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버지의 등을 상속 받았다 (샘문뉴스 신춘문예 수상 기념시집)

그는 아버지의 등을 상속 받았다 (샘문뉴스 신춘문예 수상 기념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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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마리의 물고기는 낚시꾼에게 잡혀 제 온 살이 발겨져 종국에는 빈 가시로 아가미 호흡을 멈춘다. 시인은 빈 가시로 남아 죽어가는 물고기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시인은 이 물고기를 통하여 이 땅의 아버지들의 일생을 바라보고 있다. 최경순 시인의 시집 『그는 아버지의 등을 상속 받았다』는 이 아버지들(혹은 어머니들)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저자

최경순

강원도양양군출생
경기도용인시거주
자영업종수원힐스테이트광교
K99호수세탁소대표
(사)문학그룹샘문운영위원
(사)샘문그룹문인협회운영위원
(사)샘문학(구.샘터문학)운영위원
(사)한용운문학회원(샘문)
(주)한국문학회원(샘문)
(사)샘문뉴스회원
이정록문학관회원
샘문시선회원

〈수상〉
2024샘문뉴스신춘문예시부문당선
2024샘문학샘문학상시부문등단
〈공저〉
개봉관신춘극장
〈컨버전스시선집/샘문시선〉

목차

그는아버지의등을상속받았다

최경순시집

여는글/4
비움을노래하는시인의고뇌와몸부림…심종숙/7

제1부아버지의등
고독/26
밥상머리경전/27
임플란트1/28
임플란트2/30
와려蝸廬/31
아버지께하고싶었던말/33
아버지의등/34
갱년기1/36
갱년기2/37
부자유친/38
고독사/40
고역의길/42
백세/44
세탁소의풍경/46
희망세탁소1/47
희망세탁소2/48
별이된아부지/50
빈의자/52

제2부노랑꽃산동백하소연
첫사랑/54
수련꽃/55
화서花序/56
봄비/57
노랑꽃산동백하소연/58
산동백은여든아홉번핀다/60
붓꽃/62
메밀꽃/64
동백꽃/66
나팔꽃/67
명자꽃/68
바람꽃/69
홍시1/70
홍시2/71
홍시3/72
홍시4/73
첫눈,산수유酒/74
딸랑,헝겊쪼가리하나가/76
아무것도안할수는없는것/78
겨울은태동의계절/79
유월의곡우/80
봄이랍시고오는삼월/81

제3부초롱박별이되다
관계학개론/84
성대로우는성대/86
동의보감을안,개犬/88
동장군/89
익어간다는것은/90
옷의변덕/91
파도는나의일기장/92
보이는것이다는아니다/94
숫돌을베다/96
보초를서다/98
조의/100
골방/101
폭설/102
모태솔로의비애/104
고독한생각/106
풍경風磬/107
단풍이죽다/108
고독은파도처럼/110
초롱박별이되다/112
인력시장노동자/114
COPD/115
트럼프카드/117
줄넘기/119
발바닥일생一生/121
심리전/123

제4부우럭의비애
일출을낚다/126
중추명월/127
노을에게등을내어준지게/128
밤하늘의걸린문패/130
폭염/131
오이도에서저녁놀을먹다/132
수제비/133
단풍도식후경이라/134
주꾸미예찬/136
문어낚시/138
대왕문어/140
문어숙회/142
우럭의비애/144
갈치회/146
양파/148
책등거리/149

출판사 서평

〈평설〉

비움을노래하는시인의고뇌와몸부림

-심종숙(시인,문학평론가)

한마리의물고기는낚시꾼에게잡혀제온살이발겨져종국에는빈가시로아가미호흡을멈춘다.시인은빈가시로남아죽어가는물고기에게서무엇을보았을까.시인은이물고기를통하여이땅의아버지들의일생을바라보고있다.최경순시인의시집「그는아버지의등을상속받았다」는이아버지들(혹은어머니들)의삶을투영하고있다.그는“보시로배알도없이다빼주고/추녀밑허공에내건/배고픔으로가시고기”가된산사의풍경(「풍경」),「모태솔로의비애」,「우럭의비애」에서인간의말로를이야기하고있다.인간의아버지들은자식들에게자신의전부를던지고시간과함께늙어죽음에이른다.헌신적인삶은평범한사람들에게도국가나민족,사회,이웃들을위해자신을던진사람들에게도존재하는일이다.그러나평범한이들특히국가의작은단위인가족제도안에서가정의아버지들은처자식들을위해자신의삶을아낌없이바쳐왔다.그러는시간속에서인생의황혼이가까워오면삶을성찰해보면서가까이다가오는죽음을준비한다.그속에서그렇게살아온세월이문득억울하게느껴질수도있고분투해온자신의삶을긍정적으로바라볼수도있고공허감을느껴허해진마음을여러가지로달래보려고애를쓰기도한다.이러한감정은분명히갱년기이후에느껴지는감정일것이다.
최경순시인의「나는아버지의등을상속받았다」는분명히지나온삶을성찰하면서자신과아버지,그조부의삶을관통하면서이어온아버지로서의삶을바라보고있다.성경의창세기에한남자는자신의부모를떠나한여자와하나가되어일생을밭을갈아먹고살아야한다는내용이있다.그것은신이그의피조물인인간에게준선물일까.창세기의에덴은인간의수고로움도없이모든것이주어진곳이었다.그러나인간은신과의약속을저버리고스스로지혜의나무(선악과나무)에열린과실을따먹었고그원죄의결과고역의삶을맞이할수밖에없었다.그러나신은에덴에서그들을추방하였으나끝까지인간과함께있겠다고하였다.남자는가족을위해서끝없이노동을해야했고자신과아내와자녀를위해서삶을불태웠다.생의치열한모습은「나팔꽃」,「인력시장노동자」,「COPD」,「줄넘기」,「중추명월」,「책등거리」,「노을에게등을내어준지게」에서잘보여주고있다.노역의고통속에서인간은신이어디있느냐고부르짓기도하였다.그삶의시간들에서시인은생을지탱하기위해낚시할때의긴장감처럼살아왔을것이다.

줄을던지자
물이미간을찌푸린다
줄이겹눈으로물을응시하며
동태를살핀다
물은호기심에입을내주며
입꼬리를실룩거린다

양손으로턱을괴고
깊은상념에빠져있는동안
줄은뚝심으로버티고있다

불덩이같은해가
정수리를핥고있을때쯤,
줄이꼿꼿이서며순간긴장한다
물의뼈가곤두선다
줄이팽창하더니힘줄에날이선다
물의입꼬리가파르르떤다
팽팽해진줄과물사이에골이생긴다

줄이숨을고르자
물이긴장을푼다

평정심을잃으면끝이다
순간,줄이물의입꼬리를낚아챈다
텅!
줄이허공에삿대질이다
물은등골이쎄하다
줄은삼십육계줄행랑을놓는다
물은넋나간듯물끄러미바라본다
찌푸린미간을편다

「심리전」전문

이시에서는낚시를통해서삶과시인의투쟁을이야기하고있다.사는것이자신과의싸움이며세계와한인간의싸움일것이다.시인은결코만만치않는생은낚시꾼과줄에꾀어있는미늘을무는물고기와의대치상태로비유하고있다.시인은그간살아오는동안자신이의식하든의식하지않튼간에심리전을치루어왔으리라.여기에는낚시꾼이물고기를잡듯이시인은생에서무엇을낚아야했을까?그것은생명을지속시켜줄영과육의빵과꿈이지않았겠는가.줄과물은무엇을상징할까?줄은시인자신의노동과고역이다.그리고물은세상일것이다.물은바다나강물일것이며낚시꾼에게는물고기를얻을수있는장소이다.즉세상이다.시인은세상속에서낚시줄을드리우고살아간다.낚시꾼에게바다나강이없으면안되듯이그곳은생명을지속시켜줄물고기즉영과육을먹이고성장시킬빵이존재하는곳이다.그강과바다는또한세상이다.시인은이세상속에서살아간다.시인에국한되는것이아니라모든인간은이세계속에서살아가고먹을것을얻기위하여팽팽한긴장속에서심리전을치루면서하루하루삶을영위해나가고있다.이삶의영위는아버지의아버지로부터자신에게로상속된등이며지게이기도하다.삶의무게를지게에진등이최경순시인에게는이시집이탄생하는출발점이었다.그러나이무게의토대를시인은단순히부정적으로바라보고있지않다.가족사의연대기속에서,아버지가져온삶의무게를사랑의따뜻한시선으로긍정적으로바라보고있다.그래서그의시는진솔하면서도그노역의어려움을느끼게도하지만잘갈무리하여원망과불평불만의그림자는지워져있다.그의아버지로부터그에이르기까지인내의노역을발과낡은운동화한켤레에서보여주고있다.

신과발은데칼코마니다

신발에묶인코뚜레는
너와나의삶을하나로묶는연결고리
지구의궤도를수없이이끌고온궤적

죽어선일용할양식으로내어주고
거죽은신발로품어주니
닳고닳은울음웅크린소등처럼낡아
색바랜운동화한켤레
허기진골목을먹여살린다

발품판만큼끼니다

너와나는사막의뜨거운모래밭
냉혹한가시밭,자갈밭같은삶
고역苦役의길을걷는다
맨밑바닥이본적지인신발

거리의온갖더러운것들을무릎꿇리며
때론,시궁창에빠지기도하며
허덕거리는가난에
소의마지막고름마저짜낸다

운동화몇켤레를버려야
오롯이내가될까?

「고역의길」-낡은운동화한켤레전문

“맨밑바닥이본적지인신발”처럼발은또한같다.이둘이데칼코마니다.발은신체에서제일아래에있고머리나얼굴에비하면낮은존재이지만이시에서는발과데칼코마니인신발을높이고있다.발은신체의제일아래에있어더럽고중요성이약하게취급되었으나시인에게는온몸을지탱해주는중심이다.(“몸통의끝/변방에서몸통을지탱해준대들보,/중심이되어온발바닥”「발바닥一生」)발은시인의생을지탱해온상징물이며발의집인신발또한등가이다.발은곧겸손의자리에있다.온몸을지탱하였음에도제일아래에있듯이가장낮은자의겸손함을,다내어주고비어진바보의모습으로존재한다.이것은다내어주어서바보가된발이어쩌면대접도못받으면서도거기에불평하지않고뚜벅뚜벅걸어가는뚜벅이와같다.길을걸어가는것은발이며발의집이신발이므로움직이고지속되어온생의고역을노래하는시이다.발은몸의뼈이며,낚시줄에고기가걸려그움직임으로물이일어나는것을물의뼈라고표현하였듯이,신체의뼈대로시인은생각하고있다.이것은그의시에서몸의살만있고뼈대가없이껍질을집으로삼고살아가는달팽이나민달팽이와는대조적이다.낡은운동화를통해고역이지속되는삶의비애를노래하였지만시인은운동화를몇켤레를버려서라도오롯한자신이되고싶은것이다.그길은무언가.아마시를쓰는일이아닐까싶다.시를쓰면서자신을끊임없이성찰하면서전인간적인자기자신이되어가는것이지향점일것이다.이제까지생을지탱하는데바쳐졌다면갱년기이후후반의인생에서는성찰의시쓰기가그에게새로운꿈이될것이고노역일것이며길이될것이다.신과발,낚시꾼과줄은없어서는안되는존재이며하나의연결고리이다.“발품판만큼끼니다”라고하였듯이먹을것을구하기위하여부지런히걸어왔던노역을그는아프게되돌아보고있다.이것은얼마나숭고한희생인가.자신과가족그리고이웃들을위하여시인은모래밭,가시밭과자갈밭을걸어왔고“닳고닳은울음웅크린소등처럼낡아/색바랜운동화한켤레/허기진골목을먹여살린다”라고했듯이긴울음과웅크린소,색바랜운동화,허기진골목을먹여살리느라수고를해왔음을고백하고있다.이러한삶은평범한아버지들이겪는일이다.최경순시인은그런자신의삶을성찰하면서아버지의등을물려받았다고고백하였다.이고백속에는아버지가등으로졌던삶의무게를자신또한지게되면서아버지로서의무게를긍정적으로바라보고있음을알수있다.

아직차가운봄볕등에업고
물컹한살이뼈를치켜세우지못하는
민달팽이처럼
풀뿌리를부여잡고우묵배미기어오르다
밭이랑같은봉분이되었다

어둠을덮은소쩍새울음이별을부르고
달맞이꽃등불밝히니
아버지파란등에누워밤하늘을바라본다
숨찬뭇별,
스스로둥글게말아그를감싸고반짝이며환하게웃는다

그는아버지등을상속받았다

「아버지의등」부분

이시는달팽이의살과껍질인집과아버지의일생을대조하면서쓰고있다.최경순시인은가족사의아픔을통해예리하게대부분의아버지들이살아온삶을비추어준다.그가자신의가족사를통하여아버지들을기억하고추념하는것이아닐까한다.특별히알아주어기념하는하지도않지만평범한아버지들은가족의존경을받으며추념의대상이되어야한다.최경순시인은이런분들을위해서이시를쓴것같기도하다.역경의세월을민달팽이처럼아픔마저도감싸고역경을헤쳐나오고일구어온삶의대물림속에서시인은하늘의별이되신아버지를바라본다.이얼마나아름답고도처절한아버지사랑인가.그아버지(들)에대한존경과사랑은아버지로서의자신의삶도긍정적으로바라볼수있게하고인내하여지금-여기에이르게하여한가족을잘꾸려왔던시인의역사를복기하고있는것이다.이러한계기는「갱년기1」이보여주는것과같이생의“긴터널을빠져나와/오춘기역에서하차/봄으로갈아탄초록단풍”의마음이었기에가능하지않았을까.지나고보면모든것이아름답다고하지않았는가.생의아름다운갈무리를위해시인은애잔하면서도사랑가득한어버이의시선으로바라보고있다.비움의여정은바로오춘기역에서하차하여마음의여행을떠나면서또물리적시간을정지시키고바다를찾아가고취미로낚시를하면서그는상념을정리하여오지않았을가추측해본다.그속에서는「밤하늘에걸린문패」와「고독사」에서와같이자기의경험만이아니라삶과고독에서싸우다쇄멸해간이웃들의슬픔역사를그리고있다.

허름한이야기속페이지를넘기자
거미는입안가득
빈곤의집을짓고있었다
수북이쌓인먼지처럼
세월의여류를알듯모를듯
괘종시계의허기진부랄추만이
간당간당하게밥을떠먹고있다

누렇게찌든벽지엔
담배꽃으로그을려있는것이
거미는습관적인골초다
골방은메케한묵은공기를
오랜시간가둬두고살았다

두구멍콘센트는둘이라서덜외롭다
그나마부지런한것은콘센트뿐,
한구멍은냉장고에고정되어있었고
또다른한구멍은낡은전기장판에
아날로그텔레비전에
라디오에
전기밥솥에
목숨줄처럼붙들고있다

추위를녹이려는듯
보온으로해놓은꽤오래된가마솥,
끓어넘친얼룩이말라붙은장판위에는
시간을잊은밥솥이덩그러니있고
밥솥밑,흰봉투속에는
집을치워주시는분은국밥이나한그릇드세요,
개의치마시고"란문구가찡하다
삼등분으로잘접힌5만원권지폐몇장에
미안한마음이읽힌다
거미는고단함을내려놓았다
그삶의버거움을

혼자살다혼자떠난고독사
조문객의조의도없다
꽃상여놀이도없다
눈물을흘리는자손도없다
그냥,바람곁으로갔다

「고독사」전문

이시는리얼리티를지니고있고고독사로생을마무리하는현실세계를살아가는사람의어둠을잘묘사하였다.더구나시인은고독사로죽은사람을거미에비유하여그의낡고오래되었으며빈한하고슬픈이야기를하게한다.마치거미가거미줄을입에서토해내어허름한생의집을짓듯이시인은그로테스크리얼리즘적인기법속에서고독하게죽은한남자가자신