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여름

부서진 여름

$14.50
Description
진실과 거짓, 사랑과 증오, 의지와 운명……
우연이라는 삶의 불가해한 힘 앞에 무너져내린 그녀의 복수가 시작된다!

이정명의 신작 장편소설 《부서진 여름》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별을 스치는 바람》 등 굵직한 소재를 소설적 상상력에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들로 한국형 팩션의 새 지평을 연 이정명의 신작 장편소설 《부서진 여름》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치밀하게 구성된 서사,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 이정명만의 뛰어난 가독성을 담보하는 신작 《부서진 여름》은 거짓말과 오해가 인간의 삶에 개입해,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지를 세 남녀의 비틀린 운명을 통해 그려낸다. 어느 지방도시의 18세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인해 사슬처럼 얽혀 들어가는 세 남녀의 착각과 오해. 진실을 오해하고 드러난 사실을 거짓으로 착각해 벌어지는 징벌과 복수. 세 남녀를 통해 소설은 운명처럼 파괴된 시간은 쉽게 돌이킬 수 없다는 삶의 완곡한 진실을 보여준다. 또한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진실이 인간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반추하며, 삶을 지탱하는 착각과 오해 그 위태로움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묻는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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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정명

경북대학교를졸업하고[여원],[경향신문]등신문사와잡지사기자로일했다.집현전학사연쇄살인사건을통해세종의한글창제비화를그린소설『뿌리깊은나무』,신윤복과김홍도의그림속비밀을풀어가는추리소설『바람의화원』을발표했다.빠른속도감과치열한시대의식,깊이있는지적탐구가돋보이는소설들은독자들의폭발적호응을얻으며한국형팩션의새장을열었다.소설『바람의화원』은20...

목차

1장
지수·7

2장
한조·123

3장
해리·227

4장
수인·323

출판사 서평

성공의절정에이른그날아침,아내가사라졌다!

그날은자신의생일이자최고경매가를기록한날이었다.성공한화가로이름난한조의마흔네살의첫아침,언제나그자리에있어야할아내가온데간데없다.집안은평소와다른정적만이가득했다.TV소리도,주방을오가는아내의발소리도찻잔이달각거리는소리도들리지않는다.오래집을비울사람이세심하게갈무리한집처럼거실과주방은깨끗하다.아내의소형차도보이지않았다.잠시집을비운것도아니고곧돌아오지않을것처럼전화기는꺼져있고,단골가게를들러봐도가게주인들은하나같이그녀의행방을몰랐다.완벽한하루,성공의절정에이른그날,아내가사라졌다.그를떠난건지,버린건지,도망친것인지한조는알수가없었다.그러다문득,아내가지내던작업실,작업실책상위에놓여있는두툼한서류봉투가눈에들어왔다.아내가쓴소설이었다.

“A4용지40쪽분량의글은어떤소설에서발췌한일부분으로보였다.열여덟살여고생과마흔줄에접어든유명화가의사적인관계를그렸는데조숙한소녀의사랑과자기중심적인화가의배신을화가아내의관점에서서술하고있었다.(…)아내는그토록오래남들에게감추어온그의삶을통째로알았다.그의현재뿐아니라감춰진과거도,최고의영광뿐아니라최악의모습도,점잖은겉모습뿐아니라구역질나는내면까지도.”―본문21쪽~25쪽

아내의소설은한조를25년전여름으로데려가주었다.강변에서죽은사람을본그해여름.적벽돌장식이투명하게빛나는주택,고풍스런나무창틀과웅장한포치앞에펼쳐진넓은정원.한세기동안언덕을지켜온하워드주택,또그아래작은멜컴주택은한조가족들이살던집이었다.관리주임이었던아버지,하워드주택에서일하는어머니,그리고형인수인.25년전여름은하워드주택으로이사온지수가족과의만남이전부였고지수의여동생해리,그리고자산가인지수의부모와겪은‘그일’이떠올랐다.한조는아내의소설에서자신의그여름을떠올렸다.한조의유년기를뒤덮은하워드주택.25년전에일어났던‘그일’에대해한조는아무렇지않게대면할용기가없었음을,지금까지미루어왔지만더는미룰수없다는것을깨달았다.

“화려한하워드주택과볼품없는맬컴주택은더할바없이평화롭게공존하는이웃이었지만두가족을구분짓는은밀한경계는존재했다.더없이친밀한이웃이라는관계를한꺼풀벗기면거기에는고용인과피고용인이라는냉혹한구조가도사리고있었다.부자와빈자,윤택한자와누추한자,기회를가진자와소외된자,섬기는자와섬김을받는자로환원되는비정한계급체계.한가족처럼매일함께어울려도그들은가족이아니었다.하워드주택은맬컴주택사람들이꿈꿀수는있어도가질수없는대상,바라보긴해도다가가지못할영역이었다.”―본문35쪽

두가족의구성원이비슷했다.부모가있고두자녀가있었다.하워드주택에서는자매가,멜컴주택에서는한조와그의형인수인이있었다.한조와지수는동갑이었고수인은공부를잘해함께공부를봐주곤했다.가족들끼리는눈에보이지않는경계가있었지만멀리서봤을때에는좋은이웃처럼보이곤했다.어느날이었다.금융위기로인한구제금융이후기업의구조조정같은우울한뉴스들이흘러나오고있었다.평소귀가시간이8시를넘긴일이없던지수가9시뉴스가끝나도록아직집으로돌아오지않았다.하워드주택의부모들은밤10시가넘자지수의친구들과학원강사와학교담임에게전화를걸었다.지수의행방을아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맬컴주택남자들이한밤중에달려나와사냥을하는개들처럼어둠속으로흩어졌다.새벽이가까워질무렵돌아온그들은모두빈손이었고,누구도지수를발견하지못했다.

“유력인사의딸에게닥친의문의죽음은대중의호기심을자극하기에그만이었다.참혹한사건이정치를꿈꾸는희재에게어떤영향을미칠지에대한불순한추측과완벽해보이던가족에게닥친불운에대한호기심어린동정이난무했다.몰려든기자들의과도한취재경쟁으로지수의성적표가공개되었고하워드주택소개기사에한조의그림이게재되었다.”
―본문78쪽~79쪽

사람들의시선은하워드주택안에걸린,주택의전경속지수의실루엣을그렸던한조로향했다.지수의죽음에어떤관련이있을거라는소문이었다.평소한조의모델이되어주곤했던지수였고,한조가지수를좋아했었다는말이돌고돌아범죄의가능성으로귀결되었다.한조는아무렇지않은척하려했으나어떻게행동해야할지몰랐다.형수인은한조에게지수의실종시간알리바이에대해입을맞추자고제안했다.그건거짓말이었지만그둘에게사람들의시선을비껴가게할일종의약속이자최후의방어였다.하지만,의외의물건에서사건의실마리가불거졌다.한조의아버지가찍은지수의사진.수문교난간에기대어웃고있는지수의얼굴.철제난간의가로살대에허리를기댄그녀의어깨너머로잔잔한수면이반짝이고있었다.형사들은그사진에주목했다.급격하게용의자는한조에서한조의아버지이진만에게로향했고,급기야영장을발부받아이진만의작업실을수색했다.

“아버지의죄에대해알고싶어해도알아도안된다는거역할수없는선언이었다.바로그순간한조는분명히느꼈다.지금껏살아온세계가멈추고완전히새로운세계로바뀌었다는것을.그세계는친절하고따뜻했던지금까지의세계와다르리라는것을.(…)아버지는감방에있고어머니는취해쓰러졌으며형에겐그럴아량이없었다.그순간자신을위로할사람은자신뿐이라는깨달음이찾아왔다.그는두눈을꾹감아눈물을짜내며자기몸을껴안았다.”―본문119쪽

평화로운두가족의삶은지수의죽음으로인해여지없이무너져내렸다.한가장이여고생성폭행살인자가되었고그의부인은알코올중독자로,두아들은살인자의아들로평생을살게되었다.딸을잃은하워드주택의부모들은갑자기교통사고를당해사망하고막내딸해리는부모들의돈을목적으로친척이입양했다.시간이흐른다.‘그일’에서벗어나고자그곳을떠났다.‘그일’은이제남은이들이살아가는데에아무런영향을끼치지않는다고생각했다.그무렵,한조에게낯선여자가나타났다.

깊은수면아래봉인된하나의진실,폐허위에위태롭게서있던비밀

우연히맺어진이웃에서살인자와그피해자가되어버린두가족.명백하게밝혀지지않은그날의진실.누군가는진실보다는가족의삶을우선시했다.또다른누군가는가족의삶보다는자신의사랑을먼저선택했다.각자의위치에서보여지는진실그위태로운경계에서비극적인운명에휘둘리는사람들.진실에가까운오해와착각들이뭉치고뭉쳐우리의삶을이루고있는건아닌가를소설은이야기하고있다.뜻하지않은살인사건으로인해풀리지않을사슬처럼얽힌세남녀의착각과오해.진실을오해하고드러난사실을거짓으로받아들여벌어지는징벌과복수.소설은스스로파괴된시간은쉽게돌이킬수없으며모두에게고통을주는진실이한개인의삶속에서어떤의미를가지는지물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