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의변화에따른서정과사유
-강소이(시인,수필가,문학평론가)
1.머리말
김종수시인의시편에는질서가있다.봄,여름,가을,겨울로네계절이바뀌는순서에따라시집이구성되어있다.각계절의정서와사유를읊고사계이후四季以後에대한사유를통해삶을통찰하고있다.시전편에흐르는정서와이미지와사유가깊다.각,계절별시들을살펴보고한편씩살펴보도록하겠다.
2.시편들여다보기
김종수시인의「행복의간극좁히기」의내용은크게다섯가지로나눌수있다.
-봄에대한서정과사유
-여름에대한서정과사유
-가을에대한서정과사유
-겨울에대한서정과사유
-사계이후四季以後에대한사유를노래한시편들.이시집의전체적인정서와사유철학이녹아있는부분이다.
1)봄을노래한시중에서
특히〈배롱나무꽃〉,〈꽃자리에앉는봄비〉,〈조춘할인早春割引〉,〈반가워요,봄〉,〈봄마중〉,〈어릴적어머니날〉,〈다시올,봄을기다리며〉가돋보인다.겨울은날씨가춥다.만물이얼어붙어있는동결凍結과동면冬眠의계절이다.겨울은역경과고난의상징어로흔히비유된다.그런겨울을이겨내고,만물이소생하는봄이찾아온다.김종수시인이봄을소재로쓴20편의시에서는봄의정서-소생과반가움,환희그리고어린시절봄날에대한추억이들어있다.
〈조춘할인早春割引〉에서는“타악타악”이라는의성어,“사르르사르르”의의태어,“삐쭉이삐쭉이”의의태어를통해목련꽃망울이터지는소리와라일락향기를표현하고있다.“어느것하나봄아닌게없어라”라고읊고있다.봄에만물이소생하여꽃이피는모양을어린아이처럼순수하게조망하고있는시다.시인의순수한감성을엿볼수있는시라고하겠다.
〈꽃자리에앉는봄비〉에서는“욕정많은동백지고/순결한목련속살내밀어//리라꽃향기로유혹하니//...아무렴온천지봄아닌곳어디론가”라고하며온천지에봄이온기쁨을노래하고있다.“봄아닌곳어디인가”를노래하며,“산꽃들꽃아무개꽃도/피는듯지는듯윤이월안고서/한백일춤추고가면좋으련만”이라고했다.꽃이만개한상태로백일(3개월넘게)정도이어졌으면좋겠다는갈망이다.그런데봄비가내려서“지상에화급한성질삭이려/천상의진정제로내리고있구나”라고했다.화급히내리는봄비에의해꽃잎이일제히지는광경을보며읊은시로보인다.“봄비”를“천상의진정제”로보는것이이시의특이한발상이라고하겠다.온천지에봄꽃이만개하여우주전체가꽃으로달아오른지구를진정시키는봄비.재미있는발상이아닐수없다.〈꽃자리에앉는봄비〉시와짝이되는시를한편더보도록하자.
오월이가고있다
웃음향기에취해시간을잊었다
가시에걸려멎어있을줄알았건만
꽃이피어날땐오히려시간이더디더니
짙은향기엹어지니나비가길을잃었네
꽃이진다고향기사라진다고
내안에새겨진깊은자국은
어찌잊혀지랴만
지는꽃은지더라도다시돌아올님을위해
기약없이나는기꺼이기다리리라
〈다시올,봄을기다리며〉전문
위의시를보면,꽃이피어나짙은향기가엷어지니나비가길을잃을정도로꽃잔치가한창이다.그러나만개했던꽃이진다고향기가사라지지않는것처럼,화자話者안에새겨진깊은자국-님에대한사랑의추억은잊혀지지않는다고했다.꽃이지더라도다시돌아올님을위해기약없이기꺼이님을기다리겠다고했다.화자의기다림의의지를굳건히다지는시라고하겠다.꽃이지는것은꽃의죽음-절망과종결의의미가아니다.꽃이지더라도꽃씨가뿌려져다음봄에다시싹이나고,다시꽃이필것을기다리는재생再生과부활을기대하는희망의시다.이시는김종수시인의생멸관生滅觀이확연히드러난시라고하겠다.김종수시인의종교가무엇인지는알수없으나,인간의죽음이끝이아니라,죽음뒤에부활을믿는기독교종교의부활신앙과도연결된다.다시말해서꽃이짐,향기가사라짐은소멸과죽음의부정적이미지다.그러나거기에서좌절하지않고돌아올님을기꺼이기다리는부활신앙-재림신앙,재생과부활을기다리는인간의보편적무의식인원형原型-Archetype을보인훌륭한시다.
「행복의간극좁히기」는자연물을소재로한시들이많다.
할머니이야기보따리타고부끄럽게새싹돋아나
한자락볕이랑바람줄기스쳐가더니
생의꿈보따리터져피어나네
-중략-
매끈한몸매와가지,희고붉은꽃송이처럼
조화롭게아름다운세상만들어보라며
백일동안그렇게웃어주더니
내일은할머니이야기보따리찾으러가자네
〈배롱나무꽃〉일부
위에서본것처럼그중에〈배롱나무꽃〉은배롱나무에서꽃송이들이피어났다가꽃송이가지는과정을할머니이야기보따리타고/할머니이야기보따리찾으러감으로비유하여쓴재미있는시다.화자의할머니께서는화자의어릴적에이야기보따리를푸짐하게풀어놓으셨던것으로보인다.배롱나무에서“새싹돋아나/한자락볕이랑바람줄기스쳐가더니/생의꿈보따리터져피어나네”라고했다.배롱나무가지에서새싹이돋아나는것을생의보따리가터져피어났다는발상은경이로운표현이다.배롱나무에서핀희고붉은꽃송이들은백일동안그렇게웃어주더니“내일은할머니이야기보따리찾으러가자네”라고했다.백일여일동안피어서웃어주던꽃들이져서,내일은할머니이야기보따리를찾으러간다고했다.이시는할머니에대한추억을배롱나무꽃의개화와낙화에클로즈업(closeup)하여표현한시다.
2)이시집에서여름을소재로한시는7편이다.
〈소낙비〉에서는소나기가내리는것을“무미건조한대지위에/미련없이이별노래로퍼부어댄다”라고했다.화자는소나기가내리는것을“미련없이퍼부어대는이별노래”라고했다.〈낙동습지아침애상〉에서는낙동습지에서느낀아침에대한애상을노래했다.〈남원바닷가넋두리〉는제주도자귀섬을여행하며쓴여행시다.칠십이된화자가지난날보다남은날을귀하게여겨오늘을값지게써보겠다는다짐이들어있다.화자는시의결미를다음과같이맺는다.
저바닷가에부딪히는파도는
우리의희미한약속처럼
나지막한바위에포말로남아
내일의꿈으로손짓하네
〈남원바닷가넋두리〉일부
“바닷가에부딪히는파도는바위에포말로남아서내일의꿈으로손짓”한다고했다.그것을“희미한약속처럼”이라고했다.칠십나이가된화자는바위에부딪히는파도의포말을보면서도“내일의꿈”으로연결하고있다.노년의시선으로도내일의꿈-희망을놓고싶지않은갈망이보인다.
〈흔들리는상사화〉는이미지가풍부한시다.달빛,육대주여섯갈래꽃잎,연분홍화성,여섯가지혀,해그림자드리운솔바람등이그것이다.
연분홍화성속에둘러싸여
날렵하고달콤한여섯가지혀로
그누구를유혹하려하려는가
오직한마음꽃피우기위해몸바친
너의모태바탕잎은보지도못하면서
고고하게해그림자드리운솔바람유혹
견디지못해흔들리고있는그대마음
〈흔들리는상사화〉일부
상사화는꽃과잎이다른시기에피는꽃이기에만날수없는연인에빗대어표현되기도한다.그런데김종수시인은상사화의꽃잎6장을연분홍화성속에둘러싸였다고했다.여섯가지혀로비유했다.연분홍색“여섯가지혀로누구를유혹하려하는가?”라고했다.재미있는발상이다.또한“고고하게해그림자드리운솔바람유혹/견디지못해흔들리고있는그대마음”이라는표현을보면,상사화꽃잎이솔바람에흔들리는자연현상을시인의감수성으로그려낸상상력의증폭을본다.
3)가을을소재로한시도7편이다.
“시쓰기의기법을말하기”와“이미지보여주기”로양분兩分한다면,김종수시인의시는대부분“말하기기법”으로쓰여졌다.그러나직설적인말하기의표현보다는비유와이미지를보여주면서,난해한현대시의조류에섞이지않은담백한수채화를보는것같다.다음시는이미지의잔치를보인다.
은빛시린가을볕에
홍시는얇아지고
섬돌위갓내려앉은시월은
그림자도아까워라
멍석에널린고추는
설익은매운내피워보고
장독대옆석류는
익어가는설움못견뎌입술터지는데
짝짓기끝낸실잠자리
얇아진날개휘휘저어
별내리기전
홀로이고향길재촉하네
〈시월초하룻날서정〉전문
은빛,홍시,섬돌위,멍석에널린고추,장독대옆석류,실잠자리,얇아진날개등은모두시각적이미지의“이미지로보여주기”다.한폭의가을풍경화를보는것같다.이시의〈시월초하룻날서정〉에서볼수있는것처럼,10월1일날의정서를이미지로보여준것으로보인다.그런데시의결미는“별내리기전/홀로이고향길재촉하네”라고되어있다.별내리기전이란저녁이되기전에,실잠자리가홀로고향으로가는길을재촉한다고했다.“고향”은나고자란공간을의미한다.실잠자리의고향이어디일까?10월1일날,“짝짓기를끝낸실잠자리가고향길을재촉한다”라는표현으로화자는무엇을시에서말하고싶은것일까?“실잠자리가고향길을재촉한다”라는것을강조하기위하여홍시,시월,고추,석류를등장시키고있다.어쩌면,고향길을재촉하는실잠자리는칠순이넘은화자를비유하는것일수도있고,고향으로돌아가고싶은무의식의표현일는지도모른다.자신이나고자란곳을그리워하며그곳으로회귀하고싶어하는“회귀본능”은누구에게나있다.고향에대한그리움은더나아가,인간의원초적인고향-본향本鄕에대한그리움으로도확장하여생각해볼수있겠다.운율과압축의짧은시속에서시어가내포하고있는다의적多義的인의미를읽어내는게시읽는재미가아닐까?위의시는다음시〈나여기서쉬어가련다〉와결을같이하고있다.
나는여기서쉬어가련다
하늘한번구름한번쳐다보고
저기저꽃이름생각하며바라보고
그때그친구지금어디서무얼하는지
생각해보고
나는여기서쉬어가련다
걸음마부터시작해지금의오늘까지
지나온어제를잊고내일의앞만보고달려온
나를돌아다보며
나는여기서쉬어가련다
이꽃저나무바라보며
이루지못한내어릴적꿈을되새겨보며
물한모금마시고옅은웃음지으며
나는여기서쉬어가련다
-후략-
〈나여기서쉬어가련다〉일부
위의시는“나는여기서쉬어가련다”라는구절을연마다반복하여강조하고있다.쉬어가고싶은화자의간절한소망이짙게나타난시라고하겠다.이시는“이미지로보여주기”보다는“말하기”의기법으로쓴시라고하겠다.자연과벗하며지낸어린시절&이루지못한꿈과“그때그친구”를그리워하며쉬어가고싶은간절한열망을말하고있는시다.
4)겨울을소재로한시에는
〈2월단상〉,〈겨울인사〉,〈임그리는겨울날〉,〈무상한겨울태양〉,〈한해를보내며〉가있다.겨울을소재로한시,다음에는〈사계이후〉의시편들13편을더넣어시집을구성하고있다.가을은낙엽이지는조락凋落의계절이다.지는낙엽을보며시인들은슬픔과절망을보지않는다.겨울지나다시봄에새싹으로돋아날자연의순환을본다.시인의시선은일반인의시선과다르다.남이보지못하는것을보고,남이듣지못하는것을듣는예민한감수성을갖고있다.위의시에도그런감수성을볼수있었다.
냉랭한북서풍에떨어지는가을한잎
감추어진내가슴한구석에자리해
지난밤뒤척이며잠못이루게하더니
안개따라오는겨울아침소리
귀를스쳐깨운다
〈겨울인사〉일부
오늘도골목저끝에서서기다린다
언젠가돌아오겠다는그말을가슴에품고
-중략-
나는이제껏잃었던웃음되찾으며
묵혀두었던믿음꺼내어
기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