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꿈을찾고꿈을팔아서떠나는시인의여정
-강소이(시인,수필가,문학평론가)
1.머리말
김기홍시인의시집「잊힌꿈을찾아서」의평설을쓰기위해원고를읽는내내보들레르와랭보의시가생각났다.어렵지않은쉬운시어를구사하면서도놀라운표현력에놀라지않을수없었다.잔잔한서정이조용하게흐르는서정성을발견하면서,“시를잘쓰는시인이구나.시가참좋다”라는감탄이느껴져서시집을읽는내내마음에기쁨이넘쳤다.이시집은봄여름가을겨울로네계절이바뀌는순서에따라시집이구성되어있다.꽃피는봄의정서와5월에대한서정과사유가눈에띄었다.그리고초여름과여름,가을비-비에대한서정도남달랐다.낙엽지는가을에대한사유에는인생철학과달관의경지가느껴졌다.눈덮인겨울에대한시가여러편실려있는데,눈의이미지와겨울,인생,철학의연결이놀라웠다.시전편에흐르는서정과이미지의잔치를볼수있었고,무엇보다시집전체에절절한그리움의정서가흐르고있다.
2.시편들여다보기
김기홍시인의「잊힌꿈을찾아서」의내용은크게네가지로나눌수있다.
1)봄에대한서정과사유-소생과재생의이미지를중심으로
2)여름에대한서정과사유-비
3)가을에대한서정과사유-인생철학과달관의경지
4)겨울에대한서정과사유-눈덮인겨울에대한단상
(1)진달래꽃과두견새에대한남다른통찰
봄을노래한시중에서특히〈참꽃의핏빛연가〉,〈진달래꽃〉,〈오월의수채화〉,〈푸른오월의자화상〉이돋보인다.겨울은만물이얼어있는동결(凍結)과동면(冬眠)의계절이다.그런겨울을이겨내고,만물이소생하는봄이찾아온다.김기홍시인이봄을소재로쓴여러편의시에는봄의정서-소생과재생그리고진달래꽃과두견새에대한남다른통찰이들어있다.우선5월에대한시부터살펴보자.
오월어느날오후
푸르고높은하늘
태양아래그림도그린다
-중략-
어느덧하얀도화지위에
푸르게번져가는
오월의하늘
먼,바다
겨울면같은
수면에비친
푸른잔디위의
나,
〈오월의수채화〉일부
위의시를보면,“오월수채화”제목답게오월의이미지를수채화로그림그리듯이그려내고있다.“푸르고높은하늘/….푸른호수위에비친/푸른잔디와/잔디위의나,/…푸른들과흐르는물/...하얀도화지위에/푸르게번져가는/오월의하늘/먼,바다/…푸른잔디위의/나”의표현에서보면푸른색이미지와하얀색이미지가자주나온다.
시각적이미지로5월의녹음을묘사하고있다.〈푸른오월의자화상〉도마찬가지다.“푸르고높은/파란하늘/파아란슬픔/하얀도화지/파아란하늘/파아란호수/짙푸르게덧칠해진/자화상도화지”라고했다.김기홍시인은봄의한가운데있는5월의녹음에가슴이벅차올랐나보다.봄이무르익어가는5월을푸른색과하얀색이미지로수채화처럼그려내고있으니말이다.
물이오른“푸른들과흐르는물”이이시의핵심이라고할수있다.얼어붙은땅,꽁꽁얼어붙은강물이아니다.만물이소생하여온들판이푸른색으로채색을했고,냇물과강물은흐른다.자연의흐름과소생-순환이다.멈추어있는것은죽음.종말이다.그러나생명은곧흐름이다.혈액순환이원활한생물은생생하고건강하다.온몸에피가잘흐른다.왕성한생명력이다.들판의푸른풀들과흐르는물-생생하게자연의맥박이뛰고있다.이것을김기홍시인은투시하고있다.
프랑스의시인랭보가추구하던시인의모습은투시자다.진정한현실성과접촉할수있는기능들을머릿속에서깨어나게할수있는사람이곧시인이다.현실과의모습너머에숨겨진다른모습을투시하는게시인의시선이다.
랭보가말한대로김기홍시인은5월의들판과물의흐름을노래하면서“흐름”을투시하고있다.흐름은곧생명의소생과순환곧원활한박동을의미한다.더불어위의시를읽으면서랭보의Sensation시가연상된다.“여름날푸른저녁나는들길을걸어가리라/밀잎에찔리고잔풀을밟으며/몽상가가되어발끝으로신선함을느끼며/바람에내맨머리를감기우리라//아무말도하지않고,아무생각도하지않고/하지만,끝없는사람만이내영혼에서솟아나리라/나는멀리멀리가리라보헤미안처럼/여인과함께가듯행복하게.자연속으로”랭보의시를연상하게하는김기홍시인의시는〈잔디에누워〉도있다.
멀리,하늘아래산위에걸친흰구름
하늘은마냥푸르르다!
푸른잔디에누워바라보는하늘,
솔바람이얼굴을간지럽힌다!
흰구름에겹쳐보이는
뽀얀얼굴
〈잔디에누워〉일부
「잊힌꿈을찾아서」시집에서〈진달래꽃〉과〈참꽃의핏빛연가〉는매우강렬한인상을주는시다.진달래꽃을흔히봄의전령사라고부른다.만물이얼어있던추운겨울이지나고만물이소생하는봄이온것을알아차리게하는진달래꽃몽우리.몽우리가벌면화사하게진분홍꽃이온산을덮는다.
어여쁜꽃잔치가흐드러지게열린다.그런데김기홍시인은진달래꽃을“참꽃”이라고했고,꽃이만개한것을“핏빛연가”라고시제詩題를정했다.진분홍빛꽃을어째서핏빛이라는전투적인낱말로표현했을까?충격적이지않을수없다.
겨우내쌓였던눈은녹아내리고
스치던바람도멎었습니다
두견새울음소리가들리고
모르는사이새싹은구슬픈소리를듣고
두터운피륙을들쑤시고봉오리가터졌습니다
목청이트인두견은
밤을지새우며울어서
토하는피,진달래꽃을피웠습니다
이제밤을지새우며울던
두견도가버리고
진달래의핏빛노래도그쳤습니다
그후로두견의혼을부르며
외로이외로이
유곡에서럽게피어있습니다
〈참꽃의핏빛연가〉全文
“목청이트인두견은/밤을지새우며울어서/토하는피,진달래꽃을피웠습니다”진달래꽃이핏빛인이유가여기가있다.두견이피를토해물들인꽃이기때문이다.촉나라의두우杜宇왕은나라를빼앗기고원통하여울다가죽어두견새가되었다는민담民譚이전해져내려오고있다.두견새는밤새도록목에서피가나도록울어댄다.두견새의피가진달래꽃에물들어핏빛이난다는설화(說話)다.과학적으로는증명할수없는일이지만,사람들사이에전해져내려오는민담이니민담은민담으로이해하면그만인것이다.해서진달래꽃을두견화라고부르기도하고,영산홍에비해참된꽃이라는뜻으로참꽃이라고도한다.
이시의서두는“겨우내쌓였던눈은녹아내리고/스치던바람도멎었습니다”로시작한다.그리고“그후로두견의혼을부르며/외로이외로이/유곡에서럽게피어있습니다”라고했다.진달래꽃이계곡에외로이외로이서럽게피어있다고본화자는무엇을소환하고싶었던것일까?재생의봄에온산에화사하게피어있는분홍빛축제를“기쁨”의정서로보지않은까닭이무엇일까?사계절중에봄을인간의일생으로환치하여본다면,봄은탄생과시작의상징이다.그런데탄생과시작의봄꽃인진달래를“외로이”“서럽게”라는정서로환치한이유가무엇일까?우리역사에있어서잃어버렸던것들의재구또는기억의재현,혹은분단시대,4월혁명등을환치하여“진달래꽃”으로소환한것은아닐까생각해본다.연애를연상시키는분홍빛진달래를“핏빛”이라는전투적인이미지로환기시킨것은,이땅에서일어났던아픈역사에대한기억의장치내지아픈기억을씻김굿하는심정은아니었을까생각해본다.
“꼬가비”라는말이있다.“꽃갚음”이라는뜻이다.총각으로죽은무덤이나처녀로죽은이들의무덤에진달래꽃(참꽃)을쌓아서원혼을달래준다는설화다.억울한혼에게진달래꽃으로갚는다는뜻이다.이것이참꽃의의미망이다.두견새가피를토해물들였던진달래꽃의원천이기때문이며외롭고서러운정서를투사한것으로보인다.더깊게나아간다면,김기홍시인은참꽃의핏빛이미지를통해서재생의봄-융합의시대,비젼과화해의재생을꿈꾸고있는것은아닐까,생각해본다.범상하지않은소재와화두를던지는시라고하겠다.
(2)이시집에서다룬비의이미지
「잊힌꿈을찾아서」시집에는비를소재로쓴시들이여러편이다.〈봄비로오시는님〉,〈비갠후〉,〈소나기의일성〉,〈비는내리고그대는떠나고〉에는비가내린다.비가내리면일상생활이좀불편하고성가시게마련이다.하지만,촉촉하게대지를적시는비를보면서우수에젖기도하고,떠난이를그리워하기도한다.〈비갠후〉에서는비가갠후에“푸른가지의잎사귀는/더욱싱싱해보인다”라고했다.〈소나기의일성〉에서는“보슬비도그쳤다/먼하늘부터햇빛이비치고/하늘이맑아지고거리가산뜻해졌다”라고했다.비온후에느낄수있는일반적인심상을표현했다.그러나다음표현은일상적이라고할수없는김기홍시인만의독창적인발상을볼수있다.
외로움에잠못이루는
깜깜한새벽
창문열고보니차가운공기속
조용히찾아온당신
손내밀어맞이해보니
따뜻한당신,
내안의차디찬길고긴외로움에
따뜻한모닥불피워
외로움에젖은눈물따뜻이닦아주며
그리움을찾아방황하는마음
따뜻한손길로보듬어주셨지요
이제환희밝아오는아침에
당신을향한나의사랑은
뿌리깊이내린나무가되어
촉촉한당신의사랑
흠뻑머금으렵니다
〈봄비로오시는님〉전문
이시에서화자는외롭다고했다.외로워서잠못이룬다고했다.그런화자에게당신이조용히봄비가되어찾아온다.“손내밀어맞이해보니,따뜻한당신”이다.외로움에젖은눈물을봄비가닦아주며,그리움을찾아방황하는마음을따뜻한손길로보듬어준다고했다.사무치게외로운화자에게찾아와서따뜻한위로를주며,방황하는마음을보듬어준봄비는분명화자에게구원자다.봄비의촉촉한사랑을흠뻑머금겠다고했다.이시는일반인들이비에대해서가진일반적인정서와사뭇다르다.
봄비가따뜻한위로가되고,방황하는이의방황하는마음을보듬어줄수있다는것이다.봄비의놀라운위력이다.
오늘도그날처럼지루하고하염없이
비가내립니다
빗줄기속에떠올라어른거리는얼굴
그리워도볼수없는얼굴입니다
비오는날우연히
나를바라보던당신의모습에서
순수하기만한꽃을보았는데
지금빗줄기에그대꽃잎이지고있습니다
-중략-
지금도창밖에는
하염없이비가내리고
당신은저멀리멀어져가고있답니다
〈비는내리고그대는떠나고〉일부
이시는,비오는날떠난이를사무치게그리워하는그리움이절절하게그려진연가戀歌다.“비오는날우연히/나를바라보던당신의모습에서/순수하기만한꽃을보았는데/지금빗줄기에그대꽃잎이지고있습니다”라고했다.사랑하는연인을꽃이라고했다.비가오고그대꽃잎이지고있다고했다.빗줄기에꽃잎이지는것을보면서,“지금도창밖에는/하염없이비가내리고/당신은저멀리멀어져가고있답니다”라고했다.꽃잎이떨어지는것을보며,꽃즉당신이멀어져간다고상상해내는상상력의증폭을보인다.아련한서정이느껴지는시다.
(3)가을을소재로한시도여러편이다.
시쓰기의기법을“말하기”와“이미지보여주기”로양분兩分한다면,김기홍시인의시는대부분“이미지보여주기기법”으로쓰였다.시에조예가깊고,오랫동안시공부를해온게역력히보인다.
가을은낙엽이지는조락凋落의계절이다.지는낙엽을보며시인들은슬픔과절망을말하지않는다.겨울지나다시봄에새싹으로돋아날자연의순환을본다.시인의시선은일반인의시선과다르다.남이보지못하는것을보고,남이듣지못하는것을듣는예민한감수성을갖고있다.〈순응하는인생〉,〈가을나무의비련〉,〈가을뜰에서희망을본다〉,〈조엽의슬픔〉,〈가을녘서정〉,〈가을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