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지 위에 휴식

오선지 위에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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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제1부 〈인생은 술래〉, 제2부 〈호박꽃도 꽃이랑게〉, 제3부 〈벤치에 핀 설화〉 제4부 〈항아리들 음악시간〉으로 나뉘어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하고 있다. 필자 나름대로 고시인의 작품세계를 요약하자면 〈옛 추억과 일상에서 찾는 ‘소확행’ 행복론〉이라 하겠다. 잘 알다시피 ‘소확행’이란 무슨 거창한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가까운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자는 사회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시의 기본에 충실한 고시인의 작품들은 치열한 사회비판보다는 특히 고향의 옛 추억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성과 ‘소확행’을 밝고 긍적적인 톤으로 노래하고 있다. 난해한 언어유희보다 서정성과 스토리를 골격으로 하고 있어 쉽게 읽힌다. 이제 작품을 통해 이를 확인해본다.
저자

고태화

아호:월연당
서정대학교졸업(사회복지행정학과)
서경대학교졸업(경영학과,평생교육사)
칼빈대학원졸업(사회복지문학석사)
강원대학교경영대학원(AMP명품과정)
강원대학교총동문회문화예술국장
샘문예술대학시창작학과ㆍ시낭송학과수료
법무부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홍보분과부위원장
샘문평생교육원샘문예술대학학장
(사)문학그룹샘문이사
(사)샘문학(구,샘터문학)이사
(주)한국문학편집위원
(사)한용운문학편집위원
(사)도서출판샘문(샘문시선)회원
이정록문학관회원
황야문학부국장
글동네사무총장

〈수상〉
한용운문학상중견우수상(샘문)
한용운문학상중견특별창작상(샘문)
샘문학상우수상(시부문)
한용운문학상동시등단
신춘문예샘문학상시등단

〈공저〉
태초의새벽처럼아름다운당신외다수
(컨버전스공동시선집/샘문시선)

나그렇게당신을사랑합니다.
추야몽秋夜夢
이별은미의창조
(한용운시선집/샘문시선)

목차

여는글
또다른나의정체성/4

평설
옛추억과일상에서찾는‘소확행’행복론/5
-손해일(시인,문학박사,국제펜이사장)

1부,인생은술래
우리집은금성길37/18
울엄마/20
아가의성장기/21
내리사랑의정/22
인생은술래/23
숨바꼭질/24
보일락말락/25
꼼지락꼼지락/26
작두샘/27
개울풀꽃보랏빛사랑/28
추억의개울물/29
추억속에장맛비/30
흑백필름/31
오뚝이동무/32
60대삶의반항/33
할미꽃/34
네잎클로버가족/35
삯바느질장인/36

2부,호박꽃도꽃이랑게
오선지위에휴식/38
봄사랑표정/39
봄이왔나봐/40
기적소리에봄을실어/41
혼차/42
잔인한사월/44
호박꽃도꽃이랑게/45
들키고싶지않은속마음/46
소망빛행복빛사랑빛/47
기다리는마음/48
지나고보면아픔이더라/49
너에게로달려가고싶다/50
사랑하니아픔이더라/51
봄빛따라멀어져간사랑/52
봄꽃칠보단장/53
웨딩마치/54
하늘빛고운날/55
사랑의씨앗이불꽃으로/56

3부,벤치에핀설화
자연의소리귀한소리/58
출렁이는가을들녘/59
벤치에핀설화雪花/60
하얀소재첫눈/61
행복바이러스/62
그대의행복/63
행복의열쇠/64
탈출/65
하루살이나방의오만/66
나방의성장일기/67
욕망의최후/68
여명/69
능소화나팔꽃/70
가을산장연가/71
삶의선물,행복/72
연꽃/73
비와양철지붕/74

4부,항아리들음악시간
항아리들음악시간/76
애드벌룬/77
두렁두렁두렁/78
태양의자식,황금들녘/79
또다른나의정체성/80
뒤안길웃음/82
초침분침방향침/83
문학을선양하라/84
한길문화마을/85
꽉쥔욕심놓아주어라/86
기복신돌탑/88
도로아미타불/89
추자도의밤/90
이태원압사아픔이여/92
울산바위/94
세계평화의기도/95

출판사 서평

옛추억과일상에서찾는‘소확행’행복론

-손해일(시인,문학박사,국제펜제35대이사장)

[1]들어가는말
고태화시인의제2시화집「오선지위에휴식」발간을진심으로축하드린다.일반적시집이아니라시화를곁들여공들인작품집이라더욱귀한것이다.작가에게작품은생명이라서그냥낱개로있으면흩어진구슬에불과하지만,꿰어야비로소보배가된다.시집은자신의분신인작품에집을지어주는일이다.전남장성출신의고시인은첫시집「그리움속에피어난그리움」과여러권의공저를내었으며,샘문예술대학학장으로기여하고있다.또한시인으로서,시낭송가로서열정적으로활동하고있다.

[2]고향에대한추억의편린들
우선표제시「오선지위에휴식」을살펴본다.

청명한봄의고향하늘/기러기브이자모양으로날자/희미한오선지선을긋고/
날아가버린제트기음표만남기고//
꽃다운청춘이여/햇살닮은그대의아름다움/티끌조차보이지않는창공을향해/
소곡을연주하듯비행을하네//
새하얀허공속에까만브이자무리/오선지위에천천히쉬어가는쉼표/
잔잔한소곡에필요한멜로디리듬화성/흥에겨워활기차게떠나는빠른그루브//



환상적인리듬안에보이지않는즐거움/은은하게울려퍼지는자연의어울림/
푸른하늘기러기날고제트기날고/텅빈허공오선지위난,쉬어가네!//

-「오선지위에휴식」전문

4연으로된이시는청명한봄,고향하늘을배경으로비유와상상력을구가한작품이다.첫연은기러기가브이(V)자모양으로떼지어날고여기에제트기가날아간뒤오선지를남기자,마치음표모양이되었다.여기서‘오선지’란제트기가날아가며꽁무니로하늘에남긴하얀제트기류가마치오선지처럼보이기때문이다.둘째연은햇살닮은꽃다운청춘의아름다움이창공을소곡처럼비행한다.셋째연은제트기류가남긴하얀오선지위에기러기떼의까만브이자무리는쉼표같기도,“흥에겨워활기차게떠나는빠른그루브”같기도하다.‘그루브’의의미중첫번째가즉흥적이고충동적이고빠른템포의소곡리듬이다.넷째연은기러기떼와제트기류가빚어내며은은하게울려퍼지는자연의텅빈허공오선지위에서‘화자는쉬어간다’고한다.

화자는기러기와제트기를비유해의인화함으로서자연과교감하고일시적인마음의안식을느낀다는내용이다.이작품화자의추억은주로고향마을에서의어릴적추억과할머니와어머니에대한기억들이다.아무리고생스럽던과거도이를극복하고세월이지나면아련한추억의한토막으로삶의원동력이되며행복으로느껴지기마련이다.특히고향태자리가그렇다.다음작품「우리집은금성길37」을살펴본다.

태어나고자라왔던내고향금성길37/할아버지할머니아버지어머니/
언제어디서나똘똘뭉친육남매//
어릴적앞마당에동서남북선을그어/동전만한구멍파고구슬치기하고/
너른마당에서두손으로눈가리고/숨바꼭질하던그시절그립다//
움푹파인마당에서동네아이들모여/뜀박질하다넘어지면어느새일으켜주시던/
할머니의따뜻한간호가그립다//....//
지금은인기척없는텅빈집/할아버지할머니부모님마저세상을떠나시고/
육남매각자의세월속에최선을다할때/두해전까지아버지가머무셨던곳/....//
이제는텅빈자리채워줄사람대신/거미줄만치렁한쓸쓸함흐르는외로운집//
큰대문열고들어가아버지불러보지만/아무대답이없어토방에올라방문을열고/
또다시자그마한소리로아버지불러본다//

그런데뒤꼍을서성이시던아버지가/방뒷문을여시며금방이라도/
“어서오니라”하시며웃어주실것만같다//

-「우리집은금성길37」일부

저자가특별히각주로표시한추억의고향집‘금성길37길’(삼계면금성부락65번지)은앞산뒷산야산마을비단성을두른수려한풍경과인심이비단결같다고해서‘금성錦城’이라고했단다.조부모와부모와6남매,합해서10명의대가족이살던이고향집에서저자는구슬치기숨바꼭질등으로동심을키웠지만,지금은폐가가된고향집의텅빈마루,알미늄샷시문,거미줄만치렁치렁한외로운집이되었다.큰대문열고아버지를불러보면금방이라도“어서오니라”하고웃어주실것만같은환상에빠진다.인간의회귀본능과수구초심때문일것이다.수도권으로의인구집중과농촌고령화로가속화되는‘농어촌공동화’는우리가직면한정책적해결과제다.

이시집에서「자연의소리귀한소리」「흑백필름」「태양의자식,황금들녘」「탈출」「인생은술래」「삯바느질」「비와양철지붕」「추억속의장맛비」「행복의열쇠」「두렁두렁두렁」「숨바꼭질」「추억의개울물」「호박곷도꽃이랑게」「울엄마」「항아리들음악시간」등은고시인의농촌정서와추억의범주에속하는작품들이다.

착하디착한/울엄마/엄마의기억이/갈수록점점흐려진다//
봄햇살이/아지랑이피어오르고//
길거리벚나무조팝나무/하얀꽃잎산들바람이깨우고//
울엄마/아지랑이피어오르듯가물거린다//

-「울엄마」전문

「울엄마」는비교적담담하게표현했지만,“착하디착한”어머니에대한진한그리움을담고있다.그러나세월이흘러본인도늙어가는지금은어머니에대한기억도아지랑이처럼가물거린다.그러나동서고금인류여하를막론하고모성은영원한것이며,그리움과안식의첫번째요람이다.인용은생략하지만,할머니에대한추억은「삯바느질의장인」에담겨있다.아래작「두렁두렁두렁」은“농작업의출발선”“농부들이지친몸주저앉아쉼하는곳”“누런칡소워낭소리/뎅그렁뎅그렁쉼하는곳”이다.

지금은편리한수돗물이대부분이지만,옛날에는우물대신「작두샘」은마중물을넣고손으로작두처럼아래위를눌러물을퍼올리던수동펌프이다.고시인은이작두샘에서농사일에지친아버지께시원스레등목해주던추억을담았다.

어릴적마당한귀퉁이작두샘/따사로운한여름논밭일에지쳐/
집에오신아빠의등목을해드린다//
작두샘몸통에물한바가지붓고/축늘어진기다란손잡이꼭쥐어/
열심히펌프질하면콸콸쏟아진다//
전기가없던시절동네언저리에/큰우물대신몇집안되는작두샘/
물줄기끌어올려샘물이넘쳐나고/아빠등목에물을끼얹으면/
시원하시다물방울을튕기실때/한겨울물보다더차가워소스라친다//

-「작두샘」일부

[3]살아가는이야기,일상의‘소확행’행복론
고시인의작품중고향추억에이어주류를이루는것이일상의잔잔한행복론이다.「혼차」「벤치에핀설화雪花」「뒤안길웃음」「보랏빛사랑」「하얀소재첫눈」등이다.그중몇편을살펴본다.

약속장소로향한다/너무이른시간에도착하여/...
커피향가득한카페가있어서/출입문살짝열고들어간다//
혼자마시는페퍼민트허브차/낮게내려앉은둥글고하얀도자기컵/
맑은물속에띄운티백하나/은은하게우려나오는연둣빛차맛은/내몸을녹인다//
입안에차물머금어음미한다/향기로운차,/갈증해소되는시원함은/
한줄기폭포수되어/내마른가슴에물보라친다//

-「혼차」일부

‘혼차’는‘혼밥’이나‘혼술’처럼우리의소소한일상중의하나인차마시기이다.강바람차가운2월어느날약속시간에너무이르게도착하자시간을맟추려멋진찻집에서차맛을음미하는즐거움을담았다.차한잔의작은즐거움이다.

15개월된아가가걷는다/...15개월된아가가춤을춘다.../
15개월된아가가방긋웃는다/아빠도엄마도따라서웃고/
아기의작은엉덩이흔들흔들,환한미소를/가슴가득담는다

-「아가의성장기」일부

인간의일생중큰즐거움의하나는자식과손자손녀들이커가는모습일것이다.특히아가때의귀여움과재롱은온갖시름을잊게한다.소소하지만크고행복한동심의순간들이다.

60대가장의반란이시작되네/몸과마음정신은항상그대로인데/
모든생각들은현실에휘감기고/심신들은나태해져예전같지않은지/
자꾸이런저런생각에약해지고/살아가는데재미가없다하고/
옆에서혼자지켜보는게힘드네//

-「60대삶의반항」1연

그런즐거움이있는가하면위의작품처럼직장을은퇴하고노년에가족과부대끼며소외감을느끼는우리나라가장에대한,안쓰러움이있다.한국의노인문제의실상이다.다음작품「또다른나의정체성」에서는고시인이시낭송가로서열심히준비하여낭송하는순간의기쁨과자부심을피력하고있다.최근급속한시낭송붐에따라늘어나는낭송가는시작품의전령사들로서그역할또한소중하다.

지인으로부터/행사에초대되고아침부터분주하다/어떤스타일로폼나게꾸밀까.../
이래저래한껏뽐내고.../큰거울앞에자랑하듯서본다//
사람은꾸밈과동시에/옷맵시까지갖추고보면한결아름다워져/
내가아닌또다른나로변신한/화려함이정말멋져보인다//...//
이제는보이지않는마음속을/한알한알보석처럼밝게표출하며/
살리라다짐해본다//

-「또다른나의정체성」일부

고시인은작품을통해일상곳곳에서〈소확행〉을느끼는〈행복의전령사〉역할을자임하는듯하다.「행복바이러스」「소망빛행복빛사랑빛」「행복의열쇠」「삶의선물행복」등‘행복’을직접주제로쓴시들이말해준다.가장못산다는아프리카나방글라데시등이국민행복지수가높다고한다.이에반해세계10대경제대국으로단군이래가장잘산다는우리국민의행복지수가OECD국가중최하위이며,자살률이세계으뜸이라는아이러니를어떻게이해해야할까?아무리그래도행불행은결국‘일체유심조’로마음먹기에달렸다고본다.고시인의행복론을살펴본다.

아기때즐긴즐거움은/모르는즐거움이라/입가에머물다스치는/환한미소머물게하네//
어른이되어즐긴즐거움은/알아가는즐거움이라/한번씩위로툭튕겨나오는/
미소를즐기네//...//
내가즐긴즐거움은/내가너를행복하게만들어주고/네가나로인해행복해할때면/
모두는행복하다네//
이대로라면즐거움속에피어/누군가내삶에아픔준다해도/
즐기는즐거움은가실줄모르는데/나행복해도될까요?//

-「행복바이러스」전문

이작품에서아기때의즐거움은뭔지도모르는본능적인즐거움이며,“어른의즐거움은뭔가알아가는즐거움”이라고한다.즐거우면나는미소가절로나고,기분이날아갈듯행복하다.내가행복해네가행복하고,그로인해모두가행복하다면금상첨화아니겠는가?고시인은“즐거움이가실줄모르니,나행복해도될까요?”하고반문한다.고시인의행복론을좀더살펴본다.

긴여정의끝자락에서무거운짐/내려놓고하나하나풀어헤치고/
사랑이란아름다운시간속에/행복했던추억을떠올리네//...//
사랑의자물통찾아행복의열쇠를/맞추어주면/
온세상다가진듯기쁨되어/강물따라흐르는인생길/
어디로가야할지모르는길목에서있네//
어느새찾아든자물통행복의열쇠/용광로처럼뜨거운빛이타오르면/
넘치고흘러서로의마음감싸안고/웃음보따리움켜쥐고앉아있다네//

-「행복의열쇠」일부

고태화시인의소확행과행복론은다음작품「꽉쥔욕심놓아주어라」로귀결된다.

두주먹안에열가지욕심을가득채운다/
살면서커져버린욕심한가지버리기위해/
주먹쥔손하늘향해두팔을벌린다//...
태어나몇십년을삶의굴레속에담긴욕심들/...
이제다시금버렸던욕심버리려/펼쳤던손가락다시오므리고/
이제는욕심이아닌/용서와관용과배려와봉사를채워나가야겠다//

-「꽉쥔욕심놓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