상했다.골목입구부터화보감성이물씬피어났다.나는뭔가홀린듯뒷골목으로들어섰다.골목안은가정집과음식점들이촘촘히줄지어있었고애주가들이좋아할만한장소도많았다.내가찾은주소는골목끝낡은오피스텔건물이었다.분명연남동이맞는데연남동답지않은노후된오피스텔건물이날실망케했다.
-본문11~12쪽

가을에게주어진첫번째임무는레지던트2년차황석원의의뢰로,여자친구강미후에게이별을통보하는일이다.하지만미후는이별을인정할수없다며강경한반응을보인다.무슨일이든해야겠다는마음으로입사했지만첫번째임무부터호락호락하지는않다.설상가상,첫번째일을끝내지도못했는데들어온두번째의뢰는책에파묻혀사는남자진우에게서책을떼어내는일이다.

“근데제게어떤이별을의뢰하실건가요?”
빨리화제를일얘기로돌렸다.사적인이야기가길어지면곤란했다.
“아,그거요.바로이책들이에요.”
“네에?책이요?”
이별의대상이책이라는사실에조금놀랐다.
“책이뭔가일상을방해하나봐요?”
“여자친구때문에요.”
그는점점알아들을수없는말을해댔다.
“전주로골방에서책보는걸좋아해요.그러다보니데이트도주로서점이나도서관열람실에서하게돼요.단하루도책에서벗어나기가어려워서요.근데그습관을여자친구가아주싫어해요.”
-본문65쪽

도로나이별사무실을찾아오는사람들의사정은실로다양하다.연인에게이별을통보하려는사람이나30년간함께해온남편에게이혼을대신말해달라는사정에서부터,스마트폰중독인초등학생아들을스마트폰과이별시키려는부모,취직이어려운시대에학교를떠나기두려워하는대학생,10년가까이살던고시원을떠나는것을두려워하는고시생,퇴직한회사에아침마다출근하는직장인등…….모든이별에는사연이있기마련이기때문일까.가을은이별을원하거나원하지않는사람들을만나면서그들의사연에조금씩공감하게된다.그러면서마음속깊숙이에묻어두었던,스스로‘잘’이별하지못했던상처를떠올리고그것과마주하게된다.

문득내가이별하지못했던것들이무엇인가떠올려봤다.분명그런것들이주변을맴돌고있었다.갑자기가슴이답답했다.뭔가삶의균형을잃어버리고휘청거리게했던흔적들이내게도분명있었다.
-본문38쪽

안전하고편안한이별을꿈꾸는관계피로의시대,
우리가애써서지켜야할것을돌아보게하는재기발랄한이야기!

SNS를비롯한온갖매체때문에서로거리를유지하는것이힘들어진이시대,우리는누구나안전하고편안한이별을꿈꾼다.지겹고소모적인감정을최소화하기를바라며누군가가지겨운관계를끊어내주기를바라기도한다.《도로나이별사무실》은그런우리의욕망을‘이별매니저’라는매력적인소재를통해활달하고속도감넘치는문장으로그려낸다.독자는일견시니컬해보이는이가을이사람과사건을만나면서변해가는모습에몰입하여따라가게되고,이에따라사람과사람사이의관계에대해서다시생각해볼성찰의기회를얻는다.

‘쿨’한이별이숭상되는이시기에,소설은이별의필요성을이야기하는한편이별하지못하는마음을단순히약하고시대에뒤떨어진것으로치부하지않으려애쓴다.그대신우리가정말이별해야할것이무엇인지를다시생각해보게한다.대상에대한감정을부정하지않으면서떠나보내야할것들을떠나보내는차분한의식들,그것이타인을위한것인동시에자신을위한것이기도함을소설은제시한다.그럼으로써이소설은무수한관계망속에놓인현대의우리가애써서지켜야하는것이무엇인지,정말사랑해야하는것이무엇인지를돌이켜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