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사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장편소설)

비행사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장편소설)

$17.74
Description
“살아 있는 한 불가능은 없다. 불가능은 죽음과 함께 도래하는 것이다.”
러시아 최고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빅 북 어워드’ 수상작
철학적 언어와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러시아의 움베르토 에코’라 불리는 작가 예브게니 보돌라스킨의 소설이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다. 보돌라스킨은 톨스토이 문학상으로 불리는 야스나야 폴랴나 문학상과 러시아 최고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빅 북 어워드를 수상한, 현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의 대표작인 《비행사》는 2016년 두 번째 빅 북 어워드를 수상하고 NOS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18년 클리오 역사문학상과 2019년 북스타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외 문단으로부터 “인상적인 문학적 성과”라는 찬사를 받았다.

《비행사》는 한 세기의 시간을 뛰어넘은 인노켄티 페트로비치 플라토노프의 일생을 통해 20세기 러시아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하고, 역사와 개인의 관계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성찰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일기 형식을 취하는 소설의 구성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사건의 전말을 끝까지 쫓아가도록 만든다. SF와 추리, 역사와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매끄럽게 넘나드는 《비행사》는 매혹적인 서사와 놀랍도록 정교한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러시아 문학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존재의 본질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은유
격동과 혁명의 20세기 러시아를 관통하는
어느 놀랍고도 운명적인 삶의 비망록
저자

예브게니보돌라스킨

예브게니보돌라스킨ЕвгенийВодолазкин

1964년우크라이나키예프에서태어났다.키예프대학언어학부를졸업한후푸시킨하우스에서러시아고전문학대학원과정을밟았으며,독일의알프레드토퍼재단과알렉산더폰훔볼트재단에서펠로십을수여받았다.2009년에데뷔작《솔로브요프와라리오노프(SolovyovandLarionov)》로안드레이벨리문학상과빅북어워드후보에올랐고,2012년두번째작품《라우루스(Laurus)》로야스나야폴랴나문학상과빅북어워드를수상하면서국내외문단으로부터찬사를받았다.2016년발표한《비행사》로두번째빅북어워드를수상하고NOS문학상최종후보에올랐으며,2018년클리오역사문학상과2019년북스타문학상을수상했다.깊이있는역사지식과철학적언어로‘러시아의움베르토에코’라불리는보돌라스킨은현대러시아문학을대표하는최고의작가중하나로꼽히고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9
제1부…15
제2부…313

출판사 서평

2018클리오역사문학상
2019북스타문학상
NOS문학상최종후보작
러시아문학번역원번역지원금선정작

이곳은어디인가?
발소리가들린다.
흰가운을입은사람이들어왔다.(…)그는내눈의미세한떨림을놓치지않고말을걸었다.
“깨셨습니까?”
눈을떴다.낯선남자가침대로다가와서내게한쪽손을내밀었다.
“가이거라고합니다.선생님의주치의죠.”_18쪽

소설은플라토노프가낯선병원에서눈을뜨며시작한다.이름이무엇인지,어디에살았는지아무것도기억하지못하는그에게주치의가이거는스스로기억해내야만의미가있다고말하며매일일기를쓰도록권한다.플라토노프는기록을통해무(無)에서부터과거의기억을쌓아가고,마침내자신이왜기억을잃었으며어떻게1900년에서1999년으로건너뛸수있었는지알게된다.물론삶의궤적을복원하는여정은순탄치않다.기억은엉켜있고때로는고통을수반한다.하지만그는자신이겪은일을이해하기위해계속해서기억을복원해간다.단순히기억을되찾기위해시작했던일기는곧사적역사를기록한기록물이되고,더나아가자신의존재론적이유를발견하기위한철학적사유의결과물이된다.그결과플라토노프의비망록은개인의기록을넘어인간의본질에대한보편적인은유로확장된다.
플라토노프의기록에는그자신외에가이거와나스챠의시선도포함되어있다.두사람은플라토노프의유일한이해자이며,그의기록의일부이자공동집필자로자리한다.독일계러시아인인가이거는독일인특유의정직함과이성적사고방식을지닌원리주의자다.그는자신의특이한환자에게애정을가지고있으며,플라토노프에게기억의해답을제공하고본질에다가갈수있도록이끌어준다.플라토노프가사랑했던아나스타샤의손녀나스챠는플라토노프를있는그대로사랑해주는인물로,플라토노프를과거의망령으로부터보호하고현실에정착하게돕는안식처역할을한다.플라토노프는이두사람을통해역사의반복성과삶과죽음의진리를깨닫게되며,소설의마지막에드러나는충격적진실과마주했을때모든과거를받아들일수있는힘을얻는다.

비상과추락이공존하는삶과비행의세계

제목‘비행사’는플라토노프가어릴적꿈꿨던장래희망이자,시간을뛰어넘은자에대한은유이다.아버지와함께비행장위를나는비행기를관람했던어린시절의그는‘비행사’라는단어가주는울렁임에매료된다.한세기를건너뛴시간여행자가된후에는스스로를시간을초월한비행사로여기며운명론적인깨달음을얻기도한다.

나도조수들에게둘러싸여먼곳을응시하면서입으로천천히담배를갖다대고싶어졌다.콧수염끝을동그랗게말수도있을것이다.비행기에타기전에는한손으로헬멧의목지지대를턱에고정할것이다.조종사용안경도천천히쓸것이다.하지만이보다더흥미로운것은따로있었다.나는‘비행사’라는단어만으로도흥분이됐다.이단어의발음안에는비행의아름다움,모터의포효,자유와힘이응축돼있었다.실로아름다운단어였다._133-134쪽

푸른하늘로날아올라가는비행기는자유를상징하지만,한편으로는불의의사고로언제든추락할수있는비극의가능성을내포한다.작가는이처럼비행이지니는이중적인의미를소설에정교하게배치하여,플라토노프의삶에나타나는희극과비극을세련된방식으로부각시킨다.

역사의흐름속에존재하는개인이아닌
개별적이고능동적주체로서의삶

“세상에는빅히스토리와스몰히스토리가존재합니다.다시말하면흔히역사라고하는이야기와개인의사적인이야기가공존합니다.이두종류의이야기를자세히들여다보면역사라는것은결국개개인의사적인이야기의일부라는결론에도달하게됩니다.”_작가의말중에서

플라토노프가살아온인생은20세기러시아역사의축약판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그의삶은러시아제국의붕괴와소비에트연방의탄생,스탈린정권에이르는격동과혁명의시기에걸쳐있다.그러나이야기는‘빅히스토리’인공적역사가아닌‘스몰히스토리’인사적역사에집중한다.배급증을등유나비누로바꾸기위해줄서있는사람들,아침부터울려퍼지는도로포장공사소리,주전자가끓을때나는냄새가그의기억의주를이룬다.역사란결국개인의이야기가모여만들어지는것이며,개인의이야기에서중요한것은순간순간존재하는사소한일상이기때문이다.
때문에플라토노프는강제수용소에서의끔찍한경험을역사의흐름위에서설명하지않는다.어릴적사촌세바와연을날리며뛰어놀고,잠들기전할머니가책을읽어주던추억과같은층위에있다고생각한다.작가는플라토노프와가이거의대화를통해“사건들이인간의일부를만드는것이아니라,반대로인간이사건의일부가된다”라고말하면서,지난경험에의미를부여하는선형적관점에서벗어나경험자체가곧역사라는순환의관점에서삶을바라볼것을주문한다.이새로운시선은우리가거대한역사의파편이아닌역사를만드는능동적주체이며,따라서개인의삶이얼마나중요한지에대해다시금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