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산목숨을 쥐고 글을 쓰는 것이 시인이 할 짓인지
닭 똥구녁을 쳐다보고 산 지 수십 년
명색이 시인이라는 자가
닭에 대한 글 한 편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물으면
나는 무슨 변명을 하고 싶을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둬놓고 깃털 뽑을 날만을 기다리는 홀로코스트 영혼까지 사육당하는 짧은 생을 위해 나는 단 한 번이라도 고개 숙인 적이 있는지
철마다 오는 조류독감에 수백만 목숨을 순장하여 죽음을 죽음으로 막겠다는 호모 사피엔스 게놈에 오류가 발견되었다는 비밀문서가 아직도 해제되지 못하고
기름 가마솥에 던져지는 순간 부화실에서부터 따라붙었던 짧은 이력은 증발하고 윤기 흐르는 통닭 한 마리로 환생하는 병아리들 그들은 처음부터 계획된 먹거리였다
누구를 위한, 수십 년 침묵의 변명이 될지
닭 똥구녁을 쳐다보고 산 지 수십 년
명색이 시인이라는 자가
닭에 대한 글 한 편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물으면
나는 무슨 변명을 하고 싶을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둬놓고 깃털 뽑을 날만을 기다리는 홀로코스트 영혼까지 사육당하는 짧은 생을 위해 나는 단 한 번이라도 고개 숙인 적이 있는지
철마다 오는 조류독감에 수백만 목숨을 순장하여 죽음을 죽음으로 막겠다는 호모 사피엔스 게놈에 오류가 발견되었다는 비밀문서가 아직도 해제되지 못하고
기름 가마솥에 던져지는 순간 부화실에서부터 따라붙었던 짧은 이력은 증발하고 윤기 흐르는 통닭 한 마리로 환생하는 병아리들 그들은 처음부터 계획된 먹거리였다
누구를 위한, 수십 년 침묵의 변명이 될지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박봉준 시집)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