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열번째시집을내면서도
제대로된시詩앗한알거두지못했다.
“네그럴줄알았다”
그렇다고시를내려놓고는숨조차쉴수없어
미완의시들을품고마음여행중이다.
그런어느날
어둠이나를삼켜절망하고있을때,
산이나를품어주었다.
이제산방山房으로돌아갈때가되었나보다.
2023년立夏즈음
신항입구에서美石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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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설〉
세태풍자와아이러니,향토적서정의사물시
손해일(시인,교수,문학박사,PEN35대이사장)
1.여는글
김정호金正浩시인의제10시집칼잡이의전설발간을진심으로축하드린다.약력에서보듯1961년전남화순에서태어나2002년시의나라신인상으로등단한김정호시인은20년넘게한국작가회의회원,국제펜한국본부회원,문학그룹샘문회원,부산시인협회회원,등으로활동을해오고있다.
그동안첫시집바다를넣고잠든다를비롯해이번에한용운문학상대상수상기념으로10번째시집을상재하고,2010년에는문학광장에수필로도등단해수필집딴죽걸이를내는등창작활동도열심히하는작가이다.특히김정호시인은업무강도가세기로소문난국세청공무원으로40년을근무하고표창도여럿받았는데,2020년정년퇴직후샘문시선에서출간하는이번시집은제목이칼잡이의전설이다.‘칼잡이’라는표현은직업의식을은유적으로암시하고있음을알수있다.
이시집은제1부백수일기(16편),제2부실어증(16편),제3부내사랑으로채워줄께(16편),제4부두동가는길(16편)등전체4부64편으로구성되어있다.이번시집의작품세계를한마디로축약한다면“세태풍자와아이러니,향토서정의사물시”라규정할수있다.시인시작품의주조는서정이라할수있지만,특히이번시집은엄정한근무환경을벗어나정년퇴임후보다자유로운정신으로작품창작에임함으로써,세상을객관적으로보는여유와비판적인시각이더욱충일해졌다는의미이다.
일반적으로시詩쓰기는‘말하기와보여주기’로대별할수있다.말하기는시적대상이나사건에대해화자가1인칭또는3인칭으로진술하는방식으로사실주의와낭만주의시풍에서많이볼수있다.반면에보여주기시는설명과진술보다는이미지를만들어그림으로보여주는시詩이며,모더니즘과형이상시에서많이보인다.
시인의이번시집에서는세태풍자와아이러니를주조로하다보니‘말하기시풍’이두드러진다.필연적으로관념시보다는사건과사실을예시하며풀어가는‘서정적사물시’성격이짙다.예를들면「미로찾기」「소박한꿈」「백수일기」등의작품이다.시인은10권의시집을발간한저력
만큼시상전개와압축,시어선택등에진경을보이고있다.이제작품을통해이를확인해본다.
2.세태풍자와아이러니
일반적으로우리가사용하는비유법은‘의미의비유’와‘말의비유’로나눈다.의미의비유는직유,은유,상징,환유,제유,풍유,인유,성유등이있다.말의비유는도치,과장,대조,열거,반복,영탄,반어,역설,모순,어법등이있다.
김시인이표제시로내세운「칼잡이의전설」에서는상징,풍자,반어,역설,아이러니기법이차용되고있다.
1.
네애비는40년칼잡이였다/그누구도그마음을바꾸지못
했다/날마다반토막난꿈을꾸지만/진실과정의는유폐
당한지오래/자유를보장받지못한노예가되기싫었다/
이제,파도처럼들리는울음소리에/더는정을주지않아도
된다/그울음에꽂히면찌르면찌를수록/내가찌른칼에스
스로무너지는법/거문고줄처럼팽팽해진날의비명으로/
마음을다스리곤했다//
2.
쓰러져도묻을수없는열병난돼지들/혈흔한점없이해
체하기로했다/터진내장은도수높은소주에절이고/살과
뼈는앞뒤로뒤집어분리하고/마구리는맑은물에푹삶아/
다시홍두깨살과토시살오돌갈비를/칼끝으로헤집어광장에
매달아두면/죽은낮달돌아와포식하겠지//
-「칼잡이의전설」일부
제1연첫행“네애비는40년칼잡이였다”는마치“애비는종이었다”로시작하는서정주의「자화상」을연상시킨다.여기서‘칼잡이’는넓게는검객,사무라이로세상의불의를응징하는정의의사도이다.좁게는도축기술자를상징한다.화자가40년칼잡이세무공무원으로서외풍에흔들리지않는꿋꿋한직업인으로서겪었을각종사회비리와경제비리,지역주의패거리문화에소외되었던울분과정의감에대한응징심리가내재해있다.
“그울음에꽂히면찌르면찌를수록/내가찌른칼에스스로무너지는법/거문고줄처럼팽팽해진날의비명으로/마음을다스리곤했다//”는구절처럼내가찌른칼에스스로무너지지않겠다는마음다스림은역설적이고아이러니하다.
제2연은불법행위자,기득권자,반사회적지도층을돼지로상정하고,도축업자처럼이를내장,살과뼈,마구리,홍두깨살,토시살,오돌갈비등부위별로해체응징함으로써정의를되찾겠다는다짐을토로하고있다.일종의심리적방어기제로서보상을받겠다는설정이다.
때만되면출몰하는/심해의괴물/다음은/
당신이제물이될지도모르니/다들조심들하라고//
-「지역주의」전문
지역주의는현재우리민족의고질적병폐인데영호남편가르기와차별은특히선거철만되면극성을부린다.김정호시인은이를은유적으로비꼬고있다.
바지여바지/그냥바지가아닌핫바지라고/...//
바람이한곳으로몰려다니는/
어둠이어둠을포개는깊숙한골목술집//
구두폭탄주몇잔에흡족한/
핫바지아닌잘난바지들은/그렇게천지를흔들어놓고도/
오늘날너희들의위대하다는분이/
부처님과동급이라부르고싶은/
존귀한선사아닌법사혹은무당이었더냐//.../
제발이러고도다들맨정신으로사는것도이상한일이다//
-「바지,핫바지」일부
이작품은‘잘난바지’와‘핫바지’를대비한신랄한세태풍자시이다.핫바지는바지에솜을넣어지은바지인데,시골사람또는무식하고어리석은사람,“바보,숙맥,촌놈”이라얕잡아부르는비칭이다.
낮게더낮게엎드려사는사람들얼굴에곤봉을휘두르고최루
액을쏟아부으며대검으로임산부의가슴을윽박지르고탄창
에탄알을장착하여영문모르는시민들을표적삼아방아쇠
를당긴후자기네끼리광란의축제를열고춤을추었지//
-「그해5월의장미」둘째연
이시는신군부에의해자행된1980년5.18광주학살의현장을리얼하게진술하고있다.‘장미’로상징되는학살현장의단편이다.
이밖에세태풍자와아이러니를주조로하는작품은「늪」「기레기운명하다」「영웅만들기」「어떤변천사」「반야」「신태양의몰락」등이다.
3.향토적서정의사물시
김정호시인의작품들에나타나는본바탕은향토적서정이다.전라도농촌태생이라는전기적배경이낳은필연적색깔이다.현대시라는너울을쓰고국적불명의난해한시가판치는요즘에귀한시들이다.러시아형식주의자쉬클로프스키의소위‘낯설게하기’류의현대적난해시와는차별화된다.
시인은이제는추억이되어버린고향농촌풍정을애정어린시선으로되살려내고있다.이야기식말하기로전개하다보니그림보다는진술위주이지만쉽게이해되고감동을주는작품들이다.막연한향수로무작정그립다는식의‘관념시’가아니라,시의배경으로구체적인지명과인명,스토리,개관적상관물을제시함으로써‘사물시’가되고있다.
어릴적우리할머니/“워이~워이”중얼거리며뜨거운개숫
물을장독대주위에버릴때마다마침내우리할머니가노망
났다고생각했다//어른이되고나서야할머니가그렇게소리
내며물을버린이유는/뜨거운개숫물에겨울잠자는벌레들
이데일수있으니빨리피하라는...(중략)...지상에서가장
경건한생명존중의식이었다//
-「할머니의경전」일부
이시는어릴적개숫물버리던할머니의‘워이워이’소리를어른이되어서야지상에서가장귀한생명존중의‘경전’이라고깨닫는다.이야기식향토적서정시의하나이다.
다음시「잉(통화)」은구수하고정깊은전라도사투리로막내와통화하는고향어머니의육성을그대로담은사투리시이다.‘잉’은전라도사투리의특유한말끝억양인데,전라도의인심과자식사랑의모성애와향토적서정이물씬묻어나는수작이다.설명이오히려사족이므로전문을인용한다.
시방해가중천인디벌써도착했다냐/와∼따요새는신작로
가참말로좋아졌는갑다잉/고생했다인자푹쉬어라/그리
고어메걱정은허덜말어부러/느그큰성이나큰형수가/
하루이틀속썩이는것도아니고/아무리그래도지그들도
사람인디/느그어메볶아죽이기야허것냐/긍께여기일은
싹잊어불고/느그들이나잘살아라잉/그라고참깨담은
꺼먼봉다리안에봉투하나있어야/거기깨판돈째끔넣어
두었다/꼭이십만원채워줄라고했는디/(그것도느그큰
형수알면경을칠일이다만)요새워낙깨값이없어거기서
몇만원빠진다/이번에우리진이대학들어간담서/할매가
돼서아무것도못해줘짠해서어쩐다냐/그것으로책이라도
몇권사주라잉/그리고너도굶지말고회사잘댕겨라/밥
은삼시세끼꼭꼭챙겨먹고/(너는)막둥이라째깐했을
때부터워낙부실해서/뭐시던지알아서잘챙겨묵어야써야
/요새는나도영판정신이오락가락해분다/꿈에느그아부
지도자주보이고/귀도잘안들링께일부러전화안해도
되야/혹여나없어도니그들끼리라도재미있게살아라/나
는째끔도걱정허들말어/인제전화비많이나온께그만끊
자잉//
-「잉(통화)」전문
다음시「용두리이모」역시추억속의고향풍물과지명을배경으로6.25때두동생을잃고간난신고를겪은이모님과외삼촌합동제삿날어머님을따라나선화자의체험을향토적인서정으로묘사하고있다.할머니,어머니,이모,외삼촌으로이어지는인연의고리와농촌아녀자들의인정과풍속을시화하고있다.이야기꾼으로써시인의특장을보여주는이채로운작품들이다.
...(전략)...외삼촌합동제삿날/어머니는방앗간에서내린떡
을이고/나는간밤에내린이슬한다발묶어/.../하현달뜰
무렵도착한이모네집/물가파아란눈을가진아이잉태한
앵두나무/풍경화를그렸다수묵화로허물어진다//6.25전쟁
이듬해/두외삼촌을한꺼번에잃어버린이모/
그날만큼은수선화를닮은이모가흘린눈물/안개꽃처럼뿌
옇게채색되어/예성강푸른물결로흐르다멈추어/베틀바
위아래맴돌고있다//
-「용두리이모」일부
다음시「다시간극」은산방터밭가운데에서알을품는곤줄바기와풀을베려는예초기와의긴박한대치상태를투우사와성난황소로비유하고있다.김시인의관심영역이주변사물과자연에로확장된증거이다.바야흐로봄이일촉즉발위태롭다.
산방山房터의밭한가운데/제멋대로자리잡은물푸레나무/
예초기를들이대는데/곤줄박이한마리알을품고있다/
천둥소리입에단예초기/시퍼런이빨을드러내며다가서자/
어미새두눈부릅뜨고/햇살품은날개를푸드덕거리며/
날카로운칼날을막아선다//…/어미새와예초기사이/
최후결전을앞둔/론다투우장투우사와성난황소처럼/
아직대치중이다/봄이위태롭다//
-「다시간극」일부
이런유형의시들은「매미」「실어증」「회화나무아래」「배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